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업무 내용을 어디까지 구체적으로 쓰나
근로계약서 마스터·8분·
직무의 이름 하나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가 읽히는 정도까지 적습니다. 너무 좁게 못 박으면 업무가 조금만 달라져도 계약과 어긋나고, 회사가 정하는 업무라고만 적으면 무엇을 약속했는지 아무도 확인할 수 없게 됩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 제5호가 시행령에 위임 · 시행령 제8조 제1호 = 취업의 장소와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 제17조 제1항 후단 = 체결 후 변경하는 경우에도 같음
담당 업무: 회사가 지정하는 업무
담당 업무: 온라인 스토어 상품 등록과 고객 문의 응대. 세부 배치는 팀 사정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담당 업무: 사무
담당 업무: 회계팀 전표 입력과 증빙 정리, 월 마감 자료 취합
담당 업무: 홀 서빙 및 기타 매장 업무 일체
담당 업무: 홀 주문 접수와 서빙, 매장 정리. 주방 조리는 담당하지 않는다
이 칸의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담당 업무가 계약서에 들어가는 이유는 법 본문이 아니라 시행령에 적혀 있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앞에 두고 담당 업무 칸을 채울 때, 이 칸이 왜 있는지를 묻는 사람은 드뭅니다. 양식에 있으니 채우는 것이고, 대개는 채용 공고에 적었던 직무명을 그대로 옮겨 넣습니다.
그런데 이 칸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근로계약을 맺을 때 알려야 할 항목을 정한 것이 근로기준법 제17조이고, 그 마지막 호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이라며 내용을 비워 두었습니다. 그 빈칸을 채우는 시행령 제8조가 첫 번째로 든 것이 취업의 장소와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입니다.
근거를 알아 두는 것이 실익이 있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 항목을 빠뜨리면 무엇을 어긴 것인지가 분명해진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근거를 잘못 대는 일이 자주 생긴다는 점입니다. 근로기준법 본문에 담당 업무를 적으라는 조항이 있다고 쓰면 어긋납니다.
그리고 이 조문은 채용하는 날에만 걸리는 것이 아닙니다. 제17조 제1항은 뒷문장에서 계약을 맺은 뒤 그 항목을 바꾸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이어 적었습니다. 담당 업무가 달라지면 그 시점에 같은 의무가 다시 살아납니다.
명시 의무와 서면 교부 의무가 어떻게 갈리는지, 그리고 어겼을 때 어떤 제재가 붙는지는 그 조문을 정면으로 다룬 편이 따로 있습니다. 여기서는 문장을 어느 정도로 쓸 것인가에만 집중하겠습니다.
좁게 적을 때와 넓게 적을 때, 부담이 반대쪽에 생깁니다
이 칸의 어려움은 정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두 방향의 위험이 서로 반대라서 생깁니다.
담당 업무를 아주 구체적으로 적으면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가 또렷해집니다. 대신 실제 일이 조금만 달라져도 계약서와 어긋나는 구간이 생깁니다. 사업장 사정으로 옆 업무를 잠깐 맡기는 일은 어디서나 있는데, 문장이 좁으면 그때마다 계약과의 관계를 따지게 됩니다.
반대로 회사가 정하는 업무라고만 적으면 어긋날 일이 없습니다. 무엇을 시켜도 그 문장 안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 이 칸은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는 칸이 됩니다. 알려야 할 항목을 적으라는 요구를 형식만 채운 셈입니다.
실무에서 다툼이 생기는 자리는 대개 두 번째 쪽입니다. 채용 면접에서 들은 일과 실제로 맡게 된 일이 다를 때, 근로자가 근거로 들 수 있는 것은 계약서에 적힌 문장뿐입니다. 그 문장이 비어 있으면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말로만 다투게 됩니다.
그래서 이 칸의 목표는 범위를 넓히는 것도 좁히는 것도 아닙니다. 나중에 대조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중심이 되는 일을 적고, 조정될 수 있는 부분은 조정될 수 있다고 따로 밝혀 두는 방식이 그 사이를 지납니다.
| 적는 방식 | 생기는 이점 | 따라오는 부담 |
|---|---|---|
| 직무명 한 단어만 | 쓰기 쉽습니다 | 같은 이름의 일이 회사마다 달라 확인이 안 됩니다 |
| 회사가 정하는 업무 | 무엇을 맡겨도 어긋나지 않습니다 | 약속한 내용이 남지 않습니다 |
| 중심 업무를 문장으로 |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읽힙니다 | 조정 여지를 따로 적어야 합니다 |
| 세부 절차까지 열거 | 범위가 아주 또렷합니다 | 조금만 달라져도 계약과 어긋납니다 |
| 중심 업무 + 조정 문구 | 대조가 되면서 여지도 남습니다 | 문장이 한 줄 길어집니다 |
표에서 색이 붙지 않은 두 줄이 실무에서 쓸 만한 자리입니다. 두 줄의 차이는 조정 여지를 문장 안에 넣었는지 하나뿐입니다.
마지막 줄이 길어지는 것을 부담이라고 적어 두었지만, 실제로는 한 문장이 늘어나는 정도입니다. 그 한 문장이 나중에 서로 다른 기억을 대조할 근거가 됩니다.
문장을 만드는 순서
중심을 먼저 정하고, 범위를 그은 다음, 조정 여지를 붙이는 순서입니다.
막상 쓰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합니다. 채용 공고를 그대로 옮겨 붙이면 홍보 문구가 섞이고, 직무기술서를 옮기면 계약서에 넣기에는 너무 길어집니다.
아래 순서는 실제로 문장을 만들 때 밟게 되는 단계를 늘어놓은 것입니다. 법이 정한 절차가 아니라 빠뜨렸을 때 되돌리기 어려운 순서로 정리했습니다.
특히 두 번째와 네 번째를 함께 보십시오. 하는 일을 적는 것만큼 하지 않는 일을 적어 두는 것이 다툼을 줄입니다. 겸업이나 다른 팀 지원이 잦은 사업장일수록 그렇습니다.
- 중심이 되는 일을 한 문장으로 적는다이 사람이 채용된 이유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두세 가지를 넘기면 중심이 흐려집니다.
- 그 일이 어느 조직에 속하는지 밝힌다부서나 팀 이름을 함께 적으면 같은 직무명이라도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좁혀집니다.
- 범위 밖의 일을 한 줄로 그어 둔다담당하지 않는 일을 적어 두면 나중에 어긋남을 확인할 기준선이 생깁니다.
- 조정 여지를 명시한다업무가 달라질 수 있다면 그 사실과 방식을 적습니다. 무엇이든 시킬 수 있다는 문장과는 다릅니다.
- 근무 장소 칸과 어긋나지 않는지 본다같은 시행령 조항이 묶어 놓은 두 항목이라 함께 읽었을 때 앞뒤가 맞아야 합니다.
다섯 단계를 밟고 나면 문장이 대체로 두세 줄이 됩니다. 계약서 한 칸에 들어가기에 부담스러운 길이가 아닙니다.
네 번째 단계에서 자주 어긋납니다. 조정 여지를 적는다는 말을 무제한으로 열어 두는 문장으로 옮기면, 앞의 세 단계에서 만들어 둔 기준선이 그 한 줄에 지워집니다.
업무가 여럿이거나 나중에 바뀔 때
한 사람이 여러 일을 맡는 사업장에서는 비중을 함께 적는 편이 안전합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일을 겹쳐 맡는 일이 흔합니다. 이때 업무를 하나만 적으면 실제와 어긋나고, 전부 나열하면 무엇이 주된 일인지가 사라집니다.
이 경우에는 주된 업무와 부수 업무를 나눠 적는 방식이 쓸 만합니다. 어느 쪽이 중심인지가 남으면, 부수 업무의 비중이 크게 늘었을 때 그것이 변경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근거가 생깁니다.
시간이 지나 담당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제17조 제1항 후단은 체결 후 각 호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명시하도록 정하고 있어, 담당 업무가 달라지면 그 시점에 알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서면을 다시 건네야 하는지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제17조 제2항에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유로 바뀐 경우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교부하도록 한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그 사유를 정한 시행령의 조항 번호와 각 호는 확인된 자료가 없어 여기서는 단서가 있다는 사실까지만 적습니다.
인사 발령의 정당성을 어디까지 다툴 수 있는지는 이 글의 범위 밖입니다.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계약서에 적힌 문장이 그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지점
이 칸을 둘러싼 오해는 대부분 명시 의무와 교부 의무를 한 덩어리로 읽은 데서 나옵니다.
담당 업무는 알려야 할 항목이지만, 제17조 제2항이 서면으로 건네라고 열거한 목록 안에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 어긋남 때문에 적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으로 가는 경우가 있는데, 명시 의무 자체는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여기서 필수 기재사항이 몇 개인지를 세는 방식이 왜 성립하지 않는지도 드러납니다. 알려야 할 목록과 건네야 할 목록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무엇을 세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집니다. 개수를 외우는 대신 두 목록을 각각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실무의 결론은 단순합니다. 교부 대상 문언에 없더라도 담당 업무는 계약서에 적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나중에 다툼이 생기는 자리가 대개 이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별지로 두는 것 자체를 막는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그 문서가 계약의 일부라는 점을 계약서 본문에 밝혀 두어야 나중에 어느 문서를 기준으로 볼지 다투지 않습니다.
무엇을 맡겨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그렇게 보입니다. 그러나 근로조건을 알린 것으로 보기 어려워지고, 조건을 명시했는지가 문제 될 때 회사가 기댈 문장도 함께 사라집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른 경우를 정한 조문이 따로 있어, 그 문제는 별도의 편에서 다룹니다.
세 문답을 관통하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이 칸은 회사와 근로자 어느 한쪽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서로 다른 기억이 부딪혔을 때 대조할 자리로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어디까지 구체적으로 쓸 것인가라는 물음의 답도 정해집니다. 대조가 가능한 최소한까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담당 업무를 직무명 한 단어로만 적어도 되나요?
그것만으로 위법이라고 할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같은 직무명이라도 회사마다 하는 일이 달라, 나중에 무엇을 약속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남지 않습니다.
회사가 지정하는 업무라고 적는 것은 어떤가요?
무엇을 맡겨도 어긋나지 않는 대신 근로조건을 알린 것으로 보기 어려워집니다. 중심 업무를 적고 조정 여지를 따로 밝히는 편이 안전합니다.
담당 업무를 적으라는 근거가 근로기준법에 있나요?
본문이 아니라 시행령에 있습니다. 제17조 제1항 제5호가 대통령령에 위임했고, 시행령 제8조 제1호가 취업의 장소와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을 들고 있습니다.
담당 업무가 바뀌면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하나요?
제17조 제1항 후단은 체결 후 각 호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명시하도록 정합니다. 서면을 새로 건네받는 부분은 무엇 때문에 바뀌었는지와 근로자가 요구했는지에 걸려 있습니다.
여러 업무를 겹쳐 맡는 경우에는 어떻게 적나요?
주된 업무와 부수 업무를 나눠 적는 방식이 쓸 만합니다. 어느 쪽이 중심인지가 남아 있어야 비중이 달라졌을 때 판단할 근거가 생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