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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제와 제물 |  | |
| 현길언 외 : <사제와 제물>(현대문학수상소설집)
출판사 : 현대문학 / 출판일 : 1990. 5. 1 / 쪽수 : 444
<자신은 자신이 질 수 없는 짐이다>
나 같은 고등학생이 들어가 보지도 않은 어른들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기껏해야 매스컴이나 책을 통해서 힐끔힐끔 훔쳐보는 주제에.... 현실은 이해 불능이지만, 사상이라든가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나름대로 연구를 해보았었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더 이해가 안 된다. 다 맞는 말 같은데, 뭔가 잘못되어 있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나는 한때 이상한 걸 가지고 고민한 적이 있었다.
´정말로 나쁜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어째서 서로 싸우게 되는 걸까.´
라는 것을 가지고 끙끙대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금, 그 기억은 다시 새롭게 다가온다.
이 ´사제´가 한 말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노조원들도 나쁜 사람은 아니고, 투신자도 나무랄 수만은 없다. 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아픔과 비극 뿐. 도대체 왜 그런 건지 생각할수록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이 사제는 자신은 하지도 않으면서 이채원을 죽음으로 꼬셔 넣었다고 괴로워하고 있다. 하지만 난 그리 탓할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이건 탓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고민하는 문제처럼. 그 사람이 한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때는 진심이었을 것이다. 다만, 사제와 제물이 분리되어 버리고 마는 이유. 난 그것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역시 자신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사제는 자신이 그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판단이었기 때문에 신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형편없고 쓰레기 같은 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자신이기에, 이런 불완전한 내가 이런 걸 진리랍시고 떠들어대고 있는 걸까.....라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신용할 수 없는 자신 대신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을 맡기고 싶어한다. ´자신´이라는 너무도 무거운 책임을 타인에게 떠넘기려고 한다. 타인은 자신보다 나은 듯이 보이니까.
그래서 사제는 자신의 신념을 실행할 수 없고, 제물은 다른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요나의 경우. 그의 곁에는 하나님이 계셨다. 그래서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을 바다에 맡길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라는 책임을 하나님께 넘겨버렸다. 그건 이해가 간다. 왜냐면 나도 그러니까. 단지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한마디로 일축해 버리고, 그런 걸로 자신을 지탱하고 내일을 맞는 것이다. 자신의 짐은 자신이 지기에는 너무 무거우니까.
이채원은 하나님이 어디 계신지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는 확실하게 그의 귓전에 대고서 누군가가 지시를 해줄 것을 원했다. 그는 자신을 ´선생님´에게 맡겼고, 동시에 ´선생님´의 지시를 자신의 생각대로 판단해서 행동했다.
난 주인공에게 그렇게 괴로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죽음 역시 삶의 한 부분이니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몸을 날렸다. 자신의 남은 이승보다 그 목적이 더 소중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옥상에서 발을 내딛는, 그 순간만은 진심이었을 게 분명하다. 그에게 죽음의 논해주던 순간의 주인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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