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도 한 장에서 드러나는 관리 문제
조직도 마스터·8분·
밖으로 나간 그림은 읽는 사람에게 이 사람이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는지를 말해 버립니다. 회사가 그런 뜻으로 그린 것이 아니어도 그렇게 읽히고, 그 읽힘에 회사가 책임을 지게 되는 자리가 법에 있습니다.
상법 제395조 ·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는 직함과 무관하게 회사를 대표할 권한을 갖지 않습니다 · 사실 확인 기준일 2026-08-23
그림은 설명 없이 혼자 읽힙니다
받아 본 쪽은 회사에 물어보지 않고 그림만으로 판단합니다.
회사 소개 자료의 한 장으로, 입찰 서류의 붙임으로, 거래를 트기 전 실사 자료로 이 그림이 밖으로 나갑니다. 짜임을 보여 주려고 보낸 것이지만 받는 쪽은 다른 것도 함께 읽습니다. 누가 위에 있고 누가 무엇을 맡고 있으며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어 보이는지를 읽습니다.
설명이 붙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상자와 선과 이름과 직함만 있는 한 장이 그대로 전달되고, 받은 쪽은 그 안에서 답을 찾습니다. 그래서 이 문서는 회사가 의도한 것보다 훨씬 많은 말을 대신 해 버립니다.
문제는 그렇게 읽힌 내용이 나중에 근거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적혀 있어서 그렇게 알았다는 말은 다툼이 생겼을 때 실제로 등장하는 주장입니다. 그림을 만드는 사람은 안에서 볼 것을 생각하며 그리지만, 그림은 밖에서 더 오래 살아남습니다.
이 글은 그 지점을 다룹니다. 그림이 잘못 그려져서가 아니라 그림이 말해 버린 것 때문에 생기는 문제, 그리고 고치지 않아서 실제와 어긋난 채 남은 그림이 만드는 문제입니다.
사장 홍○○ — 맨 윗칸에 단독으로
대표이사 홍○○ — 등기된 직위를 그대로 적음
부사장 · 전무 · 상무를 대표이사와 나란한 높이에
임원진을 대표이사 아래 한 층에 두고 담당 부문을 함께 적음
총괄본부장 (대외 계약 담당)
총괄본부장 — 계약 체결 권한은 별도 위임 절차에 따름
직함이 만들어 내는 오해
회사를 대표할 권한은 직함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흔히 쓰이는 이름이 있습니다.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같은 것들입니다. 이 이름들은 회사 안에서 서열과 담당 범위를 나타내는 말로 쓰이고, 그림에서도 위쪽 몇 칸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회사를 대표해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권한은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대표이사가 아닌 이상, 사장이든 부사장이든 전무이사든 상무이사든 그 이름을 가진 이사도 회사를 대표할 권한을 갖지 못합니다. 밖에서는 그 사정을 알 길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법은 그 간극을 회사 쪽에 지웠습니다.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는 그 이사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경우에도 회사는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그 책임을 진다.
상법 제395조(표현대표이사의 행위와 회사의 책임)
조문이 이름을 구체적으로 들고 있다는 점을 보십시오. 사장과 부사장과 전무와 상무가 예시로 적혀 있고, 그 밖에도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이라면 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회사가 붙인 이름이 밖에서 어떻게 읽히느냐가 기준입니다.
그리고 그림은 그 이름을 밖으로 실어 나르는 가장 흔한 통로입니다. 명함 한 장은 받은 사람에게만 남지만 그림 한 장은 회사 전체의 이름표를 한꺼번에 보여 줍니다. 어떤 이름을 어느 높이에 놓았는지가 그대로 읽는 사람의 인상이 됩니다.
그러니 그림을 밖으로 낼 때는 이름을 붙이는 방식을 한 번 살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등기된 직위가 있다면 그것을 그대로 적고, 회사 안에서만 쓰는 이름이라면 그 사람이 어디까지 결정하는 자리인지가 그림만으로 부풀려 읽히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부르는 이름과 등기된 자리
두 층이 한 그림에 섞여 있는데 밖에서는 구분되지 않습니다.
회사 안에는 성격이 다른 두 종류의 자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법이 정한 절차를 거쳐 자리에 오르고 등기부에 기록되는 자리이고, 다른 하나는 회사가 내부적으로 정해 부르는 이름입니다. 실무 해설에서는 전무나 상무 같은 이름이 등기되지 않은 임원인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 설명은 널리 확인된 것이 아니어서 그런 경우가 있다는 정도로 알아 두는 편이 안전하고, 얼마나 흔한지를 숫자로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안에서 일할 때는 두 층이 섞여 있어도 별문제가 없습니다.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그 자리에 있는지 다들 알고 있고, 결재를 올릴 때도 실제 권한에 맞춰 움직입니다.
밖으로 나가면 그 정보가 함께 가지 않습니다. 받은 사람은 그림에 적힌 이름과 위치만 봅니다. 등기된 자리와 회사가 붙인 이름이 같은 글씨체로 같은 높이에 나란히 놓여 있으면 둘을 구분할 방법이 없습니다.
해법은 그림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밖으로 내는 판에서 이름을 어디까지 적을지를 정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담당 부문을 함께 적어 그 사람이 무엇을 맡은 자리인지 드러내면 권한의 범위가 훨씬 덜 부풀려집니다.
빼면 오해는 줄지만 그림의 쓸모도 함께 줄어듭니다. 밖으로 낼 판이라면 부서와 직위까지만 남기고 사람 이름을 빼는 방식이 더 널리 쓰입니다.
그 이름들이 법이 정한 자리를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안에서 쓰는 이름과 등기된 자리를 함께 적어 두면 읽는 쪽이 덜 헷갈립니다.
그림에 그렇게 적어 두는 것으로는 권한이 생기지 않습니다. 권한을 넘기는 절차를 따로 밟고 그 사실을 문서로 남기는 것이 순서입니다.
고치지 않은 그림이 남기는 것
사람이 바뀌었는데 선이 그대로면 그림이 실제와 다른 말을 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갱신입니다. 조직을 개편하고 사람이 옮기고 누군가 떠났는데 그림은 예전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경우입니다. 흔한 일이고 대개는 별일 없이 지나갑니다.
그런데 이 그림이 다른 것들과 이어져 있다는 점이 문제를 만듭니다. 비상시에 누구에게 알리는지, 문서를 어디로 올리는지, 안전에 관한 일을 누가 챙기는지가 모두 이 짜임을 전제로 짜여 있습니다. 그림 하나가 낡으면 그 위에 얹힌 것들이 함께 어긋납니다.
특히 조심할 자리가 있습니다. 생산과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소속 직원을 직접 지휘하고 감독하는 위치에는 별도의 이름이 붙는데, 그 자리는 임명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위치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생깁니다. 선이 바뀌면 그 자리도 함께 움직입니다. 그림만 옛것으로 남아 있으면 누가 그 자리에 있는지에 대한 회사의 인식과 실제가 어긋납니다.
아래 표는 갱신이 밀렸을 때 어디서 어긋남이 드러나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 낡은 채로 남은 것 | 겉으로는 | 실제로는 |
|---|---|---|
| 떠난 사람의 상자 | 자리가 채워져 있는 것처럼 보임 | 그 업무의 주인이 없습니다 |
| 옮겨 간 사람의 위치 | 예전 부서에 그대로 | 결재가 엉뚱한 곳으로 갑니다 |
| 없어진 부서 | 그림에 남아 있음 | 비상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
| 바뀐 지휘선 | 예전 선이 그대로 | 지휘하는 자리와 인식이 어긋납니다 |
| 밖으로 나간 옛 판 | 회수되지 않음 | 회사가 모르는 곳에 남아 있습니다 |
마지막 줄이 가장 손을 쓰기 어렵습니다. 안에 있는 파일은 고치면 되지만 이미 나간 판은 어디에 몇 부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보낸 곳을 적어 두는 습관이 없으면 회수라는 선택지 자체가 없어집니다.
네 번째 줄은 겉으로 가장 드러나지 않으면서 결과가 무거운 쪽입니다. 아무 일도 없을 때는 표가 나지 않다가 사고가 났을 때 누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그때 회사가 내미는 그림이 실제와 다르면 설명이 길어집니다.
그림은 스스로 상태를 드러냅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적혀 있지 않아도 모양만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림 자체가 알려 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관리 상태를 진단하려고 만든 문서가 아닌데도 한 장을 펼쳐 놓고 보면 몇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 사람의 상자로 선이 지나치게 많이 모여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없으면 아래가 통째로 멈춘다는 뜻이고, 휴가나 퇴사가 곧바로 위험이 됩니다. 반대로 아래로 내려가는 선이 하나뿐인 층이 여러 겹 쌓여 있으면 결정이 지나치게 여러 단계를 거친다는 신호입니다.
한 상자에서 위로 올라가는 선이 둘인 경우도 있습니다. 두 사람에게 보고한다는 뜻인데, 그것이 의도된 구조라면 어느 쪽이 무엇을 결정하는지 적어 두어야 하고 의도된 것이 아니라면 정리해야 합니다. 이름 없이 비어 있는 상자, 부서 이름만 있고 아래가 없는 상자도 마찬가지로 물어볼 거리를 남깁니다.
이런 관찰을 두고 어떤 모양이면 회사가 어떻다는 식으로 단정하지는 마십시오. 그럴 근거가 없습니다. 다만 그림이 이상해 보이는 자리는 실제로 물어볼 만한 자리인 경우가 많고, 그 물음을 던지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 문서는 제 몫을 합니다.
그림을 펼쳐 놓고 확인할 여섯 가지
여섯째 줄이 이 목록의 검산입니다. 그림에 날짜가 없으면 언제 것인지 아무도 모르고, 모르면 낡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상자 한 칸을 비워 날짜를 적어 두는 것이 가장 값싼 관리입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 다룬 것은 그림이 잘못되었을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개편을 앞두고 어느 칸을 함께 손봐야 하는지는 성격이 다른 이야기여서 다른 편에서 따로 다룹니다.
자주 묻는 질문
조직도에 전무나 상무라고 적으면 문제가 되나요?
그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읽힐 만한 이름을 쓴 경우 회사가 선의의 제3자에게 책임을 지게 되는 조항이 있으므로, 밖으로 내는 판에서는 담당 부문을 함께 적어 범위가 드러나게 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직함만 붙이면 그 사람에게 권한이 생기나요?
생기지 않습니다. 대표이사가 아닌 이상 어떤 이름을 붙여도 회사를 대표할 권한을 갖지 못합니다. 권한을 넘기려면 별도의 절차를 밟고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퇴사자가 조직도에 남아 있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그 업무의 주인이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실제로는 비어 있는 상태가 됩니다. 밖으로 나간 판이라면 실제와 다른 정보를 회사 밖에 두고 있는 셈이기도 합니다.
조직도에 날짜를 꼭 적어야 하나요?
적으라고 정한 조항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날짜가 없으면 언제 것인지 알 수 없어 낡았는지 판단할 방법도 없어집니다.
보고선이 둘인 구조는 잘못된 건가요?
잘못이라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의도한 구조라면 어느 쪽이 무엇을 결정하는지를 함께 적어 두고,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정리하면 됩니다.
이미 밖으로 나간 옛 조직도는 어떻게 하나요?
회수할 수 있으면 회수하고 없으면 최신 판을 다시 보내는 정도가 현실적입니다. 애초에 어디로 보냈는지 기록해 두면 이 선택이 가능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