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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담과 이브가 싫어요! |  | |
| 내가 웬만하면 태초의 조상님들이고,
이름들도 예쁘고 해서 그냥 넘어갈라고 했는데, 조상들이라고 해준 게 뭐 있어?
골치만 썩힐 일만 만들어 놓고 먼저 간 거 아냐, 그 인간들이!
아니, 그렇게도 배가 고파? 배가 고프면 딴 걸 먹지. 뭐, 딸기나 포도 그딴 거
없었나? 없었다고 해도 그렇지. 그렇게 먹지 말라고 한 사과는 왜 먹어, 먹기를.
그것들이 사과만 안 처먹었어도 세상이 이렇게까지 안 복잡해졌다며? 원수 같은
것들! 그때 그 유혹만 뿌리쳤으면 말이야. 얼마나 좋으냐고! 다 벗고 다녔을 거
아니야. 뭐 딴 뜻이 있는 건 아니고. 킥……. 좋잖아. 다 벗고 다니면 시원하고,
옷값 걱정할 일도 없고. 요즘 옷값이 뭐 장난이야. 디자이너랍시고 목에 힘주고
다니는 남자 새끼들도 안 보고 살아도 됐고, 여자 친구 생일날 옷 한 벌 사주고
몇 달간 거지 생활하는 남자들도 없어졌을 테고. 웬수들! 그리고 또 그것들이 사
과를 먹은 다음에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벌주신 거라며? 남자는 마누라와 새끼들
먹여 살리는 고통, 여자는 출산이 고통. 정말 생각할수록 돌아버리겠네.
아니 그럼, 고생 안하고 살 수도 있었다는 거잖아. 미쳐, 내가.
아니 딸기나 포도, 바나나.
뭐! 이딴 과일 있었는데. 하여간 배가 불렀어요.그것들이 그 순간만 참았어도 능
력 없다고 차이는 남자는 없었을 거 아니냐고! 그냥 저절로 나는 거 따먹고 잡아
먹고 또 모두 안 입고 살고. 아니 다 벗고 사는 게 좋다는 게 아니라 옷값 걱정,
꼴도 보기 싫은 귀 뚫은 남자 디자이너들, 그것 때문에 그런다니까. 그 인간들이
이름만 예뻐요.
하여간 나는 아담과 이브가 너무너무 싫어. 나같이 놀고 먹는거 좋아하는 놈은
어떻게 살라고 세상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놨냐 이거야. 그럼 나같이 능력 없
는 놈은 사랑도 하지 말고 살라는 거야 뭐야!
물론 나만 잘했다는 건 아니지. 나도 양심있는 놈이야. 내가 죽일 놈이지! 하고
살았었어. 근데 생각해 보니까 신경질이 나더라 이거야. 그것들이 사과만 안 처먹
었어도 이렇게 살지는 않았다면서. 아니, 그 얘기 듣고도 열 안 받을 놈 있어? 그
런데 어느날 눈 떠보니까 누굴 되게 좋아하고 있더라 이거야. 그냥 아침에 눈 떴
을 때 옆에서 나와 함께 자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오로지 나와 함께 아
침을 맞이해 준다는 이유로만 목숨 걸고 지키고 싶고 사랑해 부고 싶은 그런 사
람 말이야. 근데 내 생각대로 안되더라 이거지. 뭐 내 맘 같지 않았나봐. 내가 언
제 그딴 거 해봤어야 알지. 능력이라고는 거꾸로 매달고 하루 종일 털어봐도 안
떨어지는 놈인데, 해주고 싶은 건 왜 그리 많은지. 하나 해줄 수 있는 건 없고,
다른 놈들은 이렇게 저렇게 잘들 살아간다던데. 그냥 서글퍼지더라고.
이러고 살아야 하나 싶고.
나도 처음부터 아담과 이브가 미웠던 건 아니야. 부러웠지. 생각해 봐! 그런 천
국에서 단 둘이 살았는데 그것도 다 벗고. 알았어! 알았어! 다 벗는 건 안해도
돼. 얼마나 좋아. 누가 귀찮게 굴기를 하나, 공부 때문에 짜증이 나나, 딱 둘이서
서로 책임질 걱정을 하나, 지지고 볶고 싸우더라도 먼저 심심해진 사람이 사과했
을 거 아니야. 매일매일 보고, 눈치 안보고, 뽀뽀도 하고, 그야말로 오손도손 사는
거지. 그러니 내가 그 애 둘이 안 부러웠겠어? 내 유일한 꿈이 그건데. 그렇게 지
들끼리 재미있게 살다 배가 부르니까 처먹은 거 아냐! 다음 사람 생각은 조금도
안하고 말이야. 양심에 털난 것들.
근데 얼마나 행복했을까? 생각만 해도 입이 귀어 걸린다니까. 서로 무지하게 아
껴주고 사랑해 줬을 거야! 질투할 것도 없고. 또 서로 사랑해 주지 않으면 누구한
테 사랑받을 거야. 그러니까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더라도 사랑을 하고
살았겠지. 얼마나 정이 붙었을까? 미운정 고운정, 그러니까 아담이 이부가
꼬신다고 사과를 처먹었지. 나 같았어도 그대가 먹자고 꼬셨으면…….
힘 없지, 뭐. 사랑하는 여자가 꼬시는데 안 넘어가면 그게 나쁜 놈이지.
그렇게 생각해 보면 아담도 꽤 괜찮은 놈이기는 한데…….
아니지. 지금 내가 누구 편을 드는 거야. 그 인간들 때문에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데, 지는 뭐 능력이 좋아서, 무지하게 잘 나가서
이브가 사랑해 줬나?사랑할 사람이 지밖에 없으니까 그랬지.
그래 어쩔 수 없어서 사랑한 거야. 그럴수록 지가 남자고 하면
좀 철들고 겸손하게 말렸어야 했던 거 아니야. 생각만 해도 신경질이 나네,
진짜!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고…….
그러니까 나는 아담과 이브가 무지무지하게 싫다 이거야.
내가 이렇게 청승 떨며 살아가는 이유가 순전히 그것들 때문이지 뭐.
왜, 내가 틀렸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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