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에 쓰면 안 되는 표현
차용증 마스터·8분·
문서에서 걸리는 문장은 대개 세 갈래로 나뉩니다. 계산 단계에서 조문이 되돌려 놓는 표현, 문서 안에서 생겨날 수 없는 힘을 적어 둔 표현, 그리고 읽는 사람마다 다른 뜻으로 읽히는 표현이며, 갈래마다 손보는 방향이 다릅니다.
현행 최고이자율 연 20퍼센트, 2021년 7월 7일 시행 / 명칭과 관계없이 대차와 관련해 채권자가 받은 것은 이자로 봄 / 민사집행법 제56조 제4호 —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에 강제집행 승낙의 취지가 적혀 있어야 집행권원 / 민법 제408조 —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균등한 비율
이자와 별도로 대여 사례금을 지급하기로 한다.
이자는 연 이율로만 정하고, 명목을 달리해 주고받기로 한 금액은 없다.
차주는 대주의 강제집행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
두 사람은 이 계약을 공정증서로 작성하고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취지를 그 증서에 적기로 한다.
차주는 형편이 되는 대로 위 금액을 변제한다.
차주는 정한 날까지 위 금액을 변제하고, 그 전에도 언제든지 변제할 수 있다.
걸리는 문장에는 세 갈래가 있습니다
잘못된 표현이라는 한 덩어리로 묶어 두면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문서에 쓰면 안 되는 표현을 모아 둔 목록은 흔합니다. 다만 목록만 외워 두면 왜 그 문장이 걸리는지를 모른 채 비슷한 문장을 다시 쓰게 됩니다. 걸리는 이유가 갈래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첫째 갈래는 조문이 계산 단계에서 되돌려 놓는 표현입니다. 문장을 어떻게 적든 결과가 조문이 정한 자리로 다시 끌려오므로, 문서에서 이름을 바꾸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둘째 갈래는 문서 안에서 생겨날 수 없는 힘을 적어 둔 표현입니다. 적어 두어 손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문장이 있으니 뒤의 절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문제입니다.
셋째 갈래는 뜻이 하나로 읽히지 않는 표현입니다. 두 사람이 같은 뜻으로 이해했다고 여기며 넘어갔는데, 몇 해 뒤에 서로 다른 뜻으로 읽는 자리가 생깁니다.
이 편에서는 갈래별로 대표적인 문장을 하나씩 놓고 무엇이 되돌려지고 무엇이 생겨나지 않으며 무엇이 갈리는지를 짚겠습니다. 특정한 문서를 옮겨 온 것이 아니라 널리 쓰이는 문형을 모아 놓은 것으로 읽어 주십시오.
이름을 바꾸어도 계산이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문서에 새 칸을 만드는 방식으로는 상한을 비껴갈 수 없습니다.
첫째 갈래의 대표는 이자 옆에 다른 명목의 칸을 하나 더 만드는 문장입니다. 사례금이나 수수료, 취급 비용 같은 이름이 붙고, 이자는 상한에 맞춰 얌전히 적혀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어느 조문에도 걸리지 않는 문서가 됩니다.
그런데 이자제한법은 명칭에 관계없이 금전의 대차와 관련해 채권자가 받은 것을 이자로 보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계산할 때가 되면 새로 만든 칸의 금액이 이자 쪽으로 합쳐지고, 합친 값이 다시 상한과 견주어집니다. 문서에서 칸을 나눈 일이 계산에서는 없던 일이 됩니다.
여기서 함께 확인해 둘 것이 상한의 출처입니다. 널리 알려진 연 20퍼센트라는 값은 법률 본문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대통령령이 정한 값이고, 그 값의 시행일은 2021년 7월 7일입니다. 개정 이력이 길어 옛 값이 함께 검색되므로 시행일을 떼고 옮기면 어긋납니다.
그러니 이 갈래에서 손보는 방향은 문장을 다듬는 쪽이 아닙니다. 받기로 한 금액을 하나로 합쳐 이자라는 이름으로 한 번만 적고, 그 값이 약정 시점의 상한 아래인지를 확인하는 쪽입니다. 초과분의 처리 방식과 벌칙 조문은 최고이자율을 다루는 편에서 원문과 함께 봅니다.
문서가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없는 힘
승낙한다는 문장을 적어 두어도 그 문장만으로 집행이 열리지는 않습니다.
둘째 갈래의 대표는 강제집행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거나 즉시 집행에 동의한다는 문장입니다. 이 문장이 들어간 차용증을 받아 두면 재판 없이 곧바로 상대의 재산으로 갈 수 있다고 여기게 됩니다.
민사집행법이 그 밖의 집행권원으로 적어 둔 것은 공증인이 일정한 금액의 지급 등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관하여 작성한 공정증서로서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승낙한 취지가 적혀 있는 것입니다. 요건이 세 겹으로 되어 있고, 그중 첫째가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일 것입니다.
두 사람이 직접 만든 문서는 이 첫째 요건에서 이미 갈립니다. 승낙한다는 문장은 세 번째 요건에 관한 것이므로, 그 문장만 옮겨 적어 두어도 앞의 요건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문장이 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 요건이 함께 갖춰졌을 때 힘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 문장이 실제로 하는 일은 다른 데 있습니다. 잘못된 안심을 만들어 절차를 미루게 하는 일입니다. 손보는 방향은 문장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공정증서로 만들기로 하는 합의 문장으로 바꾸어 적고 실제로 그 절차를 밟는 것입니다.
덧붙여 지연손해금 자리에 남의 값을 가져다 적는 경우도 이 갈래에 가깝습니다. 소송이 시작된 뒤 소장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 적용되는 법정이율은 차용증에 적는 약정 비율과 국면이 다르므로, 그 값을 옮겨 적어 두었다고 해서 같은 효과가 생기지 않습니다.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읽히는 문장
셋째 갈래는 조문에 걸리지 않고 사람 사이에서 갈립니다.
셋째 갈래의 문장은 어느 조문에도 부딪히지 않습니다. 문제는 다른 데서 생깁니다. 두 사람이 각자 편한 쪽으로 읽고 넘어갔다가, 뒤에 그 차이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형편이 되는 대로 갚는다는 문장이 대표적입니다. 빌린 쪽은 여유가 생길 때까지 미룰 수 있다고 읽고, 빌려준 쪽은 필요할 때 말하면 된다고 읽습니다. 그런데 반환 시기를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곧바로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을 정해 최고하는 절차가 앞에 붙고, 시효를 언제부터 세는지도 다투어질 여지가 생깁니다.
빌리는 사람이 여럿일 때 함께 갚는다고만 적어 둔 문장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채무자가 여럿인 경우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각자 균등한 비율로 의무를 지는 것이 원칙이고, 전부를 각자 이행할 의무로 만들려면 연대한다는 뜻이 문서에 드러나야 합니다. 낱말 하나가 두 조문을 가릅니다.
아래 표는 자주 들어가는 문장과 그 문장이 남기는 물음을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오른쪽 칸을 문서에 적어 두면 그 물음이 문서 안에서 닫힙니다.
| 문서에 자주 들어가는 문장 | 이 문장이 남기는 물음 | 대신 적어 둘 것 |
|---|---|---|
| 형편이 되는 대로 갚는다 | 언제부터 갚으라고 할 수 있는가 | 날짜를 적고 미리 갚는 것도 함께 적는다 |
| 채무자들이 함께 갚는다 | 각자 몫만인가 전부인가 | 연대한다는 뜻을 넣거나 몫을 나누어 적는다 |
| 이 문서의 유효기간은 몇 년으로 한다 | 무엇이 언제 끝난다는 것인가 | 변제기와 상환 회차로 바꾸어 적는다 |
| 필요하면 담보를 제공한다 | 무엇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 목적물과 시점을 정해 적는다 |
| 나머지는 서로 협의하여 정한다 | 협의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 합의하지 못할 때의 기준을 적는다 |
셋째 줄은 조금 다른 이유로도 문제가 됩니다. 차용증에는 유효기간이라는 법정 개념이 아예 없어서, 그 낱말을 적어 두면 무엇이 끝난다는 것인지부터 다시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관련해 조문이 정해 둔 것은 권리의 소멸시효입니다.
다섯 줄에 공통으로 흐르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문서를 읽는 사람이 두 사람뿐이라면 어떤 문장도 통하지만, 그 문서를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읽히는 순간에는 문장 안에서 답이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효력이 생기지 않는 칸, 만들지 않는 편이 나은 칸
칸을 만드는 일 자체가 문제가 되는 자리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장이 아니라 칸이 문제가 되는 두 자리를 갈라 두겠습니다. 하나는 적어 두어도 효력이 생기지 않는 칸이고, 다른 하나는 애초에 만들지 않는 편이 나은 칸입니다.
앞의 것은 보증에 관한 자리입니다.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생기고, 보증의 의사가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고 조문이 따로 못 박아 두었습니다. 다른 계약에서는 전자적 형태를 살려 주는 원칙이 있지만 보증만은 여기에서 갈라집니다.
그래서 화면에서 이름만 입력받거나 메신저로 보증하겠다는 답을 받아 두고 그것을 문서에 옮겨 적는 방식은 이 조문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보증인의 서명이나 기명날인이 있는 서면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뒤의 것은 주민등록번호 칸입니다. 사람을 하나로 좁히기에 편해 보이지만, 법령에 구체적인 근거가 없으면 동의를 받더라도 그 번호를 처리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차용증에 그 번호를 적으라고 정한 조항은 없으므로 근거가 없는 자리에 칸만 만드는 셈이 됩니다.
정리하면 이 편의 실수는 나쁜 문장을 쓴 것이 아닙니다. 문장이 걸리는 이유를 하나로 뭉뚱그려 목록으로만 외운 것입니다. 되돌려지는 것인지, 생겨나지 않는 것인지, 갈리는 것인지를 갈라 보면 고치는 방향이 저절로 정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자는 상한에 맞추고 사례금을 따로 적으면 되나요?
되지 않습니다. 명칭과 관계없이 대차와 관련해 채권자가 받은 것은 이자로 보므로, 계산할 때 두 금액이 합쳐진 뒤 다시 상한과 견주어집니다.
강제집행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넣으면 되나요?
그 문장만으로는 집행이 열리지 않습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에 강제집행을 승낙한 취지가 적혀 있는 것이며, 두 사람이 직접 만든 문서는 첫 요건에서 갈립니다.
형편이 되는 대로 갚는다고 적으면 무엇이 문제인가요?
반환 시기를 정하지 않은 것이 되어 청구 앞에 최고 절차가 붙고, 시효를 언제부터 세는지도 다투어질 여지가 생깁니다. 날짜를 적어 두는 편이 두 사람 모두에게 낫습니다.
빌리는 사람이 여럿이면 어떻게 적나요?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균등한 비율로 의무를 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전부를 각자 이행하게 하려면 연대한다는 뜻이 문서에 드러나야 합니다.
메신저로 보증하겠다는 답을 받아 두어도 되나요?
보증은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하고,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보증의 의사는 효력이 없다고 조문이 명시합니다. 서면을 따로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