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서 사본만 갖고 있다가 생긴 문제
각서 마스터·8분·
사본은 문서가 아니라는 설명은 틀렸습니다. 형법이 복사문서를 문서로 보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다만 형사에서 문서로 취급되는 것과, 민사 다툼에서 원본 없이 그 내용을 증명하는 것은 서로 다른 층의 문제이고 실제로 갈리는 자리는 뒤쪽입니다.
형법 제237조의2가 복사문서를 문서로 정하고 있으며 사문서 위조는 제231조, 인장이나 서명의 위조는 제239조 제1항이 다룹니다 · 각서를 몇 부 만들어 누가 갖는지를 정한 조항은 없습니다
사본은 문서가 아니라는 말이 어디서 나왔나
조문 하나만 확인하면 이 오해는 그 자리에서 정리됩니다.
각서를 두고 상담이 오갈 때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본은 문서로 인정되지 않으니 원본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워낙 널리 퍼져 있어 사실처럼 들리지만 조문과 맞지 않습니다.
형법은 복사한 문서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기계적인 방법으로 복사한 문서나 도화의 사본도 문서 또는 도화로 본다는 취지의 조항이 들어 있어서, 복사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서의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습니다. 이 조문의 문언과 위조 계통 전체는 각서 위조를 정면으로 다룬 편에 옮겨 두었습니다.
이 조항이 만들어진 배경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복사기가 흔해진 뒤로는 원본을 손대지 않고 복사물을 조작해 쓰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해졌습니다. 사본을 문서에서 빼 버리면 그런 행위가 통째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러니 사본이라는 이유로 손에 든 종이를 버릴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고, 그 다른 데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무엇을 준비할지가 정해집니다.
형사에서 문서로 본다는 말의 범위
여기서 다루는 것은 누군가 그 종이를 꾸며 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복사문서를 문서로 본다는 조항이 놓인 자리는 위조 계통입니다. 즉 이 조항이 답하는 물음은 사본을 조작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느냐이지, 사본으로 내 권리를 증명할 수 있느냐가 아닙니다. 물음이 다르면 답도 다른 곳에 있습니다.
각서는 사문서입니다. 그러므로 남의 이름을 빌려 각서를 만들어 낸 행위는 사문서위조죄 계통으로 다루어지고, 금액이나 날짜를 나중에 고친 행위는 변조의 문제가 됩니다. 도장이나 서명 자체를 꾸며 낸 경우는 인장에 관한 조항이 따로 받습니다.
다만 여기서 갈래 하나를 꼭 지켜야 합니다. 남의 이름으로 문서를 만든 것과, 자기 이름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은 것은 전혀 다르게 취급됩니다. 사문서에서 형법이 벌하는 것은 명의를 꾸민 쪽이고, 명의는 진짜인데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는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상대가 각서에 적힌 사실이 과장되었다고 주장하는 상황과, 내가 쓰지도 않은 각서가 나타난 상황은 완전히 다른 사건이 됩니다. 앞의 것은 민사에서 다툴 일이고 뒤의 것은 형사가 걸리는 자리입니다.
민사에서 갈리는 자리는 다른 층에 있습니다
다투는 순간 물음은 원본을 내놓을 수 있느냐로 옮겨 갑니다.
민사 다툼에서 각서가 힘을 쓰는 구조는 서명이나 날인이 그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그것이 인정되면 문서 전체가 진정하게 성립한 것으로 추정되고, 그 위에서 적힌 내용이 무겁게 다루어집니다. 이 추정을 정한 조문과 그 작동 방식은 구속력을 다룬 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문제는 상대가 그 출발점을 부인하고 나올 때입니다. 나는 그런 각서를 쓴 적이 없다거나 도장을 찍은 기억이 없다고 다투기 시작하면, 그 종이가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국면으로 들어갑니다.
이 국면에서 손에 무엇이 있느냐가 갈립니다. 원본을 내놓을 수 있으면 그 문서 자체를 두고 확인이 진행되지만, 사본이나 사진만 있으면 확인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 자리에 없는 상태가 됩니다. 여기서 어려움이 생깁니다.
얼마나 어려워지는지를 규칙이나 비율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안마다 사정이 다르고 상대가 어디까지 다투는지에 따라 진행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원본을 낼 수 있느냐가 다투는 자리에서 갈린다는 데까지입니다.
반대로 상대가 각서의 존재 자체를 다투지 않는 사안이라면 사본만으로도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사본이 문제가 되는 것은 언제나 상대가 부인하고 나선 뒤부터입니다.
손에 무엇이 남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은 사본이라도 어떤 형태로 남았는지에 따라 준비할 것이 갈립니다.
사본만 남았다고 해도 그 모양은 여러 가지입니다. 복사기로 뜬 종이가 있고,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 있고, 상대가 보내 준 파일이 있습니다. 각각이 놓이는 자리가 조금씩 다릅니다.
아래 표는 흔한 형태별로 무엇이 남고 무엇이 비는지를 짝지어 둔 것입니다. 오른쪽 칸을 먼저 읽으면 지금 무엇을 해 두어야 할지가 정해집니다.
| 손에 남은 형태 | 다툼이 붙었을 때의 상태 | 지금 해 둘 수 있는 것 |
|---|---|---|
| 원본을 내가 갖고 있다 | 문서 자체를 두고 확인이 진행된다 | 보관 장소를 정해 두고 잃어버리지 않게 한다 |
| 복사한 종이만 있다 | 상대가 부인하면 원본을 찾아야 하는 국면이 된다 | 원본을 누가 갖고 있는지를 지금 확인해 둔다 |
|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만 있다 | 찍은 시점과 경위가 함께 문제 될 수 있다 | 촬영 기록이 남는 형태로 따로 보관해 둔다 |
| 상대가 보내 준 파일만 있다 | 그 파일이 언제 어떤 경로로 왔는지가 함께 문제 된다 | 받은 메일이나 메시지를 지우지 않고 남겨 둔다 |
| 아무것도 없이 기억만 있다 | 무엇에 서명했는지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 기억나는 문장을 날짜와 함께 적어 둔다 |
둘째 줄부터 넷째 줄까지가 흔히 말하는 사본만 있는 상태입니다. 셋과 넷은 각서의 내용뿐 아니라 그 자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함께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붙습니다. 그래서 받은 경로가 남는 형태로 보관해 두는 것이 실질적인 대비가 됩니다.
마지막 줄이 사실 가장 흔합니다. 그 자리에서 한 부만 만들어 상대가 가져가고 자기 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때는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를 날짜와 함께 적어 두는 일 말고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첫 줄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이지만 그것은 서명하기 전에만 가능한 선택입니다. 몇 부를 만들어 누가 갖는지는 법이 정해 둔 것이 없어서 그 자리에서 정하지 않으면 아무도 정해 주지 않습니다.
사본만 남는 상황은 대개 같은 경로로 만들어집니다
서명하는 자리의 분위기가 그 뒤 몇 해를 결정합니다.
각서를 쓰는 자리는 대부분 편안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종이를 내밀고 이 자리에서 정리하자고 하는 상황이고, 서명하는 쪽은 빨리 끝내고 싶습니다. 한 부를 더 만들자는 말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흔히 이런 순서가 됩니다. 한 부만 작성하고 상대가 그것을 가져갑니다. 사진이라도 찍어 두면 다행이고, 그마저 하지 못하면 무엇에 서명했는지를 알 방법이 남지 않습니다. 몇 달 뒤 연락이 왔을 때 자기가 쓴 문장을 상대의 입으로 처음 듣게 됩니다.
부수를 몇 부로 할지, 누가 갖는지는 법이 정한 사항이 아닙니다. 정한 조항이 없다는 것은 자유롭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아무도 챙겨 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면 좋은지는 부수를 다룬 편에 따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지금 사본만 갖고 있다면 할 일은 분명합니다. 원본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 두고, 손에 있는 자료가 어떤 경로로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남겨 두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다툼이 붙었을 때 설명해야 할 것이 줄어듭니다.
자료를 내는 것 자체가 막혀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대가 문서의 성립을 다투기 시작하면 원본이 있는지가 진행에 영향을 주므로, 원본의 소재를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요청 자체는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그 요청이 기록으로 남으면 그 자체가 자료가 됩니다. 응하지 않는 경우의 절차는 사안에 따라 갈리므로 전문가와 상의하십시오.
형태는 다르지만 원본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같은 자리에 놓입니다. 다만 언제 찍었는지가 남아 있으면 그 자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기가 수월해집니다.
복사문서도 문서로 보므로 그런 행위는 형사에서 다루어지는 자리에 놓입니다. 다만 고쳐졌다는 사실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니 내가 가진 자료를 그대로 보존해 두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각서 사본은 법적으로 문서가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형법이 기계적인 방법으로 복사한 문서의 사본도 문서로 보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사본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서의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사본만 있어도 괜찮은가요?
형사에서 문서로 취급되는 것과 민사에서 원본 없이 내용을 증명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상대가 각서의 성립 자체를 부인하고 나오면 원본을 낼 수 있느냐가 다투는 자리에서 갈립니다.
각서는 몇 부를 만들어야 하나요?
부수를 정한 조항이 없습니다. 법이 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자리에서 정하지 않으면 아무도 정해 주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작성할 때 한 부를 더 만들어 나눠 갖는 편이 안전합니다.
내가 쓰지 않은 각서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나요?
남의 이름으로 문서를 만든 행위는 사문서 위조 계통으로 다루어지고 도장이나 서명을 꾸며 낸 경우는 인장에 관한 조항이 따로 받습니다. 명의가 진짜인데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와는 취급이 다릅니다.
원본을 상대가 갖고 있으면 불리한가요?
곧바로 불리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상대가 다투기 시작했을 때 확인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 상대 손에 있다는 점은 미리 알고 준비하는 편이 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