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근로계약서, 종이와 효력이 같나요
근로계약서 마스터·8분·
형태가 파일이라는 이유만으로 효력이 낮아지지 않습니다. 서면에 전자문서가 들어간다는 말이 근로기준법 조문 안에 직접 적혀 있고, 전자문서법이 같은 결론을 한 번 더 못 박아 두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 본문 = 서면에 전자문서를 포함 · 전자문서법 제4조 제1항 = 전자적 형태라는 이유만으로 효력 부인 금지 · 같은 법 제4조의2 = 열람과 보존 요건을 갖추면 서면으로 봄
전자문서법 제4조 제1항 — 전자적 형태라는 이유만으로 효력을 부인하지 못한다
전자문서법 제4조의2 — 내용을 열람할 수 있을 것
전자문서법 제4조의2 — 그 형태로 보존되어 있을 것
종이가 더 세 보이는 느낌은 어디서 오나
법이 종이를 우대해서가 아니라, 오래 종이만 써 왔기 때문입니다.
입사 절차를 전자결재로 돌리기 시작한 회사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이 이것입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파일 하나로 버틸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종이에는 자필 서명이 눌린 자국이 남고 도장 자국이 번지지만, 화면에는 그런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이 불안은 근거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체에 대한 익숙함의 문제입니다. 종이 계약서가 강한 이유는 종이라서가 아니라, 그 종이가 누구 손에 언제 넘어갔는지를 사람들이 오래 다뤄 봤기 때문입니다. 같은 일을 파일로도 할 수 있으면 결론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근로계약서 쪽은 다른 문서보다 답이 훨씬 명쾌합니다. 계약서를 전자문서로 주고받아도 되는지가 해석의 영역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조문이 그 자리를 직접 정리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얼버무릴 자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 편은 순서를 뒤집어 보겠습니다. 전자문서라서 괜찮은 이유를 찾는 대신, 조문이 서면이라는 말에 무엇을 담아 두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첫 번째 근거는 근로계약서를 정한 조문 자신입니다
서면이라고 적은 바로 뒤 괄호 안에 전자문서가 들어 있습니다.
전자근로계약서를 설명할 때 흔히 전자문서 관련 법률부터 꺼내 놓습니다. 순서가 뒤집힌 인용입니다. 근로계약서에 관한 한 첫 번째 근거는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 본문 안에 이미 들어 있습니다. 서면을 교부하라고 적은 그 문장에서, 서면이라는 말 뒤에 괄호가 열리고 전자문서를 포함한다는 말이 붙어 있습니다.
이 괄호가 하는 일은 예외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서면이라는 낱말의 뜻 자체를 넓혀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파일로 건넨 계약서는 서면의 예외로 봐주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서면에 들어갑니다. 두 가지는 말장난 같아 보여도 결과가 다릅니다. 예외라면 요건을 따로 따져야 하지만, 포함이라면 따질 것이 없습니다.
이 괄호는 2021년 개정으로 조문에 들어왔습니다. 시행 시점에 관해서는 자료마다 표기가 갈리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개정으로 조문에 명시되었다는 사실까지만 적습니다. 날짜를 정확히 옮길 수 없다면 날짜를 빼는 편이 안전합니다.
근거의 층을 정리해 두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아래 표의 첫 줄이 가장 앞에 오고, 나머지는 그 뒤를 받칩니다.
| 근거 | 무엇을 정하고 있나 | 이 질문에서의 자리 |
|---|---|---|
|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 본문 | 교부해야 할 서면에 전자문서가 포함된다 | 1순위 · 근로계약서 전용 근거 |
| 전자문서법 제4조 제1항 | 전자적 형태라는 이유만으로 효력을 부인하지 못한다 | 2순위 · 일반 원칙 |
| 전자문서법 제4조의2 | 열람과 보존 요건을 갖추면 서면으로 본다 | 2순위 · 서면요건 |
|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 | 작성·교부·보존의 실무 안내 | 참고 · 법령이 아닌 행정지침 |
마지막 줄에 따로 표시를 해 둔 이유가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행정지침이지 법령이 아니어서, 거기 적힌 내용을 법에 따르면이라고 옮기면 근거의 무게를 잘못 실은 것이 됩니다.
반대로 첫 줄은 얼마든지 단정적으로 써도 됩니다. 근로계약서의 서면 교부를 정한 조문이 스스로 전자문서를 끌어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문서법이 받치는 두 겹
하나는 효력을 부인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하나는 서면으로 보게 합니다.
근로기준법 쪽 근거만으로도 결론은 나옵니다. 그래도 전자문서법을 함께 보는 편이 좋은 이유는, 계약서 말고도 회사가 파일로 만드는 문서가 여럿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원칙을 알아 두면 다른 문서에서 같은 질문이 나왔을 때 다시 찾지 않아도 됩니다.
이 법은 두 방향에서 접근합니다. 먼저 형태를 이유로 효력을 깎지 못하게 막고, 그다음 어떤 조건을 갖추면 아예 서면으로 취급되는지를 정합니다. 조문을 나란히 놓고 보면 두 문장이 서로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제4조(전자문서의 효력) ① 전자문서는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효력이 부인되지 아니한다. / 제4조의2(전자문서의 서면요건) 전자문서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는 그 전자문서를 서면으로 본다. 1. 전자문서의 내용을 열람할 수 있을 것 2. 전자문서가 작성·변환되거나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때의 형태 또는 그와 같이 재현될 수 있는 형태로 보존되어 있을 것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4조·제4조의2
앞 조문에서 눈여겨볼 낱말은 이유만으로입니다. 형태가 전자라는 사실 하나로는 깎을 수 없다는 뜻이지, 다른 사유가 있어도 무조건 유효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용이 위법하거나 당사자의 의사가 없었다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로 남습니다.
뒤 조문의 두 호는 실무에서 그대로 점검 항목이 됩니다. 열 수 있어야 하고, 만들어질 때의 모습대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열리지 않는 형식으로 저장해 두거나 나중에 내용이 바뀔 수 있는 형태로 두면 이 두 호가 흔들립니다.
그래서 파일 형식을 고를 때의 기준도 여기서 나옵니다. 조문은 특정 확장자를 요구하지 않지만, 열람과 보존이라는 두 요건을 지키기 쉬운 형식이 있고 그렇지 않은 형식이 있습니다.
형식이 아니라 도달과 보존에서 갈립니다
다투게 되는 자리는 파일이냐 종이냐가 아니라 받았느냐 남았느냐입니다.
전자근로계약서로 실제 분쟁이 생기는 지점은 효력이 아닙니다. 회사는 시스템에 올려 두었다고 하고 근로자는 본 적이 없다고 하는 상황, 또는 몇 해 뒤에 그 파일을 아무도 찾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두 경우 모두 전자문서라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관리에서 생긴 문제입니다.
교부는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상대에게 닿아야 완성됩니다. 사내 시스템에 게시했지만 그 근로자에게 계정이 없었다면 닿은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어떤 통로를 썼는지보다 받는 쪽이 실제로 열어 볼 수 있었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보존은 또 다른 의무입니다.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를 3년간 보존하도록 정한 조문이 따로 있고, 그 위반은 교부를 어긴 경우와 달리 과태료로 갈라집니다. 교부와 보존을 한 덩어리로 묶어 생각하다가 한쪽만 챙기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아래 네 줄은 조문이 요구하는 순서가 아니라, 빠뜨렸을 때 나중에 되돌리기 어려운 순서로 늘어놓은 것입니다.
파일로 주고받았다면 확인할 것
넷째 줄이 조문에 적힌 요구는 아닙니다. 그래도 넣어 둔 이유는 교부 여부가 다투어질 때 그것을 밝혀야 하는 쪽이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었더라도 기록이 없으면 주지 않은 것과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다섯째 줄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워집니다. 담당자가 바뀌고 메일 계정이 정리되면서 사라지는 파일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도 남는 오해 세 가지
효력이 같다는 결론을 받아들인 뒤에도 자주 걸리는 지점들입니다.
첫째는 종이 원본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조문이 서면에 전자문서를 포함시켜 둔 이상, 처음부터 파일로 만든 계약서에는 종이 원본이라는 개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출력물은 그 파일을 보기 좋게 옮긴 사본일 뿐입니다.
둘째는 도장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계약서에 날인을 요구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도장이 계약의 성립 요건이었던 적이 없고, 여러 장을 잇는 간인도 관행이지 법이 정한 절차가 아닙니다.
셋째는 전자서명이 특별한 인증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전자적 형태라는 이유만으로 서명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따로 있고, 어떤 수단을 써야 하는지를 근로계약서에 대해 못 박아 둔 조항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서명 수단과 보관 방법은 별도의 편에서 이어 다룹니다.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조문이 서면에 전자문서를 포함시켜 두었으므로 파일 자체가 이미 교부 대상인 서면입니다.
고쳐 쓰는 것과 남겨 두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서면요건이 만들어진 때의 형태로 보존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므로, 수정본은 새 문서로 남기고 이전 문서를 지우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회사에는 계약 서류를 일정 기간 보존할 의무가 있습니다. 사본을 요구할 권리와 그 절차는 따로 정리한 편을 참고하십시오.
세 오해를 관통하는 착각은 같습니다. 종이로 하던 절차를 그대로 화면에 옮겨야 안전하다는 생각입니다. 조문은 절차의 모양을 요구한 적이 없고, 무엇이 적혀 있고 누구에게 닿았는지만 봅니다.
정리하면 이 질문의 답은 짧습니다. 효력은 같고, 신경 쓸 것은 형태가 아니라 도달과 보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전자근로계약서도 종이 계약서와 효력이 같나요?
같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 본문이 교부해야 할 서면에 전자문서를 포함한다고 적고 있어 형태만을 이유로 효력을 낮게 볼 근거가 없습니다.
근거가 되는 법이 전자문서법인가요?
근로계약서에 관한 첫 번째 근거는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 본문입니다. 전자문서법 제4조 제1항과 제4조의2는 그 결론을 일반 원칙으로 받쳐 주는 조문입니다.
전자문서가 서면으로 인정되는 조건이 있나요?
전자문서법 제4조의2는 내용을 열람할 수 있을 것과 작성·송수신·저장된 때의 형태로 보존되어 있을 것 두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파일 형식이 정해져 있나요?
형식을 정한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열람과 보존이라는 두 요건을 지키기 쉬운 형식을 고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전자근로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하나요?
근로기준법에는 근로계약서에 날인을 요구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도장이나 간인은 관행이며 계약의 성립 요건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