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쓴 합의서의 효력
합의서 마스터·8분·
손으로 적은 합의서도 그대로 유효합니다. 필기구도 글씨체도 이 계약의 요건이 아닙니다. 실제로 흔들리는 자리는 효력이 아니라 문면입니다. 누가 적었고 어느 다툼을 끝내기로 했는지가 종이에서 읽히지 않으면 그때부터 이야기가 길어집니다.
화해는 약정만으로 성립하는 불요식 계약이어서 서면조차 요구되지 않고, 그러므로 필기구나 글씨체를 가른 문언도 민법에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 서명과 날인은 성립 요건이 아니라 증명 수단입니다
이 일은 서로 없던 것으로 한다.
2027년 3월 12일 주차 문제로 생긴 다툼을 이 문서로 끝내기로 한다.
갑은 을에게 이백만원을 준다.
갑은 을에게 이백만원(2,000,000원)을 2027년 4월 30일까지 지급하고, 을은 위 다툼에 관하여 더 청구하지 않기로 한다.
앞으로 문제 삼지 않겠음. 홍길동
위 다툼에 관하여 두 사람 모두 더 청구하지 않기로 한다. 2027년 3월 12일 홍길동 (서명) 김민수 (서명)
직접 적었다고 갈리는 자리가 없습니다
무엇으로 적었는지를 따지는 조항이 이 계약에는 없습니다.
화해는 두 사람이 약정하는 것으로 효력이 생깁니다. 서면으로 만들라는 요구조차 붙어 있지 않으니, 그 서면을 손으로 적었는지 찍어 냈는지가 요건의 자리에 올라올 방법이 없습니다.
말로만 주고받은 합의도 계약으로 서는 마당입니다. 그런데 종이에 적기까지 한 문서를 두고 도구를 문제 삼는다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손글씨라는 사정은 이 문서의 성립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실제로 이 문서는 손으로 적히는 일이 잦습니다. 서로 조금씩 접기로 한 이야기가 마주 앉은 자리에서 막 정리되었는데, 그 자리에 컴퓨터와 인쇄기가 함께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물음의 답은 짧게 끝납니다. 됩니다. 문제는 답이 짧아서 그 뒤가 통째로 비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효력이 아니라면 무엇을 확인하라는 것이냐는 물음이 곧바로 따라옵니다. 이 편이 실제로 답하는 것이 그 물음입니다.
확인할 자리는 효력 쪽이 아니라 나중에 이 종이를 꺼냈을 때 무엇이 읽히느냐 쪽에 몰려 있습니다.
다투어지는 것은 종이에서 읽히는 것뿐입니다
이 종이에 적힌 범위가 그대로 사라지는 범위가 됩니다.
화해가 되려면 세 가지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다툼이 있어야 하고, 두 사람이 서로 조금씩 접어야 하며, 그 다툼을 여기서 끝내기로 약정해야 합니다. 조문의 문언과 요건의 갈래는 화해계약을 정면으로 다룬 편에 실었습니다.
이 셋은 종이 밖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나중에 문서를 꺼내 놓았을 때 읽는 사람이 가진 것은 그 종이뿐이고, 그때 두 사람의 기억은 이미 서로 다른 모양으로 굳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 문서는 적어 둔 자리가 곧 닫히는 자리입니다. 접기로 한 것은 그 순간 사라지고 합의한 대로 새 자리가 서므로, 종이에 오르지 못한 다툼은 나중에 그대로 남아 다시 튀어나옵니다.
손으로 적은 종이에서 이 읽힘이 유독 약해지는 데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이미 아는 이야기를 굳이 적지 않습니다. 정작 그 문서가 필요해지는 시점은 두 사람의 앎이 갈린 뒤입니다.
그러니 손으로 적고 나서 볼 것은 다 적었느냐가 아닙니다. 이 종이만 처음 보는 사람이 무엇을 알아낼 수 있느냐입니다.
여기에 이 문서에만 붙는 물음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름이 몇 개 남았느냐입니다.
한쪽이 적은 종이와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종이
이름이 하나만 남은 종이에서는 서로 접었다는 사실이 보이지 않습니다.
급하게 적을 때는 대개 한 사람이 종이를 잡습니다. 말이 빠른 쪽이 받아 적고 다른 쪽은 옆에서 보고만 있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그 상태로 굳으면 문면이 한쪽으로 기웁니다. 적은 사람은 자기가 하기로 한 일을 짧게 쓰고 상대가 하기로 한 일을 길게 쓰는 일이 잦고, 반대로 상대의 요구만 받아 적고 자기가 얻은 것은 빠뜨리기도 합니다.
이 기울기가 다른 문서보다 무겁게 걸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서로 접었다는 것이 이 계약의 요건이라, 한쪽의 약속만 적힌 종이에서는 그 요건이 문면에서 읽히지 않습니다. 제목을 합의서라고 붙였다고 채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아래 표는 손으로 적을 때 실제로 나오는 상태들을 늘어놓은 것입니다. 어느 줄도 효력을 없애는 사유가 아니고, 나중에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를 미리 보여 주는 표입니다.
| 손으로 적을 때 나오는 상태 | 이 문서에서 걸리는 자리 | 그대로 두면 |
|---|---|---|
| 한 사람이 불러 주고 한 사람이 받아 적음 | 적은 쪽의 글씨만 남는다 | 누가 무엇을 접었는지 문면에서 갈리지 않습니다 |
| 이름 자리를 한 칸만 만들어 둠 | 한쪽의 약속으로 읽힌다 | 서로 접었다는 요건이 종이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
| 한 장만 적고 사진으로 나눠 가짐 | 원본이 한쪽에만 남는다 | 그 한 장을 가진 쪽에 물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
| 두 장을 각각 손으로 옮겨 적음 | 두 장의 문장이 조금씩 갈린다 | 어느 문면으로 끝난 것인지부터 맞춰야 합니다 |
| 두 사람이 각자 이름을 남김 | 주고받은 문서라는 것이 남는다 | 이 문서에서 가장 크게 작동하는 한 줄입니다 |
넷째 줄이 손으로 적는 자리에만 생기는 사고입니다. 같은 내용을 두 번 옮겨 적으면 낱말이 어디선가 갈리고, 그 차이는 두 장을 나란히 놓기 전까지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적기로 했다면 두 장을 어떻게 만들지부터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두 장을 어떻게 만들지부터 정합니다
같은 내용을 두 번 적는 것보다 한 번 적고 나누는 편이 안전합니다.
부수를 정한 조항은 없습니다. 각자 한 장씩 갖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고, 관행이라 해서 가볍게 볼 일도 아닙니다. 한쪽만 종이를 갖고 있으면 그 종이를 꺼내는 시점도 그쪽이 정하게 됩니다.
손으로 적을 때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붙습니다. 두 장을 만드는 방법이 두 갈래인데, 어느 쪽을 고르느냐에 따라 나중에 확인할 것이 달라집니다.
아래 순서는 종이를 앞에 두고 그대로 따라갈 수 있게 늘어놓은 것입니다. 다 해도 몇 분이면 끝나고, 건너뛴 줄은 대개 몇 달 뒤에 이름을 부릅니다.
- 한 장을 적고 그 장을 복사한다같은 문장을 두 번 옮겨 적으면 낱말이 갈릴 수 있습니다. 한 번만 적고 나누면 두 장이 갈릴 여지가 처음부터 없어집니다.
- 복사한 장에도 두 사람이 직접 이름을 남긴다복사된 이름은 원본에서 옮겨 온 자국일 뿐입니다. 두 장 모두에 직접 남겨 두면 각 장이 저마다 제 몫을 합니다.
- 고쳐 쓴 자리는 그 자리에서 함께 표시한다줄을 긋고 다시 적은 곳에 두 사람이 나란히 표시를 남겨 두십시오. 표시가 없으면 그 자리에서 함께 고친 것인지 나중에 한쪽이 손댄 것인지가 문면에서 갈리지 않습니다.
- 숫자는 한글과 아라비아 숫자를 나란히 적는다법이 정한 표기 방법이 아니라 관행입니다. 손으로 적은 숫자는 획 하나로 다르게 읽히는 일이 있어 두 가지로 적어 두면 그 자리가 줄어듭니다.
- 적은 날을 종이 안에 남긴다언제 끝내기로 한 다툼인지가 날짜로 붙습니다. 이 문서는 그 이전의 일을 닫는 문서라 기준이 되는 날이 문면에 있어야 합니다.
셋째 줄이 이 편에서 가장 자주 빠집니다. 마주 앉아 함께 고쳤으니 표시가 필요 없다고 느끼는데, 나중에 그 종이를 보는 사람에게는 고친 자리만 보이고 함께 고쳤다는 사실은 보이지 않습니다.
둘째 줄도 만만치 않습니다. 복사만 해서 나눠 가진 두 장은 이름이 인쇄된 그림처럼 남아, 각자 가진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자리가 하나 늘어납니다.
읽히지 않는 글씨를 두고 생기는 오해
글씨의 모양이 아니라 그 글씨가 두 가지 뜻으로 읽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가장 흔한 것이 숫자입니다. 급히 적은 획이 다른 숫자로도 읽히면 그 자리를 두고 서로 다른 말을 하게 되고, 종이가 있는데도 금액부터 다투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지급 방법과 기한을 적는 요령은 그 갈래를 따로 다룬 편이 맡고 있습니다.
자필이라 더 강하다는 말도 자주 돕니다. 근거가 없습니다. 서명이나 도장이 붙은 사문서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별도의 구조로 정해져 있고, 그 구조는 당사자 표시와 서명을 다룬 편에 요지로 실었습니다. 글씨체가 그 구조를 바꾸지 않습니다.
반대로 손으로 적은 것은 효력이 없다는 말도 있는데 이것도 근거가 없습니다. 두 말이 정반대인데 둘 다 어긋난 것은, 방식과 증명이라는 서로 다른 층을 한자리에 놓고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손댄 자리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다른 층으로 넘어갑니다. 두 사람의 이름이 다 들어간 뒤에 한쪽이 혼자 숫자를 고치면 그것은 고쳐 쓰기가 아니라 다른 문제가 되고, 그 갈래는 위조와 변조를 다룬 편에 있습니다.
필기구를 가른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지워지는 도구로 적으면 원래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를 두고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다시 적을지는 두 사람이 정하면 됩니다. 다시 만들기로 했다면 먼저 적은 종이를 버리지 말고 함께 두십시오. 언제 무엇이 정해졌는지가 두 장으로 설명됩니다.
됩니다. 누가 펜을 잡았는지는 요건이 아닙니다. 다만 적은 쪽의 시선으로 문장이 기울지 않았는지, 서로 접은 것이 양쪽 다 적혔는지를 서명 전에 한 번 읽어 보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손으로 쓴 합의서도 효력이 있나요?
있습니다. 화해는 약정만으로 성립하고 서면조차 요구되지 않으므로 무엇으로 적었는지가 효력을 가르지 않습니다.
자필로 적으면 더 강한가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손글씨가 남으면 확인할 거리가 늘어난다는 실무상의 이야기와 문서가 더 세다는 말은 서로 다른 층의 이야기입니다.
두 장을 각각 손으로 적어도 되나요?
됩니다. 다만 같은 문장을 두 번 옮겨 적으면 낱말이 갈릴 수 있어, 한 장을 적고 복사한 뒤 두 장 모두에 이름을 남기는 편이 뒤탈이 적습니다.
적다가 틀린 곳은 어떻게 하나요?
줄을 긋고 옆에 다시 적은 뒤 두 사람이 그 자리에 함께 표시를 남기십시오. 표시가 없으면 언제 누가 고쳤는지가 문면에서 읽히지 않습니다.
도장이 없는데 서명만 해도 되나요?
인감을 요구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서명이든 막도장이든 요건에서 갈리지 않으니 두 사람의 이름이 각각 남았는지만 확인하십시오.
손으로 적은 뒤 인쇄본으로 다시 만들어야 하나요?
그럴 의무는 없습니다. 다시 만들기로 했다면 처음 종이를 함께 보관하고, 두 장의 문장이 같은지만 대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