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 이미 빌려준 돈을 뒤늦게 정리할 때
차용증 마스터·7분·
오늘 쓰는 문서는 새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채무를 소비대차로 바꾸어 잡는 약정입니다. 그래서 원래 그 돈이 언제 어떻게 오갔는지를 문서 안에 적어 두어야 무엇에 관한 약속인지가 정해집니다.
민법 제605조는 소비대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금전 기타의 대체물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 당사자가 그 목적물을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할 것을 약정하면 소비대차의 효력이 생긴다고 정함
뒤늦게 쓰게 되는 자리
문서를 만들자는 말은 대개 돈이 오간 지 한참 뒤에 나옵니다.
돈을 건넬 때는 종이를 꺼내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른 뒤에 필요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갚겠다는 시점이 몇 번 미뤄지면서 남은 금액이 서로 다르게 기억되기 시작할 때가 대표적입니다.
설명을 요구받는 자리에서 필요해지기도 합니다. 그 돈이 어떤 성격이었는지를 밖에서 묻는 상황이 오면, 두 사람의 기억만으로는 답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관계를 정리하는 자리도 있습니다. 동업이 끝나거나 한쪽의 사정이 크게 바뀌어 그동안 오간 돈을 한 번에 매듭지어야 할 때, 남은 금액과 앞으로의 일정을 새로 정하게 됩니다.
이 자리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지금 써도 되느냐입니다. 답부터 말하면 쓸 수 있지만, 오늘 쓰는 종이가 무엇을 하는 문서인지를 알고 써야 그 뒤가 꼬이지 않습니다.
오늘 쓰는 종이는 새 대여가 아닙니다
이미 있는 채무를 소비대차로 바꾸어 잡는 약정입니다.
차용증은 보통 돈이 오가는 시점에 맞춰 만들어집니다. 넘겨주기로 하는 약속과 돌려주기로 하는 약속이 그 자리에서 함께 생기니 문서가 그 둘을 담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미 돈이 건너간 뒤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오늘은 아무것도 넘겨줄 것이 없고 돌려받을 일만 남아 있어서, 새로 빌려준다는 문장을 그대로 쓰면 사실과 어긋납니다.
민법에는 이 자리를 위한 규정이 따로 있습니다. 소비대차로 생긴 것이 아닌 지급 의무라도 당사자가 그것을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삼기로 약정하면 소비대차의 효력이 생긴다는 준소비대차 규정이며, 뒤늦게 문서를 만드는 실무가 여기에 기댑니다.
그래서 오늘 쓰는 문서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새 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의무의 조건을 다시 정해 문장으로 붙잡아 두는 것입니다. 이 차이를 알고 나면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도 자연히 따라옵니다.
규정의 문언은 소비대차로 생긴 것이 아닌 지급 의무를 폭넓게 담고 있습니다. 물건값처럼 성격이 다른 채무를 옮겨 담을 때의 주의점은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말이나 메시지로 남은 약속은 금액과 기한이 흐린 경우가 많습니다. 이 문서는 남은 금액과 새 기한을 두 사람이 같은 문장으로 확정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대로 두십시오. 문서에 적은 서술을 뒷받침하는 것은 그때의 이체 기록이며, 그 자료가 사라지면 문서가 홀로 떠 있게 됩니다.
달라지는 것과 그대로인 것
문서 한 장으로 지난 일까지 바뀌지는 않습니다.
뒤늦게 만든 문서에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기대할 수 없는 것을 갈라 두는 편이 좋습니다. 기대를 잘못 걸면 문서를 만들어 놓고도 필요한 조치를 미루게 됩니다.
아래 표에서 왼쪽 두 줄은 문서가 실제로 해 주는 일이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문서가 손대지 못하는 영역입니다.
| 항목 | 뒤늦게 쓴 문서가 하는 일 | 남는 문제 |
|---|---|---|
| 남은 금액 | 얼마가 남았는지를 숫자로 확정한다 | 두 사람의 기억 차이가 사라진다 |
| 갚을 시기 | 새 기한을 문장으로 정한다 | 언제부터 청구할 수 있는지가 생긴다 |
| 돈이 오갔다는 사실 | 문서가 그 사실을 서술한다 | 이체 기록 같은 자료는 여전히 필요하다 |
| 소멸시효 |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 새로 시작된다고 단정하지 마십시오 |
| 강제집행 | 달라지지 않는다 | 차용증은 그 자체로 집행권원이 아니다 |
넷째 줄을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다시 문서를 만들면 시효가 처음부터 다시 돈다는 설명이 널리 퍼져 있지만, 준소비대차로 정리했을 때 시효가 어떻게 되는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문서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회수를 미루는 것은 위험합니다. 남은 기간을 스스로 계산해 보고, 필요하다면 문서와 별개로 조치를 준비하십시오.
무엇을 적어야 문서가 서는가
원래의 돈과 오늘의 약속을 이어 붙이는 문장이 핵심입니다.
아래 순서는 뒤늦게 만드는 문서에만 필요한 항목까지 포함한 흐름입니다. 첫째와 둘째 단계가 빠지면 이 문서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 문서 안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 원래의 돈을 특정한다언제 얼마가 어떤 방법으로 건너갔는지를 적습니다. 여러 번에 걸쳐 오갔다면 각각의 날짜와 금액을 줄을 나누어 적으십시오.
- 그 채무를 이 문서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문장을 넣는다위에 적은 의무를 이제부터 이 문서의 조건에 따라 갚기로 한다는 취지를 적습니다. 이 한 문장이 옛 사실과 새 약속을 잇습니다.
- 그동안 갚은 금액과 남은 금액을 적는다일부라도 오갔다면 그 내역을 적고 남은 금액을 숫자로 확정합니다. 두 사람이 같은 숫자에 서명하는 것이 이 문서의 큰 실익입니다.
- 새 변제기와 이자를 정한다앞으로의 기한을 날짜로 적고, 이자를 붙일 것인지와 언제부터 붙일 것인지를 나누어 적습니다.
- 작성일은 실제로 쓰는 날로 적는다돈이 오간 날로 작성일을 맞추면 문서 안의 다른 사실과 어긋나고, 그 어긋남이 드러나면 문서 전체의 신뢰가 흔들립니다.
다섯째 단계를 굳이 넣은 이유가 있습니다. 뒤늦게 쓰는 문서를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유혹이 생기기 쉬운데, 준소비대차 규정이 있는 이상 오늘 날짜로 적어도 문서의 힘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
옛 문서와 새 문서의 관계를 비워 두는 것이 가장 흔합니다.
첫째, 예전에 만들어 둔 문서가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할지 적지 않는 경우입니다. 두 장이 각각 다른 조건을 담은 채 남아 있으면 어느 쪽이 지금의 약속인지부터 다투게 됩니다.
둘째, 여러 번 오간 돈을 한 줄로 뭉쳐 적는 경우입니다. 총액만 남고 각각의 날짜가 사라지면 나중에 어느 돈을 갚은 것인지 맞춰 볼 수 없습니다.
셋째, 그동안 받은 돈을 원금에서만 빼는 경우입니다. 일부 변제금은 비용과 이자를 먼저 채우고 남는 만큼이 원금으로 가는 순서라, 이 순서를 무시하면 남은 금액이 서로 달라집니다.
넷째, 문서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회수가 확보되었다고 여기는 경우입니다. 이 문서가 만드는 것은 조건의 명확함이고, 돌려받는 절차는 그다음에 따로 있습니다.
뒤늦게 정리하기 전 점검
자주 묻는 질문
몇 년 전에 준 돈도 지금 문서로 만들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다만 오늘 새로 빌려준다고 적지 말고, 그때 오간 돈을 특정한 뒤 그 의무를 이 문서의 조건으로 갚기로 한다는 취지를 적으십시오.
작성일을 그때 날짜로 적으면 안 되나요?
문서 안의 사실과 어긋나게 되고, 어긋남이 드러나면 문서 전체가 의심을 받습니다. 오늘 날짜로 적어도 정리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다시 쓰면 소멸시효가 새로 시작되나요?
그 부분은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새로 시작된다는 전제로 회수를 미루지 마시고 남은 기간을 별도로 확인하십시오.
상대가 서명을 안 해 주면 어떻게 하나요?
이 문서는 두 사람이 함께 정하는 약정이라 한쪽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서명을 받지 못했다면 문서 대신 그동안의 이체 기록과 대화 자료를 모아 두는 편이 낫습니다.
이자를 지금부터 붙여도 되나요?
언제부터 붙일 것인지를 정해 적으면 됩니다. 지난 기간에 대해서도 붙이기로 한다면 그 시작점과 비율을 각각 문장으로 남기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