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 금액을 숫자와 한글로 함께 적는 이유
차용증 마스터·7분·
금액을 숫자와 한글로 함께 적으라고 요구하는 법 조항은 없습니다. 병기는 규정이 아니라 나중에 손대기 어렵게 만들려고 굳어진 관행입니다. 지키지 않아도 문서가 힘을 잃지는 않지만, 숫자 한 칸이 달라졌을 때 원래 얼마였는지 되짚을 길이 사라집니다.
민법과 그 하위 법령에 금액 표기 방식을 정한 조항 없음 · 형법 제231조는 사문서의 위조와 변조를 함께 규정
1,000,000원
금 1,000,000원(금 일백만 원정)
금 오백만원
금 5,000,000원(금 오백만 원정)
차용금액 3천만 원 상당
차용금액 금 30,000,000원(금 삼천만 원정)
숫자 한 칸이 달라지면 벌어지는 일
이 관행은 종이가 손을 탄 뒤를 걱정해서 생겼습니다.
아라비아 숫자는 획이 단순해서 다른 숫자로 바꾸기가 쉽습니다. 1 앞에 획을 하나 붙이면 4가 되고, 0 하나를 덧붙이면 자릿수가 통째로 올라갑니다. 쉼표 위치를 옮겨 적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종이 한 장에 숫자로만 금액이 적혀 있으면, 나중에 그 숫자가 처음부터 그렇게 적혀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문서 안에 남지 않습니다. 필체를 견주어 볼 다른 표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글로 적은 금액은 사정이 다릅니다. 일백만을 일천만으로 바꾸려면 글자 하나를 통째로 갈아 끼워야 하고, 그 자리는 눈으로도 티가 납니다. 두 표기를 나란히 두면 한쪽만 손댔을 때 다른 쪽이 그 사실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병기는 금액을 두 번 적는 낭비가 아니라 서로를 감시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어느 조문도 이를 요구하지 않지만, 요구가 없다는 것과 필요가 없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두 표기가 서로를 붙드는 방식
어느 쪽이 우선하는지를 정한 조항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핵심입니다.
숫자와 한글이 어긋나 있으면 어느 쪽을 따르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차용증에 대해서는 그 우선순위를 정해 둔 조항이 없습니다. 어긋난 채로 남아 있으면 얼마를 빌려주기로 했는지 자체가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이 점을 뒤집어 보면 병기의 진짜 효과가 보입니다. 한쪽만 고쳐진 문서는 정답을 알려 주지는 않지만, 무언가 손을 탔다는 사실만큼은 문서 스스로 드러냅니다. 손댄 쪽이 그 어긋남을 설명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아래 표는 흔히 쓰이는 표기 방식을 왼쪽에 두고, 각각이 무엇을 막아 주는지와 무엇을 막지 못하는지를 늘어놓은 것입니다.
| 표기 방식 | 막아 주는 것 | 그래도 남는 빈틈 |
|---|---|---|
| 숫자만 | 없음 | !한 획으로 금액이 바뀜 |
| 한글만 | 숫자 고쳐 쓰기 | !자릿수 오기가 그대로 굳음 |
| 숫자와 한글 병기 | 한쪽만 고치면 드러남 | 둘 다 고치면 필체로 다툼 |
| 병기에 원정 붙이기 | 뒤에 글자를 덧붙이기 어려움 | 앞자리 수정은 남음 |
| 병기와 송금 기록 | 문서 밖 자료가 금액을 뒷받침 | 현금으로 건넸다면 해당 없음 |
표의 마지막 줄이 가장 강합니다. 문서 안의 장치만으로는 결국 종이 안의 다툼에 머물지만, 계좌 기록처럼 문서 밖에 남은 자료는 종이를 손대도 따라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금액 칸을 채우는 일은 문서를 예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문서 밖 자료와 숫자를 맞춰 두는 일에 가깝습니다. 송금액과 문서의 금액이 다르면 병기를 아무리 꼼꼼히 해도 설명이 필요해집니다.
이미 쓴 금액에 손을 댔을 때
고쳐 쓰는 행위 자체가 별도의 문제를 만듭니다.
금액을 나중에 고치는 상황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양쪽이 합의해서 조건을 바꾸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한쪽이 상대 모르게 종이에 손을 대는 경우입니다. 두 갈래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뒤쪽은 이미 만들어진 문서를 권한 없이 고치는 일이라 변조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형법 제231조는 사문서의 위조와 변조를 함께 규정하고 있어서, 없는 문서를 만들어 내는 것뿐 아니라 있는 문서를 고치는 것도 같은 조문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옵니다. 처벌의 구체적인 내용은 위조를 다룬 편에서 살펴봅니다.
다만 자기 이름으로 만든 문서에 사실과 다른 금액을 적어 넣은 경우는 이 갈래와 구분해야 합니다. 명의를 꾸민 것이 아니라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이고, 사문서에서는 이 유형을 원칙적으로 벌하지 않습니다. 두 갈래를 뭉뚱그려 겁을 주는 설명이 많은데 사실과 다릅니다.
앞쪽 갈래, 즉 합의해서 금액을 바꾸는 경우라면 원래 문서에 덧칠하지 말고 무엇을 어떻게 바꾸었는지가 드러나게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고쳐 쓰는 절차는 따로 다룹니다.
실제로 적는 형식
정해진 형식이 없으므로 목적에 맞게 고르면 됩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형태는 숫자를 먼저 적고 괄호 안에 한글을 넣는 방식입니다. 금 5,000,000원(금 오백만 원정)처럼 적습니다. 반대 순서로 적어도 상관없습니다. 순서를 정한 규정이 없습니다.
끝에 붙이는 정이라는 글자는 그 자리에서 금액이 끝났다는 표시입니다. 뒤에 숫자나 글자를 덧붙이기 어렵게 만드는 장치이므로, 병기와 함께 쓰면 뒷자리 쪽 빈틈이 줄어듭니다.
한자 갖은자를 쓰는 방식도 남아 있습니다. 다만 이것도 관행일 뿐이어서 한글로 적었다고 문서가 약해지지 않습니다. 읽는 사람이 잘못 읽을 여지가 있다면 오히려 한글이 낫습니다.
원화가 아닌 돈을 빌려주는 경우에는 통화를 반드시 함께 적어야 합니다. 숫자만 적어 두면 어느 나라 돈인지가 다투어질 수 있고, 이 다툼은 병기로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자주 어긋나는 지점
병기를 규정으로 오해하면 엉뚱한 곳을 걱정하게 됩니다.
아래 세 가지는 상담 자리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질문입니다. 세 가지 모두 답의 방향이 같습니다. 형식이 효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증명을 돕는다는 것입니다.
무효가 되지 않습니다. 표기 방식을 정한 조항이 없어 숫자만 적어도 약정은 그대로 성립합니다. 달라지는 것은 손을 탔을 때 그것을 드러낼 장치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정한 조항이 없습니다. 어느 쪽을 따르는지는 그 문서가 만들어진 경위와 함께 다투어집니다. 그래서 어긋난 것을 발견하면 그대로 두지 말고 양쪽이 확인해 정리해야 합니다.
그 방식이 법으로 정해진 절차는 아닙니다. 다만 무엇을 어떻게 바꾸었는지와 누가 동의했는지가 남으면 나중에 설명하기가 쉬워집니다. 지우고 덮어쓰는 방식만 피하면 됩니다.
세 답을 관통하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금액 칸에서 지켜야 할 것은 정해진 서식이 아니라, 몇 년 뒤에도 처음 적힌 숫자가 무엇이었는지 말할 수 있게 해 두는 것입니다.
이 기준을 잡아 두면 어떤 양식을 쓰든 판단이 서게 됩니다. 칸이 하나뿐인 양식이라면 옆에 한글을 덧붙이면 되고, 이미 숫자만 적어 건넸다면 송금 기록을 함께 보관하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금액을 숫자와 한글로 함께 적으라는 법 조항이 있나요?
없습니다. 민법과 그 하위 법령 어디에도 차용증의 금액 표기 방식을 정한 규정이 없습니다. 병기는 나중에 고쳐 쓰기 어렵게 만들려고 굳어진 실무 관행입니다.
한글로만 적어도 되나요?
됩니다. 다만 자릿수를 잘못 적었을 때 그것을 견주어 볼 다른 표기가 없어 오기가 그대로 굳는 약점이 있습니다. 숫자를 함께 두면 서로 확인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원정이라는 글자는 꼭 넣어야 하나요?
넣으라는 규정은 없습니다. 금액이 그 자리에서 끝났다는 표시라 뒤에 무언가를 덧붙이기 어렵게 만드는 정도의 효과가 있습니다. 넣지 않았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한자로 적지 않으면 약한 문서가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갖은자 표기도 관행일 뿐이고 어느 글자로 적어야 한다고 정한 조항이 없습니다. 읽는 사람이 헷갈릴 여지가 있다면 한글이 오히려 안전합니다.
달러처럼 외화를 빌려줄 때는 어떻게 적나요?
통화를 반드시 함께 적어야 합니다. 숫자와 한글을 아무리 정확히 적어도 어느 나라 돈인지가 빠지면 그 부분이 따로 다투어집니다. 환산 기준을 정할 생각이라면 그 기준도 같이 적어 두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