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조항이 서로 충돌할 때 정리하는 법
근로계약서 마스터·9분·
충돌은 문서끼리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기준선에 못 미친 부분이 그 자리에서 걸러지는 문제입니다. 법이 정한 선 아래로 내려간 조항은 그 부분만 힘을 잃고 빈자리는 법정 기준이 채웁니다. 회사 규정보다 낮은 조항도 같은 구조로 처리됩니다.
근로기준법 제15조 = 이 법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 무효가 된 부분은 이 법의 기준에 따름 · 제97조 =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근로계약도 그 부분만 무효, 취업규칙의 기준에 따름 · 제96조 = 취업규칙은 법령이나 적용되는 단체협약과 어긋날 수 없음
그 자리는 법정 기준이 대신 채웁니다
회사 규정에 못 미치면 그 규정의 기준이 들어오고
회사 규정 자체는 법령·단체협약과 어긋날 수 없습니다
충돌은 문서가 여러 개라서 생깁니다
한 사람의 근로조건은 한 장의 종이에만 적혀 있지 않습니다.
연차 일수를 확인하려고 계약서를 폈는데 회사 규정에는 다른 숫자가 적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 쪽을 봐야 하느냐고 물으면 대개 최근에 만든 문서라거나 서명한 문서라는 답이 돌아오는데, 둘 다 정확한 기준은 아닙니다.
근로조건을 담는 문서는 층이 나뉘어 있습니다. 맨 아래에 모든 근로계약에 걸리는 법이 있고,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이라면 단체협약이 있으며, 그 위에 회사가 공통으로 적용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개별 계약서는 그 사람에게만 걸리는 마지막 층입니다.
층이 여럿이면 같은 항목을 여러 번 적게 되고, 옮겨 적는 과정에서 숫자가 어긋납니다. 규정을 고쳤는데 계약서 양식은 예전 것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어느 문서가 더 세냐로 접근하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층마다 하는 일이 다르고, 부딪혔을 때의 처리도 조문이 미리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순서를 알면 대부분의 충돌은 몇 분 안에 정리됩니다.
바닥은 하나입니다
법이 정한 기준보다 낮게 적은 조항은 그 부분만 효력을 잃습니다.
가장 자주 나오는 오해부터 걷어 내겠습니다. 계약서에 법보다 불리한 조항이 하나 들어 있으면 계약 전체가 없던 일이 된다는 이야기가 흔한데, 조문은 그렇게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5조는 이 법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을 그 부분에 한정해 무효로 하고, 무효가 된 부분은 이 법이 정한 기준에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걸러지는 것은 문제가 된 그 조항 하나이고, 나머지 조항과 근로관계 자체는 그대로 남습니다.
무효가 된 자리가 비어 있지 않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연차를 법정 일수보다 적게 정해 두었다면 그 조항은 힘을 잃고 법이 정한 일수가 그 자리에 들어옵니다. 조건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바닥으로 되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를 알면 서명 여부를 따지는 일이 줄어듭니다. 양쪽이 합의하고 서명했더라도 바닥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그 조항을 두고 동의했는지를 다투는 대신 기준선이 어디인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조문의 문언과 그 적용 범위는 불리한 조항의 효력을 정면으로 다룬 편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충돌을 정리하는 순서 안에서 이 원리가 어디에 놓이는지만 짚습니다.
| 부딪힌 자리 | 그 조항은 어떻게 되나 | 그 자리에 들어오는 것 |
|---|---|---|
| 법정 기준보다 낮은 계약 조항 | 그 부분만 효력을 잃습니다 | 법이 정한 기준 |
| 회사 규정보다 낮은 계약 조항 | 그 부분만 효력을 잃습니다 | 그 회사 규정의 기준 |
| 법령과 어긋나는 회사 규정 | 그대로 둘 수 없습니다 | 법령이 정한 기준 |
| 법정 기준보다 높은 계약 조항 | 걸러지지 않습니다 | 적힌 조건이 그대로 |
| 문서마다 표현만 다른 같은 조건 | 다툴 것이 없습니다 | 표기를 맞추면 끝납니다 |
위의 세 줄이 걸러지는 경우이고, 아래 두 줄은 걸러지지 않는 경우입니다. 낮은 쪽만 손질된다는 점이 이 표의 요점입니다.
넷째 줄을 특히 눈여겨보십시오. 기준선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장치이지 위로 올라가는 것까지 막는 장치가 아닙니다.
회사 규정과 부딪힐 때
같은 구조가 한 층 위에서 한 번 더 반복됩니다.
법과 계약서 사이에서 본 원리는 회사 규정과 계약서 사이에서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계약을 그 부분에 관해 무효로 하고, 그 자리를 취업규칙의 기준으로 채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준선만 바뀌었을 뿐 처리 방식은 앞 절과 같습니다. 아래 것을 끌어올린다는 점, 그리고 문제가 된 조항만 손댄다는 점이 그대로 반복됩니다. 두 조문을 나란히 놓고 보면 층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면 됩니다.
회사 규정 자체도 무제한이 아닙니다. 제96조는 취업규칙이 법령이나 그 사업장에 적용되는 단체협약과 어긋나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어, 규정이 바닥을 뚫는 방향으로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층이 순서대로 서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덧붙여 취업규칙은 상시 열 명 이상을 쓰는 사업장에서 작성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정해진 문서입니다. 거기에 담기는 필수 사항들이 시행령을 거쳐 계약서에 알려야 할 항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두 문서에 같은 항목이 겹쳐 적히는 일이 구조적으로 생깁니다.
반대로 계약서 쪽이 더 유리한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97조가 정한 것은 미달하는 계약의 처리일 뿐이라 유리한 방향까지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경우의 결론은 두 문서를 정면으로 견준 편에서 확인하십시오.
부딪힌 것을 발견했을 때의 순서
어느 문서를 볼지부터 고르지 말고 어느 항목이 부딪혔는지부터 좁히십시오.
실제로 충돌을 마주하면 문서를 여러 개 펼쳐 놓고 어느 것이 맞는지 고르려 하게 됩니다. 그 방식으로는 끝이 나지 않습니다. 항목을 하나로 좁히고 층을 아래에서 위로 훑는 편이 빠릅니다.
아래 다섯 단계는 조문이 정한 절차가 아니라 앞의 두 절에서 본 원리를 순서로 바꿔 놓은 것입니다. 한 항목을 이 순서로 지나가면 무엇이 적용되는지가 대체로 그 자리에서 정해집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 대부분이 끝납니다. 바닥이 어디인지 확인하는 것만으로 낮은 쪽 조항이 걸러지기 때문입니다.
- 부딪힌 항목을 하나로 좁힌다연차인지 임금인지 근로시간인지를 먼저 정합니다. 여러 항목을 한꺼번에 보면 층이 섞입니다.
- 그 항목의 법정 기준을 확인한다바닥보다 낮은 조항이 있으면 여기서 걸러집니다. 나머지 비교는 그다음입니다.
- 회사 규정이 그 항목을 어떻게 정했는지 본다규정이 법정 기준보다 높게 정해 두었다면 그 값이 새로운 기준선이 됩니다.
- 계약서의 조항을 그 기준선과 견준다낮으면 그 부분이 채워지고, 높으면 적힌 대로 남습니다.
- 확인한 결과를 문서에 반영해 둔다어느 값이 맞는지 알아냈다면 계약서 표기를 고쳐 두어야 다음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단계의 순서를 바꾸지 마십시오. 계약서를 먼저 보면 그 값이 기준처럼 느껴져 어느 쪽이 낮은지를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다섯 번째 단계는 생략되기 쉽지만 실익이 큽니다. 표기를 맞춰 두지 않으면 같은 항목을 두고 매년 같은 질문이 되돌아옵니다.
한 문서 안에서 조항끼리 부딪힐 때
층이 다른 충돌이 아니라 같은 종이 안에서 어긋나는 경우도 흔합니다.
문서 사이의 충돌만큼 자주 생기는 것이 계약서 한 장 안에서의 모순입니다. 임금 총액을 적어 둔 줄과 항목별 금액을 더한 값이 맞지 않거나, 근로시간 칸과 휴게시간 칸을 더하면 앞에 적은 출퇴근 시각과 어긋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런 어긋남에는 위아래 층이 없습니다. 같은 문서의 같은 무게를 가진 두 줄이라 어느 쪽이 앞선다고 말할 근거가 없고, 결국 무엇을 약속했는지부터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층이 있는 충돌보다 오히려 정리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본문과 별지 사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별지를 붙일 때 그 문서가 계약의 일부라는 점과 본문과 어긋나면 어느 쪽을 따를지를 적어 두지 않으면, 나중에 두 문서가 나란히 살아 있게 됩니다.
특약 조항도 자주 문제가 됩니다. 앞쪽 조항들을 다 적어 두고 마지막에 그 밖의 사항은 회사 방침에 따른다는 줄을 넣으면, 앞에서 정한 것과 방침이 다를 때 어느 쪽이 적용되는지가 흐려집니다.
그래서 계약서를 만들 때는 같은 값이 두 군데에 적히지 않게 하는 편이 가장 확실합니다. 한 번만 적고 다른 곳에서는 그 조항을 가리키게 하면, 고칠 일이 생겨도 한 자리만 손대면 됩니다.
높은 쪽으로 맞춰지는 것이 원칙에 가깝습니다. 계약서가 규정에 못 미치면 그 부분이 규정의 기준으로 채워지고, 규정이 법정 기준에 못 미치면 그 규정을 그대로 둘 수 없습니다.
시점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어느 조항을 대신하는지가 문서에 적혀 있으면 그에 따르고, 그런 표시가 없으면 층과 기준선을 따져 정리하게 됩니다.
같은 문서 안의 두 줄이라 순서를 매길 근거가 없습니다. 임금은 구성항목과 계산 방법까지 적도록 되어 있으므로 항목 쪽을 기준으로 총액을 다시 맞추는 편이 실무에 맞습니다.
그런 문장 자체를 막는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앞에서 정해 둔 조항과 방침이 어긋날 때 어느 쪽인지가 흐려지므로, 적용 범위를 앞 조항 밖으로 좁혀 적는 편이 낫습니다.
네 개의 물음이 하나로 모이는 곳이 있습니다. 부딪힌 자리를 이기고 지는 문제로 보지 않고, 어느 값이 기준선인지를 찾는 문제로 바꿔 놓는 것입니다.
그 관점으로 보면 계약서를 쓰는 단계에서 할 일도 분명해집니다. 같은 값을 여러 곳에 옮겨 적지 않는 것, 그리고 옮겨 적어야 한다면 어느 쪽이 기준인지를 함께 적어 두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계약서에 법보다 불리한 조항이 있으면 계약 전체가 무효인가요?
제15조는 미치지 못하는 그 부분에 한정해 무효로 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둡니다. 무효가 된 자리는 법이 정한 기준으로 채워집니다.
취업규칙이 근로계약서보다 항상 우선하나요?
제97조가 정한 것은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근로계약의 처리입니다. 계약서 쪽이 더 유리한 경우까지 정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두 방향을 갈라 봐야 합니다.
회사 규정이 법보다 낮게 정해져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제96조가 취업규칙은 법령이나 적용되는 단체협약과 어긋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규정이 바닥을 뚫는 방향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뜻입니다.
계약서가 법정 기준보다 좋은 조건이면 그대로 인정되나요?
기준선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장치입니다. 더 유리하게 정한 조항은 걸러지지 않습니다.
같은 항목이 여러 문서에 적혀 있으면 어떻게 관리하나요?
한 곳에만 적고 다른 문서에서는 그 조항을 가리키게 하는 방식이 가장 품이 덜 듭니다. 고칠 일이 생겨도 한 자리만 손대면 됩니다.
본문과 별지가 어긋나면 어느 쪽인가요?
별지를 붙일 때 계약의 일부라는 점과 어긋날 경우의 처리를 본문에 적어 두지 않았다면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붙이는 단계에서 그 한 줄을 넣어 두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