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 부제소 조항을 넣는 법
합의서 마스터·8분·
부제소 조항은 유효한 약속이지만, 대상을 좁혀 지목해야 그 약속이 살아남습니다.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63988 판결은 이런 약속이 허용되는 조건을 짚었고, 그 가운데 하나가 어느 법률관계에 관한 것인지가 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제소 합의 자체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며 소송을 낼 권리가 공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특약을 못 하는 것은 아님 ·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63988 판결(소유권이전등기)이 그 허용 조건을 밝힘
다시 소송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할 수 있는 약속입니다
소송을 낼 권리가 공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특약이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합의서 끝부분에는 대개 앞으로 이 일로 소송하지 않겠다는 한 줄이 붙습니다. 이 조항을 두고 어차피 무효라는 말이 자주 도는데, 출발점은 반대입니다. 이런 약속 자체는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재판을 받을 권리는 국가에 대한 권리여서 당사자끼리 없앨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무효라는 오해가 생깁니다. 그러나 그 성격만을 이유로 이런 특약을 맺지 못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유효하다는 말이 아무렇게나 적어도 그대로 통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조항은 상대가 법원에 가는 길을 스스로 닫는 무거운 효과를 낳으므로, 범위를 두고 다툼이 생기면 그 약속이 실제로 무엇에 관한 것이었는지를 따져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 편의 물음은 넣을까 말까가 아닙니다. 이미 넣기로 했다면 어느 범위를 지목해 넣을 것인가입니다.
갑과 을은 향후 상호 간에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아니한다.
을은 위 하자보수 비용에 관하여 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한다.
본 합의와 관련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
이 합의서에 적은 2027년 2월 3일 배송 지연 건에 관하여는 소송으로 다시 다투지 아니한다.
당사자는 본 건에 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
위 배송 지연으로 이 합의서를 쓰는 날까지 확인된 손해에 관하여 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며, 그 밖의 사항은 이 조항에서 정하지 아니한다.
허용되는 조건으로 짚힌 것이 넷입니다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63988 판결이 이 약속의 조건을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소유권이전등기를 둘러싼 사건에서 부제소 합의가 어떤 경우에 허용되는지를 짚었습니다. 조문에 적혀 있는 요건이 아니라 판결이 밝힌 조건이므로, 항목의 개수를 외우기보다 각 조건이 무엇을 걸러 내려 하는지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넷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스스로 접을 수 있는 권리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어느 관계에 관한 약속인지가 좁혀져 있어야 하며, 맺는 과정이 정상적이어야 하고, 그때 내다볼 수 있던 일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걸리는 자리는 두 번째와 네 번째에 몰려 있습니다. 첫 번째와 세 번째는 대개 문제가 되지 않는데, 두 번째와 네 번째는 문장을 어떻게 적었느냐에 따라 곧바로 갈리기 때문입니다.
아래 표는 네 조건이 각각 무엇을 걸러 내고, 문서에서는 어떤 문장이 그 조건에 걸리는지를 짝지어 둔 것입니다.
| 짚힌 조건 | 무엇을 걸러 내는가 | 문서에서 걸리는 자리 |
|---|---|---|
| 당사자가 스스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일 것 | 본인 뜻만으로 접을 수 없는 권리 | 법이 최저기준으로 정해 둔 몫을 미리 접는 문장 |
| 어느 법률관계에 관한 것인지 한정될 것 | 가리키는 대상이 없는 약속 | 일체 · 모든 · 향후로만 범위를 대신한 문장 |
| 불공정하게 맺어지지 않았고 하자가 없을 것 | 속이거나 몰아붙여 받아 낸 약속 | 읽을 시간도 주지 않고 서명만 받은 정황 |
| 맺던 때에 내다볼 수 있던 상황일 것 | 그때는 알 수 없던 일까지 미리 담은 약속 | 앞으로 생길 모든 것을 함께 담으려는 문장 |
| 넷을 모두 지나는 조항 | 대상과 시점이 문면에서 읽힌다 | 그 범위에서는 다툴 자리가 남지 않는다 |
표의 첫 줄은 근로조건처럼 법이 최저선을 정해 둔 영역에서 문제가 됩니다. 그런 몫을 권리가 생기기도 전에 미리 접기로 한 약속은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고 보는데, 이 갈래는 상황별 편에서 따로 다룹니다.
나머지 셋은 문장을 다듬는 것으로 상당 부분 정리됩니다. 특히 두 번째 조건은 문서를 쓰는 사람이 직접 손댈 수 있는 자리여서, 이 편의 나머지는 거기에 집중합니다.
일체라고 적으면 오히려 흔들립니다
넓게 적힌 조항은 넓게 통하는 것이 아니라 넓게 다투어집니다.
합의서에서 가장 흔한 부제소 문장이 일체의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한 줄입니다. 쓰는 쪽에서는 이 문장이 모든 것을 막아 준다고 기대합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는 어느 법률관계에 관한 약속인지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조건에서 곧바로 걸립니다. 무엇을 포기한 것인지 문면에서 읽히지 않으면, 그 조항이 미치는 범위부터 새로 따지게 됩니다.
네 번째 조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생길 모든 일을 함께 담으려는 문장은 그 시점에 내다볼 수 없던 것까지 끌어안으려는 모양이 되어, 담기지 않은 부분이 어디까지인지를 다시 가르게 됩니다.
그러니 이 조항에서 넓이는 힘이 아닙니다. 조항의 힘은 그 문장이 가리키는 대상이 하나로 좁혀졌을 때 생기고, 좁혀진 그 범위 안에서는 다툴 자리가 거의 남지 않습니다.
그 문장이 그대로 인정되면 이득이지만, 인정되지 않으면 조항이 통째로 흔들립니다. 좁혀 적은 조항은 범위가 작은 대신 그 안에서는 단단합니다.
빼면 합의한 뒤에도 같은 일로 다시 다툴 여지가 열린 채로 남습니다. 빼는 것과 좁혀 넣는 것은 다른 선택이고, 이 편은 좁혀 넣는 쪽을 다룹니다.
부제소 합의가 유효하다면 그 범위에서는 소송으로 다시 다툴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소송이 어떤 형식으로 마무리되는지까지는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좁혀 넣는 순서
앞에서 정한 합의 범위를 그대로 이 조항에 옮겨 오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부제소 조항을 따로 창작할 이유는 없습니다. 합의서 앞부분에서 이미 어떤 사건의 어떤 항목을 정리했는지 적었다면, 이 조항은 그 범위를 그대로 받아 오면 됩니다.
문제는 앞부분이 좁게 적혀 있는데 이 조항만 갑자기 넓어지는 경우입니다. 앞에서는 수리비만 정리했다고 해 놓고 마지막 줄에서 일체의 청구를 하지 않겠다고 적으면, 두 문장이 서로 다른 범위를 가리키게 됩니다.
아래 다섯 단계는 그 어긋남을 없애는 순서입니다. 새로운 것을 정하는 단계가 아니라 이미 정한 것을 옮겨 적는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 합의서 앞부분에서 정리한 범위를 다시 읽는다어느 사건의 어떤 항목을 언제까지의 것으로 정리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조항은 그 범위를 넘지 않아야 합니다.
- 그 범위를 그대로 조항의 주어로 옮긴다위 사건이라거나 본 건이라는 표현 대신 앞에서 쓴 지목 문장을 다시 씁니다. 같은 말이 두 번 나오는 것이 어색해 보여도 범위가 흔들리는 것보다 낫습니다.
- 정리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밖에 둔다는 것을 밝힌다이 조항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이 있다는 한 줄을 두면, 나중에 그 부분이 담긴 것인지부터 다툴 일이 줄어듭니다.
- 소송이라는 말과 청구라는 말을 구분해 쓴다소송을 내지 않겠다는 것과 어떤 요구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넓이가 다릅니다. 어느 쪽을 약속한 것인지 정해서 적습니다.
- 마지막에 앞뒤 문장을 이어 읽는다앞부분의 범위와 이 조항의 범위가 같은지 확인합니다. 두 범위가 어긋나 있으면 좁은 쪽에 맞추는 것이 순서입니다.
네 번째 단계에서 많이들 멈칫합니다. 두 표현을 같은 뜻으로 써 왔기 때문인데, 문서에서는 넓이가 달라 결과도 달라집니다.
어느 쪽으로 정하든 상관없지만 정해서 적어야 합니다. 정하지 않고 두 표현을 섞어 쓰면 조항 하나가 두 가지로 읽히는 상태가 됩니다.
이 조항을 두고 자주 도는 오해
무효라는 말도 만능이라는 말도 둘 다 이 조항을 잘못 읽은 것입니다.
첫 번째 오해는 어차피 무효라는 말입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이런 약속은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걸리는 것은 조건을 벗어난 경우입니다. 무효라고 믿고 서명하는 것이 이 오해 가운데 가장 위험합니다.
두 번째 오해는 반대쪽입니다. 이 한 줄만 넣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생겨도 막아 준다는 기대인데, 조건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넓게 적을수록 오히려 두 번째와 네 번째 조건에서 흔들립니다.
세 번째는 몰랐다는 사정에 관한 것입니다. 조항이 있는 줄 몰랐다는 사실만으로 그 조항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조건 가운데 어디에 걸리는지를 찾아야 하는데, 이 갈래는 부제소 조항을 몰랐던 경우를 다룬 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조항의 성격을 하나 더 밝혀 둡니다. 부제소 조항은 다시 소송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지, 합의서에 적은 내용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합의한 대로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는 다른 문제로 넘어갑니다.
정리하면 이 조항은 강한 조항이지만 조건이 붙은 조항입니다. 조건은 문장을 길게 써서 채우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좁혀서 채웁니다.
그리고 이 조항의 범위는 합의서 앞부분의 범위를 넘을 수 없습니다. 앞부분을 어떻게 좁혀 적을지는 합의 내용을 특정하는 방법을 다룬 편에서 먼저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부제소 조항은 원래 무효 아닌가요?
원칙적으로는 유효합니다. 소송을 낼 권리가 공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특약을 못 하는 것은 아니고, 문제가 되는 것은 허용 조건을 벗어난 경우입니다.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나요?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63988 판결이 넷을 짚었습니다. 스스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일 것, 어느 법률관계인지 한정될 것, 불공정하거나 하자 있는 방법으로 맺어지지 않았을 것, 맺던 때에 내다볼 수 있던 상황일 것입니다.
일체의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적어도 되나요?
적을 수는 있지만 무엇에 관한 약속인지가 지목되어 있지 않아 범위를 두고 다툴 여지가 커집니다. 대상을 좁혀 적은 조항이 실제로는 더 단단합니다.
이 조항을 어기고 소송을 내면 어떻게 되나요?
약속이 유효한 범위에서는 소송으로 다시 다툴 수 없습니다. 그 소송이 어떤 형식으로 마무리되는지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근로자가 임금에 관해 미리 이런 약속을 하면 어떻게 되나요?
법이 최저기준으로 정해 둔 몫을 권리가 생기기도 전에 접기로 한 약속은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자세한 갈래는 임금과 관련한 상황별 편에서 다룹니다.
조항을 넣지 않으면 합의가 약해지나요?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 달라집니다. 넣지 않으면 같은 일로 다시 다툴 여지가 열린 채로 남고, 그 여지를 어떻게 볼 것인지는 합의 범위를 어떻게 적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