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쓴 차용증도 효력이 있나요
차용증 마스터·8분·
방식을 정한 조항이 없으므로 손으로 적었다는 사정 하나로 효력이 깎이지 않습니다. 자필에서 실제로 갈리는 것은 효력이 아니라,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물어봐 주는 칸이 없어 항목이 통째로 빠진다는 점입니다.
민법 제598조는 소비대차의 요건으로 두 약정만을 적을 뿐 문서로 남길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 진정성립 추정을 다루는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서명·날인·무인을 나란히 놓아 택일로 정합니다
백지에 그대로 적어 내려간 종이
- 빌려준다는 문장만 있고 언제까지인지가 어디에도 없다
- 금액을 숫자로 한 번만 적어 그 뒤에 자리가 남는다
- 돈이 건너간 날과 종이를 적은 날이 하나로 뭉뚱그려져 있다
- 이름 석 자만 적혀 있어 그 사람을 가려낼 표기가 없다
- 마지막 문장 아래로 빈 곳이 손바닥만큼 남아 있다
항목을 세워 두고 적은 종이
- 갚기로 한 날을 날짜 하나로 못 박아 적는다
- 금액을 숫자로 적고 그 옆에 문자로 다시 한 번 적는다
- 건넨 날과 갚을 날을 서로 다른 줄에 갈라 둔다
- 이름 옆에 생년월일과 사는 곳을 함께 적는다
- 본문이 끝난 바로 아래에서 이름을 받아 여백을 닫는다
손으로 썼다는 이유로 힘이 깎이는 구조가 아닙니다
계약이 먼저 서고 종이는 그것을 나중에 보여 주는 수단이라, 무엇으로 적었는지가 성립을 좌우하지 않습니다.
민법이 소비대차에 관해 요구하는 것은 두 개의 약정뿐입니다. 넘기겠다는 쪽의 뜻과 같은 것으로 되돌리겠다는 쪽의 뜻이 맞물리면 계약은 이미 서 있고, 그 뜻을 종이에 옮겨 적을 의무를 지운 조항은 뒤따라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차용증은 계약을 만들어 내는 문서가 아닙니다. 이미 선 계약을 몇 해 뒤에 꺼내 보이기 위한 자료이고, 이 순서를 뒤집어 읽으면 손글씨가 계약을 무르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약이 앞에 있고 종이가 뒤에 옵니다.
그런데도 손으로 쓴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말이 널리 돕니다. 관공서에 내는 서류가 대부분 정해진 틀 위에서 굴러가다 보니 문서라면 인쇄된 형식이 있어야 한다는 감각이 옮겨 붙은 것으로 보입니다. 차용증은 어디에도 내지 않고 두 사람 사이에만 남는 종이여서 그 감각이 닿을 자리가 애초에 없습니다.
이름을 남기는 쪽도 사정이 같습니다. 진정성립의 추정을 다루는 조문은 서명과 날인과 무인을 나란히 늘어놓고 어느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적어 두었으므로, 손으로 쓴 종이 끝에 이름을 직접 적었다면 그것으로 첫째 자리가 채워집니다. 이 추정이 실제 다툼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차용증 한 장으로 어디까지 가는지 다룬 글에 있습니다.
결국 자필인가 인쇄물인가는 효력을 가르는 갈림길이 아닙니다. 갈리는 자리는 그 종이에 무엇이 적혔고 무엇이 빠졌는가 쪽에 있으며, 아래에서 볼 것도 전부 그쪽입니다.
자필이 오히려 유리해지는 자리
인쇄물로 만든 차용증에서 그 사람의 손이 닿은 곳은 서명 한 줄뿐입니다.
인쇄한 차용증을 놓고 다투게 되면 상대가 부인할 자리가 한 곳으로 모입니다. 본문은 누가 입력했는지 알 수 없는 활자이고, 그 사람에게서 나왔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맨 아래 이름뿐입니다. 그 한 줄이 흔들리면 문서 전체가 함께 흔들리는 구조입니다.
손으로 쓴 종이는 짜임이 다릅니다. 금액도 날짜도 갚겠다는 문장도 모두 한 사람의 손에서 나왔으므로 이름만 따로 떼어 놓고 다투기가 어렵고, 본문과 이름이 한 덩어리로 묶여 있는 셈이 됩니다.
차용증이 대체로 빌린 쪽이 적어 건네는 형태로 쓰여 온 것도 이 결과 맞물립니다. 양쪽이 나란히 앉아 서명하는 계약서와 달리 이 문서는 갚을 사람이 자기 손으로 적어 상대에게 넘기는 모양으로 자리를 잡았고, 자필은 그 모양과 가장 잘 맞습니다. 두 이름을 어떻게 갈라 보는지는 계약서와의 차이를 다룬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상대에게 직접 쓰게 하는 편이 나은 자리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곧바로 다음 문제가 따라옵니다. 백지에는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알려 주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게 해도 계약은 섭니다. 다만 본문이 상대의 손에서 나오지 않았으므로 자필로 얻는 이점은 사라지고, 이름 한 줄만 남는 인쇄물과 같은 자리로 돌아갑니다.
읽히지 않는 부분은 무슨 내용이었는지를 따로 다투게 됩니다. 금액과 날짜와 이름만은 또박또박 적어 두십시오.
백지에는 물어봐 주는 칸이 없습니다
양식이 하는 일의 절반은 칸 이름으로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대신 물어봐 주는 것입니다.
인쇄된 서식을 앞에 두면 비어 있는 자리가 눈에 밟혀 채우게 됩니다. 이자 칸이 비면 이자를 어떻게 할지 그 자리에서 정하게 되고, 변제기 칸이 비면 언제까지인지를 묻게 됩니다. 칸이 질문을 대신해 주는 셈입니다.
백지에서는 그 질문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빌려준다는 문장과 갚겠다는 문장을 적고 나면 할 일을 다 한 느낌이 들고, 실제로 그 상태에서 이름을 받는 경우가 흔합니다. 몇 달 뒤에 문제가 되는 것은 잘못 적은 항목이 아니라 아예 적히지 않은 항목입니다.
아래 표는 손으로 쓸 때 통째로 빠지기 쉬운 항목과, 빠졌을 때 어떤 모양으로 되돌아오는지를 짝지은 것입니다.
| 백지에서 빠지기 쉬운 것 | 적지 않으면 | 적어 두면 |
|---|---|---|
| 갚기로 한 날 | 곧 갚겠다는 말만 남아 언제부터 늦은 것인지가 정해지지 않는다 | 그날을 지나는 순간부터 셈이 시작된다 |
| 돈이 건너간 날 | 종이를 적은 날 하나만 남아 이자를 어디서부터 세는지 흐려진다 | 이자의 출발점이 문서 안에서 정해진다 |
| 이자를 어떻게 할지 | 받기로 한 약정이 없었던 것이 되어 원금만 남는다 | 받을 몫이 종이에 남는다 |
| 상대를 가려낼 표기 | 이름 석 자만 남아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과 구별되지 않는다 | 누구를 가리키는지가 종이에서 읽힌다 |
| 갚는 방법 | 어디로 보내야 갚은 것이 되는지가 비어 남는다 | 받는 자리가 하나로 좁혀진다 |
셋째 줄이 빌려주는 쪽에 가장 아픈 자리입니다. 민사 소비대차는 이자를 받기로 한 약정이 있어야 이자가 붙는 짜임이라, 말로만 정하고 종이에 옮기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이자가 없는 대여로 흘러갑니다. 이 경우 어디까지 주장할 수 있는지는 그 문제만 따로 떼어 다룬 글에 있습니다.
둘째 줄에는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이자를 세기 시작하는 시점은 종이에 적힌 날이 아니라 상대가 그 돈을 받은 시점이므로, 만나 앉은 날과 송금한 날이 벌어져 있다면 두 날을 각각 적어 두어야 나중에 되짚을 것이 없습니다.
여백을 열어 둔 채 건네지 마십시오
인쇄물은 칸이 끝나는 자리가 정해져 있지만, 손으로 쓴 종이는 어디서 끝났는지가 표시되지 않습니다.
백지에 적어 내려가면 마지막 문장 아래로 빈 곳이 남습니다. 금액을 적은 줄 끝에도 자리가 생기고 줄과 줄 사이에도 틈이 생깁니다. 서식에서는 테두리가 그 자리를 막아 주지만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종이에는 막아 주는 것이 없습니다.
이 빈 곳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차용증이 몇 해 뒤에 꺼내져 다투게 되는 문서라서입니다. 한 줄이 뒤늦게 덧붙었는지, 숫자 뒤에 자리 하나가 더 붙었는지를 놓고 이야기가 시작되면 여백이 넓을수록 그 이야기가 길어집니다.
이미 만들어진 문서에 손을 대는 일을 형법이 어떻게 다루는지, 어디까지가 어느 갈래로 가는지는 위조를 정면으로 다룬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런 다툼이 아예 생기지 않도록 종이를 닫아 두는 쪽만 봅니다.
아래 순서는 값을 정하는 단계가 아니라 다 적은 종이를 닫는 단계입니다. 상대에게 건네기 전 마지막에 한 번 훑으면 됩니다.
- 금액은 숫자와 문자를 나란히 적기숫자 뒤에 자리가 하나 붙어도 문자로 적은 값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두 값이 어긋나 눈에 띕니다. 이 관행이 왜 굳어졌는지는 금액 표기를 따로 다룬 글에 있습니다.
- 숫자의 앞과 뒤를 표시로 막기금액을 적은 자리의 양옆에 기호를 붙여 더 적어 넣을 자리를 남기지 않습니다.
- 줄을 벌리지 말고 이어 적기문장 사이를 넓게 띄워 두면 그 틈에 한 줄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붙여 적고 마지막 줄에서 끊습니다.
- 본문이 끝난 자리에 마침 표시를 두기더 이상 내용이 없다는 표시를 남기면 그 아래 여백이 본문과 갈라집니다.
- 남은 여백 위쪽에서 이름을 받기종이 맨 아래가 아니라 본문이 끝난 바로 밑에서 이름을 받으면 그 사이에 끼워 넣을 자리가 사라집니다.
첫째와 둘째 단계는 금액 한 줄에만 걸리는 손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투는 액수 자체를 지키는 일입니다. 자릿수 하나가 달라지면 나머지가 아무리 반듯해도 그 문서로는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부터 정해지지 않습니다.
합의해서 내용을 바꾸는 것은 이 이야기와 결이 다릅니다. 두 사람이 함께 고치기로 한 경우에 어떤 순서로 남기는지는 차용증을 고칠 때를 다룬 글에서 갈라 두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만들어야 할 때
자필의 진짜 쓰임은 준비된 자리가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자리에 있습니다.
돈이 급하게 오가는 상황에는 인쇄기도 없고 파일을 열 도구도 없습니다. 마주 앉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만들 수 있는 형태는 손으로 적는 것 하나뿐이고, 이때 자필은 차선이 아니라 유일한 길입니다.
여기서 흔한 실수는 나중에 제대로 다시 쓰기로 하고 대충 적어 두는 것입니다. 그런데 돈이 건너간 다음에는 상대가 다시 마주 앉아 줄 이유가 줄어듭니다. 급하게 적은 그 종이가 결국 마지막 종이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급한 자리일수록 값을 다듬기보다 빠진 항목이 없는지만 보고 넘어가야 합니다. 아래 다섯 줄은 일어서기 전에 훑는 목록입니다.
일어서기 전에 훑을 다섯 줄
다시 쓰기로 하고 헤어지는 경우라도 그날의 종이는 버리지 마십시오. 새로 만든 문서와 나란히 두면 그사이 무엇이 달라졌는지가 남고, 새 문서에 상대의 이름을 받지 못하게 되어도 처음 종이가 그대로 남습니다.
이미 오간 돈을 한참 뒤에 종이로 정리하는 경우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그때는 무엇을 근거로 적는지부터 달라지므로 뒤늦게 정리할 때를 다룬 글을 함께 보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손으로 쓴 차용증도 효력이 있나요?
있습니다. 차용증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라고 정한 조항이 없으므로 손으로 적었다는 사정만으로 문서의 힘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빌려주는 쪽과 빌리는 쪽 중 누가 써야 하나요?
정한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갚을 사람이 자기 손으로 적으면 본문과 이름이 한 덩어리가 되어 나중에 이름만 떼어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연필이나 지워지는 펜으로 써도 되나요?
도구를 정한 조항은 없지만 지워지는 것으로 적으면 값이 달라졌다는 다툼이 생기기 쉽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필기구를 쓰십시오.
자필로 쓰면 도장을 안 찍어도 되나요?
서명과 날인과 무인 가운데 하나면 되는 구조입니다. 이름을 직접 적었다면 도장을 따로 찍지 않아도 됩니다.
잘못 적어 지운 자리가 있으면 다시 써야 하나요?
두 줄을 긋고 옆에 바로잡은 뒤 그 자리에 두 사람이 표시를 남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고친 자리가 많으면 새로 적는 편이 읽기 쉽습니다.
나중에 인쇄물로 다시 만들면 처음 종이는 버려도 되나요?
버리지 마십시오. 두 종이가 함께 있으면 무엇이 달라졌는지가 남고, 새 문서에 이름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처음 종이가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