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각서를 쓸 때 위험한 문장
각서 마스터·9분·
도구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는 조항은 없습니다. 문제는 만들어진 문장이 너무 매끄러워서, 이 문서에서 가장 자주 걸리는 네 갈래가 걸림돌 없이 그대로 들어온다는 데 있습니다.
무제한 손해배상 · 포괄 부제소 · 근로 관계의 위약금 조항 · 금액과 기한의 미특정 — 네 갈래 모두 이 문서에서 이미 확인된 위험이고, 각각을 정면으로 다룬 편이 따로 있습니다
만들어진 문장이 유난히 매끄러운 이유
이 문서는 관용구가 굳어 있는 영역이라 그럴듯한 문장이 특히 잘 나옵니다.
초안을 받아 보면 대개 놀랍니다. 어투가 정중하고 문장이 끊기지 않으며 격식을 갖춘 낱말이 알맞은 자리에 들어가 있습니다. 손으로 쓰면 한참 다듬어야 나올 문장이 단번에 나옵니다.
그 매끄러움은 이 영역의 성질에서 옵니다. 이런 문서에는 오래 쓰여 굳어진 표현이 많습니다. 위와 같이 확약하며, 향후 어떠한 이의도, 성실히 이행할 것을 같은 말들이 그것입니다. 자주 쓰인 말일수록 자연스럽게 이어 붙습니다.
문제는 자주 쓰였다는 것이 잘 쓰였다는 뜻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오래 굳은 표현 가운데는 실제로 다툼이 붙었을 때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것이 섞여 있고, 그 문장들이 오히려 더 자주 쓰였기 때문에 더 잘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이 편은 도구를 탓하지 않습니다. 손으로 베껴 쓸 때도 같은 문장이 들어옵니다. 다만 초안이 매끄럽게 나오면 고칠 데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 다르고, 그 착시가 실제 위험을 만듭니다.
읽으면서 걸리는 데가 없다는 감각이 그대로 검토를 마쳤다는 감각으로 넘어가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그러니 읽는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문장이 매끄러운지가 아니라 무엇이 적혀 있는지를 보는 쪽으로 옮겨야 합니다.
본인은 위 사실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일체의 손해를 배상할 것을 확약합니다.
얼마인지가 적혀 있지 않아 결국 손해가 얼마나 났는지를 처음부터 따져야 하는 자리로 돌아갑니다.
본인은 향후 이와 관련하여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합니다.
무엇에 대한 포기인지가 없어 어디까지 포기한 것이냐부터 다투어집니다.
본인은 성실히 이행할 것을 서약하며 위반 시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무엇을 언제까지 하는지가 없어 어겼는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도구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으로 작성했는지를 따지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먼저 하나를 못 박아 두겠습니다. 도구로 만들었으니 효력이 없다는 말은 근거가 없습니다. 그런 취지의 조항이 만들어진 적이 없고, 애초에 이런 문서를 어떻게 작성하라고 정한 조항 자체가 없습니다.
방식을 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주제에서 여러 번 되풀이됩니다. 손으로 쓰든 인쇄하든, 어떤 프로그램으로 만들든 그 사정이 문서의 힘을 깎지 않습니다. 힘을 정하는 것은 거기에 무엇이 적혀 있느냐입니다.
그러니 걱정의 방향을 옮기는 편이 낫습니다. 만든 방법을 숨길 이유도 없고 밝힐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나온 문장을 한 줄씩 다시 읽어야 합니다.
다시 읽을 때 무엇을 볼지가 문제인데, 다행히 목록이 길지 않습니다. 이 문서에서 실제로 사고가 나는 자리는 대체로 넷으로 좁혀집니다.
넷을 알고 나면 초안을 검토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처음부터 그 자리만 찾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네 갈래는 서로 다른 이유로 위험하고, 각각을 정면으로 다룬 편이 따로 있습니다. 여기서는 왜 그 문장이 들어오는지까지만 봅니다.
초안에 잘 실려 오는 네 갈래
모두 자주 쓰이는 표현이고, 자주 쓰인다는 바로 그 이유로 잘 만들어집니다.
아래 표는 문장을 금지 목록으로 늘어놓은 것이 아닙니다. 초안에 들어왔을 때 어느 자리에서 힘을 잃는지, 그리고 왜 하필 그 문장이 만들어지는지를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네 갈래의 성격이 서로 다릅니다. 첫째와 넷째는 적혀 있는데도 쓰이지 못하는 쪽이고, 둘째는 범위가 너무 넓어 힘이 약해지는 쪽이며, 셋째는 아예 효력이 부정되는 쪽입니다.
특히 셋째는 다른 셋과 무게가 다릅니다. 나머지는 쓸모가 줄어드는 문제지만 셋째는 법이 금지한 자리라 그 조항 자체가 무효가 됩니다. 초안이 회사와 직원 사이의 문서를 다룰 때 이 갈래가 유독 잘 들어옵니다.
| 초안에 잘 들어오는 문장 | 왜 만들어지나 | 어디서 힘을 잃나 |
|---|---|---|
| 일체의 손해를 배상한다 | 가장 흔한 관용구라 첫 후보로 나옵니다 | 금액이 없어 결국 손해를 따로 증명해야 합니다 |
|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 강해 보이는 문장이라 자주 선택됩니다 | 대상을 특정하지 않아 범위부터 다투어집니다 |
| 중도 퇴사 시 위약금을 지급한다 | 회사 문서 표본에 오래 남아 있던 문장입니다 |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약정은 금지됩니다 |
| 빠른 시일 내에 성실히 이행한다 | 무난해 보여 기한 자리를 대신 채웁니다 | 언제까지인지가 없어 어겼는지를 가릴 수 없습니다 |
| 위 금액을 정해진 기한까지 지급한다 | 숫자를 물어보면 그 자리에 넣어 줍니다 | 금액과 날짜가 들어가면 이 줄만 남습니다 |
마지막 줄은 앞의 넷을 고친 결과가 아니라, 처음부터 물어봐 주어야 나오는 문장입니다. 초안을 만들 때 숫자와 날짜를 알려 주지 않으면 도구는 그 자리를 관용구로 메웁니다.
빈자리를 메우는 방식이 이 문제의 뿌리입니다. 다음 절이 그 이야기입니다.
빈자리를 관용구가 메우면 생기는 일
모르는 값이 있을 때 비워 두지 않고 그럴듯한 말로 채운다는 점이 위험합니다.
사람이 초안을 쓰면 모르는 값은 대개 비워 둡니다. 금액 칸을 괄호로 남기거나 날짜 자리에 물음표를 찍어 둡니다. 그 빈칸이 나중에 물어봐야 할 것을 알려 주는 표시가 됩니다.
만들어진 초안에는 그 표시가 없습니다. 빈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정해진 기한까지나 상당한 금액을 같은 말이 들어가 문장이 완성되어 버립니다. 읽는 사람에게는 이미 다 채워진 문서로 보입니다.
네 갈래가 한 문장 안에서 겹치는 일도 흔합니다. 위반 시 일체의 손해를 배상하고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첫째와 둘째를 한 번에 담고 있는데, 어색하지 않아 그대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검토의 첫 단계는 고치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입니다. 숫자와 날짜가 들어가야 할 자리를 먼저 짚고, 그 자리가 말로 메워져 있는지를 봅니다. 메워져 있다면 그 말은 지우고 빈칸으로 되돌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초안을 받았을 때 먼저 찾을 다섯 자리
지워 보는 방법이 유용한 이유가 있습니다. 관용구는 지워도 문서가 무너지지 않고, 정말 필요한 내용은 지우면 곧바로 티가 납니다.
이 점검을 마치면 남은 일은 각 갈래를 어떻게 다시 쓰느냐인데, 그것은 표현을 다루는 편의 몫입니다.
고치는 방법이 아니라 왜 들어오는지를 아는 것
같은 문장이 다음 초안에도 또 들어오므로 한 번 고치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습니다.
문장 하나를 고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운 것은 다음에 새 초안을 받을 때 같은 자리에 같은 문장이 또 들어와 있다는 점입니다. 표본이 그렇게 쌓여 있는 한 결과도 비슷하게 나옵니다.
그러니 목록을 외우기보다 이유를 잡아 두는 편이 오래갑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값이 주어지지 않은 자리를 가장 흔한 말로 메운다는 것입니다. 이것만 알고 있으면 처음 보는 문장도 걸러집니다.
반대로 값을 먼저 정해 두고 초안을 받으면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얼마를 언제까지 무엇에 대해 하기로 했는지를 먼저 적어 두면, 도구가 채울 빈자리 자체가 줄어듭니다.
네 갈래 각각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이 클러스터 안에 따로 편이 있습니다. 표현을 고쳐 쓰는 쪽, 무효가 되는 조항을 정리한 쪽, 회사와 직원 사이의 문서를 다루는 쪽이 각각 그 일을 맡습니다.
정리하면 도구는 초안을 잘 만들지만 무엇을 약속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 값을 넣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값이 정해져 있다면 오히려 도구를 쓰는 편이 낫습니다. 위험한 것은 값 없이 문장부터 받는 순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AI로 만든 각서는 효력이 없나요?
무엇으로 작성했는지를 따지는 조항이 없습니다. 작성 방식이 아니라 적혀 있는 내용이 효력을 정합니다.
초안을 받으면 어디부터 봐야 하나요?
금액과 기한이 들어갈 자리를 먼저 짚으십시오. 숫자와 날짜가 아니라 말로 채워져 있으면 그 자리가 비어 있는 것입니다.
모든 손해를 배상한다는 문장은 왜 문제인가요?
금액이 없어 그대로는 쓰이지 못하고, 다투게 되면 실제로 얼마의 손해가 났는지를 따로 보여야 하는 자리로 돌아갑니다.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고 적으면 안 되나요?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포기는 어디까지 포기한 것이냐부터 다투어집니다. 무엇에 대한 것인지를 좁혀 적는 편이 오히려 살아남습니다.
회사에서 받은 초안에 위약금 조항이 있습니다.
근로계약을 지키지 못했을 때 낼 돈을 미리 정해 두는 약정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 갈래는 직장에서 각서를 요구받았을 때를 다룬 편에서 자세히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