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를 안 썼다가 겪는 일
근로계약서 마스터·8분·
서면이 없으면 제재보다 먼저 근로조건을 확인할 근거가 사라집니다. 임금이 얼마인지, 하루 몇 시간을 일하기로 했는지를 나중에 서로 다르게 기억해도 어느 쪽이 맞는지 가려 줄 종이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사용자에게는 근로기준법 제17조 위반이 그와 별개로 걸립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 = 근로조건 명시와 서면 교부 의무 · 위반 시 제114조 제1호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일이 먼저 시작되는 자리
계약서를 건너뛰는 사업장이 계약서를 싫어해서 그러는 경우는 드뭅니다.
사람이 급하게 필요할 때 채용은 대화 몇 번으로 끝납니다. 언제부터 나올 수 있는지, 급여는 얼마로 할지를 통화로 정하고 다음 주 월요일에 출근합니다. 서류는 나중에 정리하자는 말이 오가고, 그 나중이 오지 않은 채 몇 달이 지납니다.
규모가 작을수록 이 흐름이 자연스럽게 굳습니다. 인사 업무를 따로 맡은 사람이 없으면 서류를 챙길 순서가 밀리고, 밀린 것을 되짚을 계기도 생기지 않습니다. 일이 잘 돌아가는 동안에는 아무 불편이 없기 때문입니다.
받는 쪽도 먼저 말을 꺼내기 어렵습니다. 첫 출근 주에 서류 이야기를 꺼내면 회사를 못 믿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미루게 되고, 미루는 사이 물어볼 자연스러운 시점이 지나갑니다.
그래서 이 편은 잘잘못을 가리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서면이 없는 상태가 실제로 무엇을 지우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는지를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기준선입니다
다툼은 사이가 나빠져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대조할 문서가 없어서 생깁니다.
채용할 때 오간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 양쪽에서 조금씩 다르게 남습니다. 월 얼마라고 말한 금액에 식대가 들어 있었는지, 저녁에 남는 시간을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같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나쁜 뜻 없이도 기억은 갈립니다.
서면이 있으면 이 갈림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적힌 것을 함께 보고 끝나기 때문입니다. 서면이 없으면 갈림을 좁힐 방법이 사라지고, 결국 목소리가 큰 쪽이나 자료를 더 많이 가진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자료를 더 많이 가진 쪽은 대개 회사입니다. 근태 기록도 급여 이체 내역도 회사 시스템에 있습니다. 근로자에게 남는 것은 통장에 찍힌 금액과 기억뿐이고, 그 금액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는 통장에 적히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이 임금과 소정근로시간, 휴일과 연차를 알리도록 정하고 그 가운데 일부를 서면으로 건네도록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알려 주라는 의무와 종이로 남기라는 의무를 굳이 나눠 둔 것은, 말로 한 것은 지워지고 적어 둔 것만 남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이 무엇을 잃는가
서면이 없을 때 근로자가 잃는 것과 사업주가 잃는 것이 다릅니다.
같은 상황인데도 두 사람이 겪는 손해의 모양이 다릅니다. 근로자 쪽은 받아야 할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형태로 오고, 사업주 쪽은 지키지 않은 의무가 뒤늦게 청구서처럼 돌아오는 형태로 옵니다.
아래 표는 실제로 문제가 불거지는 장면을 양쪽으로 갈라 놓은 것입니다. 왼쪽 줄만 보면 계약서를 안 쓴 것이 근로자만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오른쪽 줄을 함께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 언제 불거지나 | 근로자 쪽 | 회사 쪽 |
|---|---|---|
| 약속한 급여와 실제 입금액이 다를 때 | 말한 금액을 증명할 서면이 없음 | 지급 조건을 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함 |
| 연장근로 대가를 정산할 때 | 몇 시간분이 이미 포함된 것인지 알 수 없음 | 포함되어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함 |
| 담당 업무가 바뀌었을 때 | 원래 무슨 일로 채용됐는지 남아 있지 않음 | 업무 범위를 정했다고 말할 근거가 없음 |
| 근로자가 신고했을 때 | 겪은 손해를 따로 다퉈야 함 | 명시·교부 의무 위반이 그대로 확인됨 |
| 퇴직 시점에 정산할 때 | 정산 기준을 새로 협의해야 함 | 기준이 없어 청구액을 예측할 수 없음 |
표의 마지막 열에 색이 붙은 것은 그 자리가 전부 회사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서면을 만들지 않아 이득을 본 것 같아도, 다툼이 생기는 순간 근거를 내놓아야 하는 쪽은 대개 사용자입니다.
넷째 줄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앞의 세 줄이 사실을 증명하는 문제라면 이 줄은 의무를 이행했는지의 문제입니다. 근로조건을 알리고 서면을 건네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확인되면, 그 뒤에는 개별 사정을 따질 여지가 좁습니다.
계약서가 없으면 근로관계도 흐릿하다는 오해
서면이 없다고 해서 지금까지 일한 사실까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가장 자주 보이는 오해가 이것입니다. 계약서를 안 썼으니 회사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여기거나, 반대로 서류가 없으니 근로자가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근로조건을 알리고 그 일부를 서면으로 건네도록 정한 조문입니다. 이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위반이고, 제114조 제1호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따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종류가 과태료가 아니라는 점은 따로 다룬 편에서 자세히 갈라 두었습니다.
임금을 어떻게 지급해야 하는지를 정한 조문도 계약서를 썼는지와 무관하게 사용자에게 걸립니다. 통화로 근로자에게 직접 전액을 매월 정해진 날짜에 준다는 원칙은 서류의 존재를 조건으로 삼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반대 방향으로도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서면이 없으면 무엇을 약속했는지가 흐려지므로, 다투는 자리에서는 결국 입증의 문제가 됩니다. 의무가 남아 있다는 것과 그 내용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명시하고 서면을 건네는 의무 자체를 지키지 않은 것이므로 위반은 그대로 성립합니다. 제재의 종류는 벌금이고 과태료가 아닙니다.
임금 지급에 관한 원칙은 계약서의 유무와 별개로 적용됩니다. 다만 약속한 금액이 얼마였는지를 다투게 되면 그 부분은 증명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명시와 교부는 채용 시점의 의무이고, 조건이 바뀔 때에도 다시 살아납니다. 늦게 요구했다고 의무가 사라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세 문답이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서면의 부재는 의무를 없애지 않고 증명을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손해를 줄이는 방법도 하나뿐입니다. 늦게라도 서면을 만들고 남기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되돌리는 순서
시간이 지날수록 복원하기 어려워지는 항목부터 손대야 합니다.
이미 몇 달이 지났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다만 순서를 잘못 잡으면 사이만 나빠지고 남는 것이 없습니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의 조건이 무엇이었는지에 관해 양쪽 기억이 얼마나 일치하는지입니다.
일치하는 부분이 넓다면 서면으로 옮기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면 그 항목만 따로 떼어 협의하고, 협의한 결과를 날짜와 함께 남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어긋난 채로 넘어가면 뒤에 다시 같은 자리에서 걸립니다.
요구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가 막막하다면 그 부분만 다룬 편이 따로 있습니다. 여기서는 무엇을 확보해야 하는지의 순서만 정리합니다.
- 지금까지의 조건을 적어 본다임금과 그 구성, 하루 근로시간과 휴게, 휴일과 연차, 담당 업무와 근무 장소를 항목별로 적습니다.
- 어긋나는 항목을 표시한다양쪽 기억이 다른 항목만 골라 냅니다. 대개 임금의 구성과 연장근로 처리에서 갈립니다.
- 서면을 만들어 건넨다종이든 전자문서든 상관없습니다. 근로자에게 실제로 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건넨 사실을 남긴다수령 확인이나 발송 기록을 남기면 교부 여부를 다시 다투지 않게 됩니다.
- 해결되지 않으면 절차를 확인한다고용노동부 노동포털이나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가 접수 창구입니다. 진행 방식은 별도 편에서 다룹니다.
둘째 단계를 건너뛰고 서면부터 만들면 회사가 유리한 쪽으로만 정리된 문서가 나오기 쉽습니다. 어긋난 항목을 먼저 드러내는 것이 이 순서의 핵심입니다.
다섯째 단계는 마지막 선택지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앞의 네 단계가 막혔을 때 갈 곳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협의의 무게를 바꿔 놓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입사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 계약서를 요구해도 되나요?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서면을 교부하는 것은 사용자의 의무이고, 시간이 지났다고 그 의무가 없어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계약서를 안 쓰면 회사는 어떤 제재를 받나요?
근로기준법 제17조 위반이고 제114조 제1호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흔히 쓰이는 미작성 과태료라는 표현과는 종류가 다릅니다.
구두로 정한 조건도 지켜야 하나요?
약속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됩니다. 서면이 없으면 그 증명이 어려워지므로 늦게라도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도 계약서를 써야 하나요?
근로계약서의 명시와 교부 의무는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된다는 것이 정부 안내의 정리입니다.
회사가 계속 미루면 어디에 알리나요?
고용노동부 노동포털이나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가 접수 창구입니다. 이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별도 편에서 다룹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