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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대지기 |  | |
| 등대지기. 우리는 이 사람들이 하는 일이 고작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그냥 바다에서 때가 되면 불을 켜는 사람. 이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 때가 되면 불을 켜는 것이 뭍에서 할 수 있는 일인가. 때가 되면 불을 켜기 위해 등대지기들은 외로이 섬을 지켜야 한다. 사람들을 멀리하고 말이다. 유재우. 이 사람도 우리가 말하는 등대지기 중 한 사람이다. 어머니는 늘 공부 잘 하는 형이 제일이였고, 재우는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가난에, 아버지도 없는 가정.. 이런 어려운 가정이였기 때문에, 재우는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등대지기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등대에 불을 켜는 등대지기가 되기 위해서 8년이라는 긴 세월을 가족과 담을 쌓고 지냈다. 재우는 나름대로 8년이라는 긴 시간을 구명도의 등대와 지내면서 조용하고 한적한 구명도의 등대지기로서 익숙해졌다. 그렇게 등대지기로서 바다를 비추던 재우에게 아주 오랜만에 형의 연락이 왔다. 어머니, 강인하고 눈물 한 방울 없는 어머니로 재우를 정말 냉정하게 대하던 그 어머니와 같이 살라는 것이였다. 형은 뉴욕에서 일년간만 일을 하면 회사에서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하였다. 어머니같지 않던 어머니와 사는 일년은 재우에겐 가족없이 등대지기로 사는 십년보다 어마어마하게 더 긴 시간 같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예전의 어머니가 아니였다. 그 강인하고 눈물 한 방울 없던 어머니는 일곱 살짜리 계집애 같았다. 치매. 이것이 어머니를 일곱 살짜리 계집애로 돌려놓은 것이였다. 폭풍이 치던 어느 날, 재우는 등명기를 점검하기 위해 100층이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 있는 등탑 꼭대기의 등실에 올라갔다. 그런데, 자신을 혼자 놔두고 나간 아들이 걱정됬는지, 어머니는 온전하지 않은 정신에, 힘든 몸으로 등실계단을 올라왔다. 그 때 재우는 말 그대로 벼락을 맞아있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축축한 속옷으로 비를 모아 그 아픈 재우의 마른 목을 달래 주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머금고 다시는 눈을 뜨지 않았다. 우리가 감히 건방지게 마지막까지 당연히 자식을 먼저 챙기는 어머니의 노릇을 하고 갔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어머니. 치매에 걸린 어머니였다. 이 책엔 그림이 겉표지 말고는 그림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엔 자꾸 재우를 보며 ˝아프지마. 내가 살려줄게˝를 말하던 야윈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머니가 온전한 정신일 때도 재우에게 이런 말을 해줬더라면, 재우는 등대지기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음이 아프지도 않았을테고.. 하지만 비바람과 폭풍우, 뙤약볕과 혹한 속을 함께 달려온 8년의 등대지기 생활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닐 것이다. 등대지기를 하면서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었고, 안 보이는 곳 구명도를 지키며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미소를 머금고 떠날 수 있도록 하였다.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자고 한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우리가 흔히 흥얼거리는 노래. ´등대지기´. 하지만 이 노래는 우리에겐 거의 단순히, 정말 단순히 한 번 흥얼거리는 노래에 불과 할 것이다. 이 노래의 뜻을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그냥 한 번 불러보는 노래... 하지만 외딴섬 등대지기로 살다 등탑에서 삶의 마침표를 찍는 다는 것이 반드시 슬픈 일만은 아니리라. 아니, 등대지기는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후회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감히 ´등대지기´를 보고 ´고작 저런 사람´이라고 내뱉을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등대지기는 우리처럼 돈에 얽매여 머리를 조아리지는 않을테니까. 우리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멋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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