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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신 |  | |
|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들은 어느 정도로 자기 자신을 자각하며 살아가는가? 개인주의,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는 결코 깊게 다뤄질 필요가 없을 법한 질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일수록 자신의 자아를 망각한 체 타인의 무의미한 바램과 거짓된 책임에 의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기 십상이다. 서울의 거리를 걷다 보면 만나는 무표정하고 감정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그렇지 않을까. 소설 ´변신´ 의 저자 프란츠 카프카 자신이 바로 이른바 엘리트의 일생을 산 사람이었다. 법률학을 공부한 그는 노동자 재해 보험국에서 사회의 일부를 이루었다. 그가 그의 일생에 대해 얼마나 가치를 부여했을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일상 또한 그의 작품 ´변신´에서 그가 나타내려 한 극단적으로 뒤틀린 자아의 모습에 한 몫을 했을 것이라 본다. ´변신´ 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현대 사회의 다수의 사람들처럼 성실하게 자신의 일생을 영유해 나가는 소시민적인 인간형이다. 그는 가족을 위해, 그리고 아버지가 진 빚의 탕감을 위해 몸바쳐 일한다. 그리고 그는 부모, 그리고 여동생을 위해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하룻밤의 ´실수´ 가 그를 도저히 모습을 짐작할 수 없는 벌레로 바꿔 놓고 만다. 그 날, 그는 외판원으로서의 자신의 직업에 대해 회의한다. 그리고 언젠가는(부모의 부채가 탕감되는 날) 그는 그 직업을 뿌리치고 나오리라고 결심한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자의식은 뚜렷한 목표를 지니지 않았고, 자기 자신조차 이것을 부정하려 하였기에 왜곡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가 변한 벌레는 바로 그레고르의 왜곡된 자아인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프란츠 카프카는 벌레의 소멸(死) 과정을 담담한 어조로 그려내고 있다. 그레고르의 벌레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왜 그런 흉측한 모습이어야 했을까?
그의 생활이 비틀리기 시작한 첫 번째 원인은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 즉 그의 직업에서 찾
을 수 있다. 프란츠 카프카는 직업이라는 것을 한 개인의 사회에로의 속박으로 가정한다. 사
회에 의해서 개인의 개성은 파괴되고 오직 도구로서의 가치밖에 띄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극단적인 관점에서 보지 않아도 그레고르의 직업은 그에게 전혀 즐거움이라는 것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외판원이란 일은 오직 지겹고 힘든, 남보다 배는 노력해야 하는
그러한 일이다. 언젠가 그는 이 굴레를 벗어나리라고 생각한다. 사장에게 사표를 던지고 욕
하며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5~6년 후의 어느 날´로 잡혀 있으며, 그 뒤 무엇
을 할 것인지, 어떻게 자기 자신이 만족할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배제되어 있다.
비슷한 예로서 단편소설인 ´무진 기행´ 이 있다. 여기서의 주인공도 답답하고 강요된 일상에
서 벗어나지 못한 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고 있다. 그는 그의 정신적 고향인 ´무진´에 가
서 그의 자아를 형상화 시켜 보려 한다. 그러나 결국 그는 사회로부터 일상으로 돌아와 다
시 일상을 전전하라는 통지인 아내의 전보를 받게 된다. 그것을 극복해 내지 못한 체 그는
일상으로 회귀하며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꼭 같지는 앉지만 비슷하게 ´변신´에서 그레고
르의 뒤틀린 자아는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희한한 모습의 벌레로서 형상화된다. 그리고
그 벌레는 모든 사람이 피하려 하고, 두려워하는 경계의 대상이 된다. 일차적으로 주인공은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들에 부합하지 못하였기에 벌레로서 인식되는 것이다.
사회적 존재인 지배인이 그를 벌레로 인식하는 것은 당연하다 치자. 그러나 일명 ´사랑으로
맺어진 공동체´ 인 가족들조차 그를 벌레로 인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레고르는 항상 자신
이 가족을 위하여 헌신한다는 자세를 가지고 일을 했다. 그렇기에 그는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었고 가족도 그를 아끼고 사랑해 주었다. 그러나 그 관계의 이면 속에는 결국 금전적인
관계라는 것이 내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금전적인 관계는 필수적이지도 않으면서 책임이
라는 거짓 아래 숨겨졌다. 그가 벌레로 변한 체 방에 감금되어 지내자 굶어 죽어야 되는 것
이 정상이던 가족들은 나름대로 잘 살아 나간다. 직업이 없는 무능력자였던 아버지는 오히
려 잃었던 절도와 패기마저 되찾는다. 그리고 금전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그레고르는
아버지와의 어이없는 마찰 속에 던져진 사과만 몸에 박힌 체 살게 된다. 그 사과는 그에게
있어 무의미하다는 낙인인 것이다. 이러한 금전에 얽힌 이해 타산적인 모습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이 바로 그의 여동생이다. 그가 벌레로 변한 직후, 그녀는 가족 중 그나마 애정을 가
지고 그를 보살펴 준다. 그러나 점점 그녀도 가족 경제의 일원이 되면서, 가정에 피해만 주
는 그레고르를 비판하게 된다. 결국 그가 은연중에 가장 의미를 부여하던 가정 마저 그를
배신하자, 그는 조용히 죽어 가는 길을 택한다.
그러나 아직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 왜 그의 자아는 이러한 해괴한 모습이었을까?
프란츠 카프카는 반사회적인 것이라 해서 무조건 흉악하고 제거해야 할 존재라 인식했을까?
아닐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 벌레의 모습이란 그렇게 흉악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프란
츠 카프카는 그의 글 전체를 통해 벌레의 구체적인 모습을 묘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스토
리 내 모든 사람이 그렇게 인식했다. 그리고 그레고르 자기 자신까지 자기의 몸을 증오하고
옛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발버둥친다. 항상 자기의 직업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으면서도, 자
신의 갇혀진 자아를 오히려 도외시하고 가둬 버리려 하려다 보니 밖으로 삐져나온 그의 자
의식은 희한한 모습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모습은 자신마저 이해하지 못하
는 모습이 되어 버린다. 그가 벌레로 변한 후에도 끝까지 그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끝까지 타인만을 생각하다가 의미없게 삶을 마감하고, 그의 죽음에 가족들은 역설적
으로 행복감 마저 느낀다.
프란츠 카프카의 이 소설은 책임감이나 희생정신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가 보여주려는 것은 인간을 어떠한 방법으로든 행복해지게 하기 위해 생성되어진 사회가
오히려 한 인간을 도구로 만들어 버리는 모습일 것이다. 또한 사랑하고 아껴야 할 자신의
본 모습을 흉측하게 일그러트린 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대 사회는 그야말로 본말 전도의 사회이다. 중요한 인간의 삶은 도외시된 체 오
히려 부가적인 것, 즉 학벌, 경제능력 등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식된다. 사회계약설이 제
창되고 시민혁명이 불붙던 당시 최고의 가치였던 인간 존엄은 찾아볼 수 없게 된 지 오래이
다. 프란츠 카프카도 유태인으로서, 유럽 사회의 비주류로서 사회의 벌레와 같은 인식블 받
았기에 이러한 글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마지막으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바
로 자기 자신을 인지하고 자아와 대화하려는 태도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자아를 아
름다운 딱정벌레의 모습으로 바꿀 수도 있다. 자기의 미래의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대해 꿈
꾸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현대 사회의 자기소외에서 벗어나는 정도(正道)일 것이다. 아무
리 환경이 힘들더라도 비전(vision)이 있는 자는 그것을 뚫고서 멀리 보이는 희망을 바라볼
수 있다. 점점더 혼탁해져 가고, 의무와 책임만이 부과되는 현실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깨
달음을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이
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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