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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 |  | |
| 처음에는 무심코 넘겼던 말이지만 두 번, 세 번 이 광고를 보고 ´과연 나는 몇 번이나 흙을 밟을 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스팔트 위로 달리는 버스를 타고 콘크리트로 메워진 골목길을 드나드는 나로서는 한 달에 한 번 흙을 밟기도 힘들다. 거의 흙의 존재를 잊고 사는 것이다. 이 책에선 빛을 받지 못하고 콘크리트 밑에서 잠자코 숨죽이고 있는 흙을 ´죽은 흙´이라고 표현했다. 섬뜩하다.
처음 이 책을 손에 집었을 때, 제목이 너무 학술적인 것 같아 읽기 전부터 겁을 먹었다. 솔직히 생태학 전반을 저술한 책이어서 전문 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약간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큰 제목 밑으로 작은 제목들을 여러 개 달아서 내용을 잘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나라, 즉 한반도의 생태계와 환경문제 등을 다루고 있어 한층 더 관심 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럼 과연 한반도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옛날에는 우리 나라에도 호랑이, 곰 등 야생동물이 제법 있었다고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인왕산 호랑이인데 한양성 안에도 호랑이가 나타나고 심지어 궁 안에까지 나타난 일이 있었단다. 물론 지금은 전설같은 이야기로 들리지만 말이다. 사람들의 포획으로 한반도에서 호랑이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더 부수적인 요인이 작용하였을 것이다. 산림벌채에 따라 호랑이의 행동반경도 좁아져 북으로 북으로 이동한 것이 지금은 몇 마리 남지 않은 시베리아 호랑이가 되어 버렸을 것이 다. 호랑이말고도 정력에 좋다느니 하면서 잡는 야생동물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지금은 거의 멸종 상태가 되었고, 토종 야생동물 대신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귀화 동물들이 그 곳을 메꾼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야생식물들도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 예로 미국자리공 나무를 든다. 미국자리공 나무가 자라는 지역의 토양은 PH 4.1∼4.55의 산성 토양이라고 한다. 몇 년 전에는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어떠한 식물도 자라지 못한 곳에 무려 2미터가 넘는 미국자리공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도 미국자리공 나무를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자리공의 열매를 따서 포도랍시고 손톱에 자줏빛 물을 들이며 놀았 었다. 그것이 강한 산성토양에서 자라는 미국자리공인 줄은 전혀 모른 채 말이다. 이것은 곧 내가 사는 곳도 이미 그만큼 오염이 되었다는 뜻이 아닐까?
요즘 우리 부모님들은 일기예보를 놓치지 않으신다 혹시 비소식이 있을까 해서이다. 그만큼 비에 목말라 있다. 그것은 곧 산불나기에도 안성맞춤인 날씨의 연속이란 말이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 서는 산불이 나서 섬 전체가 다 타버렸다고 한다. 사람들은 연무현상으로 3개월동안 방독면을 쓰고 생활해야 했지만 무엇보다 가슴 아픈 건 커다란 하나의 생태계가 잿더미로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식물이 이런 산불에 대해 자기방어를 한다는 사실이다. 붉나무 등의 관목들은 단단한 씨껍질을 가진 종자를 만들어 불이 나 씨껍질이 파괴되면 싹이 난단다. 또 어떤 나무는 불에 타 죽어도 씨나 열매가 내화성이 있어 불과 몇 년 후 열매를 맺기도 한다니 동물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식물들까지도 이미 환경에 적응해 왔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일부러 산불을 내기도 한다. 바로 화전 농법 때문인데 연간 약 1000∼2000만 헥타르의 삼림이 소멸되고 있다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인류는 지금 온실세계로 들어서고 있다. 재생 불능한 화석 연료는 거의 바닥을 드러내었고, 그것의 대량 연소가 이번에는 무리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까지 대기의 온도를 상승시킨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인간이 엔트로피적 관념을 도외시한 데서 비롯한 인과응보라 했다. 엔트로피란 더 이상 일에 전환될 수 없는 에너지량을 재는 척도이다. 곧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유용한 에너지의 감소를 의미한다. 쓸모없는 에너지의 일부가 환경에 축적되어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자연은 인류의 어머니이다. 우리는 절대 자연을 지배할 수 없다. 그러나 감히 우리는 자연을 지배하려 한다. 자연처럼 겸허하게 받아 주는 마음도 없으면서, 또 무엇이든 나눠주는 인정도 없으면서 인간들이 이 거대한 어머니같은 자연 앞에서 굽힐 줄 모른 채 설치고 있다. 지난 해 수학여행 때 보았던 강원도 고성군 산불의 잔해들, 우리 안에 갇혀서 울부짖던 발바닥 잃은 반달가슴곰, 그리고 솔잎 혹파리로 누렇게 떠서 죽어간 뒷산의 소나무들. 이 모두 인간이 한 짓이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그 주범이라 하기엔 충분하다. 자연의 순리로 짜여진 생태계의 피라미드를 우리가 무너뜨리려 한다.
우리 인간은 지금부터라도 자연과 조화를 이룬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 저자가 강조한 것처럼 우리 나라가 세계 속에서 어떤 위치, 어떤 형태, 어떤 능력을 가진 국가로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생존 전 략을 세우려면 적어도 생물의 생존 전략을 배워야 할 것이고 또 이것이 국토관리의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아직 희망은 있다. 우리가 이러한 것들을 하나씩 깨달아 가고 있기에, 우리의 모습을 한 번씩 돌아보고 있기에 아직 희망은 있다. 그러나 희망이 곧 현실이 되기 위해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 중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우리들의 깨어있는 환경의식일 것이다. 나 자신부터 여유를 가지고 돌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희망을 향해 힘찬 출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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