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 증거 목록을 정리하는 법
고소장 마스터·9분·
증거 목록은 자료를 모아 붙이는 자리가 아니라,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리키는 자리입니다. 내 손에 있는 것과 남에게 있는 것을 갈라 적고, 각 자료가 어느 문장을 뒷받침하는지를 함께 적으면 목록이 지도처럼 작동합니다.
실무에서 언급되는 항목 가운데 증거자료는 범죄사실과 별도의 자리로 다뤄집니다 · 다만 그 자료가 절차 안에서 증거로 다뤄지는지는 이 글의 범위 밖이며 별도의 규칙이 적용됩니다
자료가 많은데도 진행이 더딘 경우가 있습니다
모아 두는 것과 정리해 두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피해를 겪은 사람은 대개 자료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주고받은 메시지가 남아 있고, 사진이 있고, 계좌 내역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그대로 내밀면 오히려 시간이 걸립니다.
읽는 쪽에서 해야 할 일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어느 자료가 어느 대목을 뒷받침하는지 하나씩 대조해야 하고, 대조하는 동안 서면의 주장과 자료 사이의 연결이 끊긴 채로 남습니다.
그래서 목록이 필요합니다. 목록은 자료의 개수를 세는 표가 아니라, 서면에 적은 문장과 손에 있는 자료를 이어 주는 다리입니다. 다리가 놓이면 확인이 곧바로 시작됩니다.
이 편은 그 다리를 놓는 방법을 다룹니다. 자료를 어떻게 모으는지가 아니라, 모은 것을 어떻게 늘어놓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목록에 적는 것은 자료가 아니라 소재입니다
무엇이 어디에 있고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목록을 처음 만들어 보면 자료의 이름만 늘어놓게 됩니다. 메시지 캡처, 사진, 계좌 내역 같은 식입니다. 이렇게만 적으면 읽는 쪽에서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한 줄에 네 가지가 들어가야 목록이 제 일을 합니다. 무엇인가, 어느 문장을 뒷받침하는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가입니다. 이 네 가지가 있으면 그 줄만 보고 다음 동작을 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셋째 칸이 자주 빠집니다. 자료가 내 손에 있는지, 상대에게 있는지, 제3의 어딘가에 있는지는 확인의 난이도를 완전히 바꿉니다. 내 손에 없는 자료는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표는 그 네 칸을 예시로 채운 것입니다. 왼쪽 칸만 읽으면 흔한 목록처럼 보이지만, 오른쪽으로 갈수록 목록이 무엇을 하는 물건인지가 드러납니다.
| 무엇인가 | 어느 문장을 뒷받침하나 | 지금 어디에 있나 | 어떤 형태인가 |
|---|---|---|---|
| 주고받은 대화 | 약속이 있었다는 대목 | 본인의 휴대전화 | 화면 저장본과 원본 |
| 송금 내역 | 돈이 오갔다는 대목 | 거래 은행 | 발급받을 수 있는 서면 |
| 현장 사진 | 그 자리의 상태 | 본인의 기기 | 촬영 시각이 남은 파일 |
| 건물의 영상 기록 | 그 시각에 있었다는 대목 | 관리 주체 | 보관 기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
| 함께 있던 사람의 기억 | 정황이 이어졌다는 대목 | 그 사람 | 서면으로 받아 두어야 남습니다 |
넷째 줄과 다섯째 줄이 앞의 셋과 성격이 다릅니다. 내 손에 없고, 시간이 지나면 형태가 남지 않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다음 절이 이 두 줄만 따로 다룹니다.
둘째 칸을 채우다 보면 자료가 없는 문장이 드러납니다. 그것도 소득입니다. 어느 대목이 진술 하나에만 기대고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내 손에 없는 자료를 먼저 다룹니다
사라질 수 있는 것부터 순서를 잡아야 합니다.
목록을 만들고 나면 대개 가진 것부터 정리하게 됩니다. 눈앞에 있으니 손이 먼저 가는 것인데, 순서로 보면 반대입니다. 가진 것은 내일도 그대로 있지만 남에게 있는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형태에 따라 남는 기간이 다릅니다. 기록이 일정 기간만 보관되는 것들이 있고, 사람의 기억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확인의 순서에서 앞에 두어야 합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갈립니다. 개인이 남의 기록을 직접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이 어디에 있고 언제까지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이는지를 서면에 적어 두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함께 있던 사람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의 말을 대신 옮겨 적는 것과 그 사람이 직접 적어 준 서면을 함께 내는 것은 다릅니다. 다만 그런 서면이 절차 안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는 규칙이 따로 있어 이 글에서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순서를 정할 때
마지막 줄을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화면을 저장해 두었다고 원본을 지워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저장본만 남으면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목록이 문장을 고치게 만듭니다
자료가 붙지 않는 문장을 발견하는 것이 이 작업의 큰 소득입니다.
목록의 둘째 칸을 채우다 보면 어느 문장에도 붙지 않는 자료가 나오고, 반대로 아무 자료도 붙지 않는 문장이 나옵니다. 둘 다 손봐야 할 자리입니다.
붙지 않는 자료는 대개 사건과 거리가 있는 것들입니다. 억울함을 설명하려고 모았지만 정작 무엇을 뒷받침하는지 말하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목록에서 빼도 됩니다. 자료의 수가 힘이 되지는 않습니다.
아무 자료도 붙지 않는 문장이 더 중요합니다. 그 문장이 서면의 중심에 있다면 다른 방식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 찾아보아야 합니다. 찾지 못했다면 그렇게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서면과 목록이 서로를 다듬습니다. 문장이 정리되면 목록이 짧아지고, 목록이 정리되면 문장이 분명해집니다.
수가 아니라 연결이 중요합니다. 어느 문장을 뒷받침하는지 말할 수 없는 자료는 목록에서 빼도 됩니다.
목록의 역할은 소재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무엇을 어떤 형태로 함께 내야 하는지는 창구와 사건에 따라 다르므로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자료의 소재를 적는 자리가 비어 있다고 서면을 낼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확인이 진술 하나에만 기대게 되므로 무엇이 남아 있을 만한지를 함께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여기까지가 이 글의 범위입니다. 목록에 오른 자료가 절차 안에서 증거로 다뤄지는지는 별도의 규칙이 정하는 문제이고, 그 규칙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목록을 만든 뒤에 하는 일
한 번 만들고 끝나는 표가 아닙니다.
목록은 서면을 내기 전에 완성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고 난 뒤에도 자료가 추가되고, 어떤 자료는 확인해 보니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줄을 고쳐 두어야 합니다.
고쳐 두면 두 가지가 편해집니다. 하나는 나중에 무엇을 이야기했는지 다시 떠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진행 상황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목록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무엇을 왜 모았는지 잊게 되는데, 둘째 칸이 채워져 있으면 그 이유가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목록의 형태는 자유롭습니다. 이 글에서 든 네 칸은 필요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이고, 정해진 규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 네 가지한 줄에 들어가야 하는 정보
- 내 손에 없는 것먼저 손대야 하는 줄
- 어느 문장에도 붙지 않는 것목록에서 빼도 되는 줄
비즈폼에는 증거자료의 소재를 적는 칸이 범죄사실 칸과 따로 나뉜 고소장 서식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칸이 나뉘어 있으면 사실을 적는 문장과 자료를 가리키는 문장이 섞이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증거 목록에는 무엇을 적나요?
무엇인지, 어느 문장을 뒷받침하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지를 한 줄에 함께 적으면 목록이 제 일을 합니다.
자료를 전부 첨부해야 하나요?
목록의 역할은 소재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무엇을 어떤 형태로 함께 내야 하는지는 창구와 사건에 따라 달라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내 손에 없는 자료는 어떻게 적나요?
어디에 있는지와 언제까지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이는지를 적어 두십시오. 개인이 남의 기록을 직접 가져올 수는 없지만 소재를 밝혀 두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자료가 많을수록 유리한가요?
수가 아니라 연결이 중요합니다. 어느 문장을 뒷받침하는지 말할 수 없는 자료는 목록에서 빼도 됩니다.
화면 저장본만 있어도 되나요?
원본이 남아 있다면 함께 지키십시오. 저장본만 남으면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목록에 올린 자료가 증거가 되나요?
그것은 별도의 규칙이 정하는 문제이고 이 글의 범위 밖입니다. 여기서는 무엇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를 적는 데까지만 다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