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과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뭐가 다른가요
차용증 마스터·7분·
둘을 가른 법 조항이 없습니다. 민법이 정한 것은 소비대차라는 계약의 요건이고, 그 계약을 적은 문서를 무엇이라 부르라고 지시한 조문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느 이름을 붙이든 돈을 건네기로 한 약정과 같은 금액을 돌려주기로 한 약정이 담겨 있으면 문서로서의 성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민법 제598조는 소비대차의 요건을 '이전 약정'과 '반환 약정' 두 가지로만 적고 명칭·방식을 정한 문언을 두지 않음 ·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서명·날인·무인을 택일로 적음
같은 금액을 돌려주기로 한 약정을 적는다
누가 서명·날인·무인을 남겼는지가 드러난다
표지의 낱말은 따로 세지 않는다
두 이름이 나란히 굳어진 사정
하나는 받는 쪽이 챙기는 종이였고 하나는 계약 실무에서 자란 말입니다.
차용증이라는 말에는 방향이 들어 있습니다. 빌려 간다는 뜻의 차용에 증거의 증을 붙였으니, 빌린 사람이 써서 빌려준 사람에게 건네는 종이라는 그림이 낱말 안에 이미 그려져 있습니다. 오래도록 개인 사이의 돈거래에서 이 형태가 쓰였고 이름도 그대로 남았습니다.
금전소비대차계약서라는 말은 조문의 낱말을 빌려 온 쪽입니다. 민법이 정한 계약 유형의 이름이 소비대차이고, 그 앞에 금전을 붙이고 뒤에 계약서를 붙여 만든 실무 관행어입니다. 은행이나 법인이 관여하는 거래처럼 계약서 형식이 익숙한 자리에서 자주 보입니다.
출발점이 다르다 보니 두 낱말은 서로 다른 무게를 가진 것처럼 읽힙니다. 글자 수부터 차이가 나고 한쪽에는 계약서라는 말이 붙어 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검색창에 어느 쪽이 더 센지를 묻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어감의 차이를 법의 차이로 옮겨 놓으면 곧바로 근거가 사라집니다. 다음 절에서 확인할 것은 그 근거가 왜 없는지입니다.

민법이 정한 것은 계약이지 문서가 아닙니다
조문에 차용증도 금전소비대차계약서도 나오지 않습니다.
민법 제598조는 소비대차가 어떻게 성립하는지를 정합니다. 한쪽이 금전이나 대체물의 소유권을 넘기기로 약정하고 상대방이 같은 종류와 품질과 수량으로 돌려주기로 약정하면 효력이 생긴다는 구조입니다. 요건이 약정 둘로 끝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문서를 만들라는 문언이 없습니다. 어떤 이름을 붙이라는 지시도, 어떤 방식으로 남기라는 요구도 조문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쓴 종이든 계약서 형식으로 갖춘 문서든 요건을 담고 있으면 같은 계약을 증명하게 됩니다.
민법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뒤져도 차용증이라는 제목의 별지 서식은 나오지 않습니다. 근로계약서처럼 참고할 법정 양식이 붙어 있는 문서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정해진 서식이 없다는 사실이 이 클러스터 전체를 관통하는 조건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남느냐는 물음이 생깁니다. 남는 것은 문서가 아니라 그 문서가 증명하려는 사실이고, 그 사실을 누가 어떻게 뒷받침하느냐입니다. 민사소송법은 사문서에 본인이나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으면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합니다. 이름이 아니라 그 자리에 남은 표시가 문서를 떠받칩니다.
실무가 둘을 가르는 자리는 작성 형태입니다
효력이 아니라 누가 서명했고 몇 부를 만들었는가에서 갈립니다.
법이 나누지 않았는데도 실무에서 두 이름이 따로 쓰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차용증은 대체로 빌린 사람이 혼자 작성해 빌려준 사람에게 넘기는 형태로 쓰이고, 계약서는 양쪽이 함께 서명한 뒤 각자 한 부씩 나누어 갖는 형태로 쓰입니다.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 굴러가는 방식이 다릅니다.
이 차이는 나중에 실제로 표가 납니다. 한 부만 있는 문서는 그 한 부를 누가 가지고 있느냐가 곧바로 문제가 되고, 두 부가 있는 문서는 서로 가진 것을 맞춰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이름에서 나온 차이가 아니라 만들 때 정한 방식에서 나온 차이입니다.
그러니 어느 이름을 고를지 고민하는 대신 어떤 형태로 만들지를 정하는 편이 빠릅니다. 아래 표는 같은 항목을 두고 두 이름이 실무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늘어놓은 것입니다. 오른쪽 두 칸이 아니라 왼쪽 항목 자체를 읽어 보십시오.
| 보는 항목 | 차용증이라 부를 때 | 계약서라 부를 때 |
|---|---|---|
| 문서를 만드는 쪽 | 대체로 빌리는 사람 | 양쪽이 함께 |
| 이름을 적는 사람 | 빌리는 사람 한 명인 경우가 많음 | 양쪽 모두 |
| 만들어 두는 부수 | 한 부인 경우가 많음 | 각자 한 부씩 |
| 법이 정한 형식 | 없음 | 없음 |
| 법이 정한 항목 수 | 없음 | 없음 |
| 효력의 등급 | 등급을 나눈 조항이 없음 | 등급을 나눈 조항이 없음 |
아래 세 줄이 양쪽 모두 같은 값입니다. 형식도 항목 수도 효력의 등급도 정한 조항이 없다는 뜻이고, 이 세 줄이 이 페이지의 결론입니다. 이름을 바꾼다고 이 값들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위 세 줄은 값이 갈립니다. 다만 이것은 법이 갈라 둔 것이 아니라 관행이 갈라 둔 것이어서, 차용증이라는 제목을 붙이고도 양쪽이 서명해 두 부를 만들면 그대로 오른쪽 칸이 됩니다. 제목과 형태는 따로 노는 항목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나
달라지는 것은 이름이 아니라 빠뜨린 칸입니다.
돈을 못 받게 되는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표지의 낱말이 아닙니다. 원금이 얼마인지, 언제까지 갚기로 했는지, 이자를 받기로 했는지, 누가 서명했는지가 적혀 있는가입니다. 이 가운데 빠진 칸이 있으면 어느 이름을 붙였든 같은 지점에서 막힙니다.
이자가 대표적입니다. 소비대차의 요건에 이자가 들어 있지 않으므로 적지 않았다면 무이자가 원칙입니다. 계약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이자가 자동으로 붙지는 않습니다.
변제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돌려줄 시기를 정하지 않았다면 빌려준 쪽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반환을 최고해야 하고, 그 절차가 한 단계 더 붙습니다. 이 역시 문서의 제목과는 무관하게 적혔는지 여부만으로 갈립니다.
정리하면 이름은 검색어일 뿐이고 결과를 가르는 것은 본문의 칸입니다. 이름을 고르는 데 쓸 시간을 칸을 채우는 데 쓰는 편이 실속 있습니다.
제목을 이유로 증거의 무게를 나눈 조항이 없습니다.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남아 있는지, 그리고 본문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가 판단 재료가 됩니다.
됩니다. 형식을 정한 조항이 없으므로 제목과 서명 방식을 따로 정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양쪽 서명과 두 부 보관을 권합니다.
제목을 요구하는 조항이 없어 그것만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나중에 문서를 찾고 정리하기 어려워지므로 붙여 두는 편이 낫습니다.
어느 이름으로 쓰든 확인할 것
제목을 정한 뒤에 볼 것이 아니라 제목보다 먼저 볼 것들입니다.
첫째는 당사자를 특정했는가입니다. 이름만 적혀 있으면 동명이인과 구분되지 않으므로 생년월일이나 주소처럼 사람을 가려낼 수 있는 정보를 함께 적습니다. 다만 주민등록번호는 법령에 구체적 근거가 없으면 동의를 받아도 처리할 수 없으므로 당연한 칸으로 두지 마십시오.
둘째는 금액과 건넨 날입니다. 이자를 받기로 했다면 계산의 출발점이 계약한 날이 아니라 실제로 돈을 건네받은 때이므로, 송금한 날짜와 계좌 기록을 문서와 함께 남겨야 계산이 맞아떨어집니다.
셋째는 서명입니다. 서명이든 날인이든 무인이든 하나가 남아 있으면 되고, 셋을 다 갖춰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반대로 셋 가운데 아무것도 없으면 문서를 떠받칠 근거가 얇아집니다.
넷째는 보관입니다. 몇 부를 만들어 누가 갖는지를 정한 조항이 없으니 스스로 정해야 합니다. 두 부를 만들어 각자 갖고 사본을 따로 두는 것이 가장 다툼이 적은 방식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차용증과 금전소비대차계약서 중 어느 쪽이 법적으로 강한가요?
강약을 나눈 조항이 없습니다. 두 이름 모두 법령 용어가 아니며 효력은 본문에 적힌 내용과 서명에서 나옵니다.
은행에서는 왜 계약서라는 이름을 쓰나요?
계약 실무에서 굳어진 관행입니다. 양쪽이 서명하고 각자 한 부씩 갖는 형태에 계약서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붙었습니다.
차용증을 한 부만 만들어도 되나요?
부수를 정한 조항이 없어 한 부여도 무방합니다. 다만 가진 쪽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니 두 부를 권합니다.
빌리는 사람만 서명해도 효력이 있나요?
서명한 사람의 문서로서는 성립합니다. 다만 조건을 양쪽이 합의했다는 점을 보이려면 두 사람의 서명이 남아 있는 편이 낫습니다.
제목을 나중에 바꿔도 되나요?
이미 서명이 끝난 문서를 한쪽이 고치면 변조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제목을 바꾸고 싶다면 새로 작성하고 양쪽이 다시 서명하십시오.
공증을 받으면 계약서로 바뀌나요?
공증은 이름을 바꾸는 절차가 아니라 문서의 성격을 바꾸는 절차입니다. 무엇이 달라지는지는 공증을 다룬 편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