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을 다시 쓰기로 합의했을 때
차용증 마스터·6분·
다시 쓰기로 했다면 먼저 정할 것은 새 문서가 앞의 문서를 갈음하는지, 아니면 앞의 문서를 살려 두고 일부만 고치는지입니다. 이 한 가지를 밝히지 않으면 조건이 다른 종이 두 장이 나란히 남습니다.
민법 제605조는 소비대차로 생긴 것이 아닌 지급 의무라도 당사자가 그 목적물을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삼기로 약정하면 소비대차의 효력이 생긴다고 정함 · 이자를 새로 정한다면 최고이자율 연 20퍼센트(2021년 7월 7일 시행)가 그대로 걸림
다시 쓰자는 말이 나오는 자리
한 번 문서를 만들어 둔 사이에서도 이 말은 심심찮게 나옵니다.
갚을 날이 다가왔는데 형편이 되지 않을 때, 일부를 갚아 남은 금액이 달라졌을 때, 이자나 담보 조건을 손보기로 했을 때가 대표적입니다. 어느 쪽이든 지금의 문서가 현재의 약속과 어긋나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처음 문서를 만들 때보다 대화는 수월합니다. 두 사람 모두 한 번 겪어 본 절차이고 조건이 어디에 적혀 있는지도 알고 있어서, 바뀔 부분만 짚으면 이야기가 끝납니다.
그런데 이 수월함이 함정이 되기도 합니다. 손에 익은 대로 새 종이에 바뀐 조건을 적고 서명하면 끝났다고 여기는데, 그 순간 앞의 문서가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적지 않습니다.
이 편은 그 빈자리를 봅니다. 새로 만드는 문서가 앞의 문서와 어떤 관계에 놓이는지를 정하는 일이, 조건을 무엇으로 바꿀지를 정하는 일보다 앞에 있습니다.
다시 쓰기에는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조건을 고치는 일과 문서를 갈아 세우는 일은 다른 작업입니다.
한쪽은 앞의 문서를 그대로 두고 일부 조건만 바꾸는 방식입니다. 원래의 계약은 살아 있고 변제기나 이자처럼 특정한 항목만 새 합의가 덮습니다.
다른 한쪽은 앞의 문서가 담고 있던 채무를 오늘의 문서로 옮겨 담는 방식입니다. 남은 금액을 하나로 확정하고 그것을 새 조건에 따라 갚기로 정하면 앞의 문서는 역할을 마칩니다.
뒤쪽 방식의 근거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준소비대차 규정입니다. 소비대차로 생긴 것이 아닌 지급 의무라도 당사자가 그것을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삼기로 약정하면 소비대차의 효력이 생긴다는 내용이고, 이미 있던 채무를 새 문서로 잡아 두는 실무가 여기에 기댑니다.
어느 방식이든 틀린 것은 아닙니다. 갈리는 것은 효력의 세기가 아니라 뒤에 남는 종이의 수와, 그 종이들이 서로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가입니다.
| 항목 | 조건만 고치는 방식 | 문서를 갈아 세우는 방식 |
|---|---|---|
| 앞의 문서 | 그대로 살아 있다 | 역할을 마쳤다는 문장이 있어야 한다 |
| 새 문서가 담는 것 | 바뀐 항목만 | 남은 금액과 조건 전부 |
| 원본 처리 | 두 장을 함께 보관한다 | 앞의 원본을 어떻게 할지 정한다 |
| 읽는 방법 | 두 장을 겹쳐 읽어야 한다 | 새 문서 한 장으로 읽힌다 |
| 관계를 안 적으면 | !어느 조건이 살아 있는지 다툰다 | 두 장이 각각 다른 약속으로 남는다 |
마지막 줄이 이 표의 결론입니다. 두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관계를 적지 않았을 때 닿는 곳은 같습니다. 지금의 약속이 무엇인지가 문서만 보아서는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새 문서에는 바뀐 조건 못지않게 앞의 문서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들어가야 합니다. 문장 하나면 되는 일인데 이 한 줄이 빠져 뒤가 꼬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써도 달라지지 않는 것
기대를 잘못 걸면 해야 할 조치를 미루게 됩니다.
문서를 새로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엇이 그대로인지를 먼저 갈라 두면 새 문서에 무엇을 기대할지가 분명해집니다.
첫째는 소멸시효입니다. 문서를 새로 만들면 기간이 처음부터 다시 돈다는 설명이 널리 퍼져 있지만, 준소비대차로 정리했을 때 시효가 어떻게 되는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새로 시작된다고 여기고 회수를 미루는 것은 위험합니다.
둘째는 집행력입니다. 몇 번을 다시 쓰더라도 차용증은 그 자체로 강제집행의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압류로 나아가려면 판결이나 그에 준하는 집행권원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돈이 오갔다는 사실입니다. 새 문서에 남은 금액을 적더라도 그 숫자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이체 기록과 상환 기록이 받쳐 줍니다. 문서를 새로 만들었다고 지난 자료를 버리지 마십시오.
정리하면 새 문서가 확실히 해 주는 것은 조건의 명확함입니다. 시간과 집행에 관한 문제는 문서를 다시 쓴 뒤에도 각자의 일정으로 남아 있습니다.
새 문서에 넣을 것
바뀐 조건보다 앞의 문서를 정리하는 문장이 먼저입니다.
아래 순서는 두 방식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하든 공통으로 필요한 흐름입니다. 첫째와 둘째 단계가 다시 쓰는 문서에만 붙는 항목입니다.
- 앞의 문서를 특정한다작성일과 금액을 적어 어느 문서를 가리키는지 분명히 합니다. 그동안 여러 장을 만들어 왔다면 그중 어느 것인지가 문서 안에서 확인되어야 합니다.
- 그 문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적는다이 문서로 갈음한다고 정하든, 특정 조항만 바꾸고 나머지는 그대로 둔다고 정하든 한 문장으로 밝힙니다.
- 남은 금액을 숫자로 확정한다그동안 오간 돈을 반영해 오늘 기준으로 얼마가 남았는지를 적습니다. 받은 돈이 원금에서 곧바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비용과 이자를 앞에 두고 계산된다는 점을 짚어 두어야 두 사람의 숫자가 맞습니다.
- 바뀐 조건을 항목별로 적는다변제기와 이자, 상환 방법 가운데 무엇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나누어 적습니다. 이자를 새로 정한다면 개인 사이의 대여에 걸리는 상한이 연 20퍼센트라는 점을 먼저 확인하십시오.
- 작성일과 서명을 오늘 날짜로 남긴다앞의 문서를 흉내 내어 날짜를 맞추면 두 문서의 선후가 흐려집니다. 오늘 만드는 문서는 오늘 날짜로 적어야 관계가 정리됩니다.
둘째 단계에 이 목록의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그 문장이 빠지면 나머지를 아무리 정확하게 적어도 서로를 부정하지 않는 두 장의 종이가 남습니다.
앞의 원본을 돌려주기로 했다면 그 사실도 새 문서에 적어 두십시오. 원본이 손을 떠난 뒤에 생기는 문제는 차용증을 돌려줬다가 벌어진 일 편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다시 쓸 때 자주 어긋나는 지점
두 장의 관계를 비워 두는 것이 가장 흔합니다.
첫째, 앞의 문서를 회수하지도 않고 갈음한다는 문장도 넣지 않는 경우입니다. 조건이 서로 다른 두 장이 각각 서명된 채 남습니다.
둘째, 바뀐 조건을 메시지로만 주고받고 문서를 만들지 않는 경우입니다. 대화는 흩어지기 쉬워서 무엇이 최종 합의였는지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집니다.
셋째, 새 문서에 그동안 오간 돈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처음 금액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이미 받은 돈을 다시 청구하는 모양이 됩니다.
넷째, 상대의 서명을 받기 전에 앞의 문서를 먼저 없애는 경우입니다. 새 문서가 완성되기 전까지 기존 문서는 그대로 두어야 그 사이가 비지 않습니다.
다시 쓰기 전 점검
자주 묻는 질문
앞의 차용증을 찢어도 되나요?
새 문서가 완성되기 전에 없애면 그 사이의 근거가 사라집니다. 서명을 마친 뒤에 처리 방법을 정하고 그 사실을 문서에 남기십시오.
다시 쓰면 소멸시효가 새로 시작되나요?
그렇게 설명하는 글이 많지만 이 글에서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새로 시작된다고 여기고 회수를 미루지 마십시오.
조건 하나만 바꾸는데도 전부 다시 써야 하나요?
바뀐 항목만 적고 나머지는 앞의 문서를 따른다고 밝히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어느 방식이든 두 문서의 관계를 문장으로 남기는 것이 조건입니다.
이자를 올리기로 했다면 한도가 있나요?
개인 사이의 금전대차에는 최고이자율이 걸립니다. 상한을 넘긴 부분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최고이자율을 다룬 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한쪽만 서명해도 되나요?
바뀐 조건에 두 사람이 함께 묶이는 문서이므로 양쪽의 서명을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합의가 있었다는 점이 이 문서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앞의 문서를 공정증서로 만들어 두었다면요?
그 증서가 무엇을 담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공정증서로 달라지는 부분은 따로 정리한 편이 있으니 함께 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