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와 용역계약서의 차이
근로계약서 마스터·8분·
어느 쪽 서식을 골랐는지가 계약의 성질을 정하지 않습니다. 근로계약으로 보게 되면 근로기준법이라는 층이 통째로 얹히고, 그 순간 제17조의 명시·교부 의무를 비롯한 요구가 계약서에 따라붙습니다.
근로기준법에 '용역계약서'라는 용어가 없음 · 근로계약이면 제17조(명시·교부)·제43조(임금 지급)·제15조(법 미달 조항의 효력)가 함께 걸림 · 제17조 위반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제43조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같은 일을 두 이름으로 부르는 자리
무엇을 시키느냐가 같아도 문서 이름이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을 들여 일을 맡길 때 회사가 꺼내는 서식은 하나가 아닙니다. 매달 정해진 시간에 나와 정해진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는 근로계약서를 쓰고, 결과물 단위로 맡기는 사람에게는 용역계약서를 씁니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운 구분입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경계가 흐릿한 자리가 많습니다. 출근 시각이 정해져 있고 회사 자리에서 일하며 매달 같은 금액을 받는데도 문서에는 용역이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용역계약서라는 이름 역시 법전에서 나온 말이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이 규율 대상으로 삼은 것은 근로계약이고, 그 밖의 계약을 무엇이라 부를지는 당사자가 정합니다. 이름을 정한 조항이 없다는 점은 앞서 본 연봉계약서와 같습니다.
그래서 이 편은 두 서식의 칸을 비교하지 않습니다. 문서를 고르는 순간이 아니라 그 계약이 어떤 성질로 판단되는 순간에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봅니다.
근로계약이면 층이 하나 더 얹힙니다
계약 자유의 위에 근로기준법이라는 바닥선이 깔립니다.
계약은 원래 당사자가 정한 대로 효력을 가집니다. 무엇을 얼마에 맡길지, 언제까지 끝낼지를 서로 합의하면 그 합의가 곧 계약의 내용이 됩니다.
근로계약은 그 위에 한 겹이 더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이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 두고, 그 기준에 못 미치는 약정은 합의가 있었더라도 그 부분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비워진 자리는 법이 정한 기준으로 채워집니다.
이 구조 때문에 근로계약서는 다른 계약서와 성격이 다릅니다. 도급이나 용역 문서에서는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이 그대로 기준이 되지만, 근로계약서에서는 합의보다 아래에 있는 조항이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계약서를 만드는 절차 자체에도 요구가 붙습니다. 알려야 할 항목이 정해져 있고, 그 가운데 일부는 서면으로 건네야 하며, 지키지 않으면 제재가 따릅니다. 이 요구는 다른 유형의 계약에는 없는 것입니다.
근로계약으로 보면 계약서에 따라붙는 것
한 문장으로 줄이면, 계약서를 쓰는 방식 자체가 규율됩니다.
아래 표는 근로계약으로 보게 될 때 계약서 주변에 함께 걸리는 조문을 모은 것입니다. 상대 문서와 항목을 맞대어 놓은 표가 아니라, 한쪽에만 얹히는 층을 펼쳐 놓은 것으로 읽어 주십시오.
표에 적힌 제재는 성질이 갈립니다. 아래 두 줄은 형사처벌 쪽이고, 셋째 줄은 처벌이 아니라 조항의 효력에 관한 것입니다. 같은 표에 있다고 무게가 같지 않습니다.
| 근로계약으로 보면 따라붙는 것 | 근거 조문 | 어겼을 때 |
|---|---|---|
| 근로조건을 알리고 임금·시간·휴일·연차가 담긴 서면을 건넬 것 | 근로기준법 제17조 | 500만 원 이하의 벌금 |
| 임금을 통화로 직접 전액,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에 줄 것 | 근로기준법 제43조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
| 법이 정한 기준에 못 미치는 조항은 그 부분만 효력이 없음 | 근로기준법 제15조 | 빈자리를 법정 기준이 채움 |
| 1주 40시간·1일 8시간을 넘길 수 없고, 합의해야 1주 12시간까지 연장 | 근로기준법 제50조·제53조 제1항 | 합의 없는 연장은 근거가 없음 |
표의 첫 줄이 이 편의 핵심입니다. 용역 문서를 쓰던 관계가 근로계약으로 판단되면, 그때는 계약서를 아예 쓰지 않은 것과 같은 상태에 놓입니다. 문서는 있었지만 조문이 요구한 항목이 담긴 서면은 오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줄도 실무에서 자주 걸립니다. 결과물을 받은 뒤 정산한다거나 몇 달치를 모아 지급한다는 약정은 도급 계약에서는 흔하지만, 근로계약으로 보면 매월 정해진 날짜에 지급하라는 요구와 어긋납니다.
이름을 바꿔도 달라지지 않는 것
어떤 법이 적용되는지는 계약의 이름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됩니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오해가 여기 있습니다. 서식만 용역으로 바꾸면 근로기준법이 요구하는 것들을 피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표지를 바꾸는 일은 쉬우니 유혹도 큽니다.
그러나 계약의 성질은 표지에 적힌 이름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떤 관계였는지를 놓고 판단하며, 그 판단이 근로계약 쪽으로 기울면 그동안 없다고 여겼던 의무가 한꺼번에 되살아납니다.
반대 방향의 단정도 조심해야 합니다. 자리를 지키고 앉아 일했다는 사정 하나로 곧바로 근로계약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판단에 쓰이는 요소는 이 글이 다룰 수 있는 범위 밖이고, 사안마다 결론이 갈립니다.
그래서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문서 이름이 결론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근로계약으로 보게 되면 앞 절의 요구가 예외 없이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문서 이름으로 적용 여부가 정해지지 않습니다. 실질로 판단하며, 근로계약으로 보게 되면 제17조를 비롯한 요구가 그대로 따라붙습니다.
사안마다 여러 사정을 함께 놓고 판단합니다. 이 글은 그 판단 기준을 다루지 않으므로 목록으로 외워 두려 하지 마십시오.
조문이 요구한 항목이 담긴 서면이 오간 적이 없다면 그 부분은 이행되지 않은 상태로 남습니다. 이름을 바꿔 다시 쓰는 것보다 항목을 채워 건네는 쪽이 먼저입니다.
세 문답이 향하는 곳은 하나입니다. 위험은 어느 서식을 골랐느냐가 아니라 실제 관계와 문서가 어긋난 채로 오래 굴러가는 데서 커집니다.
관계가 애매하다면 서식을 고르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실제로 어떻게 일할지를 문서에 정확히 적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약을 맺기 전에 짚어 볼 것
문서를 고르기 전에 관계의 모양부터 적어 보십시오.
실무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일하게 될지를 문장으로 적어 보고, 그 문장이 어느 쪽 문서와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시각과 장소가 정해져 있는지, 지시를 받는지, 대가가 시간에 붙는지 결과물에 붙는지를 적어 보면 대개 윤곽이 드러납니다.
적어 본 결과가 근로계약 쪽에 가깝다면 처음부터 근로계약서로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나중에 성질이 갈린다는 판단이 나오면 그동안 쌓인 기간 전체가 문제 범위가 되기 때문입니다.
문서를 고르기 전 확인
이 목록으로 결론을 내리지 마십시오. 어느 하나에 표시가 되었다고 근로계약이 되는 것도, 표시가 없다고 아닌 것도 아닙니다.
목록의 쓸모는 다른 데 있습니다. 다섯 줄을 적어 보면 지금 맺으려는 관계가 어떤 모양인지가 눈에 보이고, 그 모양과 어긋나는 서식을 고르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용역계약서도 법이 정한 양식이 있나요?
없습니다. 근로계약서에도 일반적으로 쓰이는 법정 서식이 없고, 용역계약서라는 이름 자체가 법령 용어가 아닙니다.
근로계약서 대신 용역계약서를 써 달라고 요구받았습니다.
요구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의 성질이 정해지지 않습니다. 실제 근무 형태를 문서에 그대로 적어 두면 나중에 다툴 때 근거가 남습니다.
용역이면 임금 지급일을 적지 않아도 되나요?
근로계약으로 보게 되면 제43조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에 지급하도록 요구합니다. 결과물 인수 후 정산하는 방식은 그 요구와 어긋납니다.
계약서를 두 개 쓰면 안전한가요?
문서를 늘린다고 성질이 나뉘지 않습니다. 오히려 두 문서의 내용이 어긋나면 실제 관계가 무엇이었는지를 두고 다투는 자료가 늘어납니다.
근로계약으로 판단되면 계약서 미교부도 문제 되나요?
제17조가 요구한 서면이 오간 적이 없다면 그 의무는 이행되지 않은 상태이고, 제114조 제1호에 따른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걸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