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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하이 베이비 |  | |
| 저우 웨이후이 : <상하이 베이비>
역자 : 김희옥 / 출판사 : 집영출판사 / 출판일 : 2001. 5. 10. / 쪽수 : 328
<네 왼쪽발이 아프면 난 오른쪽 발이 아파>
1970년대 태어나서 격동의 세월을 보낸 중국 신세대 여성작가의 처녀작 <상하이 베이비>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소설은 중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판금 조치되었고, 그 이유만으로 해내외의 독자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과연 어떤 작가의 어떤 소설이기에 이런 소동이 일어난 것일까.
작가 웨이후이(衛慧위혜)는 1973년 절강성에서 태어났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많은 곳을 옮겨다녔고, 95년 중국의 명문대학인 푸단(復旦)대학 중문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웨이후이는 취재 기자, 잡지사 기자, 방송 진행자, 카페 종업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었다. 상하이에서 그녀가 처음 발표한 소설은 99년 6월 호남문예 출판사의 <나비의 절규(蝴蝶的尖叫)>였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처녀작으로 운위되는 <상하이 베이비(上海寶貝)>를 춘풍문예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 이 책은 2000년4월 성도(成都)에서 저자 사인회를 갖는 등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판매 금지 조치를 당했다.
▶네 왼쪽발이 아프면 난 오른쪽 발이 아파
소설은 상하이 명문대학 출신의 젊은 여자가 겪는 사랑의 여정이다. 주인공 코코는 두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한 명은 티앤으로 순수한 영혼을 가진 화가. 그는 성불구자이다. 하지만 첫눈에 반한 코코와 티앤은 동거에 들어가고 자연스레 일어나는 성욕의 해결사로 등장하는 인물은 상하이에 진출한 독일계 금융회사에 일하는 독일인 마크이다.
코코는 언제나 완벽한 오르가즘을 제공해주는 마크와 섹스를 나누면서도 언제나 티앤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사랑이 영원하길 소망한다. 그들을 둘러싼 인간군상은 1999년 국제도시 상하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명문대학을 나온, 그리고 상하이에서 표류하는 외국계기업의 주재원과 유학생들. 이들은 서로 만나고, 서로 사랑하고, 교제하고, 헤어지고, 엇갈려 다시 만나고, 섹스에 탐닉한다. 코코와 티엔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마크는 영원히 코코에게 성적 만족감을 줄 것인가.
▶상하이와 코코
저자 말대로 중국의 도시 중에서 ´베이비´와 병칭할 수 있는 도시는 ´상하이´밖에 없을지 모른다. 경제통계에 따르면 한 사람의 상해인이 다섯 명의 중국인을 먹여 살린다고도 하니 말이다. 상하이를 묘사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구는 아마 미국 경제잡지 [포츈] 관련통계일 것이다. [포츈]이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 500대 기업 중에 이미 300개 이상의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있고 그 중 대다수가 북경이 아닌 상하이에 진출했다.
상하이는 홍콩과 싱가포르와 콸라룸푸르 벤치마킹하며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메트로폴리스이다. 재작년 기준으로 상하이에는 20층 이상의 건물이 1,477개, 30층 이상 건물이 212개나 된다. 그런 상하이에는 우리 나라의 어두운 그림자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주한미군과 공생 공영하는 양공주, 혹은 각종 어학원의 불법 체류 영어 강사와 관련된 어떤 육체적 거래 등이 넘쳐난다. 10여 년 전 중국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1위가 단연 미군(군인이 아니라 미국인이라는 뜻), 2위가 유럽군, 3위가 일본군, 그리고 4위가 중국군이라는 충격적인 통계도 있었다.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 코코는 성불구자인 중국 남자를 정신적 애인으로 두고서도 끊임없이 독일 남자에게 육체적으로 경도 된다. 물론, 그것이 수천 년 정신문명을 내던지고 서구화되어 가는 중국에 대한 조롱일까? 작자는 마지막 문구를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자문으로 매듭 짓는다.
코코의 애인 티앤에게는 슬픈 가족사가 있다. 그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독살 당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 어머니는 스페인에서 후앙과 결혼하여 그에게 매달 생활비를 부쳐주고 있었다. 그는 정신적으로 어머니를 비난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그녀의 돈을 죄책감 없이 쓰며 룸펜 생활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마약중독 치료를 받고 나온 티엔을 혼자 남겨두고 티엔은 마크와 불안하지만 불꽃같은 섹스를 나눈다. 언제나처럼 죄책감에 시달린 그녀에게 던진 티엔의 말은 ´네 왼쪽 발이 아프면 난 오른쪽 발이 아파´라는 스페인 경구였다. 둘은 온전한 육체적 결합 한 번 없이 영적인 사랑을 나누어왔던 것이다.
이 소설이 중국에서 판금된 것은 성적 묘사 부분 때문일 것이다. 코코는 외로움에 자위를 하고 독일인 남자와의 섹스에 탐닉한다. 그 황홀한 묘사는 여성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그게 내가 마광수 소설에서 느끼지 못했던 짜릿함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 가장 선정적인 것은 아마도 ´1+1+1파티´를 묘사한 부분일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쓰레기, 인간 말종 같은 중국인들이 부르주아 제국주의 남정네들을 안방에 끄집어들여 벌이는 집단 변태 행위를 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이 소설이 작가 웨이후이의 반자전적 소설임을 직감할 수 있다. 그녀가 이런 저런 직업을 전전하며 만났을 수많은 사람들이 작품에 투영되었을 것이고, 그녀의 복잡한 코스모폴리타니즘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의 결과가 말해주듯이 그녀는 여전히 중국 여인으로 남아있고, 중국 남자의 연인으로 남기를 희망하고 있으면, 중국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소설이 중국 당국에 의해 판금조치 되었지만, 해적왕국 중국에서 이 책이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독자들이 웨이후이의 소설에 경도되어 서구 남자에 대한 환상을 갖지도, 자기네 남정네의 씨없음에 슬퍼하지도 않을 것이다. 웨이후이는 홍콩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실질적으로 판금조치 이후 어려움을 당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여전히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면 그 일 때문에 해외에선 더욱더 각광받는 작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미 18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소설에서는 1999년 5월에 있었던 미군의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오폭 사건이 잠깐 언급된다. 아마도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이 책이 더욱 널리 알려지기를 속으론 원했는지 모른다. 미국이 유고에 대한 공습을 하던 중 중국대사관에 폭탄을 잘못 퍼붓는 바람에 기자 등 중국인 세 명이 죽었다. 이 일로 중국의 반미감정은 격화되었고 클린턴은 강택민 중국주석에게 사과했어야했다.
상하이를 방문해본 사람은 도시 전체가 활력에 가득 차 있는 것에 놀라게 된다. 상하이는 식민지 역사가 남긴 피해자의 의식과 선진문화에 가장 오래 노출된 신도시의 프라이드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이제 환락·향락의 물질 문명으로 내달리는 그 도시에서 아직도 옛사랑에 몸부림치는 낭만적 여자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 기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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