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서가 판결에 실제로 영향을 주나
탄원서 마스터·9분·
탄원서는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는 쓰이지 못하고, 형을 정하는 자리에서 참작되는 자료가 됩니다. 유죄인지 가리는 판단과 형의 무게를 정하는 판단은 서로 다른 자리이며, 이 서면이 놓이는 곳은 뒤쪽 하나입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참작하여야 할 사항을 네 개의 호로 열거해 두었습니다 · 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도11371 은 피해자가 낸 탄원서의 실질을 의견진술에 갈음한 서면으로 보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판결문 한 장에 두 개의 판단이 들어 있습니다
유죄인지 가리는 일과 형을 얼마로 정하는 일은 같은 자리에서 벌어지지 않습니다.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법원이 하는 일은 하나가 아닙니다. 먼저 공소장에 적힌 사실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가리고, 그것이 인정된 다음에야 형을 어느 정도로 할지를 정합니다. 순서가 있고, 두 판단은 근거로 삼는 재료도 서로 다릅니다.
앞쪽 판단에서는 재료가 엄격하게 걸러집니다. 법이 증거로 쓸 수 있다고 인정한 것만 그 자리에 오르고, 그 밖의 서면은 내용이 아무리 절실해도 사실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뒤쪽 판단은 성격이 다릅니다. 이미 인정된 사실을 놓고 그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형이 맞는지를 가늠하는 자리라서, 사건의 앞뒤 사정을 넓게 살피게 됩니다. 탄원서라는 서면이 실제로 읽히는 곳이 여기입니다.
이 문서를 두고 오가는 말이 늘 엇갈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소용없다는 쪽은 앞쪽 판단만 보고 말한 것이고, 형이 줄어든다는 쪽은 뒤쪽 판단을 부풀린 것입니다. 두 자리를 갈라 놓으면 상반된 말이 왜 동시에 돌아다니는지 설명이 됩니다.
| 무엇을 정하는 판단인가 | 무엇을 근거로 삼는가 | 이 서면이 놓일 자리 |
|---|---|---|
| 그 사실이 있었는가 | 증거능력이 인정된 증거 | 자리가 없습니다 |
| 형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 형을 정할 때 참작할 사항 | 참작 자료의 하나가 됩니다 |
표의 위쪽 줄은 세 번째 절에서 판결로, 아래쪽 줄은 바로 다음 절에서 조문으로 확인합니다. 이 편의 결론은 아래쪽 줄이고 나머지 물음은 대부분 거기서 갈라져 나옵니다.
순서를 뒤집어 읽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을 정하는 자리에서 읽힌다는 말이 사실을 가리는 자리에서도 읽힌다는 뜻으로 번지면 그 뒤의 문장이 전부 어긋납니다.
형을 정할 때 무엇을 보는지는 법이 적어 두었습니다
형법이 형을 정할 때 참작할 사항을 네 가지로 미리 적어 두었습니다.
법에 탄원서라는 이름의 서류는 없습니다. 형사소송법을 찾아도 형사소송규칙을 찾아도 그 낱말로 된 서류 항목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이 이런 서면을 읽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형법이 형을 정할 때 참작하여야 할 사항을 미리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조문은 네 개의 호로 되어 있고 문장이 짧아 지나치기 쉽지만, 이 문서를 둘러싼 물음의 대부분이 이 한 조문에서 갈립니다.
눈여겨볼 것은 첫째 호와 넷째 호입니다. 범인의 연령과 성행, 지능과 환경이 앞쪽에 있고 범행 후의 정황이 맨 뒤에 있습니다. 이런 서면에 흔히 담기는 이야기, 곧 그 사람이 평소 어떻게 살아왔는지와 사건 뒤에 무엇을 했는지가 닿는 자리가 이 두 호입니다.
제51조(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
형법 제51조
다만 조문 어디에도 탄원서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조문이 정한 것은 참작할 사항이지, 그 사항을 어떤 서면으로 보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제51조에 탄원서가 들어 있다고 읽으면 한 칸을 건너뛴 것입니다.
정확히는 이렇게 됩니다. 서면에 담긴 사정이 이 항목들에 해당할 수 있고, 해당한다면 참작의 대상이 됩니다. 그 사정을 보이는 방법이 서면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 서면을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가 낸 탄원서를 두고 증거능력을 정면으로 판단한 판결이 있습니다.
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도11371 이 그 판결입니다. 피해자가 법원에 낸 서면에 피해의 내용과 정도, 처벌에 관한 의견이 담겨 있었고 그 기재 가운데 일부가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근거로 쓰였던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그 서면의 실질을 의견진술에 갈음한 서면으로 보았습니다. 공소사실 밖의 사항에 관하여 피해자가 의견을 밝힌 서면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서면에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원심이 그 기재를 들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나머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하기에 충분하여 판결의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고 정리했습니다.
이 판결이 지금의 물음에 주는 답은 분명합니다. 탄원서는 사실관계를 다투는 자리에 놓이는 서면이 아닙니다. 사건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밝히려는 목적으로 적은 문장은 그 목적대로 쓰이지 못합니다.
- 의견진술에 갈음한 서면판결이 본 서면의 실질
- 쓸 수 없음범죄사실 인정의 증거로
- 영향 없음판결의 결과에는
이 판결이 다룬 것은 피해자가 낸 서면입니다. 다만 사실을 인정하는 자리에 오르는 재료가 법으로 걸러진다는 구조는 같습니다. 사건이 있었는지를 이런 서면으로 밝히려 드는 것 자체가 어긋난 방향입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건 자체를 다투는 서술은 이 서면이 감당할 몫이 아닙니다. 사건을 어떻게 보아 달라는 말보다 그 사람을 어떻게 보아 달라는 말이 이 자리에 맞습니다.
읽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증거로 쓰지 못한다는 것과 참작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말이고, 판결도 뒤쪽까지 부정한 것이 아닙니다.
판결문 전문을 이 글에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죄명과 형량, 당사자의 사정은 확인하지 않았고 이 편이 필요로 하는 것은 서면의 성질에 관한 판단까지입니다.
읽히는 것은 서면이 아니라 거기 담긴 사정입니다
참작되는 것은 탄원서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서 확인되는 사정입니다.
형을 정할 때 무겁게 다루어지는 사정에는 따로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는지, 잘못을 진지하게 뉘우치고 있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그 자리에 놓이는 것은 이런 사정이지 서면 자체가 아닙니다.
탄원서는 그런 사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자료 가운데 하나입니다. 같은 사정을 다른 방법으로 보일 수도 있고, 서면이 있어도 그 안에서 아무 사정이 확인되지 않으면 보여 준 것이 없는 셈이 됩니다.
이 구별을 놓치면 문장이 곧바로 어긋납니다. 서면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무엇이 달라진다고 쓰게 되고, 그다음에는 몇 통을 내야 하는지를 묻게 됩니다. 통수와 결과를 잇는 근거는 확인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쓰는 사람에게로 돌아옵니다. 무엇을 적을지가 전부입니다. 정해진 서식도 정해진 분량도 없는 문서라서 남는 것은 안에 담긴 사정뿐입니다.
참작될 사정을 담고 있는지 볼 때
여기까지 오면 흔히 듣는 두 문장이 왜 둘 다 어긋나는지가 드러납니다.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은 뒤쪽 자리를 지운 것이고, 내면 형이 줄어든다는 말은 사정과 서면을 바꿔 놓은 것입니다.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기대할 수 없는 것
이 서면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결론이 아니라 판단에 놓이는 재료입니다.
기대할 수 없는 것부터 정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형이 얼마나 가벼워지는지를 미리 셈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사정이 얼마의 무게로 반영되는지를 밖에서 계산해 주는 장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 통을 모으면 그만큼 무거워진다는 셈도 서지 않습니다. 같은 사정을 여러 사람이 되풀이해 적으면 새로 확인되는 것이 늘지 않고, 오히려 각자가 무엇을 보았는지가 흐려집니다.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이것입니다. 형을 정하는 자리에서 살피게 되어 있는 사정 가운데 어떤 것을 판단하는 사람이 알게 됩니다. 알지 못하면 참작할 수도 없으니, 이 서면이 하는 일은 알릴 수 있는 것을 알리는 데까지입니다.
그것으로 충분한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다만 그 이상을 약속하는 설명은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도 됩니다.
언제 내야 이 자리에 닿는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와는 무엇이 다른지는 각각 따로 다룹니다. 두 물음 다 이 편의 결론 위에 서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탄원서를 내면 형이 줄어드나요?
줄어든다고 약속할 근거가 없습니다. 형을 정할 때 참작할 사항은 법에 열거되어 있지만, 어떤 사정이 얼마만큼 반영되는지를 밖에서 계산할 방법은 없습니다.
탄원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말은 맞나요?
절반만 맞습니다.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는 쓰이지 못하지만, 형을 정하는 자리에서는 참작할 사정을 보여 주는 자료로 읽힙니다.
대법원 판결은 탄원서가 소용없다고 한 건가요?
아닙니다. 2023도11371 이 판단한 것은 그 서면을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점입니다. 형을 정하는 자리에서의 참작까지 부정한 것이 아닙니다.
형법 제51조에 탄원서가 들어 있나요?
조문에 그 낱말은 없습니다.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참작할 사항을 열거할 뿐이고, 서면에 담긴 사정이 그 항목에 해당할 수 있다는 데까지가 정확한 설명입니다.
사건 내용을 바로잡으려고 써도 되나요?
그 목적으로는 쓰이지 못합니다. 사실을 인정하는 자리에 오르는 재료는 따로 걸러지고 이 서면은 거기에 들지 않습니다.
몇 통을 내는 것이 좋은가요?
통수를 정한 규정도 없고 통수와 결과를 잇는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내용이 반복되면 새로 확인되는 사정이 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