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계약서와 주주간계약서, 뭐가 다른가요
동업계약서 마스터·8분·
주주간계약서는 회사가 이미 만들어져 있어야 쓸 수 있고, 동업계약서는 회사가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 사이를 정하는 문서입니다. 목차만 나란히 놓으면 닮아 보이지만 뿌리가 달라 지분·책임·종료라는 세 낱말의 뜻이 각각 달라집니다.
동업계약서의 기본값은 민법 제703조부터 제724조까지의 조합 규정이며, 관계를 끊는 마지막 길인 해산 청구는 민법 제720조 한 조문에 담겨 있습니다
나눠 갖는 것 발행된 주식
밖에서 확인되는가 등기와 명부로
두 문서는 서로 다른 시점에 놓입니다
하나는 시작하기 전에 쓰고, 다른 하나는 만들어진 다음에 씁니다.
함께 무언가를 벌이기로 한 사람들이 검색창에 두 낱말을 나란히 넣어 보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둘 다 여럿이 힘을 모을 때 쓰는 문서이고, 목차를 뽑아 보면 돈을 얼마씩 대는지, 결정은 어떻게 하는지, 나갈 때는 어떻게 하는지가 양쪽에 다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두 문서는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어느 단계에 서 있느냐가 이미 답을 정해 놓습니다. 주식을 나눠 가진 사람들끼리 맺는 약속을 담는 쪽은 그 주식이 존재해야 성립합니다. 설립 절차를 밟아 회사가 생기고 주식이 발행되기 전까지는 약속의 대상 자체가 없습니다.
반대쪽은 앞선 절차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둘 이상이 각자 무언가를 내놓고 함께 벌기로 약속하면 그 순간부터 관계가 성립하고, 민법의 조합 규정이 그 관계에 그대로 얹힙니다. 서류를 어디에 내지 않아도 되고 심사를 받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 더 안전한가」라는 질문은 대개 잘못 놓인 질문입니다. 물어야 할 것은 「우리는 회사를 만들 것인가」이고, 그 대답이 정해지면 문서는 저절로 따라옵니다.
아래에서는 두 문서가 같은 낱말로 서로 다른 것을 가리키는 지점을 차례로 봅니다. 낱말이 같다는 이유로 남의 서식을 가져다 쓰면 이 지점에서 어긋납니다.
특히 지분이라는 낱말이 그렇습니다. 양쪽 문서에 다 등장하지만 가리키는 물건이 다릅니다.
지분이라는 낱말이 서로 다른 것을 가리킵니다
한쪽의 지분은 종이로 셀 수 있고, 다른 쪽의 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식이 있는 세계에서 몫은 숫자로 딱 떨어집니다. 발행된 주식이 만 주이고 내가 삼천 주를 가지고 있으면 내 몫은 삼십 퍼센트이고, 그 사실이 회사의 장부에 적혀 있어 누가 물어도 같은 답이 나옵니다.
동업에는 그런 장부가 없습니다. 함께 모은 재산을 여럿이 한 덩어리로 쥐고 있는 형태여서, 그 안에서 내 몫에 해당하는 물건을 잘라 낼 수 없습니다. 계약서에 사십 대 육십이라고 적혀 있다면 그 숫자는 물건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이익과 손실을 어떤 비율로 나누기로 했는지를 가리킵니다.
이 차이는 몫을 남에게 넘기려 할 때 드러납니다. 주식은 팔면 됩니다. 사는 사람이 있고 회사 정관이 막지 않는다면 넘어갑니다. 동업의 몫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함께 쥐고 있는 사람들의 뜻이 모이지 않으면 새 사람이 그 자리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아래 표는 같은 낱말이 양쪽에서 어떻게 다르게 쓰이는지를 늘어놓은 것입니다.
| 같은 낱말 | 동업계약서에서 | 주주간계약서에서 |
|---|---|---|
| 지분 | 손익을 나누는 비율 | 가지고 있는 주식의 수 |
| 출자 | 돈·물건·노동력 모두 가능 | 원칙적으로 재산 |
| 의결 | 머릿수가 기준이 될 수 있음 | 가진 주식 수가 기준 |
| 양도 | !다른 사람들의 뜻이 모여야 함 | 원칙적으로 자유 |
| 장부 | !따로 두는 제도가 없음 | 회사가 두고 관리함 |
| 증명 | !계약서와 거래 내역으로 | 등기와 명부로 |
오른쪽 칸에 색이 밝은 줄이 많은 것은 그 문서가 더 낫다는 뜻이 아닙니다. 회사라는 틀이 앞서 만들어져 있어서 확인할 창구가 있다는 뜻일 뿐이고, 그 틀을 만드는 데는 절차와 비용이 듭니다.
왼쪽에 경고색이 붙은 세 줄이 동업계약서를 쓰는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제도가 대신 남겨 주지 않으므로 문서가 그 자리를 채워야 합니다.
책임이 어디서 멈추는가
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은 사업이 잘못되었을 때입니다.
주식을 가진 사람은 회사가 진 빚을 원칙적으로 자기 재산으로 갚지 않습니다. 회사가 별개의 주체로 서 있어서 빚의 이름표가 회사에 붙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설립 절차와 비용을 감수하고 회사를 만드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있습니다.
동업에는 그런 벽이 없습니다. 함께 모은 재산이 먼저 쓰이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각자의 재산으로 이어집니다. 게다가 물건을 사고팔거나 손님을 상대하는 영리 활동에서 생긴 빚이면 무게가 한 단계 더 올라갑니다.
이 대목은 이 클러스터에서 가장 무거운 주제여서 채무를 다룬 편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여기서는 결론만 옮깁니다. 책임을 자기 몫에서 끊고 싶다면 그것은 계약서 문구로 되는 일이 아니라 형태를 바꿔야 하는 일입니다.
- 각자의 재산까지빚이 멈추는 자리 — 동업
- 회사의 재산까지빚이 멈추는 자리 — 회사
- 설립 절차이 벽을 만드는 방법
- 만들 수 없습니다계약서로 만들 수 있는가
네 칸이 한 줄로 이어집니다. 벽을 원한다면 절차를 밟아야 하고,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면 벽이 없다는 것을 알고 시작해야 합니다.
벽이 없다고 해서 동업이 나쁜 선택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규모가 작고 서로를 잘 아는 사이라면 절차와 비용을 아끼는 쪽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대신 문서를 더 촘촘히 써야 합니다.
관계를 끊는 방법도 다릅니다
한쪽은 주식을 정리하면 끝나고, 다른 쪽은 관계 자체를 풀어야 합니다.
주식을 가진 사람이 그 회사와 인연을 끊는 방법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가진 주식을 넘기면 됩니다. 사 줄 사람을 찾는 일이 어려울 뿐 방법 자체는 정해져 있고, 회사는 그대로 남습니다.
동업은 관계를 정리하는 일이 곧 사업의 운명을 건드립니다. 한 사람이 빠지면 남은 사람들이 그 몫을 계산해 돌려주어야 하고, 아예 다 같이 접기로 하면 재산을 팔아 빚을 갚고 남은 것을 나누는 절차로 들어갑니다.
상대가 협조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이 여기서 나옵니다. 민법은 마지막 통로 하나를 열어 두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으면 각자가 관계를 끝내 달라고 청구할 수 있게 한 조문입니다.
법원이 말하는 어쩔 수 없는 사정에는 사업이 기울어 목적을 이루기 매우 어려워진 경우뿐 아니라, 서로 다투다 신뢰가 무너져 함께 굴려 가기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경우도 들어갑니다. 사이가 나빠진 것만으로도 통로가 열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각 조합원은 조합의 해산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720조(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해산청구)
짧은 조문이지만 동업에서 이것이 마지막 안전장치입니다. 상대가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도 관계를 끝낼 길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청구를 한다는 것은 이미 법원으로 간다는 뜻입니다. 시간과 비용이 들고 그 사이 사업은 멈춥니다. 그래서 계약서에 끝내는 절차를 미리 적어 두는 편이 언제나 낫습니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써야 하는가
회사를 만들 계획이 없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선택이 단순해집니다. 등기 절차를 밟아 회사를 세울 생각이 없거나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라면 주주간계약서는 쓸 자리가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들 사이를 정하는 문서입니다.
나중에 회사로 옮길 생각이 있더라도 순서는 같습니다. 옮기는 시점에 무엇을 어떻게 나눌지가 문제가 되는데, 그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이 지금 쓰는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적어 두지 않은 채 몇 해를 보내면 옮기는 자리에서 서로 기억이 달라집니다.
아래 네 단계는 지금 쓰는 문서에서 특히 비워 두기 쉬운 자리들입니다.
- 무엇을 얼마나 내놓았는지 적는다돈이 아닌 것을 내놓았다면 그것을 얼마로 볼지까지
- 나누는 비율과 결정하는 방법을 따로 적는다두 숫자가 같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 한 사람이 빠질 때의 계산 방법을 적는다언제의 재산으로 계산할지, 누가 값을 매길지
- 끝낼 때의 절차를 적는다법원까지 가지 않고 정리할 수 있는 순서를 미리
네 단계 가운데 뒤의 둘이 거의 언제나 비어 있습니다. 시작하는 자리에서 끝나는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색하기 때문인데, 그 어색함을 피한 대가는 몇 해 뒤에 훨씬 큰 금액으로 돌아옵니다.
회사로 옮기는 절차 자체가 궁금하다면 법인 전환을 다룬 편에서 이어집니다. 이 편의 결론은 그 전 단계에 머무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주주간계약서를 먼저 써 두면 안 되나요?
주식이 발행되어 있어야 그 문서가 대상을 갖습니다. 회사를 세우기 전이라면 담을 것이 없어 문서가 비어 있게 됩니다.
두 문서를 한꺼번에 쓸 수도 있나요?
회사를 세운 다음이라면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회사가 없는 단계에서는 한쪽만 쓸 수 있습니다.
동업계약서를 쓰면 나중에 회사로 못 바꾸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옮기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고, 오히려 앞서 적어 둔 문서가 옮길 때의 기준이 됩니다.
지분 비율을 적어 두면 주식 비율도 그대로 되나요?
자동으로 되지는 않습니다. 옮기는 시점에 다시 정하는 것이므로 그 기준을 미리 적어 두어야 다투지 않습니다.
상대가 끝내자는 말에 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으면 관계를 끝내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전에 계약서에 적힌 절차로 정리하는 편이 빠릅니다.
사업자등록을 함께 했으면 회사가 된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등록은 세금을 매기기 위한 절차이고 회사를 만드는 절차와는 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