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계약서 계약금을 걸면 계약을 무를 수 있나
매매계약서 마스터·8분·
계약금을 포기하고 물러설 수 있는 것은 당사자 어느 한쪽도 아직 이행에 착수하지 않았을 때까지입니다. 민법 제565조 제1항이 그 시한을 조문 안에 함께 적어 두었기 때문에, 중도금이 오간 뒤라면 계약금을 포기해도 계약은 그대로 남습니다.
민법 제565조 제1항 · 이행기 전의 이행 착수는 대법원 1993. 1. 19. 선고 92다31323 판결
- 민법 제565조 제1항근거 조항
- 계약금 포기교부한 쪽
- 배액 상환받은 쪽
- 일방의 이행 착수 전까지시한
- 없음법정 비율
계약금이라는 돈에 왜 해제권이 따라붙는가
매매에서 오가는 첫 돈은 대금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물러설 수 있는 값이기도 합니다.
부동산을 사고팔 때 계약서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곧바로 돈이 한 번 오갑니다. 이 돈은 나중에 대금에 충당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민법은 이 돈이 오간 사실 자체에 별도의 효과를 붙여 두었습니다.
붙여 둔 효과가 해제권입니다. 계약이 성립한 뒤에는 마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 원칙인데, 계약금이 오간 매매에서는 예외적으로 빠져나올 구멍이 하나 열립니다. 돈을 건넨 쪽은 그 돈을 놓고 나오고, 받은 쪽은 두 배로 돌려주고 나오는 방식입니다.
구멍을 열어 둔 이유는 거래의 성격에 있습니다. 부동산 매매는 계약과 이전 사이에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고, 그사이 사정이 바뀌는 일이 흔합니다. 그 변화를 아무 값 없이 허용하면 상대가 준비해 둔 것이 무너지고, 반대로 전혀 허용하지 않으면 사정이 바뀐 쪽이 끝까지 끌려갑니다. 계약금은 그 사이에서 값을 매겨 둔 장치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 구멍은 계속 열려 있지 않습니다. 조문은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적으면서 언제까지 나올 수 있는지도 같은 문장 안에 적어 두었습니다. 널리 알려진 것은 앞의 절반뿐이고, 사고는 뒤의 절반에서 납니다.
조문이 한 문장에 담아 둔 세 가지
누가 무엇을 하면 되는지, 그리고 언제까지 되는지가 한 문장에 함께 있습니다.
민법 제565조 제1항은 해약금이라는 이름으로 이 구조를 정하고 있습니다. 문장이 길어서 읽다 보면 뒷부분을 흘리기 쉬운데,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것은 중간에 끼어 있는 조건 부분입니다.
문장을 뜯어 보면 세 덩어리로 나뉩니다. 첫째는 언제 이 규정이 작동하는가, 그러니까 계약 당시에 계약금이나 보증금 명목으로 돈이 건네졌을 것. 둘째는 무엇을 하면 되는가, 교부자는 포기하고 수령자는 배액을 상환할 것. 셋째가 언제까지인가입니다.
그리고 문장 맨 앞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계약서 특약란에서 이 문제를 달리 정해 두었다면 그 약정이 먼저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조문이 정한 것은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을 때의 기본값입니다.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민법 제565조 제1항
세 번째 덩어리를 다시 읽어 보십시오.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가 아니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입니다. 주어가 상대가 아니라 어느 한쪽입니다.
이 차이가 실제 상황에서 결과를 뒤집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아직 내 해제권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상대가 먼저 무언가를 했다면 내 해제권도 그 시점에 함께 닫힙니다. 시한은 각자에게 따로 붙는 것이 아니라 계약 하나에 하나만 붙어 있습니다.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준비만으로는 부족하고, 밖에서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실제로 움직여야 합니다.
시한이 언제 닫히는지가 이 조문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데, 정작 조문에는 이행의 착수가 무엇인지 적혀 있지 않습니다. 판례가 채워 둔 자리입니다.
판례가 쓰는 표현은 이렇습니다.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것. 두 갈래로 되어 있지만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밖에서 보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마음속의 결심이나 혼자 하는 준비는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사 갈 집을 알아보았다거나 대출 상담을 받아 보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판례가 단순히 이행의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덧붙여 둔 것도 같은 취지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지목되는 예는 중도금 지급입니다. 약정한 날에 중도금이 건너가면 그 돈은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뜻이 겉으로 드러난 형태이므로, 대표적인 이행 착수의 예로 다루어집니다. 중도금이 오간 다음에는 해약금 해제가 막힌다고 설명되는 이유입니다.
다만 중도금을 넣기만 하면 어떤 경우에도 예외 없이 시한이 닫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뒤에서 볼 사안이 그 예입니다. 안전하게 다루려면 중도금이 오간 시점을 시한이 닫혔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점으로 보고, 그 전에 결정을 끝내는 편이 낫습니다.
다른 약정이 없고 양쪽 모두 이행에 착수한 사실이 없다면 그렇습니다. 계약금 지급 자체는 이 조문이 작동하기 위한 전제이지 이행의 착수가 아닙니다.
중도금을 두어야 한다는 조항은 없습니다. 중도금이 없으면 이행 착수 시점이 그만큼 뒤로 밀리므로 해약금 해제가 가능한 구간이 길어집니다.
조문은 알았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제를 결정했다면 통보를 미루지 말고, 상대가 움직였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이행의 착수가 계약서에 적힌 날짜와 반드시 맞물리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날짜는 언제까지 하라는 약속이고, 착수는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달력만 보고 아직 며칠 남았으니 괜찮다고 계산하면 어긋납니다. 남은 날짜가 아니라 상대가 이미 무엇을 했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이행기 전에 미리 넣으면 상대를 묶어 둘 수 있나
미리 넣어 두면 상대가 못 무른다는 통설이 항상 통하지는 않습니다.
시한이 이행 착수로 닫힌다는 점을 알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수가 있습니다. 상대가 마음을 바꿀 것 같으면 중도금 날짜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넣어서 시한을 닫아 버리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널리 권해지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대법원 1993. 1. 19. 선고 92다31323 판결이 이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판결의 앞부분은 이 방법을 뒷받침합니다. 이행기의 약정이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뒷부분이 다릅니다. 그 사안에서는 매도인이 이미 해제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해약금을 받아 가라고 최고하면서 공탁하겠다는 통지까지 한 상태였습니다. 판결은 그런 상황이라면 중도금 지급기일이 매도인을 위하여서도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 매수인이 이행기 전에 일방적으로 이행에 착수하였더라도 매도인의 해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정리하면 순서가 결과를 가릅니다. 상대가 아직 아무 말이 없을 때 먼저 움직이는 것과, 상대가 이미 해제 절차에 들어간 뒤에 뒤늦게 움직이는 것은 같지 않습니다. 후자에서는 미리 넣은 돈이 시한을 닫아 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미리 넣는 방법을 만능으로 여기지 마십시오. 상대의 태도가 이미 바뀐 뒤라면 그 돈이 계약을 붙잡아 주지 않을 수 있고, 다툼은 다툼대로 남습니다. 계약금 단계에서 조건을 분명히 해 두는 편이 훨씬 값싼 방법입니다.
무르고 나서 손해까지 물릴 수 있나
해약금으로 해제했다면 주고받는 것은 계약금 선에서 끝납니다.
계약이 깨지면 그동안 들인 비용이 남습니다. 대출을 알아보느라 쓴 돈, 이사 일정을 잡아 두었다가 물린 비용 같은 것들입니다. 이것을 상대에게 따로 청구할 수 있는지가 다음 질문이 됩니다.
일반적인 계약 해제에서는 해제와 손해배상 청구가 양립합니다. 그런데 민법 제565조는 제2항을 따로 두어,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규정이 해약금으로 해제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두 조문을 겹쳐 읽으면 결론은 이렇습니다.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상환해 빠져나온 경우에는 그 위에 손해배상을 얹어 청구하지 못합니다. 오간 돈이 곧 정산의 전부가 되는 셈입니다.
이 구조를 알고 나면 계약금 액수를 정하는 일이 달리 보입니다. 액수는 대금의 일부일 뿐 아니라, 상대가 빠져나갈 때 내가 받게 되는 상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적게 잡아 두면 상대가 가볍게 빠져나가고, 그때 남는 것은 그 적은 금액뿐입니다.
다만 계약서에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따로 정해 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문 첫머리의 다른 약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가 여기서도 작동하므로, 그 문구를 어떻게 쓸지는 별도의 문제로 다루어야 합니다.
자주 어긋나는 세 지점
비율, 기준 금액, 그리고 계약서 문구 — 이 셋이 가장 자주 틀립니다.
마지막으로 계약금을 둘러싸고 반복해서 잘못 알려진 것들을 짚어 두겠습니다. 세 가지 모두 실제 금액이 걸리는 자리입니다.
첫째, 계약금은 매매대금의 10퍼센트라는 말입니다. 실무에서 그 언저리로 정해지는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비율을 정한 조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당사자가 합의로 정하는 값이므로 더 적게도 더 많게도 정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일부만 건넨 경우의 계산입니다. 계약금을 나누어 주기로 하고 일부만 건넨 상태에서 받은 쪽이 물러서려 할 때, 실제로 받은 돈의 두 배만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때 기준이 되는 금원을 실제로 교부받은 금액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으로 보았습니다. 실제 받은 액수를 기준으로 삼으면 계약의 구속력이 약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셋째, 계약서 문구입니다. 앞에서 두 번 나온 다른 약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는 특약란에 적힌 한 줄이 조문보다 앞선다는 뜻입니다. 해제와 위약에 관한 문구가 이미 들어 있는 서식을 쓰면서 그 문구를 읽지 않으면, 조문을 아무리 정확히 알아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세 가지를 합치면 계약 전에 확인할 것이 분명해집니다. 얼마를 어떤 명목으로 언제 건네는지, 나누어 준다면 약정 금액이 얼마로 적혀 있는지, 그리고 해제와 위약에 관한 문구가 무엇으로 적혀 있는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계약금을 포기하면 언제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라는 시한을 함께 정해 두었습니다. 그 시점이 지나면 계약금을 포기해도 계약은 해제되지 않습니다.
상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저만 중도금을 냈습니다. 상대가 무를 수 있나요?
조문은 당사자의 일방이라고 적고 있어 어느 한쪽의 착수만으로도 시한이 닫힙니다. 내가 먼저 착수했다면 상대의 해약금 해제도 함께 막힙니다.
계약금은 매매대금의 10퍼센트로 정해져 있나요?
비율을 정한 조항은 없습니다. 실무 관행일 뿐이므로 당사자가 합의해 다르게 정할 수 있습니다.
계약금을 절반만 받은 상태입니다. 받은 돈의 두 배만 돌려주면 되나요?
대법원은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을 실제 교부받은 금액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으로 보았습니다. 받은 액수가 아니라 계약서에 적힌 액수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해약금으로 해제한 뒤에 손해배상을 따로 청구할 수 있나요?
제565조 제2항이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어, 해약금으로 해제한 경우에는 계약금 선에서 정산이 끝납니다.
계약서 특약이 조문과 다르게 적혀 있으면 어느 쪽이 앞서나요?
조문 첫머리에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가 있습니다. 특약으로 달리 정했다면 그 약정이 먼저 적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