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 이름과 생년월일을 안 적어 생긴 문제
차용증 마스터·7분·
차용증의 기재 항목을 정한 법 조항은 없지만, 상대를 한 사람으로 좁히지 못하면 절차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주민등록번호로 메우는 방법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24조의2가 막고 있으므로, 이름과 함께 생년월일과 주소, 연락처를 겹쳐 두는 쪽으로 갑니다.
차용증에 법정 서식이나 필수 기재 항목 수를 정한 조항은 없음 / 개인정보 보호법 제24조의2 — 법령에 구체적 근거가 없으면 동의를 받아도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없음 / 민사소송법 제462조 단서 — 지급명령은 공시송달 외의 방법으로 송달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함
적어야 할 항목을 정한 조항이 없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무엇을 적으라고 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무엇이 빠졌는지도 문서만 보아서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차용증에는 법정 서식이 없습니다. 민법에도 그 아래 법령에도 이런 모양으로 만들라는 별지 서식이 없고, 기재 항목을 몇 개로 정한 조항도 없습니다. 필수 기재사항이 몇 가지라는 설명이 돌아다니지만 그 개수를 정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규정이 없다는 것은 자유롭다는 뜻이기도 하고 아무도 검사해 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관공서에 내는 서류라면 칸이 비었을 때 반려되지만, 차용증은 두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져 그대로 서랍에 들어갑니다. 빠진 칸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제는 문서를 만드는 자리가 아니라 그 문서를 꺼내 드는 자리에서 처음 드러납니다. 여기서 다루는 것도 특정한 누군가의 일화가 아니라, 이름만 적어 둔 문서를 몇 해 뒤에 꺼내 들 때 반복해서 나타나는 유형입니다.
빠진 것이 이름 옆의 생년월일이나 주소 한 줄일 때 특히 그렇습니다. 없어도 문서는 멀쩡해 보이는데, 뒤의 절차에서는 그 한 줄이 있어야 다음 칸으로 넘어갑니다.
이름만으로는 사람이 하나로 좁혀지지 않습니다
서류에 적힌 이름은 사람을 가리키는 표지일 뿐, 그 사람을 특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서로 아는 사이라면 이름 두세 글자로 충분하지만, 그 문서를 처음 보는 제삼자에게는 사정이 다릅니다. 문서 안에 적힌 정보만으로 한 사람에게 닿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특정이라는 말과 송달이라는 말을 갈라 두면 이해가 쉬워집니다. 특정은 이 문서에 나오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하나로 좁히는 일이고, 송달은 그 사람에게 서류를 실제로 보내는 일입니다. 앞의 것이 안 되면 절차를 시작할 수 없고, 뒤의 것이 안 되면 시작한 절차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차용증에 주소와 연락처를 적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 항목을 요구하는 조문이 있어서가 아니라, 특정과 송달이라는 두 가지 일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표는 어떤 항목이 어느 일을 맡는지를 늘어놓은 것입니다. 오른쪽 열이 비어 있는 항목이 있다면 그만큼 뒤의 절차가 늦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 차용증에 적힌 항목 | 이 항목이 맡는 일 | 빠졌을 때 생기는 공백 |
|---|---|---|
| 이름 | 누구인지 가리킴 | 동명이인과 갈리지 않음 |
| 생년월일 | 같은 이름 안에서 한 사람으로 좁힘 | 특정에 다른 자료가 더 필요해짐 |
| 주소 | 서류가 실제로 닿을 자리를 정함 | 송달이 되지 않아 절차가 멈춤 |
| 연락처 | 연락과 확인의 경로를 남김 | 확인에 드는 시간이 늘어남 |
| 서명 또는 날인 | 문서의 진정성립을 추정받음 | 추정의 근거가 사라짐 |
표에서 아래 두 줄은 문서 자체의 힘에 관한 것이고, 위 세 줄은 그 힘을 쓸 상대를 찾는 일에 관한 것입니다. 두 갈래가 서로 다른 일을 맡고 있어서 한쪽이 튼튼해도 다른 쪽이 비면 소용이 없습니다.
이름과 도장만 있는 문서가 대표적입니다. 진정성립 쪽은 갖췄는데 상대를 좁히는 쪽이 비어 있어, 문서를 손에 들고도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주민등록번호를 적으면 해결되지 않습니까
가장 확실해 보이는 칸이 실은 함부로 만들 수 없는 칸입니다.
사람을 하나로 좁히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주민등록번호가 떠오릅니다. 실제로 인터넷에 도는 차용증 양식 중에는 그 칸이 아무 설명 없이 들어가 있는 것도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4조의2는 법령에 구체적인 근거가 없으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더라도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동의를 받았으니 괜찮다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본 것처럼 차용증에 주민등록번호를 적으라고 정한 조항은 없습니다. 근거 조항이 없는 상태에서 그 칸만 만들어 두는 셈이니, 확실해 보이는 방법이 실은 가장 조심해야 할 방법이 됩니다.
그러니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한 칸으로 끝내려 하지 말고, 여러 항목을 겹쳐 두어 같은 결과에 이르는 쪽입니다. 이름과 생년월일과 주소가 함께 적혀 있으면 그 조합만으로도 상대는 충분히 좁혀집니다.
특정이 안 되면 절차는 어디서 멈추는가
멈추는 자리는 대체로 상대에게 서류를 보내는 단계입니다.
돌려받지 못한 돈을 정리하는 경로 가운데 지급명령이 있습니다. 금전이나 대체물,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대해 신청할 수 있고, 이의신청 없이 확정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다만 이 절차에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공시송달 외의 방법으로 송달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는 것입니다. 상대에게 서류가 실제로 닿을 수 있어야 절차가 굴러간다는 뜻입니다.
주소가 비어 있는 차용증은 바로 이 단서에 걸립니다. 문서의 내용에는 흠이 없는데 상대에게 보낼 자리를 찾지 못해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름과 생년월일이 모두 비어 있으면 그 앞 단계인 특정에서부터 걸립니다.
여기서 얻는 교훈은 단순합니다. 문서를 만드는 시점에는 두 사람이 서로를 알고 있어서 이런 항목이 사족처럼 느껴지지만, 그 문서를 쓸 시점에는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빠져 있다면 지금 무엇을 채우는가
이미 만들어 둔 문서라도 뒤늦게 보강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미 이름만 적힌 차용증을 가지고 있다면 선택지는 두 갈래입니다. 상대와 연락이 닿는 동안 문서를 보완하는 길과, 문서 바깥에서 특정에 쓸 자료를 모아 두는 길입니다. 가능하면 앞의 길이 훨씬 쌉니다.
아래 네 단계는 그 순서를 정리한 것입니다. 첫째와 둘째는 상대의 협조가 필요하고, 셋째와 넷째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 상대와 확인해 항목을 채운다이름 옆에 생년월일과 주소, 연락처를 함께 적고 그 자리에서 서명이나 날인을 다시 받습니다. 원래 문서를 지우고 고치는 것보다 확인한 내용을 새로 적어 두는 편이 뒤탈이 적습니다.
- 문서를 고쳤다면 두 사람이 함께 표시한다내용이 달라진 자리에는 두 사람의 표시가 함께 남아 있어야 합니다. 한쪽이 혼자 손을 댄 흔적으로 보이면 그 부분을 두고 다툼이 생깁니다.
- 연락 경로를 기록으로 남긴다문자와 메신저, 이체 내역처럼 시점이 남는 자료를 한곳에 모아 둡니다. 문서에 없는 정보를 뒤에서 받쳐 주는 자료가 됩니다.
- 주소가 바뀌면 그때 확인해 둔다송달이 걸리는 자리는 대체로 옛 주소입니다. 오래된 차용증일수록 상대의 현재 주소를 확인해 둘 필요가 커집니다.
둘째 단계가 자주 빠집니다. 좋은 뜻으로 채워 넣은 항목이 나중에는 한쪽이 임의로 고친 흔적으로 읽힐 수 있어서, 채우는 일과 함께 표시하는 일이 한 묶음이어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 편의 실수는 항목 하나를 빠뜨린 것이 아닙니다. 서로를 아는 사이에서 만든 문서를 서로를 모르는 사이에서 쓰게 된다는 사실을 계산에 넣지 않은 것입니다. 이름 옆의 한 줄은 그 시차를 메우는 자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차용증에 반드시 적어야 하는 항목이 법으로 정해져 있나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법정 서식도 없고 항목 수를 정한 조항도 없습니다. 무엇을 적을지는 뒤의 절차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기준으로 정하게 됩니다.
주민등록번호를 적어 두면 확실하지 않나요?
개인정보 보호법 제24조의2는 법령에 구체적 근거가 없으면 동의를 받더라도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없도록 합니다. 차용증에 그 칸을 요구하는 조항이 없으므로 다른 항목을 겹쳐 두는 쪽이 안전합니다.
생년월일만 있으면 충분한가요?
이름과 생년월일이 함께 있으면 특정 쪽은 크게 좁혀집니다. 다만 서류를 보낼 자리를 정하려면 주소가 따로 필요합니다.
주소가 없으면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없나요?
지급명령은 공시송달 외의 방법으로 송달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상대에게 서류가 닿지 않으면 절차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