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  | |
| ‘마당을 나온 암탉’그리고 나
스물 두 살 때 아들을 낳았다. 친구들이 햇볕 따뜻한 날에 미팅을 나가 히히덕 거릴 때 나는 어린 아들과, 가계부와 씨름해야 했다. 친구들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막 앞서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내 마음 한켠을 늘 어둡고 조바심 나게 했다. 그래서 잎싹처럼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이름’을 갖고 싶어했고 ‘마당’을 동경했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그‘이름’과 ‘마당’이란 힘 안들이고도 나를 한번에 과시할 수 있는 부와 명예였다. 내게 주어진 현실에서 쉽게 이루기 힘든 허황한 것이었으니 나는 더욱 불행했다. 그 뒤로도 계속 발버둥을 치고 안달을 해도 도무지 되는 일이 하나도 없고, 밤도 낮도 캄캄하기만 하던 시절을 겪었다. 아직도 그 끝자락에서 버둥거리며 살고 있지만 그래도 안 그런 척 살 수 있게 된 힘은 어린이 책을 읽으면서였다.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을 만났고 더불어 아이들 마음에 다가가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동화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세계를 만났고 처음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자꾸만 아이들의 독후 활동으로만 초점이 모여졌다.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만큼 독서량도 많지 않았고, 수준도 높지 않았다. 게다가 책을 읽고 나서 무언가를 자꾸만 요구하게 되는 것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던 나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면서 ‘우리 아이가 이 책을 과연 이해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것을 볼 때마다 나는 무척 못마땅해 했다. 그건 아이들의 몫이지 내 몫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권하는 것까지가 내 역할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과연 나는 왜 동화책을 읽고 있는가?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 반대를 하면서 나만의 계산을 우리 아이에게 들이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척 고민스러워 할 때 ‘마당을 나온 암탉’을 만났다.
자신은 기계적으로 무정란을 낳다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도 모르고 자신에게 이름을 붙일 줄 알았던 잎싹은 한마디로 주제넘은 닭이다. ‘마당’을 그토록 동경하였지만 그것도 ‘마당’이라는 세계를 확실히 알고 자신이 속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동경을 한 것도 아니다.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도저히 불가능한 꿈을 가진 볼품 없는 닭의 모습에서 잠시 내 모습을 보았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가갔건만 ‘마당’은 잎싹을 받아주지 않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들판을 헤매면서도 알을 품고 싶은 소망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은 미련스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나그네 같이 어진 친구가 부러웠고, 나그네를 잃으면서 아기를 얻었을 때 한편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무엇을 버려야만 진정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 숙연했다.
또 잎싹은 자신이 낳진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얻은 자신의 아기가 오리 새끼인지도 모를 정도로 어리숙하다.
그러나 자연 앞에서 고생스럽게 거듭나서 그토록 동경하던 ‘마당’을 진정 나올 수 있었던 모습에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했다. 그리고 목숨과 같았던 초록머리를 떠나 보내고 자신의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인 마지막 장면은 두고두고 나와 내 부모, 나와 내 아이들과의 마지막 이별을 생각하게 했다.
어릴 적 늘 가난했다. 부모님은 늘 다투셨고 나는 이유도 모르고 야단을 맞으면서 컸다. 그래서 신데렐라가 되는 꿈을 자주 꾸었다. 가난 그 자체보다도 배려 없는 부모님에게 마음의 상처를 얻었고 그것이 나를 메마르게 했다.
내 나이 스물 여섯 살 때 어머니는 위암으로 비참하게 돌아가셨다. 하나 뿐인 딸에게 모질게도 하셨다. 어머니 가시고 정신을 놓아 버린 아버지도 2년 만에 딸의 가슴을 무너뜨리고 가셨다. 아버지를 산에 묻고 돌아오면서 철저하게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마음 다스리는데 참 많은 눈물과 시간이 필요했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사랑이라는 간섭하며 좋은 것만을 물려주려 하지만 뜻밖에도 자식은 부모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부모가 주는 것에서 배우기 보단 부모의 삶 자체에서 더 큰 것을 배우고 따라간다. 나는 내 부모님을 떠나보내면서 내가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돌아 봤고 착하게 살다가 아름답게 삶을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더욱 잎싹의 마지막 모습은 나에게 예사롭지 않았다.
한때 나도 내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주려고 했다. 남들이 좋다는 것은 다 섭렵해서 완벽한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속에 빠졌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꼭 이기주의로 흘러 남을 불편하게 한다. 다행히도 그걸 깨닫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결국 내 현실에서 동떨어진 허황한 이상을 세우고 잎싹처럼 목숨 걸고 치열하게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좋은 것만 얻으려 했던 허영심과 욕심을 버려야 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참 많은 반성을 했고, 감동을 했다. 이젠 나도 내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책을 권하지 않는다. 같이 읽고 즐기고 감동하고 생각하면서 함께 철이 들고 있다고 할까?
진정 진실한 나로 돌아가서 마당을 나오고도(버리고도) 자유로운 내가 되고 싶다.
(2001년 1월 31일자료에서 퍼옴)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