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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년 동안의 고독 |  | |
| G.마르께스 : <백년 동안의 고독>
역자 : 안정효 / 출판사 : 문학사상사 / 출판일 : 1977. 1. 1 / 쪽수 : 458
<진짜 문학이라는 것을 알고 싶으세요?>
한동안 문학에서 멀어져 있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인문학과 예술에 심취하게 되면서 문학을 등한시하고 그쪽 분야에만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더 이상은 소설을 읽어도 별다른 감동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오만을 보기 좋게 깨부순 한 권의 책이 이 ´백년동안의 고독´이었다. 누군가에게서 선물로 받은 이 책을 나는 한동안 책꽂이 저편에 꽂아두고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시간이 나서 한번 슬슬 읽어보게 되었는데, 책을 덮었을 때는 이미 나의 바보스러울 정도의 오만과 좁은 시야에 화가 날 지경이 되어 있었다. 그때까지 이름만 겨우 알고 있었던 마르께스라는 작가에 대한 외경심, 그리고 소설이라는 장르가 담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담아내고 있는 이 소설에 대한 경이감이 내 뇌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고난도의 정치적 풍자 속에 인간의 고독과 존재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단지 이렇게 따분한 설명으로 끝나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몇 대에 걸친 한 집안과 그것을 둘러싼 마콘도라는 세계의 이야기를 마력적일 정도의 필체와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길게(그러나 결코 지루하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에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등장인물들과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유령이 나오는가 하면 사람이 나무에 묶인 채로 수십 년을 생존하기도 하고 미녀가 담요와 함께 승천하기도 한다. 그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담담하고 지극히 당연한 어조로 그려냄으로 해서 결국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이른바 마르께스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책을 덮었을 때에는 주위의 현실을 새삼스럽게 경이로운 눈으로 살피며 이렇게 생각하게끔 된다.
´오랜만에 정말 책다운 것을 읽었어.´
어떤 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이 소설이 있는 한 우리는 결코 문학의 죽음을 말할 수 없을 것이며, 이러한 작가가 있는 한 중남미는 결코 문학의 불모지라고 불리울 수 없을 것이다. 사족을 달자면 이 책을 읽은 뒤에 나는 스스로의 견식이 부족함을 새삼스럽게 탓하며 다시 문학 안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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