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 필수 기재사항, 빠지면 못 받습니다
차용증 마스터·7분·
차용증의 기재 항목을 몇 개라고 정해 둔 법 조항은 없습니다. 민법에도 그 하위 법령에도 이 이름의 별지 서식이 없어서, 어떤 칸을 두든 돈을 넘기고 같은 돈을 돌려주기로 한 약정 자체는 그대로 성립합니다. 다만 비워 둔 칸은 몇 년 뒤 그 약정을 증명해야 할 때 빈자리 그대로 돌아옵니다.
민법 제598조는 소비대차의 요건으로 이전 약정과 반환 약정 둘만 정하고 방식을 정하지 않음 · 민법과 그 시행령·시행규칙에 차용증 서식 없음
- 없음법이 정한 항목 수
- 없음법정 서식
- 없음서면 작성 의무
- 증명칸을 고르는 실제 기준
'필수 기재사항'이라는 말은 어디서 왔나
어딘가에 법정 항목표가 있어서 생긴 표현이 아닙니다.
돈을 빌려주기로 하고 검색창을 열면 필수 기재사항이라는 문구가 거의 모든 글머리에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딘가에 정해진 목록이 있고 하나라도 빠뜨리면 종이가 무효가 되거나 관공서에서 받아 주지 않는다고 짐작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그 목록을 담은 조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민법과 그 시행령·시행규칙 어디에도 이 이름의 별지 서식이 없고, 서식이 없으니 항목을 몇 개로 정했다는 규정도 나올 자리가 없습니다.
관공서에 신고하거나 등록하는 제도도 없습니다. 어딘가에 접수해야 효력이 생기는 문서가 아니므로, 접수처가 요구하는 양식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할 수가 없는 쪽에 가깝습니다. 빌려주는 돈은 금액도 기간도 이자도 담보 유무도 사안마다 달라서, 칸을 미리 짜 두면 대부분의 거래에서 맞지 않는 서식이 됩니다. 그래서 민법은 서식 대신 계약의 요건만 두었습니다.
대신 그 자유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채우지 않은 칸의 결과가 이 문서에서는 곧바로 돈으로 돌아옵니다. 흔히 필수라고 불리는 항목들은 법이 요구해서가 아니라, 비어 있을 때 받을 돈이 줄어든 자리를 모아 놓은 것입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뿐입니다
민법이 정한 요건은 넘겨주기로 한 약속과 돌려주기로 한 약속, 이 둘입니다.
소비대차라는 계약 유형을 정한 민법 제598조는 한쪽이 금전이나 대체물의 소유권을 넘기기로 하고 다른 쪽이 같은 종류·품질·수량으로 돌려주기로 약정하면 효력이 생긴다고만 적고 있습니다. 조문의 구조는 약정과 약정입니다.
여기에 문서를 만들라는 문언이 없습니다. 서면으로 작성할 의무를 지운 조항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말로만 주고받았어도 두 약정이 맞았다면 계약은 이미 성립해 있습니다. 조문의 자세한 문언과 그 귀결은 이자를 다룬 편에서 따로 살펴봅니다.
그러면 종이는 왜 쓰는가. 계약이 성립했다는 것과 그 성립을 남에게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다투는 자리에서 필요한 것은 계약의 존재가 아니라 계약을 확인시켜 줄 자료입니다.
그래서 이 문서의 칸들은 법이 채우라고 시킨 자리가 아니라, 나중에 하나씩 증명해야 할 항목을 미리 적어 두는 자리입니다. 무엇을 적을지 고르는 기준도 여기서 나옵니다. 몇 년 뒤 내가 무엇을 보여 주어야 하는가를 먼저 떠올리면 됩니다.
빈칸이 돈을 잃게 만드는 경로
빠진 칸은 회수 절차의 특정 단계를 하나씩 막습니다.
이 문서에서 칸이 비어 생기는 손해는 서류가 반려되는 종류가 아닙니다. 받을 돈을 못 받게 되는 경로가 칸마다 하나씩 정해져 있습니다. 아래 표는 그 경로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늘어놓은 것입니다.
가운데가 절차의 어느 단계에서 걸리는지이고, 오른쪽이 그 결과로 돈이 새는 자리입니다. 항목을 외우려 하지 말고 오른쪽 끝부터 거꾸로 읽으면 무엇을 먼저 채워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 비어 있는 칸 | 막히는 단계 | 돈이 새는 자리 |
|---|---|---|
| 빌리는 사람의 인적사항 | 지급명령이나 소송에서 상대를 특정하지 못함 | 절차 자체가 시작되지 않음 |
| 빌려준 금액 | 청구할 금액이 확정되지 않음 | 다투는 금액이 상대 주장까지 내려감 |
| 돈을 건넨 날 | 이자가 언제부터 붙는지 계산이 서지 않음 | 이자 부분이 통째로 빠짐 |
| 갚기로 한 날 | 청구 전에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가 먼저 필요 | 회수가 그만큼 뒤로 밀림 |
| 이자 약정 | 원칙으로 돌아가 무이자로 읽힘 | 이자를 아예 받지 못함 |
| 서명 또는 날인 | 사문서의 진정 추정이 걸리지 않음 | 문서의 진정부터 다시 증명 |
넷째 줄이 특히 오해가 잦습니다. 갚기로 한 날을 비워 두면 언제든 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민법 제603조에 따라 상당한 기간을 정해 반환을 먼저 요구하는 절차가 하나 더 붙습니다. 그 기간이 며칠인지는 조문에 없어서 그 자체가 다툼거리로 남습니다.
마지막 줄은 성격이 다릅니다. 민사소송법은 사문서에 본인이나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으면 진정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추정이 걸리지 않으면 금액과 날짜를 아무리 정확히 적어 두었어도 그 종이가 진짜인지부터 증명해야 합니다.
오히려 적지 않는 편이 나은 칸
칸이 많을수록 안전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중에 도는 양식 가운데는 주민등록번호를 적는 자리를 당연한 것처럼 두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정보 보호법 제24조의2는 법령에 구체적인 근거가 없으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았더라도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문서에 주민등록번호를 적으라고 정한 조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상대를 특정하는 목적이라면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를 함께 적으면 동명이인 문제는 대체로 해결됩니다. 필요하다면 신분증에 적힌 이름 표기를 그대로 옮겨 적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연락처와 주소도 마찬가지로 법이 요구하는 항목은 아닙니다. 다만 이 두 가지는 성격이 다릅니다. 나중에 서류를 보내야 할 때 보낼 곳이 없으면 절차 자체가 멈추기 때문에, 요구받지 않아도 적어 두는 편이 유리한 자리에 속합니다.
정리하면 칸을 고르는 기준은 개수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회수 절차에서 쓰일 자리는 채우고, 처리 근거가 없는 정보는 비웁니다. 이 두 방향을 섞으면 칸은 많은데 정작 받으러 갈 때 쓸 것이 없는 문서가 됩니다.
칸을 다 채워도 남는 한 가지
항목을 빠짐없이 적은 차용증으로도 곧바로 압류를 할 수는 없습니다.
필수 항목을 모두 채우면 회수가 자동으로 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문서가 하는 일은 그런 약정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데까지입니다. 남의 재산에 손을 대려면 별도의 자격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민사집행법은 강제집행을 확정된 종국판결이나 가집행의 선고가 있는 판결에 기초해서 하도록 하고, 집행문이 있는 판결정본을 갖추도록 요구합니다. 차용증은 그 어느 쪽도 아닙니다.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거쳐 집행권원을 먼저 만들어야 비로소 재산을 건드릴 수 있습니다.
예외처럼 보이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에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승낙한다는 취지가 적혀 있으면 그 문서 자체가 집행권원이 됩니다. 다만 요건이 함께 갖춰져야 하고, 인낙 문언이 빠진 공정증서는 집행권원이 되지 않습니다. 그 차이는 공정증서를 다룬 편에서 살펴봅니다.
그래서 무엇을 적을지 고르는 기준이 하나 늘어납니다. 이 칸이 나중에 집행권원을 만드는 절차에서 그대로 요구되는가입니다. 아래 다섯 줄은 그 절차에서 실제로 확인받게 되는 자리를 순서대로 늘어놓은 것입니다.
건네기 직전 확인
다섯 줄을 다 채웠다고 해서 받는다는 보장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집행권원을 만들어 놓아도 상대에게 붙잡을 재산이 없으면 회수까지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 다섯 줄이 갖춰져 있으면 절차의 어느 단계에서도 멈추지 않습니다. 이 문서에서 지켜야 할 것은 항목의 개수가 아니라 그 절차를 끝까지 밀고 갈 재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차용증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항목이 법으로 정해져 있나요?
그런 조항이 없습니다. 민법과 그 하위 법령에 차용증 서식 자체가 없어서 항목 수를 정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흔히 필수라고 불리는 항목들은 빠졌을 때 다툼이 생긴 자리를 모아 놓은 것입니다.
항목이 몇 개 빠지면 무효가 되나요?
개수로 효력이 갈리는 구조가 아닙니다. 소비대차는 넘겨주기로 한 약정과 돌려주기로 한 약정이 맞으면 성립하므로, 칸이 비어도 계약 자체는 남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그 계약을 증명하기가 얼마나 어려워지느냐입니다.
주민등록번호 칸이 있는 양식을 그대로 써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4조의2는 법령에 구체적 근거가 없으면 동의를 받았더라도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차용증에 이를 적으라고 정한 조항은 없습니다.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로 특정하면 됩니다.
손으로 쓴 것도 되나요?
됩니다. 작성 방식을 정한 조항이 없어 인쇄한 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실무에서 갈리는 지점은 손글씨인지 여부가 아니라 그 서명이 본인의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느냐입니다.
항목을 더 넣으면 문제가 되나요?
칸을 늘리는 것보다 늘린 칸에 무엇을 적느냐가 위험합니다. 수수료나 사례금 명목을 따로 만들어 두면 이자제한법이 그것을 이자로 되돌려 최고이자율과 합산하고, 초과한 부분은 무효가 됩니다. 처리 근거가 없는 개인정보를 늘리는 방향도 마찬가지로 위험을 키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