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 사본만 있고 원본을 잃어버렸다면
차용증 마스터·8분·
원본을 잃어도 빌려준 사실과 갚기로 한 약정까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권리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권리를 보이는 데 드는 품이며, 원본 한 장으로 끝나던 일이 여러 자료를 겹쳐 쌓는 일로 바뀝니다.
형법 제237조의2 — 복사한 문서 또는 도화의 사본도 문서 또는 도화로 봄 / 민사소송법 제357조 — 사문서는 그것이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여야 함 / 차용증의 부수와 보관자를 정한 조항 없음, 유효기간이라는 법정 개념도 없음
원본을 잃으면 무너지는 구조
- 한 부만 만들어 빌려준 쪽이 통째로 보관한다
- 종이 한 장을 서랍에 넣어 두고 따로 남긴 것이 없다
- 돈은 현금으로 건네 이동 기록이 없다
- 이자와 원금이 오간 흔적을 정리해 두지 않았다
- 문서를 주고받을 무렵의 연락을 지워 버렸다
잃어도 버티는 구조
- 두 부를 만들어 두 사람이 각자 한 부씩 갖는다
- 만든 날 곧바로 촬영하거나 복사해 따로 둔다
- 건네는 경로와 갚는 경로를 계좌로 정해 둔다
- 회차마다 오간 금액이 기록으로 쌓이게 한다
- 문서를 주고받을 무렵의 대화를 그대로 남겨 둔다
사라진 것은 종이이고 남아 있는 것은 약정입니다
문서를 잃은 일과 권리를 잃은 일은 같은 층에 놓이지 않습니다.
이사를 하다가, 서랍을 정리하다가, 또는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원본이 없어집니다. 손에 남은 것은 휴대전화에 찍어 둔 사진이나 예전에 복사해 둔 한 장뿐입니다. 이 순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제 못 받는 것 아니냐는 걱정입니다.
먼저 층을 갈라 두겠습니다. 돈을 빌려주고 갚기로 한 약정은 두 사람 사이에서 생긴 것이고, 차용증은 그 약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에서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자료가 없어졌다고 해서 그 자료가 가리키던 사실까지 없어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시간과 관련해 조문이 정해 둔 것도 문서의 수명이 아니라 권리의 수명입니다. 차용증에는 유효기간이라는 법정 개념이 없고, 종이가 어떤 상태인지와 채권이 남아 있는지는 별개의 물음으로 다루어집니다.
여기서 다루는 상황도 어느 한 사람의 사연을 옮긴 것이 아닙니다. 문서를 한 부만 만들어 한쪽이 통째로 보관하는 방식이 굳어져 있을 때, 그 한 부가 사라지면 조건이 맞는 누구에게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양으로 나타나는 유형입니다.
그러니 이 편의 물음은 채권이 살아 있느냐가 아닙니다. 살아 있는 채권을 보이는 데 얼마나 더 많은 손이 가느냐입니다.
사본을 두고 오가는 말은 두 국면에 걸쳐 있습니다
사본도 문서로 본다는 조문과, 원본과 같은지를 따지는 다툼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나옵니다.
사본만 남았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곧바로 두 가지 상반된 말이 돌아옵니다. 사본은 문서로 쳐주지 않는다는 말과, 사본도 문서로 본다는 조문이 있다는 말입니다. 두 말이 부딪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로 다른 국면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형법에는 전자복사기나 모사전송기 같은 기기로 복사한 문서의 사본을 문서로 본다는 취지의 조문이 있습니다. 이 조문이 놓인 자리는 문서를 위조하거나 행사한 행위를 벌하는 장이고, 그 계통의 조문을 원문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위조 처벌을 다룬 편을 보시면 됩니다.
여기서 사본이 문서로 취급된다는 것은 사본을 손댄 행위도 문서에 관한 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지, 민사에서 사본이 원본과 똑같은 무게로 쓰인다는 뜻이 아닙니다. 두 국면을 겹쳐 읽으면 사본만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으로 미끄러집니다.
민사 쪽에서 실제로 붙는 다툼은 모양이 다릅니다. 사문서는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여야 한다는 원칙이 앞에 놓여 있고, 원본이 없으면 손에 든 사본이 그 원본을 그대로 옮긴 것인지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상대가 그 점을 문제 삼으면 그 물음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듭니다.
아래 표는 두 국면이 무엇을 묻는지를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같은 낱말이 어느 칸에 있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는 점만 확인하고 지나가겠습니다.
| 어느 국면인가 | 여기서 묻는 것 | 사본만 있을 때 |
|---|---|---|
| 문서에 관한 죄 | 그것이 문서인가 | 복사한 사본도 문서로 봄 |
| 민사에서 자료로 쓸 때 | 원본을 그대로 옮긴 것인가 | 상대가 다투면 그 점을 정리해야 함 |
| 약정의 내용 | 무엇을 약속했는가 | 사본에 적힌 글자는 그대로 읽힘 |
| 표시의 진정 | 그 서명이나 인영이 본인의 것인가 | 원본이 없으면 비교할 대상이 줄어듦 |
셋째 줄은 뜻밖에 든든한 칸입니다. 사본에 적힌 금액과 날짜와 조건은 원본이 없어도 그대로 읽히므로, 무엇을 약속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무너지기 쉬운 것은 넷째 줄입니다. 원본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던 표시가 사진 한 장으로만 남아 있으면, 그 표시를 두고 다투는 쪽에서 붙잡을 여지가 넓어집니다.
품이 늘어나는 자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늘어나는 품은 절차 전체에 고르게 붙는 것이 아니라 몇몇 길목에 몰립니다.
원본이 없는 상태로 돈을 받는 절차에 들어가면 어디에서 시간이 더 드는지가 비교적 뚜렷하게 갈립니다. 미리 알아 두면 어느 자료를 먼저 모을지 정하기가 쉬워집니다.
상대가 아무 말 없이 갚는 경우에는 원본의 유무가 드러날 일이 없습니다. 문제는 상대가 그런 문서를 쓴 적이 없다거나, 사진에 찍힌 그 종이가 자기가 서명한 것과 다르다고 말하기 시작할 때입니다. 그때부터 손에 든 사본 한 장이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커집니다.
그래서 실제로 힘을 쓰는 것은 사본 자체가 아니라 사본과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다른 자료들입니다. 돈이 오간 기록, 이자를 주고받은 흔적, 문서를 만들 무렵의 대화가 사본과 겹쳐 있으면 사본 하나를 부인하는 것만으로는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습니다.
아래 세 물음은 원본을 잃은 뒤에 자주 되풀이되는 것들입니다.
신청 자체를 막는 조건은 원본의 유무가 아니라 서류를 보낼 자리가 있는지입니다. 다만 상대가 이의를 내면 다투는 국면으로 넘어가므로, 그때 꺼낼 자료를 함께 준비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복사기로 뜬 것인지 촬영한 것인지가 성격을 가르는 기준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이미지가 언제 만들어졌고 무엇을 담고 있는지가 함께 남아 있는가입니다.
두 부를 만들어 각자 보관한 경우라면 상대의 손에 있는 것도 같은 내용의 원본입니다. 다만 상대가 내놓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면 기대할 수 있는 경로로 보기 어렵습니다.
세 물음이 같은 곳으로 모입니다. 원본이 있느냐 없느냐를 묻기 전에, 지금 상대가 무엇을 부인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먼저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어 버린 자리를 무엇으로 메우는가
한 장을 다시 만들어 내는 대신, 같은 사실을 가리키는 자료를 여러 갈래로 모읍니다.
원본을 잃은 뒤에 할 일은 순서가 있습니다. 없어진 종이를 흉내 내어 다시 쓰는 일이 첫 칸이 아니라는 점만 기억해 두면 나머지는 어렵지 않습니다.
특히 둘째 칸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와 아직 말이 통하는 동안에는 확인을 받아 두는 일이 훨씬 싸게 끝나는데, 다투기 시작한 뒤에 하려 하면 그 자체가 다툼거리가 됩니다.
- 남아 있는 사본의 상태를 먼저 확정한다글자가 읽히는지, 금액과 날짜와 표시가 모두 담겼는지, 여러 장이었다면 빠진 장이 없는지를 확인합니다. 여기서 무엇이 비었는지가 정해져야 뒤에 무엇을 채울지 정할 수 있습니다.
- 상대와 말이 통하는 동안 확인을 받아 둔다남은 금액과 조건을 적은 서면에 두 사람이 함께 표시해 두면 그 문서가 새로운 근거가 됩니다. 원본을 흉내 내어 다시 쓰는 것과 달리, 지금 시점에서 확인한 내용이라는 점이 문서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 사본과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자료를 모은다돈이 오간 내역, 이자를 주고받은 기록, 문서를 만들 무렵의 대화처럼 시점이 함께 남는 자료를 한곳에 정리합니다. 갈래가 늘어날수록 사본 하나를 부인하는 일의 효과가 줄어듭니다.
- 시효를 보는 시계를 따로 세워 둔다원본을 찾는 데 마음을 쏟다 보면 기간이 흘러가는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 문서를 되찾는 일과 기간 안에 조치를 하는 일은 서로 다른 일정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넷째 칸이 자주 빠집니다. 잃어버린 것을 찾는 동안에는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정작 절차가 요구하는 시점을 놓치기 쉽기 때문입니다.
둘째 칸을 통과하면 상황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원본이 없는 상태로 옛 약정을 보이는 일이었는데, 새로 만든 서면으로 지금의 약정을 보이는 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잃기 어려운 구조로 만들어 두는 쪽
한 부만 만드는 관행이 이 문제의 절반을 만듭니다.
차용증을 몇 부 만들어 누가 갖는지는 법이 정해 둔 것이 없습니다. 정해진 것이 없다는 사실은 한 부만 만드는 방식도, 두 부를 만드는 방식도 모두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한 부만 만들어 빌려준 쪽이 갖는 방식이 흔하게 굳어져 있습니다.
이 방식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위험이 있습니다. 문서가 세상에 한 장뿐이므로 그 한 장이 사라지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두 부를 만들어 각자 보관하면 같은 내용의 문서가 두 곳에 놓이므로, 한쪽이 잃어도 다른 쪽이 남습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이면 구조가 완성됩니다. 문서를 만든 그날 촬영하거나 복사해 원본과 다른 자리에 두는 것입니다. 사본이 원본을 대신하지는 못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와 사본이라도 있는 상태 사이의 거리는 매우 큽니다.
아래 다섯 칸은 다음번에 문서를 만들 때 미리 정해 둘 것들입니다. 지금 잃어버린 문서를 되찾는 목록이 아니라,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목록으로 읽어 주십시오.
원본을 잃어도 버티게 하는 칸
넷째 칸이 시간이 갈수록 몫을 키웁니다. 계좌를 거치게 해 두면 회차마다 기록이 저절로 쌓이므로, 몇 해 뒤에는 문서 바깥에만 자료가 상당히 모여 있게 됩니다.
정리하면 이 편의 실수는 원본을 잃어버린 것 자체가 아닙니다. 하나뿐인 종이에 모든 것을 걸어 두고, 그 종이가 사라질 경우를 계산에 넣지 않은 것입니다.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하면 만드는 방식부터 달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원본을 잃어버리면 빌려준 돈을 못 받나요?
문서를 잃은 일과 채권이 사라지는 일은 별개입니다. 약정 자체는 남아 있고, 달라지는 것은 그 약정을 보이는 데 드는 품입니다.
사본은 문서로 쳐주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형법에는 복사한 문서의 사본도 문서로 본다는 취지의 조문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문서에 관한 죄의 국면이고, 민사에서 원본과 같은지를 다투는 국면은 따로 있습니다.
사진으로 찍어 둔 것도 쓸 수 있나요?
복사기로 뜬 것인지 촬영한 것인지가 기준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 이미지가 언제 만들어졌고 무엇을 담고 있는지가 함께 남아 있는지를 봅니다.
원본을 다시 써 두면 되지 않나요?
없어진 문서를 그대로 흉내 내어 만드는 대신, 지금 시점에서 남은 금액과 조건을 확인한 서면에 두 사람이 함께 표시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오래된 차용증은 시간이 지나면 못 쓰게 되나요?
차용증에 유효기간이라는 법정 개념은 없습니다. 시간과 관련해 조문이 정해 둔 것은 권리의 소멸시효이며, 종이의 상태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