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강요는 어떤 문제가 되나
사직서 마스터·8분·
서명이 있어도 사직할 뜻이 없었다면 그 종료는 해고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사직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서류를 쓰게 한 뒤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했다면, 실질은 사용자의 일방적인 종료이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해고 제한 · 민법 제107조 제1항(진의 아닌 의사표시) · 판단 기준은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누7765 판결
권유의 방법 강도와 횟수
거부했다면 예상되던 불이익
제출 전후 근로자의 태도
회사가 굳이 서류를 받아 내려는 까닭
같은 이별이라도 어느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회사가 지는 부담이 달라집니다.
내보내는 일과 스스로 나가는 일은 결과만 보면 같아 보입니다. 자리가 비고, 인수인계가 이루어지고, 마지막 급여가 정산됩니다. 그런데 법이 두 경로에 붙여 둔 조건은 전혀 다릅니다.
해고에는 겹겹의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예고 절차가 붙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알려야 효력이 생깁니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반면 근로자가 스스로 그만두는 경로에는 그 제한이 붙지 않습니다. 회사로서는 서류 한 장을 받는 것만으로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사직을 권하는 자리가 반복해서 생기는 구조적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종료의 경로 | 걸리는 제한 | 회사가 지는 부담 |
|---|---|---|
| 해고 |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함 |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생김 |
| 해고 | 적어도 30일 전 예고 | 예고하지 않으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 |
| 사직·합의해지 | 위 제한이 붙지 않음 | 별도의 절차 부담 없음 |
표의 셋째 줄로 넘어가는 순간 앞의 두 줄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서명 한 번이 경로를 바꾸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서류의 완성도나 문구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경로로 넘어갔는지를 다투는 문제가 됩니다.
형식이 사직이어도 실질을 따로 봅니다
사직할 뜻이 없는 사람에게 받아 낸 서류는 종료의 성격을 바꾸지 못합니다.
법원은 이런 상황을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가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사직서를 작성해 내게 한 뒤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해 근로계약관계를 끝냈다면,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한 종료이므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여기서 이름이 뒤집힙니다. 인사 기록에는 의원면직이라고 남아 있어도 다툼의 무대에서는 해고로 다뤄지고, 그렇게 되면 앞 절에서 사라졌던 제한들이 되살아납니다.
그렇다면 서류에 서명한 사람의 속마음은 어떻게 다루는가라는 물음이 남습니다. 대법원 1991. 7. 12. 선고 90다11554 판결은 근로자들이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일괄하여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할 당시 그 사직서에 기하여 의원면직 처리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더라도, 그것만으로 내심에 사직의 의사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 서명했다는 사정이 곧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회사의 요구에 따라 여럿이 한꺼번에 서류를 낸 상황이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그러면 무엇을 보고 가르나
판단은 문서 한 장이 아니라 그 문서가 나오게 된 과정 전체를 놓고 이뤄집니다.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인지를 가릴 때 법원이 어떤 사정을 보는지는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누7765 판결에 정리돼 있습니다. 목록이 꽤 구체적이어서, 자기 상황이 어디쯤인지 가늠하는 데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아래 항목을 하나씩 짚어 보십시오. 표시가 여러 개 붙을수록 자발적인 사직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쪽으로 기웁니다.
제출 경위를 되짚는 항목
여기에 더해 제출로 얻은 경제적 이익이 있었는지, 회사에 비슷한 관행이 있었는지도 함께 봅니다. 위로금이나 추가 보상을 받고 정리한 경우와 아무 조건 없이 서류만 낸 경우는 다르게 읽힙니다.
반대로 말하면,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고 서류만 낸 경우에는 나중에 사정을 설명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메일과 메신저 대화, 면담 일시처럼 시점이 남는 자료를 그때그때 모아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속으로는 그만둘 뜻이 없었다는 주장
민법에는 뜻과 다른 표시를 다루는 조문이 따로 있습니다.
사직서에 서명한 사람이 나중에 그럴 마음이 아니었다고 말하면, 그 말이 법적으로 어떻게 다뤄지는지 궁금해집니다. 이 물음을 정면으로 다루는 조문이 민법 제107조 제1항입니다.
조문은 두 문장으로 되어 있고, 뒷문장이 이 주제의 핵심입니다.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민법 제107조 제1항
앞 문장만 읽으면 서명한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러나 뒷문장이 예외를 열어 둡니다. 상대방이 그 뜻이 진심이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효력이 없습니다.
회사가 먼저 사직을 요구해 받아 낸 서류라면, 회사는 그것이 자발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사정을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앞 절의 판단 요소들이 이 조문과 맞물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강제 근로 금지 조항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사직을 압박하는 것과 근로를 강요하는 것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검색을 하다 보면 강제 근로의 금지 조항이 함께 언급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두 문제를 같은 자리에 놓으면 조문의 적용 범위가 흐려지므로 갈라 두겠습니다.
이 조항은 나가려는 사람을 붙잡아 일을 시키는 국면을 겨냥합니다. 사직을 압박해 내보내는 국면과는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조문이 금지하는 수단도 문언에 한정돼 있습니다.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7조
열거된 수단은 폭행, 협박, 감금, 그리고 그에 준하는 정도로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방법입니다. 사직서를 반려하거나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만류하는 일이 곧바로 이 문언에 들어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두 갈래입니다. 나가라고 압박해 받아 낸 서류는 종료의 실질을 다투는 문제로 가고, 나가지 못하게 붙잡아 일을 시키는 상황은 이 조항의 문제로 갑니다. 자기 상황이 어느 쪽인지부터 정하고 대응을 골라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사직서에 서명했으면 끝난 것 아닌가요?
서명은 누가 작성했는지를 보여 줄 뿐입니다. 사직할 뜻이 있었는지는 제출 경위와 권유의 방법, 예상되던 불이익 등을 함께 놓고 판단합니다.
회사가 불러 주는 대로 사유를 적었습니다
문구를 회사가 정해 주었다는 사정 자체가 판단 요소의 하나입니다. 그 사실을 보여 줄 수 있는 기록을 남겨 두십시오.
여러 명이 한꺼번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지시에 따라 일괄해 제출한 경우, 의원면직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더라도 그것만으로 사직할 뜻이 있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위로금을 받고 정리했는데 다시 다툴 수 있나요?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 제공 여부도 판단 요소에 들어갑니다. 조건을 받아들여 정리한 사정은 자발적인 종료 쪽으로 읽힐 여지가 큽니다.
사직서를 반려하면서 계속 일하라고 하면 강제 근로인가요?
그 조항은 폭행·협박·감금이나 그에 준하는 수단으로 근로를 강요하는 경우를 겨냥합니다. 반려나 만류만으로 곧바로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면담 일시와 오간 말, 회사가 제시한 조건, 제출 전후에 계속 근무 의사를 밝힌 기록을 시간 순으로 모아 두는 일이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