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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미동시인 |  | |
|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너무도 순진하고 때묻지 않아 가슴 아프게 바라보아야 할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세상은 날이 갈수록 각박해져 간다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백지장처럼 하얗게 들여다 보이는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을 볼 때면 나 역시 함께 동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원미동 시인을 읽으면 바로 그런 느낌 속에 빠져들게 된다. 티없이 착하고 순진한 주인공 몽달씨는 바라만 봐도 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될 만큼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존재이다. 계속하여 이유없이 폭행당하면서도 자신을 한 번 돌보아 주지 않는 김반장을 믿고 따른다. 어찌보면 답답하고 미련한 행동이지만 그것은 그만큼 몽달씨가 선량하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는 것이다.
이 소설은 전체적인 은유의 수법을 쓰고 있다. 착하기 그지없는 몽달씨가 당하는 폭행에 무관심한 김반장의 태도, 이것은 바로 지금의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무서운 속성, 즉 보이지 않는 힘으로부터 개인에게 가해지는 비합법적 폭력과 이 폭력에 대해 전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만드는 모순투성이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이며, 아파트 문화에 젖어 있는 우리네 이웃간의 단절 현상에서 그 단면을 볼 수 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몽달씨의 이야기는 읽는내내 무척이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단편적인 모습이라면 우리는 좀 더 깊게 지금 사는 사회를 되돌아보며 소설을 읽는 듯 눈물지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면 갈수록 몽달씨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 줄어가는 것 또한 다시 한 번 반성해 보아야 할 일이다. 이 세상에 몽달씨 같은 사람이 소외받고 피해 당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왜 몽달씨의 시가 그토록 슬퍼야만 하는 것일까?
마른 가지로 자기 몸과 마음에 바람을 들이는 저 은사시나무는, 박해받는 순교자 같다...박해받는 순교자 같다...그러나 다시 보면 저 은사시나무는 박해받고 싶어하는 순교자 같다...이 대목에서는 정말 눈물이 흘렀다. 내가 마치 몽달씨가 된 마냥...그리고 몽달씨의 시가 더 이상 슬퍼지지 않기를 마음 속으로 간절히 바랬다. 그래야 우리 사는 사회도 좀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거라 기대하면서......
by 정선독후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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