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비밀유지 조항을 넣는 방법
근로계약서 마스터·9분·
이 조항의 힘은 넓게 쓰는 데서 나오지 않고 무엇을 지킬지 특정하는 데서 나옵니다. 회사의 모든 정보라고 적으면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대상이 흐려집니다. 여기에 위반 시 낼 금액까지 미리 적어 두면 그 문장은 다른 금지에 걸립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가 명시 대상으로 열거한 항목에 비밀유지는 없음 · 제20조 =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 금지, 위반 시 제114조 제1호의 500만 원 이하 벌금 · 실제 손해의 배상은 발생·액수·인과관계를 청구하는 쪽이 입증
회사의 모든 정보를 외부에 누설하지 아니한다
업무를 하며 알게 된 거래처 명단과 단가표, 공개되지 않은 개발 자료를 회사 밖으로 옮기거나 제3자에게 알리지 아니한다
퇴사 후에도 영구히 비밀을 유지한다
비밀유지 의무는 퇴직일부터 ○년간 유지하며, 그 기간 중이라도 일반에 공개된 정보는 대상에서 제외한다
위반 시 금 1,000만 원을 배상한다
위반으로 회사에 손해가 생긴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배상 책임을 진다
이 조항은 근로조건 칸이 아닙니다
조문이 열거한 명시 대상 어디에도 비밀유지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근로계약서에 들어가는 항목 가운데는 알려야 한다고 조문이 지목한 것들이 있습니다. 임금과 소정근로시간, 휴일과 연차가 그런 자리이고, 비밀유지는 그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조항은 넣어도 되고 넣지 않아도 되며, 계약서 대신 별도의 서약서로 받아도 됩니다. 형식이 열려 있는 만큼 내용도 회사가 스스로 정해야 하는데, 이 자유가 오히려 문장을 헐겁게 만듭니다. 정해진 틀이 없으니 다른 회사 문서를 그대로 옮겨 오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갈라 둘 것이 있습니다. 퇴직한 뒤 같은 업종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는 약정은 비밀을 지키라는 약속과 성격이 다른 문제입니다. 두 조항이 나란히 붙어 있는 계약서가 많지만 판단하는 잣대가 같지 않으므로 이 글에서는 앞쪽만 다룹니다.
덧붙여 이 조항이 어느 선까지 효력을 갖는지에 관한 기준은 여기서 단정하지 않습니다. 확인된 근거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문장을 어떻게 짜야 나중에 무엇을 어겼는지 가려낼 수 있는가까지입니다.
무엇을 비밀로 할지부터 좁힙니다
대상을 유형으로 적어 두어야 위반 여부를 가릴 수 있습니다.
비밀유지 조항에서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자리는 대상입니다. 회사의 모든 정보라고 적으면 지킬 범위가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엇이 어긋난 행동인지 아무도 지목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대상을 좁힌다고 해서 보호가 줄어들지도 않습니다. 유형을 나누어 적어 두면 그 유형에 해당하는 자료가 밖으로 나갔을 때 곧바로 확인이 되고, 반대로 이미 공개된 자료를 두고 다투는 일이 사라집니다.
아래 순서는 조항을 처음부터 만들 때 밟게 되는 단계입니다. 다른 회사 문서를 옮겨 오더라도 이 다섯 칸이 채워졌는지만 확인하면 대부분의 구멍이 메워집니다.
- 보호할 자료를 유형으로 적는다거래처 정보, 가격 자료, 미공개 기술 자료처럼 종류로 나눕니다. 이름 하나로 뭉치지 않습니다.
- 어떤 경로로 알게 된 것인지를 적는다업무를 하며 알게 된 것인지, 회사가 따로 건넨 것인지를 밝혀 두면 개인의 경험과 회사 자료가 갈립니다.
- 대상에서 빠지는 것을 적는다이미 일반에 공개된 자료나 법령에 따라 제출해야 하는 경우를 미리 빼 둡니다.
- 자료를 다루는 방법을 적는다반출 승인, 개인 저장장치 사용, 사본 제작처럼 실제로 일어나는 행동을 기준으로 적습니다.
- 끝났을 때의 처리를 적는다퇴직하거나 업무가 바뀔 때 자료를 반환하는지 폐기하는지, 그 확인은 어떻게 남기는지를 정합니다.
둘째 단계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빠집니다. 경로를 적지 않으면 그 사람이 원래 갖고 있던 숙련까지 조항에 묶인 것처럼 읽혀 조항 전체가 무리해 보입니다.
다섯째 단계는 조항의 마지막 줄이지만 분쟁에서는 첫 줄이 됩니다. 무엇을 돌려주었고 무엇이 남았는지가 기록으로 없으면 이후의 주장이 전부 기억에 기대게 됩니다.
금액을 미리 적는 순간 다른 금지에 걸립니다
위반하면 얼마를 낸다는 문장은 조항을 강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비밀유지 조항의 끝에 금액을 붙여 두는 계약서가 흔합니다. 위반 시 얼마를 지급한다고 못 박아 두면 지키는 힘이 세질 것 같지만, 근로계약에 이런 형태의 약정을 두는 것은 따로 막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을 지키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계약을 맺지 못하게 하고, 그런 계약을 체결한 사용자에게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두고 있습니다. 이 제재는 형벌이라 과태료와 성질이 다릅니다.
그렇다고 회사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 손해가 발생했고 그것이 근로자의 고의나 과실에서 비롯되었다면 법에 따라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때는 손해가 났다는 사실과 액수, 그리고 그 사이의 인과관계를 청구하는 쪽이 밝혀야 합니다.
그래서 조항에 적을 문장은 금액이 아니라 책임의 근거입니다. 손해가 생기면 법에 따라 배상한다는 정도로 두면 조항이 살아남고, 숫자를 박아 두면 그 줄 때문에 조항을 만든 쪽이 위반 표지를 갖게 됩니다. 이 금지의 구조는 위약금 조항을 정면으로 다룬 편에서 자세히 확인하십시오.
| 조항 끝에 붙는 문장 | 구조 | 실제로 남는 것 |
|---|---|---|
| 위반 시 금 1,000만 원을 지급한다 | 금액의 사전 확정 | 미리 정하는 약정에 해당합니다 |
| 위반 시 임금 3개월분을 배상한다 | 산정 방식의 사전 확정 | 금액을 계산식으로 바꾼 것뿐입니다 |
| 위반 금액을 퇴직금에서 공제한다 | 확정과 공제가 겹침 | 전액 지급 원칙과도 부딪힙니다 |
| 손해가 생기면 법령에 따라 배상한다 | 일반 원칙의 확인 | 실제 손해를 따져 청구할 수 있습니다 |
| 위반이 확인되면 사내 절차에 따른다 | 절차의 지정 | 규정의 위치를 가리켜 둡니다 |
위의 세 줄은 표현만 다르고 구조가 같습니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숫자가 정해진다는 점이 공통이라 이름을 바꿔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아래 두 줄이 실제로 쓸 수 있는 형태입니다. 둘 다 금액을 비워 두었는데도 책임을 물을 길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기간과 예외를 비워 두면 조항이 헐거워집니다
영구히라는 말은 강한 표현이 아니라 판단을 미룬 표현입니다.
비밀유지 기간을 적지 않거나 영구히라고 적어 둔 조항이 많습니다. 그런데 기간이 없으면 언제까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가 정해지지 않아, 지키는 쪽도 확인하는 쪽도 기준을 잃습니다.
기간을 나눌 때는 재직 중과 퇴직 후를 갈라 적는 편이 낫습니다. 재직 중에는 업무의 일부로 지키는 것이고, 퇴직 후에는 그 사람의 생활을 얼마 동안 묶는 문제가 되어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외도 함께 적어야 합니다. 이미 일반에 공개된 자료는 지킬 대상이 아니고, 법령에 따라 제출해야 하는 경우까지 조항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 두 줄이 빠져 있으면 조항이 지나치게 넓어 보이고, 실제 상황에서는 어느 쪽도 따르기 어렵습니다.
다만 개인이 쌓은 숙련과 회사의 자료를 어디에서 가르는지는 이 글이 확인한 범위 밖입니다. 그래서 조항에서는 취득 경로와 자료의 형태로 선을 긋고, 그 밖의 판단은 사안마다 달라진다는 점을 열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기간이 없다고 곧바로 결론이 나는 구조는 아닙니다. 다만 언제까지가 대상인지 정해지지 않아 위반 여부를 가릴 기준이 사라지므로, 재직 중과 퇴직 후를 나누어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공개된 자료를 대상에서 빼 두지 않으면 조항이 무엇을 보호하는지가 흐려집니다. 예외를 한 줄로 적어 두십시오.
법령에 따라 제출해야 하는 경우를 조항이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 경우를 예외로 적고, 회사에 알리는 절차를 함께 두면 됩니다.
자료와 숙련을 어디에서 가르는지에 관한 기준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조항에서는 취득 경로와 자료의 형태로 대상을 좁혀 두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네 문답이 가리키는 곳은 같습니다. 조항을 넓게 쓸수록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구간은 좁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간과 예외는 조항을 약하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남은 부분을 실제로 쓸 수 있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계약서 안에 둘까, 별지로 뺄까
어느 쪽이든 되지만 근로조건 조항과 뒤섞지는 마십시오.
비밀유지 조항을 근로계약서 본문에 넣는 회사도 있고 별도의 서약서로 받는 회사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다고 정한 규정은 없으므로 관리하기 편한 방식을 고르면 됩니다.
다만 본문에 넣을 때는 근로조건을 정한 조항과 자리를 나누는 편이 좋습니다. 임금과 근로시간을 적는 칸 사이에 이 조항이 끼어 있으면, 무엇이 알려야 할 근로조건이고 무엇이 부수적인 약속인지가 읽는 사람에게 섞여 보입니다.
별지로 뺄 때는 그 문서가 계약의 일부라는 점을 본문에 한 줄 적어 두어야 합니다. 그 줄이 없으면 나중에 어느 문서를 기준으로 볼지부터 다투게 됩니다. 서명 자리와 보관 방법도 함께 정해 두십시오.
아래 목록은 조항을 다 쓰고 나서 훑어보기 위한 것입니다. 채워지지 않는 줄이 있다면 그 줄이 실제 상황에서 답하지 못할 질문입니다.
비밀유지 조항을 쓰고 나서
마지막 줄만은 반대 방향으로 확인하는 항목입니다. 채워져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비어 있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앞의 네 줄이 채워져 있으면 조항이 길어졌을 텐데, 그 길이가 곧 나중에 확인할 수 있는 범위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비밀유지 조항을 꼭 넣어야 하나요?
조문이 명시 대상으로 지목한 항목이 아니므로 넣을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넣기로 했다면 대상과 기간, 예외를 함께 적어야 나중에 위반 여부를 가릴 수 있습니다.
회사의 모든 정보라고 적으면 안 되나요?
그렇게 적으면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어긋난 행동인지 지목할 수 없게 됩니다. 자료의 유형과 취득 경로로 좁혀 적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위반 시 배상액을 미리 적어도 되나요?
근로계약을 지키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금액을 미리 정하는 약정은 금지되어 있고, 그런 계약을 체결한 사용자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따릅니다.
그러면 손해가 생겨도 청구할 수 없나요?
청구의 길이 막힌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손해가 발생했고 근로자의 고의나 과실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법에 따라 배상을 구할 수 있으며, 입증은 청구하는 쪽의 몫입니다.
퇴직 후 동종업계 취업 제한도 같이 넣어도 되나요?
성격이 다른 약정이라 판단하는 잣대가 같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으므로 함께 두더라도 조항을 나누어 적으십시오.
별도 서약서로 받아도 효력이 있나요?
형식을 정한 규정이 없으므로 문서를 나누어도 됩니다. 다만 그 문서가 계약의 일부라는 점을 계약서 본문에 밝혀 두어야 기준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