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와 사표, 같은 말인가요
사직서 마스터·7분·
가리키는 대상은 같습니다. 어느 이름으로 내든 근로계약을 끝내겠다는 뜻이 회사에 닿았다면 같은 효과가 생깁니다. 법에는 이 서류의 명칭을 정한 조항이 아예 없고, 판단은 표지의 낱말이 아니라 적힌 내용과 오간 정황으로 이루어집니다.
민법 제660조·제661조는 '해지' 또는 '해지의 통고'라고만 적고 서류의 명칭·방식을 정하지 않음 · 근로기준법과 그 시행령·시행규칙에도 사직서 서식이 없음
알린 뜻이 회사에 닿은 날부터 기간을 센다
기간이 지나면 근로관계가 끝난다
표지에 무엇이라 적혔는지는 따로 세지 않는다
왜 두 낱말이 나란히 굳어졌나
하나는 종이를 가리키고 하나는 던지는 동작까지 품은 말입니다.
사표라는 말에는 오래된 결이 있습니다. 사표를 던졌다, 사표를 냈다 같은 표현에서 보이듯 이 낱말은 종이 한 장보다 그만두겠다고 선언하는 장면 전체를 감싸는 쪽으로 자랐습니다. 드라마에서 봉투를 책상에 올려놓는 장면과 함께 기억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반대로 사직서는 서류의 제목으로 살아남은 낱말입니다. 문서 상단 가운데에 두 글자 혹은 세 글자로 인쇄되어 있고, 결재선을 타고 올라가며 보관되고 편철됩니다. 부르는 자리가 애초에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상황을 두고 어느 쪽 낱말이 나오는지가 말하는 사람의 위치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동료끼리는 사표를 낸다고 하고, 인사 담당자는 사직서가 접수됐다고 합니다. 어느 쪽도 틀린 표현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 차이를 법적인 차이로 오해할 때 생깁니다. 사표는 가볍고 사직서는 정식이라는 식의 구분이 돌아다니는데, 그렇게 나누는 근거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법령에는 이 서류를 부르는 이름이 없습니다
명칭을 정한 조항이 없으니 명칭으로 갈릴 것도 없습니다.
퇴직의 근거가 되는 조문은 민법 고용 편에 있습니다. 그 조문들이 고른 표현은 해지 또는 해지의 통고이고, 사직서라는 낱말도 사표라는 낱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무엇이라 부르는 서류를 쓰라는 지시 자체가 없다는 뜻입니다.
근로기준법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로기준법과 그 시행령·시행규칙 어디에도 사직 서류의 별지 서식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이력서나 근로계약서와 달리 참고할 법정 양식이 없는 문서라고 보면 됩니다.
서면으로 작성할 의무를 정한 조항도 없습니다. 그래서 원칙만 따지면 말로 알려도 종료 절차는 진행됩니다. 그럼에도 종이나 메일로 남기는 이유는 형식 요건 때문이 아니라 언제 닿았는지를 나중에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래 표는 실무에서 오가는 이름들을 늘어놓고, 각각에 법이 붙여 둔 조건이 있는지 확인해 본 것입니다. 오른쪽 칸이 전부 같은 값으로 채워진다는 점을 먼저 보십시오.
| 실무에서 쓰는 이름 | 법이 정해 둔 조건 | 제출했을 때의 효과 |
|---|---|---|
| 사표 | 없음 | 뜻이 닿으면 종료 절차 시작 |
| 사직서 | 없음 | 같음 |
| 사직원 | 없음 | 같음 |
| 퇴직원 | 없음 | 같음 |
| 회사 지정 서식 | 법이 아니라 취업규칙 | 같음 |
| 구두 통보 | 없음 | !같으나 도달 입증이 어려움 |
다섯째 줄만 값이 다릅니다. 회사가 정한 서식은 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사업장의 취업규칙에서 나옵니다. 상시 10명 이상을 쓰는 사업장은 취업규칙을 작성해 신고해야 하고 그 필수 기재사항에 퇴직에 관한 사항이 들어 있어서, 절차와 서식은 회사마다 다르게 정해집니다.
여섯째 줄도 눈여겨보십시오. 효과 자체는 다르지 않은데 입증이 어렵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이 차이는 이름의 차이가 아니라 기록의 차이입니다. 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이름이 아니라 무엇으로 판단하는가
대법원이 든 판단 재료 목록에 서류의 제목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낸 서류가 어떤 성질인지는 실제로 다투어집니다. 근로계약을 혼자 끝내겠다고 알린 것인지, 함께 끝내자고 제안한 것인지에 따라 나중에 되돌릴 수 있는지가 반대로 갈리기 때문입니다.
그 성질을 무엇으로 가르는지가 여기서 중요합니다. 대법원 2000. 9. 5. 선고 99두8657 판결은 사직서의 기재 내용, 사직서 작성·제출의 동기 및 경위, 철회의 동기 그 밖의 여러 사정을 참작해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나열된 재료 가운데 표지의 제목은 없습니다.
그러니 표지에 사표라고 썼는지 사직서라고 썼는지를 두고 유불리를 계산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본문에 무엇을 적었는지, 누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는지, 어떤 대화가 오간 뒤에 냈는지가 실제 판단 재료가 됩니다.
덧붙여 회사가 사직할 뜻이 없는 사람에게 서류를 쓰게 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형식이 사직이어도 실질을 따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 역시 이름과는 무관한 층위의 문제입니다.
약해지지 않습니다. 낱말을 이유로 효력을 나누는 조항이 없습니다.
회사 서식과 명칭은 취업규칙이 정하는 영역이라 요구 자체는 가능합니다. 다시 써서 내되 처음 제출한 날짜가 지워지지 않도록 기록을 남겨 두십시오.
제목이 무엇이든 본문에 종료 의사와 예정일이 적혀 있으면 됩니다. 제목만 보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말로만 던진 사표가 만드는 문제
효력이 아니라 언제 닿았는지가 다툼거리가 됩니다.
회의 중에 그만두겠다고 말한 뒤 다음 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출근하는 상황은 드물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 말을 근거로 회사가 퇴직 처리를 진행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장면 모두 기록이 없다는 한 가지 원인에서 나옵니다.
기간을 세기 시작하는 날은 그만두겠다는 뜻이 회사에 도달한 날로 잡습니다. 출발점이 흐릿하면 그 뒤에 붙는 계산이 전부 흔들립니다. 마지막 근무일이 언제인지, 금품 청산 기한이 언제부터 시작되는지가 모두 이 날짜에 매여 있기 때문입니다.
메일이나 사내 메신저로 남긴 것이 종이보다 못하다고 볼 이유도 없습니다. 전자적 형태라는 사정만으로 문서의 효력을 깎는 법은 없고, 오히려 발송 시각과 수신 기록이 자동으로 붙어 도달을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권할 만한 순서는 단순합니다. 구두로 먼저 알렸더라도 같은 날 안에 문서로 다시 보내고 사본을 따로 보관하는 것입니다. 이름을 무엇으로 붙이든 이 절차만 지키면 뒤에 남는 위험이 줄어듭니다.
회사가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을 때
명칭을 지정하는 힘은 법이 아니라 사규에서 나옵니다.
결재 시스템에 퇴직원이라는 항목만 있고 사직서라는 항목이 없는 회사가 있습니다. 반대로 사직원이라는 이름으로만 서식을 배포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그 사업장이 퇴직 절차를 어떻게 정해 두었는지를 보여 줄 뿐입니다.
따라야 할 때와 따르지 않아도 될 때를 갈라 두면 이렇습니다. 회사가 정한 서식으로 다시 작성해 달라는 요구는 절차에 관한 것이라 응하는 편이 매끄럽습니다. 반면 서식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으니 제출을 미루라는 요구는 성격이 다릅니다.
회사가 서식을 주지 않는다고 종료 절차가 멈추지는 않습니다. 방식을 정한 조항이 없으므로 자유 양식으로 내도 문제가 없고, 서식을 받지 못해 자유 양식으로 냈다는 사실을 함께 남겨 두면 충분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름을 고르는 일에 쓸 시간이 있다면 본문에 무엇을 적을지와 언제 어떤 방법으로 보낼지에 쓰는 편이 낫습니다. 뒤에 남는 것은 이름이 아니라 그 두 가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사표와 사직서 중 어느 쪽으로 써야 하나요?
법이 명칭을 정해 두지 않았으므로 어느 쪽이든 됩니다. 회사에 지정 서식이 있으면 그 이름을 따르는 편이 절차가 매끄럽습니다.
사표라고 쓰면 회사가 반려할 수 있나요?
서식과 명칭은 취업규칙이 정하는 영역이라 다시 작성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 요구가 종료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구두로 사표를 냈는데 취소하고 싶습니다.
취소 가능 여부는 낸 의사표시의 성질에 따라 갈립니다. 구두였다면 그 이전에 무엇을 언제 말했는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사직원과 퇴직원도 같은 뜻인가요?
실무에서 쓰는 이름이고 법이 구분해 둔 개념이 아닙니다. 다만 신청하는 어감 때문에 성질이 달리 읽힐 여지가 있어 별도로 다룹니다.
영문으로 낼 때는 어떤 제목을 쓰나요?
제목의 낱말보다 종료 의사와 마지막 근무 예정일이 본문에 분명히 적혀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사표를 던졌다는 말만으로 퇴직 처리가 되나요?
종료 절차는 시작될 수 있지만 언제 닿았는지를 두고 다투게 됩니다. 같은 날 문서로 다시 남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