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을 스캔해서 보관해도 되나요
차용증 마스터·8분·
스캔해 두는 것은 좋지만 그것으로 원본을 대신하지는 마십시오. 사본이라는 이유로 문서가 아니게 되지는 않으나, 표시가 어떻게 종이에 놓였는지를 다투게 되는 자리에서 화면에 옮겨진 이미지가 답하지 못하는 것이 남습니다.
형법 제237조의2 — 복사한 문서의 사본도 문서로 봄 / 전자문서법 제5조 제1항 — 요건을 갖춘 전자문서의 보관으로 관계 법령의 문서 보관을 갈음
잉크와 획의 결 고쳐 쓴 자리를 드러냅니다
종이 자체의 상태 덧붙인 흔적이 남습니다
나눠 가진 부수의 대조 원본끼리라야 뜻이 있습니다
몇 해를 쥐고 있어야 하느냐에서 시작되는 물음
보관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서 생기는 고민입니다.
빌려준 돈은 그날로 끝나지 않습니다. 갚기로 한 날이 몇 해 뒤일 수도 있고 그 뒤로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이어집니다. 개인 사이의 대여라면 그 기간이 꽤 길게 잡히는데 자세한 것은 소멸시효를 다루는 편에 있습니다.
그동안 종이 한 장을 잃어버리지 않고 쥐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 됩니다. 이사를 하고 서랍을 정리하다 보면 어디에 두었는지 알 수 없게 되는 일이 흔합니다.
그래서 찍어 두고 종이는 정리하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화면에 두면 잃어버릴 걱정이 없고 어디서든 열어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생각을 반으로 나눕니다. 찍어 두는 것 자체는 권합니다. 다만 그것으로 종이를 대신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고, 어디에서 갈리는지를 아래에서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갖고 계시는 편이 좋습니다.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각자 다른 일을 맡기는 문제입니다.
무엇을 맡길 수 있고 무엇을 맡길 수 없는지가 갈리는 자리가 있는데, 그 자리를 알아 두면 어느 쪽을 잃어도 덜 곤란합니다.
사본이라서 문서가 아니라는 말은 틀렸습니다
먼저 흔한 오해 하나를 걷어 내고 시작해야 합니다.
찍어 둔 것은 어차피 소용없다는 말이 널리 돕니다. 이 말은 근거가 없습니다.
형법에는 복사한 문서의 사본도 문서로 본다고 적어 둔 조문이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사본이라는 사정만으로 문서의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습니다. 조문의 원문은 위조 처벌을 다루는 편에 있습니다.
전자적 형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효력을 부인하지 못한다는 원칙이 이미 서 있고, 서면으로 다루기 위한 요건도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 조문은 전자 문서의 효력을 다루는 편에서 원문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찍어 둔 것이 아무 힘도 없다고 여기실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힘이 있다는 것과 종이를 대신한다는 것은 다시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해를 걷어 내는 것으로 절반이 끝납니다. 나머지 절반은 스캔본이 답하지 못하는 물음이 무엇인가입니다.
그 물음은 무엇이 적혔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적혔느냐입니다. 다음 절에서 그 차이를 봅니다.
옮겨지지 않는 정보가 남아 있습니다
다투는 자리에서 필요한 것이 하필 옮겨지지 않는 쪽입니다.
상대가 그런 문서를 쓴 적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이 오면, 물음은 종이에 무엇이 적혀 있느냐에서 그 표시가 어떻게 놓였느냐로 넘어갑니다.
이 물음에 답하는 재료는 대부분 종이 자체에 붙어 있습니다. 도장이 눌린 깊이나 획이 지나간 결, 잉크가 종이에 배어든 정도가 그렇습니다. 화면으로 옮기면 모양만 남고 이런 것들은 빠집니다.
고쳐 쓴 자리를 찾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중에 덧붙인 부분은 획의 굵기나 색이 미묘하게 다른데, 화면으로 옮기고 나면 그 미묘함이 뭉개집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한 부씩 나눠 가진 경우, 대조는 종이끼리라야 뜻이 있습니다. 한쪽이 화면으로만 갖고 있으면 대조의 값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 다투게 되는 물음 | 스캔본이 답할 수 있는가 | 종이가 있으면 |
|---|---|---|
| 무엇이 적혀 있었는가 | 답할 수 있습니다 | 같은 답을 줍니다 |
| 표시가 있었는가 | 모양으로 보여 줍니다 | 같은 답을 줍니다 |
| 그 표시가 어떻게 놓였는가 | 답하기 어렵습니다 | 눌린 자국과 결이 남아 있습니다 |
| 나중에 고친 자리가 있는가 | 뭉개집니다 | 획과 잉크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
| 두 부수가 같은가 | 반쪽만 대조됩니다 | 원본끼리 나란히 놓을 수 있습니다 |
위 두 줄과 아래 세 줄이 이렇게 깔끔하게 갈립니다. 스캔본이 못 하는 일은 전부 종이의 물성에 붙어 있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스캔은 종이를 대신하는 방법이 아니라 종이를 잃었을 때를 대비하는 방법으로 두는 편이 맞습니다.
전자적으로 보관해 갈음한다는 조문에도 요건이 붙습니다
보관을 갈음할 수 있다는 문장 앞에 조건이 세 가지 놓여 있습니다.
전자문서에 관한 법률에는 문서의 보관을 전자문서로 갈음할 수 있다고 적어 둔 조문이 있습니다. 이것만 보면 찍어 두면 끝난다는 결론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장의 앞쪽을 읽어야 합니다. 서면으로 보는 전자문서라야 하고, 작성자와 수신자가 남아 있어야 하며, 주고받은 일시가 보존되어 있어야 합니다. 세 가지를 다 갖춘 경우에 갈음이 됩니다.
종이를 찍어 만든 이미지는 이 요건과 잘 맞물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혼자 찍은 파일이라 작성자와 수신자와 일시가 남을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이 조문은 관계 법령이 문서를 보관하라고 정해 둔 경우를 겨냥합니다. 개인 사이의 대여 문서에는 그렇게 보관을 요구하는 법령이 따로 없어서, 이 조문을 곧바로 근거로 삼기도 어렵습니다.
서면으로 보는 전자문서로서 작성자, 수신자 및 송신·수신 일시가 보존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전자문서를 보관함으로써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문서의 보관을 갈음할 수 있다.
전자문서법 제5조 제1항
조문을 읽고 나면 방향이 오히려 분명해집니다. 처음부터 전자문서로 만들어 주고받은 경우와 종이를 나중에 찍은 경우는 서 있는 자리가 다릅니다.
앞의 것은 요건을 갖추기 쉽고 뒤의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파일로 만들 생각이라면 찍는 방식보다 만드는 방식을 택하는 편이 낫습니다.
둘 다 두되 각자 다른 일을 맡기십시오
스캔본은 잃었을 때를 위한 것이고 종이는 다툴 때를 위한 것입니다.
정리하면 역할이 나뉩니다. 화면의 파일은 내용을 언제든 확인하고 잃어버림에 대비하는 몫이고, 종이는 표시가 어떻게 놓였는지를 설명하는 몫입니다.
그러니 찍어 두었다고 종이를 버리지 마십시오. 반대로 종이를 잘 두었다고 찍는 일을 건너뛰지도 마십시오. 두 가지는 서로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아래 네 단계는 찍는 그날 한 번에 끝나는 순서입니다. 뒤로 미룰수록 종이가 어디 있는지부터 찾아야 해서 손이 많이 갑니다.
- 종이를 펼친 상태로 한 장씩 담는다접힌 자국이나 그림자에 글자가 가리지 않게 합니다. 여러 장이면 순서대로 이어 한 파일로 묶습니다.
- 찍은 파일을 열어 보이는지 확인한다저장만 하고 열어 보지 않으면 몇 해 뒤에 열리지 않는 파일이 남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 번 열어 확인합니다.
- 종이를 둘 자리를 정하고 그곳에만 둔다찍어 두었다는 안심 때문에 종이를 아무 데나 두는 일이 생깁니다. 두는 자리를 정해 두면 몇 해 뒤에도 찾을 수 있습니다.
- 파일과 종이가 각각 어디 있는지 적어 둔다둘 중 하나를 잃었을 때 나머지를 곧바로 꺼내려면 어디에 두었는지가 함께 남아 있어야 합니다.
찍어 두기 전에 확인할 것
셋째 칸이 의외로 자주 걸립니다. 저장은 되었는데 열리지 않는 파일이 몇 해 뒤에 발견되면 그때는 종이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 칸은 지금 확인해 두는 것이 값이 쌉니다. 상대가 자기 몫을 잃어버렸다면 그 사실을 미리 알아 두는 편이 낫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스캔해 두면 종이는 버려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표시가 어떻게 놓였는지를 다투게 되는 자리에서 화면으로 옮긴 이미지가 답하지 못하는 것이 남습니다.
사본은 아무 힘이 없다던데 맞나요?
복사한 문서의 사본도 문서로 본다는 조문이 따로 있습니다. 사본이라는 사정만으로 문서의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습니다.
전자문서로 보관하면 갈음된다고 하지 않나요?
그 조문은 서면으로 보는 전자문서로서 작성자와 수신자와 주고받은 일시가 보존되어 있을 것을 함께 요구합니다. 혼자 찍어 둔 이미지는 그 요건과 잘 맞물리지 않습니다.
스캔본에서 특히 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요?
눌린 자국의 깊이나 획이 지나간 결처럼 종이 자체에 붙어 있는 정보입니다. 나중에 고쳐 쓴 자리를 찾을 때 바로 이런 것들이 쓰입니다.
처음부터 파일로 만드는 것과는 다른가요?
다릅니다. 처음부터 전자문서로 만들어 주고받으면 작성자와 일시가 함께 남지만, 종이를 나중에 찍은 파일에는 그런 것이 남을 자리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