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계약서 계약서 한 줄 때문에 잔금일에 무너집니다
매매계약서 마스터·8분·
잔금일을 무너뜨리는 것은 특약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한 줄이 기본값을 어느 쪽으로 밀어 놓았는지입니다. 민법은 대금 지급과 권리 이전을 동시에 이행하라고 하면서도 특별한 약정이나 관습이 있으면 그쪽을 따르게 열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문장 하나가 먼저 내주고 나중에 받는 구조를 만들어 버립니다.
민법 제568조 제2항 — 매도인의 권리 이전 의무와 매수인의 대금 지급 의무는 특별한 약정이나 관습이 없으면 동시이행 /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제2조 제1항 — 반대급부의 이행이 완료된 날부터 60일 이내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잔금일에 걸리는 계약서
- 잔금 지급일만 적고 등기서류를 언제 받는지는 비워 둠
- 인도일을 잔금일보다 앞으로 당겨 적고 그 사이의 책임은 정하지 않음
- 저당권 말소를 매도인이 책임진다고만 적고 처리 시점을 비워 둠
- 계약금을 포기하면 언제든 물러설 수 있다고 읽고 일정을 짬
- 잔금을 치른 뒤에 따라붙는 기한을 문서 어디에도 적지 않음
잔금일이 그냥 지나가는 계약서
- 대금과 등기서류를 같은 자리에서 맞바꾸도록 순서를 적음
- 인도일을 잔금일과 같은 날로 두고 어긋나면 그 구간을 따로 적음
- 말소에 쓸 돈과 처리 시점을 잔금 지급 절차 안쪽에 넣음
- 물러설 수 있는 시한이 이행 착수 전까지라는 것을 일정에 반영함
- 신고와 등기 신청의 기한을 계약서 말미에 날짜로 남김
왜 다툼이 하필 잔금일에 몰리는가
계약일에는 합의만 있으면 되지만 잔금일에는 돈과 서류와 열쇠가 같은 자리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자리는 의외로 조용합니다. 금액과 날짜가 맞고 서로 얼굴을 보았으니 남은 것은 일정을 지키는 일뿐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실제로 계약일부터 잔금일까지의 몇 주는 대부분 아무 일 없이 흘러갑니다.
문제는 그 몇 주 동안 각자가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린다는 데 있습니다. 매도인은 잔금을 받아 다른 집의 잔금을 치를 계획을 세우고, 매수인은 대출 실행일에 맞춰 이사 날짜를 잡습니다. 두 계획이 맞물리는 유일한 지점이 잔금일이라 그날 하나라도 어긋나면 뒤엉킨 것이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이때 두 사람이 펴 보는 것은 계약서입니다. 그런데 계약서에 적혀 있는 것은 대개 금액과 날짜뿐이고, 그날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나중에 하는지는 비어 있습니다. 순서가 비어 있으면 각자가 자기에게 유리한 순서를 주장하게 되고 그 자리에서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잔금일 사고는 대단한 조항 때문에 생기지 않습니다. 흔히 넣는 문장 하나가 기본 순서를 조용히 바꿔 놓았거나, 아무 문장도 없어서 순서가 통째로 비어 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동시이행이라는 기본값과 그것을 뒤집는 단서
민법의 출발점은 대금과 권리를 맞바꾸는 것이고, 계약서는 그 출발점을 옮길 수 있습니다.
민법 제568조는 매도인이 매매의 목적이 된 권리를 이전하고 매수인이 그 대금을 지급하도록 정하면서, 이 두 의무를 특별한 약정이나 관습이 없으면 동시에 이행하라고 이어 붙였습니다. 잔금과 소유권이전등기가 한 자리에서 오가는 실무는 여기서 나옵니다.
눈여겨볼 것은 조문에 붙은 단서입니다. 특별한 약정이나 관습이 없으면이라는 말이 앞에 놓여 있으므로, 당사자가 달리 정해 두었다면 그 약정이 먼저 적용됩니다. 계약서 한 줄이 조문보다 앞선다는 뜻은 아니고, 조문이 그렇게 정하도록 자리를 비워 두었다는 뜻입니다.
아래 표의 왼쪽은 매매계약서에서 흔히 보이는 문장입니다. 어느 것도 잘못 쓴 문장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다만 각 문장이 기본 순서를 어느 방향으로 옮기는지가 다르고, 그 방향에 따라 잔금일에 누가 먼저 위험을 떠안는지가 갈립니다.
| 계약서에 적힌 문장 | 기본 순서에서 옮겨지는 방향 | 잔금일에 실제로 생기는 결과 |
|---|---|---|
| 잔금은 2026년 ○월 ○일에 지급한다 | 날짜만 정하고 순서는 그대로 둠 | 맞바꾸는 순서가 기본값으로 남음 |
| 매수인은 잔금 지급 후 등기서류를 교부받는다 | 매수인 쪽으로 선이행을 옮김 | 돈이 먼저 나가고 서류는 뒤에 옴 |
| 매도인은 잔금 수령 전 등기서류를 미리 교부한다 | 매도인 쪽으로 선이행을 옮김 | 서류가 먼저 나가고 돈은 뒤에 옴 |
| 잔금일에 쌍방 의무를 동시에 이행한다 | 기본값을 문장으로 다시 확인함 | 주장할 근거가 문서에 남음 |
| 본 계약에 정하지 않은 사항은 관례에 따른다 | 순서를 비워 둔 채 밖으로 넘김 | 그날 관례가 무엇인지부터 다툼 |
둘째 줄과 셋째 줄은 방향만 반대일 뿐 성격이 같습니다. 어느 쪽이든 한 사람이 먼저 내주고 상대의 이행을 기다리는 구간이 생기고, 그 구간이 길수록 그 사람이 지는 위험이 커집니다. 계약서를 검토할 때는 이런 문장이 있는지를 먼저 찾고, 있다면 그 대가로 무엇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선이행을 약정했더라도 상대의 이행이 현저히 불투명해진 경우에는 그 이행이 확실해질 때까지 자기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법리가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예외적인 구제이지 계약서를 대신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문장을 고쳐 순서를 되돌려 놓는 편이 훨씬 간단합니다.
계약금 조항을 안전장치로 읽는 순간
계약금을 포기하고 물러설 수 있는 구간은 조문 안에서 이미 닫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잔금일을 앞두고 마음이 바뀌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계약금을 포기하면 된다는 문장입니다. 민법 제565조 제1항이 교부자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니 근거가 없는 생각도 아닙니다.
그런데 같은 항 안에 시한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라는 구간이 그것입니다. 이 구간이 지나면 계약금을 포기하겠다고 해도 해제되지 않고, 포기한 돈만 사라진 채 계약은 그대로 남습니다.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그 이행을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것을 뜻합니다. 단순히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함께 붙는 설명입니다. 실무에서는 중도금 지급이 그 대표적인 예로 다루어집니다.
여기서 한 가지가 더 갈립니다. 조문은 상대방이 아니라 당사자의 일방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물러서려는 사람이 아니라 어느 한쪽이라도 착수하면 시한이 닫힌다는 뜻이라, 내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답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알려져 있지만 언제나 통하지는 않습니다. 이행기 전에도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상대가 이미 해제 의사를 밝히고 해약금을 받아 가라고 최고한 뒤라면 일방적으로 앞당긴 이행이 그 해제권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실무에서 그 언저리로 정해질 뿐 비율을 정한 조문은 없습니다. 제565조도 액수가 아니라 포기와 배액 상환이라는 방식만 정합니다.
제565조는 해제와 손해배상의 관계를 정한 제551조를 이 경우에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주고받는 것은 계약금이나 그 배액에서 끝난다고 읽힙니다.
조문에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가 있어 그 약정이 먼저 적용됩니다. 그래서 계약서의 해제 조항을 먼저 읽어야 합니다.
인도일을 잔금일과 다르게 적었다면
두 날짜가 벌어지면 그 사이는 계약서가 정해 주지 않는 한 비어 있는 구간이 됩니다.
잔금일과 인도일은 같은 날로 두는 것이 보통이지만 사정에 따라 벌어집니다. 매도인이 이사할 집의 일정이 밀렸다거나 매수인이 먼저 짐을 들여야 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 자체는 문제가 아니고 흔한 조정입니다.
문제는 그 구간에 관한 문장이 없을 때 생깁니다. 며칠 동안 누가 관리비와 공과금을 부담하는지, 그 사이에 생긴 파손을 누가 감당하는지, 열쇠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넘기는지가 전부 비어 있으면 잔금일 당일에 그 이야기를 처음 꺼내게 됩니다.
아래 순서는 두 날짜를 다르게 정할 때 계약서에 남겨 두어야 하는 항목입니다. 어느 것도 법이 요구하는 사항이 아니라 당사자가 정해야 비로소 생기는 내용입니다.
- 두 날짜를 각각 적는다잔금 지급일과 인도일을 별개의 줄로 적습니다. 한 줄에 묶어 두면 나중에 어느 쪽을 기준으로 세는지가 흐려집니다.
- 사이 구간의 비용 부담을 정한다관리비와 공과금을 어느 날짜를 기준으로 나눌지 적습니다. 검침일과 정산 방식까지 적어 두면 그날 계산기를 두드릴 일이 줄어듭니다.
- 점유와 위험의 이전 시점을 적는다언제부터 매수인이 집을 쓰는지, 그 전까지 생긴 파손은 누가 처리하는지를 문장으로 남깁니다.
- 열쇠와 출입 수단의 인계를 적는다현관 비밀번호와 공동현관 카드, 주차 등록까지 포함해 무엇을 몇 개 넘기는지 적습니다.
셋째 단계가 가장 자주 빠집니다. 인도일이 잔금일보다 앞이면 매수인이 아직 대금을 다 치르지 않은 상태로 집을 쓰게 되고, 뒤라면 매도인이 대금을 받고도 며칠 더 머무는 상태가 됩니다. 어느 쪽이든 그 구간에 생긴 일의 책임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나중에 되짚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두 날짜를 같은 날로 맞출 수 있다면 위 항목의 절반은 적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조정할 여지가 있다면 문장을 늘리기보다 날짜를 붙이는 쪽이 늘 간단합니다.
잔금을 치른 날부터 다시 세기 시작하는 것들
잔금일은 끝이 아니라 여러 기한의 기산점입니다.
잔금을 보내고 열쇠를 받으면 거래가 끝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행정 절차는 그때부터 움직입니다. 게다가 기한마다 세기 시작하는 날이 달라서 하나로 묶어 기억하면 반드시 어긋납니다.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제2조 제1항은 부동산의 소유권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자가 정해진 날부터 60일 이내에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하도록 정합니다. 그 정해진 날은 서로 대가적인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 반대급부의 이행이 완료된 날이므로, 매매에서는 잔금을 치른 날이 기준이 됩니다. 계약일이 아닙니다.
반면 부동산 거래신고는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셉니다. 잔금일 무렵에는 이미 그 기한이 지나 있을 수 있으므로 두 기한을 같은 달력에 적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 잔금일부터 60일소유권이전등기 신청
- 계약 체결일부터 30일부동산 거래신고
- 취득한 날부터 60일취득세 신고·납부
셋째 항목은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지방세법 제20조 제1항은 취득세 과세물건을 취득한 자가 그 취득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신고하고 납부하도록 정하는데, 그 취득한 날이 언제인지는 별도의 규정이 따로 있습니다. 잔금일과 같다고 단정하지 말고 신고 전에 확인하는 것이 맞습니다.
세 기한 모두 일수만 외우면 틀리기 쉽습니다. 계약서 말미에 계약 체결일과 잔금 예정일을 나란히 적어 두고 각 기한을 그 옆에 실제 날짜로 계산해 두면, 나중에 어느 날을 기준으로 세야 하는지 다시 헤맬 일이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잔금일에 등기서류를 받지 못하면 대금을 주지 않아도 되나요?
민법 제568조 제2항은 매도인의 권리 이전 의무와 매수인의 대금 지급 의무를 특별한 약정이나 관습이 없으면 동시에 이행하도록 정합니다. 다만 계약서에 선이행 약정이 있으면 그 약정이 먼저 적용되므로 문장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매수인이 먼저 잔금을 낸다고 적혀 있으면 그대로 따라야 하나요?
조문이 특별한 약정이나 관습이 없으면이라고 열어 두었으므로 그 약정이 앞섭니다. 다만 상대의 이행이 현저히 불투명해진 경우라면 이행이 확실해질 때까지 자기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법리가 있습니다.
중도금을 보낸 뒤에도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제할 수 있나요?
제565조 제1항의 해제는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만 가능합니다. 중도금 지급은 이행 착수의 대표적인 예로 다루어지므로 그 뒤에는 이 방법으로 해제되지 않습니다.
소유권이전등기는 계약일부터 60일 안에 하면 되나요?
기산점이 다릅니다. 반대급부의 이행이 완료된 날부터 60일이므로 매매에서는 잔금을 치른 날이 기준입니다.
잔금일과 인도일이 다르면 계약에 문제가 생기나요?
두 날짜를 다르게 정하는 것 자체는 당사자가 정할 문제입니다. 다만 그 사이의 비용과 위험을 계약서에 적어 두지 않으면 그날 처음 다투게 됩니다.
취득세 신고 기한의 취득한 날이 잔금일인가요?
지방세법 제20조 제1항은 취득한 날부터 60일이라고만 정하고 취득의 시기는 별도 규정에 따릅니다. 잔금일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신고 전에 확인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