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에 도장과 서명, 뭐가 맞나
차용증 마스터·7분·
셋 중 하나만 남기면 됩니다. 도장을 요구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민사소송법은 사문서에 본인이나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으면 진정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하면서 셋을 나란히 택일로 적고 있습니다. 다만 보증인 칸만은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민사소송법 제357조 = 사문서는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여야 함 · 제358조 =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으면 진정한 것으로 추정 · 민법 제428조의2 제1항 = 보증은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 발생
조문이 나란히 적어 둔 세 가지
서명과 날인과 무인은 조문에서 대등하게 놓여 있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자리에서 상대에게 도장을 가져오라고 하는 일이 흔합니다. 붉은 자국이 없으면 어딘가 덜 갖춰진 문서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문서에 날인을 요구하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관련 조문은 민사소송법 쪽에 있습니다. 제357조는 사문서가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358조는 본인이나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셋이 나란히, 그리고 택일로 적혀 있다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그래서 자필로 이름을 적었으면 도장이 없어도 같은 추정이 걸립니다. 반대로 도장만 찍혀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셋을 다 갖춘다고 추정이 세 배가 되지도 않습니다.
다만 법이 요구하지 않는다는 말과 상대가 요구할 수 없다는 말은 다릅니다. 빌려주는 쪽이 도장을 함께 받아 두겠다고 하는 것은 자유이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이유도 뒤에서 살펴봅니다.
붉은 자국의 유무로 판단하면
- 인감을 찾느라 돈을 건네는 날이 밀린다
- 막도장이라도 찍혀 있으면 안심한다
- 서명만 받은 문서를 약하다고 여긴다
- 보증인 칸도 도장 하나로 갈음한다
- 도장이 없다는 이유로 문서를 다시 쓴다
진정성립으로 판단하면
- 그 자리에서 본인이 남긴 흔적인지를 먼저 본다
- 누가 언제 남긴 표시인지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 셋 중 무엇이든 하나면 같은 추정이 걸린다는 것을 안다
- 보증은 본문과 별도로 서면에 서명을 받는다
- 문서 밖 자료로 그 자리에 있었음을 뒷받침해 둔다
추정이 걸린다는 말의 실제 무게
추정은 확정이 아니라 다툼의 순서를 바꾸는 장치입니다.
제358조가 쓰는 낱말은 추정한다입니다. 진정한 것으로 본다거나 확정한다가 아닙니다. 이 차이가 실제 다툼에서는 크게 벌어집니다.
추정이 걸리면 그 문서가 진짜라는 전제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니라고 주장하는 쪽이 그 전제를 흔들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반대로 아무 표시가 없으면 문서를 내민 쪽이 처음부터 진정함을 증명해야 하고, 그 사이에 시간이 흐릅니다.
여기에 한 겹이 더 있습니다. 조문이 말하는 서명이나 날인이 있는 때란 종이 위에 흔적이 존재한다는 뜻에만 그치지 않고, 본인이나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서명 행위 등이 실제로 있었다는 뜻으로 새겨집니다. 도장이 찍혀 있어도 본인이 남긴 것이 아니라면 추정의 발판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표시를 받는 자리에서 챙길 것은 흔적의 종류가 아니라 그 순간의 정황입니다. 마주 앉아 적게 했는지, 언제 어디서였는지를 나중에 설명할 수 있으면 어느 방식이든 충분합니다.
도장이 오히려 약해지는 자리
도장은 몸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약점입니다.
서명은 필체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에 기대고, 도장은 그것을 가진 사람이 찍었으리라는 점에 기댑니다. 그런데 도장은 서랍에 두고 다니는 물건이라 남이 대신 찍기가 쉽습니다. 본인이 아닌 사람이 찍은 경우 형법 제239조가 타인의 인장이나 서명을 위조하거나 부정사용한 행위를 벌하도록 하고 있고, 그 처벌의 갈래는 위조를 다룬 편에서 살펴봅니다.
그래서 도장만 찍힌 문서는 도장이 진짜인지가 아니라 누가 찍었는지를 두고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인영이 진짜라는 사실만으로는 문제가 정리되지 않습니다.
아래 표는 표시 방법별로 같은 추정이 걸리는지와 다툼이 시작되었을 때 어디가 약한지를 늘어놓은 것입니다.
| 남기는 방법 | 같은 추정이 걸리는가 | 다투어질 때 약한 지점 |
|---|---|---|
| 자필 서명 | 걸린다 | 필체 대조로 넘어감 |
| 도장 | 걸린다 | !남이 대신 찍기 쉬움 |
| 무인 | 걸린다 | 선명하지 않으면 대조가 어려움 |
| 도장과 서명을 함께 | 걸린다 | 추정이 더 세지지는 않음 |
| 아무 표시 없음 | 걸리지 않는다 | !문서의 진정부터 증명해야 함 |
표의 넷째 줄이 자주 오해받습니다. 둘을 함께 받으면 문서가 두 배로 튼튼해질 것 같지만 조문은 택일이라 추정의 강도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본인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정황이 하나 더 쌓이는 효과는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보강은 종이 밖에 있습니다. 마주 앉아 적은 날의 계좌 이체 기록처럼 문서와 별개로 남는 자료가 있으면, 표시를 두고 다투더라도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따로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보증인 칸만 규칙이 다릅니다
본문은 방식이 자유롭지만 보증은 서면이라야 효력이 생깁니다.
여기까지는 차용증 본문 이야기입니다. 보증인 칸으로 넘어가면 전제가 달라집니다. 민법 제428조의2 제1항은 보증의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본문 쪽에서는 표시가 없어도 계약 자체는 살아 있지만, 보증 쪽에서는 표시가 없으면 보증이 효력을 얻지 못합니다. 말로 약속한 보증, 문자로만 오간 보증이 무너지는 이유가 이 조문에 있습니다.
같은 항의 단서는 한 걸음 더 나갑니다. 보증의 의사가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다른 계약에서는 화면에서 남긴 서명을 살려 주는 방향으로 법이 움직여 왔는데, 보증만은 민법이 따로 문을 닫아 둔 셈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본문과 보증을 갈라서 다룹니다. 본문은 파일로 주고받았더라도 보증인만큼은 종이에 손으로 이름을 적게 하는 것입니다. 보증인이 지는 책임의 범위는 따로 다룹니다.
받을 때의 순서
방식을 고르는 일보다 받는 순간을 남기는 일이 중요합니다.
아래는 표시를 받을 때 밟으면 좋은 순서입니다. 법이 정한 절차가 아니라, 나중에 그 표시가 본인의 것임을 설명할 재료를 만드는 순서입니다.
- 무엇으로 남길지 상대에게 고르게 한다서명이든 도장이든 무인이든 같은 추정이 걸리므로, 지금 손에 있는 것으로 정하면 됩니다. 도장을 가지러 가느라 날을 미루는 것이 더 손해입니다.
- 이름은 신분증 표기 그대로 적게 한다표기가 다르면 동일인인지부터 확인하는 절차가 붙습니다.
- 마주 앉아 그 자리에서 받는다본인의 의사로 남긴 표시인지가 나중에 쟁점이 되므로, 대신 받아 온 표시는 피합니다.
- 여러 장이면 각 장에 표시를 남긴다중간 장이 갈렸을 때 어느 장이 원래의 것인지 가릴 재료가 됩니다.
- 보증인은 본문과 별도로 서면에 받는다보증만은 서면 요건이 걸려 있어 본문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면 안 됩니다.
다섯 단계 가운데 세 번째가 가장 자주 생략됩니다. 급한 사정으로 문서를 보내 서명해 오게 하는 일이 흔한데, 이 경우 그 표시가 어떤 상황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할 사람이 문서 안에 없습니다.
직접 만나기 어렵다면 최소한 그 시점을 남기는 자료를 함께 만들어 두십시오. 표시 자체를 두고 다투게 되더라도 그날 무엇이 오갔는지가 남아 있으면 이야기의 출발점이 달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차용증에 도장을 꼭 찍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날인을 요구하는 조항이 없고,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을 택일로 적고 있습니다. 셋 중 하나만 남기면 같은 추정이 걸립니다.
막도장으로 찍어도 되나요?
됩니다. 조문이 도장의 종류를 나누지 않습니다. 다만 도장은 남이 대신 찍기 쉬워서, 다툼이 생기면 누가 찍었는지가 쟁점이 되기 쉽습니다.
서명과 도장을 둘 다 받으면 더 강해지나요?
추정의 강도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조문이 택일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본인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정황이 하나 더 쌓이는 효과는 있습니다.
지장을 찍어도 되나요?
됩니다. 무인이 조문에 함께 적혀 있습니다. 다만 인영이 흐리면 나중에 대조하기 어려우므로 선명하게 찍는 편이 낫습니다.
보증인도 도장만 받으면 되나요?
보증은 규칙이 다릅니다. 민법 제428조의2 제1항이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을 요구하고,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보증의 의사는 효력이 없다고 단서에서 못 박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