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서 사실관계를 정리해 쓰는 법

탄원서 마스터·8분·

탄원서는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쓸 수 없고, 형을 정할 때 참작되는 자료가 됩니다. 그러니 여기에 정리할 사실관계는 사건이 있었는지를 따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쓰는 사람이 자기 눈으로 확인한 그 사람의 사정입니다.

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도11371 = 피해자가 낸 탄원서를 의견진술에 갈음한 서면으로 보아 범죄사실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 · 탄원서의 법정 서식과 필수 기재사항을 정한 규정은 확인되지 않음

쓰는 사람이 적으려는 것
읽는 쪽이 이 글에서 찾는 것
사건 경위그날은 사실 이런 일이 있었고
책임 소재그 사람 잘못만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상대 사정상대 쪽에도 짚을 대목이 있습니다
맺음억울한 면이 있으니 헤아려 주십시오
사건이 어떻게 된 일인지부터 바로잡으려는 서술
얼마나 오래, 어떤 자리에서 보아 온 사람인가
그 기간에 직접 목격한 행동은 무엇인가
지금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
이 서술을 쓴 사람이 확인해 줄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왼쪽은 유무죄를 겨냥한 서술이고 오른쪽은 형을 정하는 단계에서 읽히는 서술입니다. 두 목록이 겹치는 칸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이 문서의 자리를 보여 줍니다.

여기에 적는 사실은 사건의 사실이 아닙니다

이 글이 놓이는 자리는 죄가 있는지를 가리는 단계가 아니라 형을 정하는 단계입니다.

탄원서를 처음 쓰는 사람이 가장 먼저 붙잡는 것은 사건 그 자체입니다.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졌고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를 적어 두면 오해가 풀릴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서술은 이 문서가 놓인 칸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2024년 3월 12일 선고한 2023도11371 사건에서 피해자가 법원에 낸 탄원서를 의견진술에 갈음한 서면으로 보고, 그것을 범죄사실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서면이 어느 단계에서 읽히는 글인지가 그 판단에 드러나 있습니다.

그러니 사건이 어떻게 된 일인지를 다투는 문장은 아무리 정확해도 쓰일 곳이 없습니다. 그 다툼은 조사와 재판 절차 안에서 증거로 하는 것이고, 절차 밖의 사람이 적어 보낸 글이 그 자리를 대신하도록 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대로 형을 얼마나 무겁게 할지 정하는 단계에서는 사람에 관한 사정이 참작 대상으로 열려 있습니다. 이 글에 담을 사실관계란 바로 그 사정이며, 사건의 진위를 겨루는 재료와는 종류부터 다릅니다.

직접 본 것과 전해 들은 것을 갈라 놓는 데서 시작합니다

이 문서에서 유일하게 무게가 갈리는 지점은 그 서술이 누구의 눈을 거쳤는가입니다.

탄원서에는 정해진 서식도, 반드시 넣어야 할 항목을 정한 조항도 없습니다. 무엇을 적을지가 전부 쓰는 사람에게 맡겨져 있다는 뜻인데, 그렇다고 모든 문장이 똑같은 무게로 읽히지는 않습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문장의 출처입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쓴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던 이야기와 남에게 들어 옮긴 이야기는 다르게 읽힙니다. 앞의 것은 그 사람이 책임질 수 있는 서술이고, 뒤의 것은 누가 처음 말했는지조차 이 글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첫 작업은 쓰기가 아니라 나누기입니다. 하려던 이야기를 문장 단위로 늘어놓고, 각 문장 옆에 그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를 적어 봅니다. 대부분은 이 단계에서 세 무더기로 갈라집니다.

아래 표는 그 세 무더기를 놓고 각 문장이 이 문서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정리한 것입니다.

문장의 출처그 문장으로 읽는 쪽이 할 수 있는 일이 문서에서
함께 지낸 기간에 직접 본 행동쓴 사람의 자격과 이어서 무게를 가늠할 수 있다이 글의 중심
당사자나 가족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누구의 말인지 밝혀 두면 참고로 읽힌다들었다고 밝히고 쓸 것
짐작으로 메운 대목확인할 자료가 없어 판단에 쓰이지 못한다덜어낼 것
사건 경위에 관한 주장이 서면이 놓인 단계의 물음이 아니다자리를 벗어남

둘째 줄을 지우라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에 관한 사정은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이 나눠 가지고 있기 마련이라, 전해 들은 이야기를 아예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그 문장에는 누구에게서 들었는지를 붙여 두어야 합니다. 그렇게 적으면 읽는 쪽이 그 서술의 사정거리를 알고 읽고, 붙이지 않으면 직접 본 것과 뒤섞여 글 전체가 흐려집니다.

사건을 다투는 문장이 섞이면 글 전체가 물러집니다

한 문단이 자리를 벗어나면 나머지 문단까지 같은 눈으로 읽히게 됩니다.

자리를 벗어난 서술의 문제는 그 문단이 쓰이지 못한다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읽는 쪽에서 보면 이 글을 쓴 사람이 무엇을 하려는지가 달라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에 관한 사정을 전하러 온 글이었는데 중간부터 사건의 판정을 겨루고 있으면, 앞뒤의 서술도 그 목적에 맞춰 골라 적은 것이 아닌지 되짚어 보게 됩니다. 확인할 방법이 없는 글에서 이런 의심은 문장 단위로 걷어 내기 어렵습니다.

특히 위험한 것은 피해를 입은 쪽의 사정을 깎는 문장입니다. 그런 서술은 사건의 판정에도 쓰이지 못하면서, 쓴 사람이 어느 편에 서서 무엇을 덜어 내려 하는지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러니 사건에 관한 판단은 통째로 비워 두는 편이 낫습니다. 비워 둔 자리에 들어갈 것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쓴 사람만 알고 있고 다른 서류로는 들어오지 않는 사정입니다.

사건 경위를 한 줄도 쓰면 안 되나요?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삼는 문장까지 막을 이유는 없습니다. 선이 갈리는 곳은 그 일이 있었는지, 누구 책임인지를 이 글에서 판정하려 드는 순간입니다.

당사자가 억울하다고 하는데 그대로 옮겨도 되나요?

당사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과 그 주장이 맞다고 이 글에서 단정하는 것은 다릅니다. 앞쪽은 들은 이야기로 적을 수 있고, 뒤쪽은 이 서면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밖입니다.

그러면 쓸 말이 없어지지 않나요?

사건을 뺀 자리가 비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아직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것입니다. 몇 해를 어떤 자리에서 보아 왔고 그동안 무엇을 하는 사람이었는지가 이 글의 본론입니다.

재료를 갈라 놓는 순서

문장을 다듬기 전에 무엇을 쓸 자격이 있는지부터 확정해 두면 고쳐 쓸 일이 줄어듭니다.

정해진 절차가 있는 문서가 아니므로 아래 순서도 규정이 아닙니다. 다만 이 순서를 밟으면 뒤에서 통째로 지우는 문단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핵심은 쓰기 전에 두 번 나누는 것입니다. 한 번은 사건에 관한 것과 사람에 관한 것으로, 또 한 번은 직접 본 것과 건너 들은 것으로 나눕니다. 두 번의 나누기를 마치면 남는 문장이 곧 이 글의 재료입니다.

이 작업을 머릿속에서만 하면 잘 되지 않습니다. 하려던 이야기가 한 덩어리로 붙어 있어서 어디가 자기 눈으로 본 대목인지 스스로도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1. 하려던 이야기를 문장 단위로 늘어놓는다글의 순서를 잡기 전 단계입니다. 떠오르는 대로 짧게 끊어 적고, 이 단계에서는 어떤 문장도 지우지 않습니다.
  2. 문장마다 사건 이야기인지 사람 이야기인지 표시한다사건 쪽으로 표시된 문장이 많다면 방향을 되짚어야 합니다. 이 글이 답해야 할 물음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쪽에 있습니다.
  3. 사람 이야기 안에서 본 것과 들은 것을 가른다본 것에는 언제 어디서 보았는지를 붙이고, 들은 것에는 누구에게 들었는지를 붙입니다. 어느 쪽도 붙지 않는 문장은 짐작입니다.
  4. 짐작으로 남은 문장을 덜어 낸다확인할 자료가 없는 서술은 읽는 쪽에서 다룰 수가 없습니다. 아까워 보이더라도 여기서 빼는 편이 글 전체를 지킵니다.
  5. 남은 문장을 시간 순서로 다시 세운다언제부터 알아 왔고 무엇이 달라졌는지가 순서대로 놓이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쓴 사람이 얼마나 가까이서 보았는지가 드러납니다.

셋째 단계에서 대부분의 분량이 정리됩니다. 본 것에 시점과 장소를 붙이려다 보면 실제로는 들은 이야기였다는 것이 드러나는 문장이 꽤 나오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단계는 순서를 바꾸는 일이지만 효과는 내용 쪽에 있습니다. 같은 재료라도 흩어 놓으면 인상만 남고, 시간 축에 세워 놓으면 무엇이 달라졌는지가 읽힙니다.

그렇다고 이 글이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가 되지는 않습니다

정확하게 적는 이유는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읽을 것이 있는 글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직접 본 것을 골라 적으라는 말이 이 서면에 증명하는 힘이 생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실을 확인해 주는 몫을 맡는 문서는 따로 있고, 그런 문서에는 무엇을 어떻게 확인했는지를 밝히는 형식이 붙습니다.

탄원서에는 그런 형식이 없습니다. 쓴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적었는지를 스스로 밝히는 것 말고는 확인할 통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 글에서 짐작과 목격을 섞어 두면 남는 것은 인상뿐입니다.

그래서 이 작업의 목적은 하나입니다. 참작할 사정이 있다는 것을 읽는 쪽이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적어 두는 것입니다. 형태를 갖추지 못한 사정은 있어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덧붙이는 자료를 어디까지 붙일 것인지는 글 밖의 문제라 따로 다뤘습니다. 여기서 정리한 것은 글 안에서 무엇을 쓰고 무엇을 비워 둘 것인가까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탄원서에 사건 내용을 얼마나 적어야 하나요?

분량을 정한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사건의 판정을 겨루는 서술은 이 서면이 읽히는 단계의 물음이 아니므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두고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직접 보지 못한 일도 적을 수 있나요?

적을 수 있습니다. 다만 누구에게 들은 이야기인지를 문장 안에 밝혀 두어야 합니다. 밝히지 않으면 직접 본 서술과 섞여 글 전체의 사정거리가 흐려집니다.

당사자가 억울하다고 해서 그 사정을 자세히 썼습니다.

그 주장이 맞는지를 이 글에서 가려 달라고 하는 형태가 되면 자리를 벗어납니다. 당사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전하고, 나머지는 절차 안에서 다투도록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적으면 증거가 되나요?

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낸 탄원서를 두고 범죄사실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정확하게 적는 이유는 증명이 아니라 참작할 사정을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날짜나 장소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요?

기억나는 만큼만 적고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밝히면 됩니다. 흐린 기억을 또렷한 것처럼 적어 두었다가 다른 자료와 어긋나면 그 문장 하나로 글 전체가 의심을 받습니다.

탄원서
마스터
탄원서 마스터비즈폼 탄원서 서식 담당 · 최종 수정 2027년 10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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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다룬 기준을 반영한 양식입니다. 내려받아 바로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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