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사본을 안 받아 다투게 된 사례
근로계약서 마스터·8분·
사본이 없으면 내가 서명한 문서의 내용이 회사 보관본 하나에만 남습니다.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 서명할 때 비어 있던 칸이 어떻게 채워졌는지를 대조할 대상이 없어져 확인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 = 사용자의 서면 교부 의무(전자문서 포함) · 제42조 =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를 3년간 보존, 위반 시 제116조 제2항에 따른 과태료 · 근로자가 자기 사본을 얼마나 보관해야 하는지를 정한 규정은 없음
서명하는 자리와 받는 자리가 갈립니다
펜을 놓는 순간 문서는 상대편 서랍으로 들어갑니다.
첫 출근 날의 풍경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인사 담당자가 서류 몇 장을 내밀고 서명할 곳을 짚어 줍니다. 급여와 출퇴근 시각을 눈으로 확인하고 이름을 적으면 그 종이는 그대로 걷혀 갑니다.
그 자리에서 한 부를 달라고 말하기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상대가 바로 옆에 있고 다른 서류도 남아 있어 흐름을 끊게 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스캔해서 보내 주겠다는 말이 오가면 더 그렇습니다.
그 나중은 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당자는 다른 일로 넘어가고 받는 쪽도 업무에 적응하느라 잊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 서명했다는 기억만 남고 무엇에 서명했는지는 흐려집니다.
이 편은 요청하는 방법을 다루지 않습니다. 그 이야기는 따로 정리해 두었고, 여기서는 받아 두지 않은 상태가 실제로 어떤 장면에서 문제로 돌아오는지를 봅니다.
대조할 대상이 없어지면 확인이 멈춥니다
기억은 문서와 다투지 못합니다.
사본이 없다는 것은 대조할 두 번째 문서가 없다는 뜻입니다. 회사가 내미는 종이에 무엇이 적혀 있든 그것과 견줄 것이 없으므로, 다른 내용이라는 말을 해도 근거를 댈 수 없습니다.
이 문제가 드러나는 장면은 몇 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대개 조건이 흔들릴 때이고, 하필 그때는 이미 시간이 꽤 지난 뒤라 기억도 선명하지 않습니다.
아래 표는 실제로 걸리는 장면을 왼쪽에 두고, 사본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 걸리는 장면 | 사본이 있을 때 | 사본이 없을 때 |
|---|---|---|
| 급여가 들은 것과 다르게 들어왔을 때 | 적힌 금액을 그대로 짚는다 | 금액을 기억으로만 말하게 된다 |
| 담당 업무가 크게 달라졌을 때 | 처음 적힌 업무와 비교한다 | 원래 무엇으로 적혔는지 알 수 없다 |
| 회사가 다른 내용의 계약서를 내밀 때 | 두 문서를 나란히 놓는다 | 내민 문서 하나만 남는다 |
| 퇴직하며 조건을 정산할 때 | 기준이 적힌 문서를 꺼낸다 | 기준부터 다시 정해야 한다 |
| 담당자가 바뀌어 확인이 필요할 때 | 받은 파일을 그대로 보낸다 | 회사 보관 상태에 기대게 된다 |
셋째 줄이 가장 곤란한 자리입니다. 서명한 기억은 있는데 그 문서를 본 적이 없으니 지금 눈앞의 종이가 그때 그것인지 판단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르다고 느껴도 무엇이 다른지 말하지 못합니다.
다섯째 줄은 흔히 놓칩니다. 회사가 성실하게 보관하고 있어도 사람이 바뀌면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사이 확인이 필요한 일은 그대로 멈춰 있습니다.
빈칸인 채로 서명했다면 문제가 하나 더 붙습니다
서명한 시점의 모습과 보관된 모습이 같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이는 형태가 일부 칸을 비워 둔 채로 서명을 받는 것입니다. 금액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거나 부서 배치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나중에 채우겠다고 합니다. 악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채워진 결과를 확인할 방법입니다. 사본을 받지 못했다면 어떤 숫자가 들어갔는지, 처음 이야기한 것과 같은지를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나중에 다른 내용을 보게 되어도 언제 채워진 것인지를 가릴 수 없습니다.
여러 장짜리 계약서라면 장이 바뀌는 문제도 생깁니다. 서명은 마지막 장에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앞장의 내용을 대조할 사본이 없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할 길이 아예 없습니다. 여러 장을 한 문서로 묶는 방법은 그 문제를 따로 다룬 편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빈칸이 있는 상태에서 서명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 두 가지를 요청하는 편이 좋습니다. 하나는 채워진 뒤에 사본을 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상태를 사진으로 남겨 두어도 되겠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뒤쪽은 거절당하더라도 물었다는 사실이 남습니다.
보관 의무는 회사에 있고 근로자에게는 없습니다
의무가 없다는 것은 아무도 대신 남겨 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용자에게는 근로자 명부와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를 3년 동안 두도록 한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제116조 제2항에 따른 과태료가 따르는데, 같은 계약서를 두고도 건네지 않은 것은 벌금이고 보관하지 않은 것은 과태료여서 성질이 갈립니다.
반대편에는 아무 규정도 없습니다. 근로자가 자기 몫의 문서를 몇 년 동안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조항은 없습니다. 얼핏 편해 보이지만 이것은 곧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보존 의무가 있으니 나중에 달라고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3년이라는 기간은 회사가 얼마나 오래 두어야 하는지를 정한 것이지, 요청했을 때 얼마나 빨리 내주어야 하는지를 정한 것이 아닙니다. 기간의 계산도 서류마다 다릅니다.
결국 안전한 쪽은 하나입니다. 받는 즉시 회사 시스템 바깥에 한 부를 두는 것입니다. 사내 메일함이나 그룹웨어에만 있는 파일은 관계가 끝나는 날 함께 닫힙니다.
교부는 사용자에게 지워진 의무이고 그 의무를 지키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사본이 없다는 사정 때문에 실제로 겪는 어려움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쪽에서 옵니다.
보존 기간은 사용자가 얼마나 오래 두어야 하는지를 정한 것입니다. 언제 어떤 형태로 내주어야 하는지까지 정한 것이 아니어서 필요할 때 바로 손에 들어온다는 보장이 되지는 않습니다.
정식으로 교부받은 것과 같지는 않지만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은 됩니다. 찍은 날짜가 함께 남는다는 점도 도움이 됩니다.
세 문답이 한곳을 향합니다. 제도가 마련해 둔 것과 내 손에 있는 것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회사 쪽에서도 사본을 건네 두는 편이 낫습니다. 나중에 내용이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 같은 문서를 양쪽이 가지고 있으면 다툼이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지금 확보하는 순서
없는 것을 만들 수는 없으니 남아 있는 것부터 모읍니다.
이미 몇 달이 지난 상태라도 순서는 있습니다. 먼저 회사에 있는 원본을 확보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그것이 늦어지는 동안에는 지금 손에 있는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입니다. 두 가지를 함께 진행하면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정리해 둘 자료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채용을 알린 화면, 조건을 주고받은 메시지, 매달 받은 임금명세서, 근태 기록이 모두 지금의 조건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 사본을 받을 형태를 정해 요청한다파일로 받아도 된다고 밝히면 회사 쪽 일이 줄어 진행이 빨라집니다.
- 받은 문서를 서명한 기억과 대조한다금액과 시각, 업무와 장소를 한 항목씩 확인합니다. 다른 부분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짚어야 합니다.
- 빈칸이 어떻게 채워졌는지 확인한다서명할 때 비어 있던 칸이 있었다면 그 칸을 먼저 봅니다.
- 회사 밖 저장소에 한 부를 둔다개인 메일이나 개인 저장소에 옮겨 두어야 계정이 닫혀도 남습니다.
- 받지 못하는 동안의 자료를 모아 둔다공고 화면과 임금명세서, 근태 기록을 월별로 정리해 두면 조건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둘째 단계를 건너뛰면 받는 것으로 끝나 버립니다. 사본을 손에 넣는 이유는 보관이 아니라 대조이므로, 받은 날 한 번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합니다.
다섯째 단계는 사본이 끝내 오지 않을 때를 위한 것입니다. 계약서가 없더라도 조건을 보여 주는 자료가 여러 개 모이면 이야기의 출발점은 만들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서명만 하고 사본을 못 받았습니다. 지금 요청해도 되나요?
요청할 수 있습니다. 서면을 건네는 것은 사용자에게 지워진 의무여서 시간이 지났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빈칸인 채로 서명했는데 어떻게 확인하나요?
채워진 뒤의 사본을 받아 그 칸부터 확인하십시오. 서명 시점의 상태를 사진으로 남겨 두었다면 대조가 가능합니다.
회사가 다른 내용의 계약서를 내밀면 어떻게 하나요?
사본이 없으면 대조할 대상이 없습니다. 공고나 주고받은 메시지, 임금명세서처럼 조건을 보여 주는 자료를 모아 두는 것이 차선입니다.
근로자도 계약서를 몇 년 보관해야 하나요?
근로자의 보관 기간을 정한 규정은 없습니다. 사용자 쪽에는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를 3년간 두도록 한 의무가 있습니다.
파일로 받아도 사본으로 인정되나요?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 본문이 전자문서를 서면에 포함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다만 회사 계정 바깥에도 한 부를 옮겨 두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