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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 |
| 저는 우선 이 글의 지은이 마가렛 여사에게 감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로 하여금 좋은 책의 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셨거든요. 우리들의 생각으로도 여자라 하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얌전하고 다소곳해야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글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는 정열적이고 자신의 욕망을 억제할 줄 모르는 여자지요. 멜라니는 정말 여자의 표본 같은 사람입니다.
애슐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거절당하고 맙니다. 화가난 스칼렛은 꽃병을 힘껏 집어던집니다. 어찌 보면 정신병자 같이도 보입니다만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하기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는 저는 그 행동이 오히려 우러러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런 스칼렛의 생애는 왜 그렇게 불행의 연속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연인을 잃고, 복수한다는 심정으로 결혼한 남편마저 남북전쟁 틈에 잃게 됩니다. 스칼렛을 위해서는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사랑하지도 않은 사람과 평생을 산다는 것은, 보는 사람도 물론이지만, 자신이 더욱 괴로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스칼렛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곁을 하나 둘씩 차례로 떠나갔습니다. 그녀로서는 소외된 느낌이었겠지요. 저만해도 그랬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가녀린 여자에게 자꾸만 시련을 내리시는 하나님을 원망도 해 보았지만, 그것으로 말미암아 그녀가 더욱 강해졌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 뒤, 스칼렛은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버틀러 선장이라는 사람과 결혼을 합니다. 하지만 행복할 수는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유명한 친구들과 매일 파티를 열고 귀여운 딸과 멋진 남편까지 있는 번지르한 생활이지만, 그것이 진정한 행복일 수는 없었습니다. 내면으로는 결핍된 사랑, 그 허무한 공간을 메우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던 스칼렛을 저는 이해합니다. 스칼렛의 아버지처럼 그녀의 딸도 말에서 떨어져 죽자, 빈 껍질뿐인 화려한 생활도 막이 내립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얼마나 괴로워했을까요! 버틀러의 선장은 긴 여행을 떠나 버리고 맙니다. 이젠 기운을 차릴 힘마저도 모두 빠져 버린 그 가여운 스칼렛을 두고서 말입니다. 잡을 수만 있다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위로해 주고만 싶었습니다. 어찌해야 했을까요? 스칼렛이 아프게 쌓아온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쓰러지려하는 순간을요. 저는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스칼렛은 쓰러지지 않습니다. 이제 와서 쓰러지기엔 여태껏 지내온 생활, 많은 사람의 멸시와 비난, 그리고 고난의 길을 해쳐 나온 과정이 여자로서는 너무 힘든 것이었습니다. 저는 스칼렛을 믿었습니다. 그런 일에 쓰러지는 나약한 여자는 결코 아니라고요. ˝테라로 돌아가면 괜찮아질 것이다. 내일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라고 스칼렛이 생각하는 대목에서 저는 그만 눈물이 핑 돌고 말았습니다. 다시 일어선 그녀가 반갑기도 했지만 내일을 믿는 그 마음에 측은함 마저 들었습니다.
스칼렛을 위해서 테라가 있었던 것은 정말 불행중 다행이었습니다. 테라가 없었다면 스칼렛은 쓰러졌을지도 모릅니다. 이 돌아갈 곳이 있다는 말은 멋있지 않습니까? 언제나 마음의 안식처였던 테라! 어머니의 집 테라. 저도 테라를 사랑할 것만 같습니다. 스칼렛의 일생은 정상적인 것보다는 비정상에 가까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겁니다. 비난받을 일도 스스럼없이 해 나가는, 마음먹은 일은 어떻게 해서라도 꼭 해치우고 마는 이기주의적인 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스칼렛을 비정상이라 단정짓지는 않겠습니다.
우리는 표면의 것을 보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지은이가 진심으로 나타내고자 한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여자의 표본인 멜라니가 아니라 욕망의 여자 스칼렛을 통해 나타내고자 한 것이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생의 고달픔에도 꺾이지 않고, 꿋꿋이 해쳐 나가는 강건함,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운명의 밭을 스스로 일구어 간 개척정신, 언제나 희망을 바라보는 그 마음, 그런 것이었습니다. 스칼렛, 그녀는 바로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이제 스칼렛이라는 이름은 저의 기억 속에 영원한 여성상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괴롭고 슬플 때면, 언제나 그녀를, 그리고 테라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요즈음은 부쩍 스칼렛으로 접근해 간 것만 같은 그런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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