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쓰는 처벌 요구 탄원서
탄원서 마스터·8분·
법이 말할 자리를 열어 주면서 그 말이 놓일 층까지 함께 정해 두었습니다. 피해자등은 의견진술에 갈음하여 서면을 낼 수 있고, 그 서면은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로는 쓰이지 않습니다.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11 제1항이 서면을 낼 자리를 열고, 이어지는 제134조의12가 그 서면을 범죄사실 인정의 증거에서 빼 두었습니다
앞의 것이라면 증거로 쓸 수 없다
뒤의 것이라면 참작할 사정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된다
그래서 적을 것은 겪은 일과 지금 남아 있는 것
형사재판에서 피해자는 당사자가 아닙니다
법정에서 마주 앉는 것은 검사와 피고인이고, 피해자는 그 사이에 자리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이 형사절차를 처음 겪으면 대개 같은 데서 막힙니다. 내 일인데 나는 어디에도 불려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건을 다투는 쪽은 공익을 대표하는 검사이고, 맞은편은 피고인과 그 변호인입니다. 피해자는 절차의 바깥에 서 있게 됩니다.
그 구조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형벌은 개인이 개인에게 내리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정하는 것이어서, 소추하는 자리를 국가기관이 맡도록 짜여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짜 놓으면 정작 피해를 입은 사람의 말이 절차 안으로 들어올 통로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법은 피해자를 위한 통로를 뒤늦게 따로 냈습니다. 형사소송법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면 그 사람을 증인으로 신문하도록 하고, 신문할 때에는 피해의 정도와 결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을 말할 기회를 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의 원문과 누가 여기에 드는지는 낼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다룬 편에서 따로 봅니다.
여기서 갈라 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 신청은 증인으로 나가겠다는 신청이고, 서면을 내는 일과 같은 길이 아닙니다. 탄원서를 내기 위해 그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두 길이 따로 나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다음 절이 쉽게 읽힙니다.
| 법정 안의 자리 | 누가 서는가 | 무엇을 하는가 |
|---|---|---|
| 소추하는 자리 | 검사 | 공소를 유지하고 형을 구합니다 |
| 방어하는 자리 | 피고인과 변호인 | 혐의를 다투거나 사정을 밝힙니다 |
| 그 밖의 자리 | 피해를 입은 사람 | 법이 따로 열어 둔 통로로만 들어갑니다 |
세 번째 줄이 이 글이 다루는 자리입니다. 앞의 두 줄과 달리 처음부터 있던 자리가 아니라 나중에 만들어 붙인 통로입니다.
그 통로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규칙이 구체적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말하는 대신 써서 내게 할 수 있습니다
재판장이 사정을 고려해 진술을 서면으로 갈음하게 할 수 있도록 규칙이 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규칙은 먼저 말로 하는 쪽을 정해 두었습니다.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등의 신청에 따라 그 사람을 공판기일에 나오게 해서, 범죄사실의 인정에 해당하지 않는 사항에 관하여 증인신문에 의하지 않고 의견을 진술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판이 늘 그렇게 굴러가지는 않습니다. 기일이 촘촘하거나, 나와서 말하는 일 자체가 피해자에게 다시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 조문이 말 대신 글을 놓을 자리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아래 조문에서 눈여겨볼 낱말은 갈음한다는 말입니다. 이 서면은 별도의 새 서류가 아니라 앞 조문의 의견진술이 모양만 바꾼 것입니다. 그래서 뒤에서 볼 제한도 진술과 서면에 똑같이 걸립니다.
서면이 들어오면 그대로 묻히지도 않습니다. 규칙은 서면이 제출된 때에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그 취지를 알리도록 이어서 정해 두었습니다. 한쪽만 알고 있는 종이가 되지 않게 해 둔 것입니다.
제134조의11(의견진술에 갈음한 서면의 제출) ① 재판장은 재판의 진행상황,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피해자등에게 제134조의10 제1항의 의견진술에 갈음하여 의견을 기재한 서면을 제출하게 할 수 있다.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11 제1항
조문이 열어 준 것은 자리이지 결과가 아닙니다. 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그 글이 무엇에 쓰이는가는 다른 문제이고, 그 다음 조문이 바로 그것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 서면이 놓이는 층이 정해져 있습니다
바로 다음 조문이 이 서면을 범죄사실 인정의 증거에서 빼 두었습니다.
앞 조문 하나만 읽으면 서면을 내는 일이 곧 증거를 내는 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규칙은 그렇게 두지 않았습니다. 진술과 서면을 한꺼번에 묶어 놓고, 그것으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왜 이렇게 갈라 두었는지는 증거라는 말의 뜻에서 나옵니다. 어떤 자료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상대가 그 자료를 따져 볼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법정에 나온 사람에게 묻고 답하게 하는 절차가 그 기회입니다. 한쪽이 써서 낸 글은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사람을 유죄로 만드는 근거로 삼기에는 검증이 비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읽히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빠지는 것은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일에서이고, 형을 얼마나 무겁게 할지 정하는 자리에서는 참작되는 자료로 남습니다. 대법원도 피해자가 법원에 낸 탄원서를 놓고 그 실질이 바로 이 서면이라고 보았습니다. 그 판단을 정면으로 푸는 것은 판결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편의 몫입니다.
이 갈림을 알고 나면 서면을 쓰는 방향이 저절로 정해집니다. 사건이 이렇게 일어났다고 다투는 문장은 아무리 길게 적어도 그 자리에 닿지 않습니다. 닿는 것은 그 일로 무엇을 겪었고 지금 무엇이 남아 있는가 쪽입니다.
제134조의12(의견진술·의견진술에 갈음한 서면의 제한) 제134조의10 제1항에 따른 진술과 제134조의11 제1항에 따른 서면은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로 할 수 없다.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12
두 조문을 나란히 놓으면 법이 무엇을 했는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말할 자리를 만들어 주면서, 그 말이 어느 층에 놓일지를 같은 손으로 정해 둔 것입니다.
그러니 다음 물음은 하나만 남습니다. 그 층에 닿는 내용이 무엇인가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적어야 하는가
겪은 일과 그 뒤에 남은 것이 이 서면이 담을 수 있는 알맹이입니다.
규칙이 말로 하는 의견진술에서 다루도록 정한 범위가 그대로 힌트가 됩니다. 범죄사실의 인정에 해당하지 않는 사항이라는 것이고, 형사소송법 쪽에서는 피해의 정도와 결과, 처벌에 관한 의견이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서면은 그 자리를 갈음하는 것이므로 담을 것도 같은 범위 안에 있습니다.
가장 쓸모 있는 것은 겪은 일의 구체입니다. 치료를 얼마나 받았는지, 일을 얼마나 쉬었는지, 잠자리나 이동 같은 일상의 무엇이 달라졌는지처럼 겪은 사람만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런 서술은 다투는 말이 아니라 남아 있는 상태를 알리는 말이어서 앞 절의 제한에 걸리지 않습니다.
사건 뒤의 태도도 적을 수 있습니다. 사과가 있었는지, 연락이 어떻게 오갔는지, 회복을 위한 조치가 있었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다만 그것을 평가하는 문장보다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적는 편이 낫습니다. 판단은 읽는 쪽의 몫으로 남겨 두는 것이 이 서면의 성질에 맞습니다.
처벌에 관한 의견은 마지막에 한 번 분명히 적으면 충분합니다. 같은 요구를 여러 번 반복하면 앞에 적은 사실까지 흐려집니다. 아래 목록은 다 채워야 하는 항목이 아니라,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 가늠하는 데 쓰는 것입니다.
쓰고 있는 문장이 어느 쪽인지 가늠해 보기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이 글은 무엇을 적으면 형이 어떻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 연결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고, 이 서면이 놓이는 층은 앞 절에서 본 그대로입니다.
다만 같은 층에 놓이더라도 읽어 낼 것이 있는 글과 없는 글은 갈립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위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줄입니다.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내는 탄원서와는 갈립니다
앞의 두 조문은 피해자등을 두고 만든 것이어서 다른 사람의 서면에는 그대로 얹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본 조문들은 모두 피해자등이라는 말을 주어로 쓰고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과 그 법정대리인이 여기에 들고,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형사소송법이 정해 두었습니다.
그 밖의 사람이 내는 서면에는 이 통로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가족이 쓰는 것도, 함께 일한 동료가 쓰는 것도 규칙이 이름을 붙여 둔 서류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낼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격을 제한하는 조항 자체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차이는 자격이 아니라 기댈 곳에 있습니다. 피해자가 낸 서면은 규칙이 자리와 한계를 함께 적어 둔 반면, 다른 사람이 낸 서면은 그런 조문 없이 형을 정할 때 참작할 사정을 보여 주는 자료로만 읽힙니다. 두 경우 모두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그래서 이 편은 피해자 쪽에서만 성립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반대편에서 선처를 구하는 서면은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가 다르고, 그 이야기는 이 클러스터의 다른 편들이 나눠 맡고 있습니다.
규칙은 재판장이 재판의 진행상황과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한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낼 수 있게 열어 둔 것이지 언제나 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정한 것은 아닙니다.
둘은 더 나은 쪽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길입니다. 나가서 말하는 쪽은 신청과 신문의 절차를 밟고, 서면은 진술을 갈음하는 자리에 놓입니다.
규칙은 서면이 제출된 때에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낸 사실이 상대편에 알려지는 구조입니다.
여기까지가 법이 만들어 둔 통로의 모양입니다. 이 통로를 알고 쓰는 글과 모르고 쓰는 글은 담기는 내용부터 달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피해자가 낸 탄원서가 유죄의 증거가 되나요?
형사소송규칙은 의견진술에 갈음해 제출된 서면을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도 피해자가 낸 탄원서의 실질을 그 서면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면 내도 소용이 없다는 뜻인가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빠지는 것은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자리에서이고, 형을 정하는 자리에서는 참작되는 자료로 남습니다.
서면을 내려면 먼저 신청을 해야 하나요?
증인으로 나가 진술하겠다는 신청과 서면을 내는 일은 서로 다른 길입니다. 서면 쪽은 재판장이 진술을 갈음하게 할 수 있도록 규칙이 열어 둔 자리입니다.
사건 경위를 자세히 적어도 되나요?
그 부분은 이 서면이 닿는 자리가 아닙니다. 범죄사실의 인정에 해당하지 않는 사항이 이 서면의 범위이므로, 겪은 일과 남은 상태 쪽에 무게를 두는 편이 맞습니다.
피해자의 가족도 같은 통로를 쓸 수 있나요?
형사소송법은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를 포함하는 것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그 밖의 관계라면 이 조문들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