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사직 의사를 철회할 수 있나요
사직서 마스터·8분·
되돌릴 수 있는지는 낸 서류의 성질에 달려 있습니다. 근로계약을 끝내겠다는 해약고지였다면 회사에 닿은 뒤에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무를 수 없고, 합의로 끝내자는 청약이었다면 회사의 승낙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무를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0. 9. 5. 선고 99두8657 판결 · 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다43138 판결
정반대의 답이 나란히 돌아다니는 이유
되돌릴 수 있다는 말과 없다는 말이 둘 다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사직서를 낸 다음 날 마음이 바뀌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회사가 조건을 다시 제안했을 수도 있고, 옮기기로 한 곳의 사정이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 검색을 해 보면 서로 어긋나는 설명이 함께 나옵니다.
한쪽은 수리 전이라면 얼마든지 무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른 쪽은 일단 제출하면 끝이라고 합니다. 어느 한쪽이 잘못 쓴 것이 아니라, 두 설명이 각각 다른 상황을 놓고 만들어졌습니다.
갈림길은 낸 서류가 무엇을 뜻하는 행위였는가입니다. 근로계약을 끝내겠다고 일방적으로 알린 것인지, 함께 끝내자고 제안한 것인지에 따라 결론이 반대로 갑니다. 대법원이 두 경우를 각각 다른 사건에서 다뤘고, 그래서 인용되는 문장도 둘로 나뉩니다.
그러니 답을 찾을 때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되돌릴 수 있느냐를 먼저 묻지 말고, 내가 낸 것이 어느 쪽이었느냐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흔히 도는 설명
- 수리되기 전이면 언제든 되돌릴 수 있다
- 한번 제출하면 무슨 수를 써도 못 무른다
- 인사팀이 결재를 누르지 않았으니 아직 여지가 있다
- 퇴사 예정일이 남아 있으면 시간이 있는 것이다
- 마음이 바뀐 이유만 설명하면 회사가 받아 줘야 한다
판결이 갈라 둔 것
- 해약고지였다면 도달한 뒤에는 사용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 청약이었다면 승낙의 의사표시가 닿기 전까지 가능하다
- 결재 여부가 아니라 승낙의 의사표시가 닿았는지를 본다
- 예정일이 남아 있어도 해약고지라면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
- 청약이어도 상대에게 예측 못 할 손해를 주면 막힐 수 있다
일방적으로 끝내겠다고 알린 경우
해약고지로 보면 회사에 닿은 순간 되돌릴 권한이 손을 떠납니다.
첫 번째 갈래는 근로계약을 종료시키겠다는 뜻을 혼자 정해 알린 경우입니다. 이런 의사표시를 해약고지라고 부릅니다. 상대의 대답을 기다리는 구조가 아니어서, 닿는 순간 이미 제 몫을 다합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철회할 수 없다고 정리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뒤에 붙은 조건입니다. 종료 시점이 아직 오지 않았더라도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로 볼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이와 같은 사직의 의사표시가 도달한 이상 근로자로서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이를 철회할 수 없다.
대법원 2000. 9. 5. 선고 99두8657 판결
퇴사 예정일까지 며칠이 남았으니 아직 여유가 있다는 계산이 여기서 무너집니다. 남은 기간은 언제 근로관계가 끝나는지를 정할 뿐이고, 되돌릴 수 있는 기간을 뜻하지 않습니다.
다만 문장 안에 열려 있는 통로가 하나 있습니다. 사용자의 동의라는 표현입니다. 회사가 받아 주기로 하면 이 갈래에서도 없던 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요청이 아니라 협의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함께 끝내자고 제안한 경우
합의해지의 청약으로 보면 승낙이 닿기 전까지는 거둬들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갈래는 근로계약을 끝내자고 회사에 제안한 경우입니다. 제안은 상대가 받아들여야 계약을 이루므로,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제안을 거둬들일 여지가 남습니다.
대법원은 이 구조를 두고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전에는 철회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준이 되는 것은 회사 내부의 결재가 아니라 승낙의 뜻이 근로자에게 도착했는지입니다.
근로계약관계의 합의해지를 청약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
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다43138 판결
그런데 같은 판결이 단서를 하나 붙여 두었습니다. 철회가 사용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후임자를 이미 뽑아 계약까지 마친 상황이라면 이 단서가 살아납니다.
그리고 승낙이 닿아 합의가 이루어진 뒤에는 이야기가 끝납니다. 대법원 1994. 8. 9. 선고 94다14629 판결은 근로계약관계를 해지하기로 합의한 때에는 그 합의 시에 해지의 의사 합치가 있은 것이므로 어느 일방이 임의로 철회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어느 쪽인지 무엇으로 가르고, 무엇을 해야 하나
성질은 서류 이름이 아니라 제출의 앞뒤 사정으로 판단합니다.
표지에 사직서라고 적혀 있는지 퇴직원이라고 적혀 있는지는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사직서의 기재 내용, 사직서 작성·제출의 동기 및 경위, 철회의 동기 그 밖의 여러 사정을 참작해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서류 한 장이 아니라 상황 전체를 본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 갈리는 지점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회사가 먼저 사직을 권해 그에 응해 낸 것이라면 제안과 승낙의 구조에 가깝게 읽힐 여지가 있고, 아무런 논의 없이 혼자 결정해 통보한 것이라면 일방적 종료 쪽으로 읽힐 여지가 큽니다.
성질을 따져 보았다면 그다음은 시간 싸움입니다. 어느 갈래든 늦어질수록 선택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순서를 정해 두고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 낸 서류와 제출 경위를 확인한다누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는지, 어떤 문구로 적었는지, 회사가 어떤 절차를 예정하고 있었는지를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 회사의 승낙이 이미 왔는지 본다수리 통보, 면직 발령, 퇴직 예정 공지, 후임 채용 공고처럼 승낙의 뜻이 밖으로 나온 자료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 철회의 뜻을 즉시 문서로 보낸다구두로만 말해 두면 언제 알렸는지를 다투게 됩니다. 보낸 시각이 남는 방법으로 전달하고 사본을 보관합니다.
- 거부당하면 협의로 전환한다해약고지로 판단되는 상황이라면 남은 통로는 사용자의 동의입니다. 철회 주장 대신 재직 조건을 다시 논의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두 번째 단계를 가볍게 넘기지 마십시오. 승낙이 닿았는지가 세 번째 단계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이미 닿은 뒤라면 철회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같은 요청이라도 완전히 다른 성격의 협의가 됩니다.
덧붙여, 회사가 사직할 뜻이 없는 사람에게 서류를 쓰게 한 경우는 여기서 다루는 철회 문제가 아니라 종료의 실질을 다투는 문제로 넘어갑니다. 처음부터 사직의 뜻이 없었다는 주장은 철회와 전혀 다른 경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사직서를 낸 다음 날 바로 취소하면 되나요?
빠를수록 유리한 것은 맞지만 시간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해약고지로 판단되면 다음 날이어도 사용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아직 결재가 안 났으니 자동으로 취소되지 않나요?
기준은 회사 내부의 결재 단계가 아니라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했는지입니다. 결재가 늦어도 승낙이 전달됐다면 그 시점이 기준이 됩니다.
회사가 후임을 이미 뽑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합의해지의 청약으로 보는 경우에도, 철회가 사용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허용되지 않습니다.
양쪽이 합의해서 퇴사일을 정한 뒤에도 무를 수 있나요?
합의가 성립하면 그 시점에 의사가 맞은 것이므로 어느 한쪽이 임의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사직서에 '철회 가능'이라고 적어 두면 되나요?
적어 두면 제출 당시의 뜻을 보여 주는 자료는 됩니다. 다만 성질은 문구 하나가 아니라 작성과 제출의 경위를 함께 보고 판단합니다.
회사가 사직을 강요해서 쓴 것이라면요?
그때는 철회가 아니라 종료의 실질을 다투는 문제가 됩니다. 판단 구조가 달라 별도로 다룹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