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 변제기를 안 적어 시효가 문제된 사례

차용증 마스터·8분·

변제기를 비워 두면 청구 앞에 절차가 하나 더 붙고, 시효를 세기 시작하는 시점이 다툼거리로 남습니다. 민법은 반환시기의 약정이 없으면 대주가 상당한 기간을 정해 반환을 최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상당한 기간이 며칠인지는 조문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민법 제603조 제2항 — 반환시기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반환을 최고, 차주는 언제든지 반환 가능 / 민법 제166조 제1항 —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 / 채권의 소멸시효는 민법 제162조 제1항의 10년이 원칙

비워 두면 아무 때나 달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비워 둔 칸은 자유를 주는 대신 절차를 하나 붙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언제까지라는 말을 꺼내기가 어렵습니다. 형편이 되면 갚으라는 말로 마무리하고 그 칸을 비워 둔 채 문서를 접습니다. 여기서 다루는 것도 특정한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칸이 비어 있을 때 되풀이해 나타나는 유형입니다.

비워 두는 쪽의 계산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날짜를 못 박지 않았으니 필요할 때 언제든 달라고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조문은 그 계산과 조금 다르게 짜여 있습니다.

민법은 반환시기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대주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반환을 최고하여야 한다고 적습니다. 곧바로 내놓으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간을 정해 알리는 절차가 앞에 하나 붙는 구조입니다.

같은 항의 뒷부분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차주는 언제든지 반환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빌린 쪽은 아무 때나 갚을 수 있고 빌려준 쪽은 절차를 밟아야 하는, 서로 다른 모양의 자유가 한 항 안에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그 상당한 기간이 며칠인지는 조문에 없습니다. 해설마다 답이 달라 이 글에서도 날수를 적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확인해 둘 것은 절차가 하나 붙는다는 사실 하나입니다.

시효를 세기 시작하는 시점이 흔들립니다

변제기를 적어 두면 시작점이 문서 안에 있고, 비워 두면 문서 밖에서 찾아야 합니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합니다. 문장이 짧아서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다툼은 대부분 이 한 줄의 적용에서 벌어집니다. 언제부터 행사할 수 있었느냐를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변제기가 적혀 있으면 이 물음이 문서 안에서 끝납니다. 그날이 지나면 달라고 할 수 있으니 시작점도 그날에 놓입니다. 문서를 펼쳐 날짜를 읽는 것으로 계산이 시작됩니다.

변제기가 비어 있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앞에서 본 최고 절차가 사이에 끼어 있어서, 돈을 건넨 날부터 세는지 최고를 한 뒤부터 세는지 그 사이의 어느 시점인지가 곧바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이 글은 그 시작점을 어느 쪽으로 정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확인된 것은 두 조문이 맞물려 있어 시작점 자체가 다툼거리가 된다는 사실까지이고, 그 이상을 단정해 날짜를 계산해 보이면 읽는 분이 그 계산에 기대어 시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오히려 분명합니다. 시작점이 흔들린다는 것은 상대가 그 흔들림을 근거로 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주장할 여지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그 여지를 없애는 가장 싼 방법이 처음에 날짜 한 줄을 적어 두는 것입니다.

세는 기간도 하나가 아닙니다

시작점만 문제가 아니라 몇 년을 세는지도 갈릴 수 있습니다.

개인 사이의 대여금은 채권이므로 10년이 원칙입니다. 다만 이 원칙에는 옆문이 하나 있습니다.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5년으로 짧아지고, 상인이 한 행위는 반증이 없는 한 영업을 위하여 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 사업과 얽힌 자금을 주고받은 경우에는 5년 쪽으로 갈 여지가 생깁니다. 개인 사이의 대여는 무조건 10년이라고 외워 두면 이 갈래를 놓칩니다.

원금과 이자가 서로 다른 기간을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데, 매달 이자를 받기로 한 약정이 여기에 닿습니다. 이 문구는 1년 안에 갚기로 했다는 뜻이 아니라 1년 이내의 정기로 지급된다는 뜻이므로 뒤집어 읽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아래 표는 갈래를 늘어놓은 것입니다. 왼쪽 칸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자기 경우가 어느 줄인지를 먼저 정해야 기간 계산이 시작됩니다.

어떤 채권인가세는 기간근거
개인 사이의 대여금10년민법 제162조 제1항
상행위로 평가되는 대여5년상법 제64조 · 제47조의 추정
1년 이내의 정기로 지급하기로 한 이자3년민법 제163조 제1호
판결 등으로 확정된 채권10년민법 제165조

맨 아랫줄은 방향이 다릅니다. 판결이나 그와 같은 효력이 있는 것으로 확정되면 짧은 시효에 걸려 있던 채권도 10년으로 늘어납니다. 절차를 밟아 두는 일이 기간 자체를 다시 벌려 놓는다는 뜻입니다.

표의 첫 줄과 둘째 줄을 가르는 기준은 금액이 아니라 그 대여가 영업과 어떻게 얽혀 있는가입니다. 사업자금이 오간 경우라면 10년을 전제로 여유를 두는 계산이 위험해집니다.

가만히 있는 동안 시계는 계속 돕니다

독촉을 아무리 많이 해도 그것만으로 시계가 멈추지는 않습니다.

시효를 중단시키는 사유로 조문이 적어 둔 것은 청구와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그리고 승인 세 가지입니다.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고 만나서 이야기하는 일은 이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합니다.

가장 널리 퍼진 오해가 내용증명을 보내면 시효가 중단된다는 말입니다. 내용증명은 어떤 내용을 언제 보냈는지를 우체국이 증명해 주는 제도일 뿐이고, 그것으로 변제를 요구하는 행위는 재판 밖의 청구, 곧 최고에 해당합니다.

최고에는 시한이 붙어 있습니다. 6개월 안에 재판상의 청구나 압류, 가압류, 가처분 같은 조치로 이어지지 않으면 중단의 효력이 남지 않습니다. 보내 놓고 답을 기다리는 사이에 그 6개월이 지나가는 것이 이 유형에서 가장 아까운 대목입니다.

그러니 최고를 보냈다면 보낸 날과 함께 그로부터 6개월이 되는 날을 같은 곳에 적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문서를 보관하는 일과 시계를 보는 일이 다르다는 것을 잊기 쉽기 때문입니다.

형편이 되면 갚으라고 했으면 아직 청구를 안 한 것이니 시효도 안 도는 것 아닌가요?

시작점이 어디인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지 시효가 멈춰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대는 오히려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으므로 기다리는 선택이 유리하지 않습니다.

문자로 계속 갚으라고 했는데 그것도 중단 사유가 되나요?

조문이 적어 둔 중단 사유는 청구와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승인 셋뿐입니다. 재판 밖의 청구는 최고에 해당하며 6개월 안의 후속 조치와 묶여야 효력이 남습니다.

변제기를 지금이라도 정해 다시 쓰면 시효가 새로 시작되나요?

새로 쓰는 일과 시효가 다시 도는 일은 같은 문제가 아니며, 이 글은 그 효과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의 시작점을 문서 안에 두는 효과는 분명하므로 정리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세 물음이 같은 자리를 맴돕니다. 기다리는 쪽이 안전하다는 감각인데, 시효라는 제도에서는 기다리는 쪽이 언제나 불리합니다.

지금 손댈 수 있는 것

되돌릴 수 없는 것은 놓아두고, 앞으로의 시작점만이라도 문서 안으로 들여놓습니다.

이미 변제기 없이 만들어 둔 문서를 들고 있다면 할 일은 세 갈래로 좁혀집니다. 첫째는 상대와 연락이 닿는 동안 변제기를 정해 그 내용을 문서로 남기는 일입니다. 앞으로의 계산이 문서 안에서 끝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고, 지나간 기간을 어떻게 볼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겨 둡니다.

둘째는 돈이 오간 날짜와 그 뒤의 연락을 시점이 남는 형태로 모아 두는 일입니다. 시작점이 다투어질 때 양쪽이 꺼내 놓는 것은 결국 언제 무엇이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셋째는 최고를 보내기로 했다면 6개월이라는 시계를 함께 세워 두는 일입니다. 보낸 사실만 기억하고 시계를 잊으면 절차를 밟았는데도 효력이 남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정리하면 이 편의 실수는 날짜 한 줄을 안 적은 것이지만, 값을 치르는 자리는 그 줄이 아니라 몇 해 뒤의 다툼입니다. 비워 둔 칸은 편의를 주는 대신 시작점을 문서 밖으로 밀어내고, 밀려난 시작점은 상대가 손댈 수 있는 자리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변제기를 안 적으면 언제든 청구할 수 있나요?

곧바로 청구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민법은 반환시기의 약정이 없으면 대주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반환을 최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기간의 날수는 조문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시효는 언제부터 세나요?

변제기를 정한 경우에는 그 변제기부터 진행합니다.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라는 기준과 최고 절차가 맞물려 시작점 자체가 다투어지므로, 이 글에서는 어느 시점이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빌린 쪽은 언제 갚아도 되나요?

조문은 차주가 언제든지 반환할 수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빌려준 쪽의 절차와 빌린 쪽의 자유가 같은 항에 나란히 들어 있습니다.

개인 사이의 대여는 무조건 10년인가요?

10년이 원칙이지만 상행위로 평가되면 5년이 문제 됩니다. 상인이 한 행위는 반증이 없는 한 영업을 위하여 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사업과 얽힌 대여는 갈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을 보내 두면 시효가 멈추나요?

멈추지 않습니다. 내용증명으로 하는 변제 요구는 최고에 해당하며, 6개월 안에 재판상의 청구나 압류, 가압류, 가처분 같은 조치가 이어져야 중단의 효력이 남습니다.

차용증
마스터
차용증 마스터비즈폼 차용증 서식 담당 · 최종 수정 2026년 01월 20일

차용증 관련 서식

이 글에서 다룬 기준을 반영한 양식입니다. 내려받아 바로 쓸 수 있습니다.

양식 받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