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 합의금을 먼저 받고 서명한 사례
합의서 마스터·8분·
돈을 먼저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무효나 취소 사유로 정한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받고 난 뒤에는 되돌리기가 실제로 어려워집니다. 권리가 이미 정리되어 있고, 잘못 알았다는 이유가 막혀 있으며, 되돌리더라도 받은 것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732조가 정한 화해의 창설적 효력 · 제733조 본문이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를 막고 있음 · 제141조 본문은 취소된 법률행위를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봄
돈이 먼저 건너가는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순서가 뒤바뀌는 데에는 대개 양쪽 모두의 사정이 걸려 있습니다.
합의서를 먼저 쓰고 그다음에 돈이 오가는 것이 순서로는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급한 쪽이 먼저 받고, 문서는 며칠 뒤에 만들자고 미루는 형태입니다.
받는 쪽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치료비가 당장 나가야 하거나 밀린 대금을 더 기다릴 수 없는 형편이면, 종이보다 입금이 먼저입니다. 문서는 나중에 천천히 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주는 쪽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성의를 먼저 보이면 이야기가 부드러워지고, 상대가 마음을 바꾸기 전에 자리를 마무리하기도 좋습니다. 이미 보냈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협상의 무게가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며칠 뒤에 오는 문서에는 대개 그날 나눈 이야기보다 넓은 문장이 들어 있고, 이미 받은 사람은 그 문장을 두고 길게 따지기가 어려워집니다. 받은 것을 다시 내놓겠다는 각오가 서지 않는 한 그렇습니다.
받고 난 뒤에 잠기는 문은 세 개입니다
하나씩 보면 넘을 만해 보이는데, 겹쳐 있어서 넘기 어렵습니다.
첫째 문은 권리 쪽입니다. 서로 물러서서 다툼을 끝내기로 한 합의가 성립하면 물러선 쪽의 권리는 그 범위에서 없어집니다. 서명하는 순간 이미 넘어간 것이므로, 돈을 언제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이 문은 닫혀 있습니다.
둘째 문은 되돌리는 사유 쪽입니다. 일반 계약이라면 잘못 알고 한 의사표시를 이유로 취소를 말해 볼 수 있는데, 화해에는 그 길을 막아 둔 특칙이 따로 있습니다. 어떤 사유가 남아 있는지는 취소를 다룬 편에 갈래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셋째 문은 되돌린 다음입니다. 취소가 인정되면 그 합의는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다루어지는데, 없던 것이 되면 받은 돈도 근거를 잃습니다. 되돌리자는 말은 받은 것을 내놓겠다는 말과 한 묶음입니다.
아래 표는 세 문을 한 줄씩 놓은 것입니다. 오른쪽 칸이 돈을 이미 받았을 때 그 문이 실제로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적어 둔 자리입니다.
| 잠기는 자리 | 무엇 때문에 잠기는가 | 이미 받았을 때 |
|---|---|---|
| 다툴 권리 | 물러선 범위에서 권리가 사라진다 | 받은 시점과 상관없이 닫혀 있다 |
| 되돌릴 사유 | 화해에는 착오 취소를 막는 특칙이 있다 | 잘못 알았다는 말로는 열리지 않는다 |
| 되돌린 뒤 |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다루어진다 | 받은 돈의 근거도 함께 사라진다 |
| 세 자리가 겹친 상태 | 각각 다른 조문에서 나온 효과다 | 하나만 넘어서는 결론이 바뀌지 않는다 |
세 문이 각각 다른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하나를 두고 다투어 이겨도 나머지 둘이 그대로 남아 있어, 되돌림이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편의 결론은 받은 뒤의 대응이 아니라 받기 전의 확인으로 갑니다. 마지막 절이 그 자리입니다.
먼저 받았다는 사실이 무기가 되지도, 흠이 되지도 않습니다
순서 자체를 문제 삼는 조항은 어느 쪽에도 없습니다.
돈을 먼저 받은 사람이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서명하기도 전에 돈부터 건넨 것은 절차가 잘못된 것이니 그 합의는 흠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조항은 없습니다.
반대쪽에서 기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받아 놓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것이니 그 자체로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인데,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상대의 주장이 자동으로 막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이 상황에서 다투어지는 것은 순서가 아닙니다. 여전히 같은 물음입니다. 그 합의가 무엇에 관한 것이었고, 어디까지를 정리한 것이며, 되돌릴 만한 사정이 있는가입니다.
다만 사실의 무게는 달라집니다. 받은 사람이 되돌리자고 나서려면 받은 것을 내놓는 일부터 정리해야 하고, 그 부담이 실제 결정을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이 막는 것이 아니라 형편이 막는 것입니다.
받았다는 사실이 어떤 효과로 이어지는지는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되돌리려는 쪽이 그 사실을 함께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은 분명합니다.
돌려주는 것과 합의가 없어지는 것은 순서가 반대입니다. 되돌릴 사유가 인정되어야 반환의 문제로 넘어가는 것이지, 먼저 돌려준다고 합의가 풀리지는 않습니다.
그 상태라면 아직 문면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에 오는 종이에 무엇이 적혀 오는지가 남은 문제이므로, 지금이 마지막 절의 목록을 볼 시점입니다.
여기까지가 받은 뒤의 이야기입니다. 넓지 않고, 넓지 않다는 것을 정확히 아는 편이 다음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이제 남은 것은 아직 받지 않은 사람을 위한 부분입니다. 확인할 것은 많지 않고 순서도 짧습니다.
형사 사건이 얽혀 있으면 한 겹이 더 있습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는 일은 민사 합의와 성질이 다릅니다.
다투던 일이 형사 절차와 함께 걸려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오가는 문서에는 돈에 관한 약속과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함께 담기는 일이 흔합니다. 두 가지는 같은 종이에 있어도 성질이 다릅니다.
먼저 갈라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말은 모든 사건에 통하는 말이 아닙니다.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죄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못하는 죄에서만 그렇게 작동하고, 그 밖의 죄에서는 처벌 자체가 막히지 않고 형을 정할 때 참작되는 데 그칩니다.
여기서 이 편과 이어지는 대목은 되돌림입니다. 민사 쪽은 권리가 사라지는 문제였는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은 한 번 밝히고 나면 거두어들이지 못합니다. 돈을 먼저 받고 그 뜻까지 함께 밝혀 두었다면 되돌릴 자리가 한 겹 더 줄어듭니다.
형사 절차에 관한 자세한 갈래와 시한은 이 글이 다루는 범위 밖입니다. 여기서는 같은 종이에 두 가지가 함께 담긴다는 사실과, 뒤쪽이 앞쪽보다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까지만 짚어 둡니다.
그래서 형사 절차가 함께 걸린 자리에서는 순서를 더 지키는 편이 낫습니다. 무엇을 밝히는 문서인지 확인하기 전에 입금이 먼저 이루어지면 확인할 기회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이 갈래를 정면으로 다루는 편이 따로 있습니다. 처벌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는 그 편에서 보십시오.
받기 전에 확인하는 순서
다섯 단계이고, 대부분 문서를 먼저 보자는 한마디로 시작됩니다.
아래 순서는 협상을 새로 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입금과 서명 사이에 확인할 자리를 한 칸 만들어 두자는 것뿐입니다. 그 한 칸이 있으면 앞 절의 세 문이 잠기기 전에 문면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가 중요합니다. 그날 나눈 이야기와 문서에 적힌 범위가 어긋나 있는 경우가 실제로 많고, 어긋남은 대개 넓은 쪽으로 생깁니다.
다섯 단계를 다 밟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첫 단계만이라도 지키십시오. 문서를 먼저 보겠다는 한마디로 나머지 네 단계를 나중에 밟을 여지가 생깁니다.
- 문서를 먼저 보겠다고 말한다입금이 급하더라도 어떤 문장에 서명하게 되는지는 미리 볼 수 있습니다. 보내 달라는 요청 자체가 무리한 요구가 아닙니다.
- 그날 나눈 이야기와 문면을 맞춰 본다말로는 수리비만 이야기했는데 문서에는 그 사건 전부가 적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긋난 자리를 표시해 둡니다.
- 정리하지 않은 항목이 있는지 확인한다아직 확인되지 않은 손해가 있다면 그 부분을 이번 합의에서 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면에 남깁니다.
- 돈과 서명의 순서를 문서 안에서 정한다언제 얼마를 어떤 방법으로 주는지가 적혀 있으면 굳이 먼저 받지 않아도 됩니다. 이 갈래는 지급 방법과 기한을 다룬 편에 있습니다.
- 서명란 앞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읽는다받은 뒤에 읽는 것과 받기 전에 읽는 것은 같은 문장이라도 무게가 다릅니다. 이 단계에서 걸리는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말하는 편이 낫습니다.
다섯 단계 가운데 세 번째가 가장 자주 빠집니다.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 항목을 굳이 꺼내면 분위기가 나빠질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중에 문제가 되는 자리는 거의 그 세 번째 칸입니다. 이번에 정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가 종이에 남아 있는지 아닌지가, 몇 달 뒤에 이야기의 시작점을 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합의금을 먼저 받고 서명하면 그 합의가 무효인가요?
무효가 되지 않습니다. 돈이 먼저 건너갔다는 사실 자체를 무효나 취소 사유로 정한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되돌리려 할 때 넘어야 할 자리가 늘어납니다.
받은 돈을 돌려주면 합의를 취소할 수 있나요?
순서가 반대입니다. 되돌릴 사유가 인정된 다음에 받은 것을 어떻게 정리할지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먼저 돌려준다고 해서 합의가 풀리지는 않습니다.
돈만 받고 서명은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무엇을 봐야 하나요?
아직 문면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며칠 뒤에 오는 문서에 그날 이야기보다 넓은 문장이 들어 있는지, 정리하지 않은 항목이 밖에 남아 있다고 적혀 있는지를 보십시오.
금액이 적다고 느껴져도 일단 받아 두는 편이 나은가요?
받는 것과 서명하는 것을 같은 날 함께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두 가지가 붙어 있으면 문면을 확인할 시간이 사라지고, 확인하지 못한 채로 범위가 정해집니다.
형사 사건이 함께 걸려 있으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같은 종이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함께 담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뜻은 한 번 밝히면 거두어들이지 못하므로 민사 부분보다 되돌리기가 더 어렵습니다.
상대가 오늘 받지 않으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합니다.
그 말이 사실인지와 별개로, 문서를 먼저 보겠다는 요청은 합의를 깨자는 말이 아닙니다. 보내 달라고 하고 그 자리에서 읽는 것만으로도 확인할 시간은 생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