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새의 선물 |  | |
| 은희경 : <새의 선물>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1996. 1. 1 / 쪽수 : 396
<열두 살 소녀의 삶에 대한 씁쓸하고도 예리한 통찰>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내 속의 세계를 가꾸고 싶어하는 마음이 강하다. 내 어릴 적부터의 꿈은 작가였다. 대학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나이에도 막연히 ´국문과´를 꿈꾸었고, 책을 쓰는 사람들, 소위 작가라는 사람들에게 적잖은 존경심을 품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것을 고려할 때 그것은 너무 허황된 느낌마저 들었다. 더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여지는 세계는 어릴 때 내가 꿈꾸었던 파라다이스는 결코 아니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조심스럽게 품어오던 그 열정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몸담고 있는 세상이 그렇게 호의적으로 보여지지만은 않았다.
그렇기 때문이었을까?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나로 하여금 큰 공감을 자아내게 했다. 열두 살짜리 소녀의 눈으로 본 세상. 나이보다 성숙한 소녀가 보는 세상은 그렇게 따스하거나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그 소녀의 눈은 곧 나의 눈이 되어 소설 속에 빠져들었다. 특히,
˝나는 삶이 내게 별반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열두 살에 성장을 멈췄다˝
는 말에서 숨이 멎음을 느꼈다. 그 한 마디가 작가의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드러냄을 단숨에 알아차렸던 것이다. 또한 그것은 내가 느꼈던 감정이기도 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그 열두 살짜리 소녀가 자신과 자신의 삶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데서 어떤 슬픔을 느꼈다.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를 분리시켜 ´보여지는 나´가 삶을 이끌어가게 하면서 ´바라보는 나´가 그것을 보도록 만드는 것이다. 삶을 거리 밖에서 지켜본다 함은 그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상처받기 싫어서 아예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같다.
이 소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유년의 기억에 대한 호감을 자아내면서 한 인간이 느끼는 세상에 대한 이면을 통해 공감을 느끼게 한다. 동갑내기 장군이를 통해 진희의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과 생각을 부각, 서글픔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한없이 명랑하고 순수하던 이모가 사랑의 상처를 통해 성숙해 가는 과정, 광진테라 아줌마의 삶에 안주하는 태도와 벗어나고 싶어하는 마음과의 싸움, 장군이 엄마의 지극히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모습, 그 외의 사람들......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겠지만 그 모든 등장인물들은 주인공 진희의 성장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진희는 나와 닮은 구석이 많은 소녀다. 내가 소녀시절에 느꼈던 생각과 감정이 아주 비슷하다. 구석방에 처박혀 자신의 생각에 몰두하는 것과 아무 책이나 뒤적거리던 모습, 또 사람과 사물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성격. 하지만, 나보다 더 성숙한 소녀임은 부정할 수 없다. 불행한 과거를 안고 그것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지 않기 위해 머리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데서 어린애답지 않은 그 날카로움... 상처받지 않으려고 하는 그 정신과 마음...... 어찌 보면 아주 서글픈 부분이지만 그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내가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진희가 그러한 것을 너무 일찍 깨우친 데 있는 것이다.
우물을 중심점으로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겪는 일과 여러 사건들은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흔히 보아오는 그런 것들이다. 전혀 어색함 없이 그러한 것을 잘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살지 못했던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중간적 시점을 정말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데서 유익함도 얻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