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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묵 |  | |
| 엔도 슈사쿠 : <침묵>
역자 : 김윤성 / 출판사 : 성바오로출판사 / 출판일 : 1992/7/1 / 쪽수 : 226
<하나님의 침묵>
일제의 지배를 받던 시기, 우리 민족은 수많은 굴욕과 아픔을 경험하였는데, 그 시기는 우리 기독교에게는 더욱 고난과 굴욕의 시기였다. 신사참배 문제로 인하여 불응한 이들에게는 고난의 시기였으며, 이에 호응하고 선동한 교계 지도자들에게는 굴욕의 시기였다. 결국, 신사참배 문제로 인하여 해방 후 우리 기독교계는 특히 장로교는 돌이킬 수 없는 나뉨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아픔의 경험을 간직한 우리에게 공감의 아픔으로 다가오는 책이 바로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란 책이다.
이 책은 가톨릭에 대한 박해가 절정에 달한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건의 전개는 포르투칼의 한 신부가 일본에서 선교활동 중 박해로 인해 배교했다는 소식을 접한 그의 제자들이 일본에 잠입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주인공 세바스찬 로드리꼬를 통해 하나님의 침묵하심에 대해 묻는다. 그토록 많은 신도들이 교회를 위해 죽어가는 데도 여전히 침묵하시는 하나님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처럼 침묵하시는 하나님이 과연 공의로우신 하나님이신가? 또한,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이미 배교한 신도들을 죽음으로 몰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이 배교를 함으로써 그들을 살려야 하는가? 어느 것이 진정한 신앙인가를 두고 주인공은 고민하며 결국 진정한 사랑을 위해 성화를 밟는다. 성화를 밟는 사제의 발은 아프기만 하다. 이제까지 십자가에 달리시던 예수님의 거룩하신 모습을 그리던, 그리고 박해 가운데 장중하게 죽어갈 자신의 모습을 꿈꾸던 사제에게 자신이 밟는 일그러져 흉한 모습의 그리스도의 얼굴이 들어온다. 그리고선 그 일그러진 예수의 소리를, 여태껏 침묵으로 일관하시던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밟아도 좋다. 네 발의 아픔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들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들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향하신 그리스도의 진정한 사랑이다.
로드리꼬 신부는 아마도 평생을 배교 경험의 자책 가운데 보낼 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이것이 한 순간의 순교보다 더 큰 고통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랑의 실천을 위해 이 길을 선택한다. 이러한 사랑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사랑이 아닐까 생각된다.
신사참배로 인해 고통받았음을 일면 자랑으로 삼고 신사참배에 굴복한 지도자들을 정죄한 사람들도, 자신의 부끄러운 굴욕을 회개하기는커녕 오히려 정당화시킨 종교지도자들도, 그로 인해 나뉘고 계속하여 서로의 헤게모니 때문에 분열을 계속한 우리 종교계는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젠 우리가 서로 반목하고 분열할 때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고 하나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그리고 하나님의 침묵하심의 참 뜻을 깨닫고 이 사회에서 사랑의 근원이 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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