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서에 쓰면 안 되는 표현

경위서 마스터·8분·

뉘우친다는 문장이 들어가는 순간 그 종이는 겪은 일을 적는 문서가 아니라 사죄하는 문서가 됩니다. 지워야 할 표현의 첫 줄이 여기이고, 나머지는 짐작과 감정과 평가입니다.

사죄문이나 반성문 성격의 제출을 명하는 것은 정당한 업무상 명령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지워야 할 문장

제 부주의로 이런 일이 생겨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남길 문장

자재를 들고 이동하던 중 발이 미끄러져 자재를 놓쳤습니다

지워야 할 문장

아마 배수구가 막혀 물이 고였던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 남길 문장

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고,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지워야 할 문장

담당자가 무성의하게 처리해 벌어진 일입니다

그 자리에 남길 문장

점검 기록에 그날의 확인 내역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오른쪽은 짧아진 것이 아니라 판단을 읽는 쪽에 돌려준 것입니다.

한 줄이 문서의 종류를 바꿉니다

뉘우친다고 적는 순간 그 종이는 다른 이름으로 읽힙니다.

적어 내라는 말을 들으면 마지막에 한 줄을 덧붙이고 싶어집니다. 죄송하다거나 깊이 뉘우친다는 문장입니다. 그렇게 마무리하지 않으면 태도가 나빠 보일 것 같아서입니다.

그런데 그 한 줄이 종이의 성격을 바꿉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남기는 문서는 지나간 사실을 기록합니다. 뉘우친다는 문장은 마음속의 상태를 밝히는 것이고, 그것을 담는 서면은 이름이 따로 있습니다.

이 구분이 형식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습니다. 사죄나 반성을 담은 서면을 내라고 명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 대법원의 판단이 있습니다. 그 판단의 자세한 내용은 사유서를 다룬 편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그 문장을 넣는 것은 요구받지도 않은 자리로 걸어 들어가는 셈입니다. 요구된 것이 겪은 일이었다면 겪은 일만 적는 것이 요구에 정확히 응하는 것입니다.

지워야 할 표현은 다섯 갈래로 나뉩니다

반성어와 각오, 짐작과 전언, 감정과 평가, 그리고 남을 향한 단정입니다.

금지 목록을 낱말 단위로 외우려 하면 끝이 없습니다. 갈래로 묶어 두면 새로운 문장을 만났을 때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섯 갈래로 나누면 대부분이 잡힙니다.

첫째는 앞에서 본 반성과 사죄입니다. 둘째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각오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문장은 대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짐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고 적으면 대책이 되고, 마음가짐만 적으면 다짐으로 남습니다.

셋째는 짐작과 전언입니다. 그런 것 같다거나 들었다는 문장이 확인한 사실과 같은 자리에 놓이면 전체가 흐려집니다. 넷째는 감정과 평가어입니다. 어이없게도, 무성의하게, 황당하게 같은 낱말은 사실을 담지 않고 읽는 사람의 판단을 미리 대신합니다.

다섯째는 남을 향한 단정입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결론으로 적는 것인데, 내가 확인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것처럼 만들기 때문에 앞의 셋과 같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갈래이런 문장무엇이 문제인가
반성·사죄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문서의 종류가 바뀝니다
각오·다짐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대책처럼 보이나 확인할 것이 없습니다
짐작아마 그랬던 것 같습니다!확인한 것과 섞이면 전체가 흐려집니다
전언그렇게 들었습니다!출처가 없으면 내가 본 것으로 읽힙니다
감정·평가어이없게도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읽는 쪽의 판단을 미리 대신합니다
남을 향한 단정담당자가 잘못 처리했습니다!확인하지 않은 것을 결론으로 만듭니다

둘째 줄을 두고 헷갈리는 분이 많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적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계획은 이 문서의 표준 항목이고, 관서로 가는 인접 서식에서는 아예 정해진 칸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갈리는 것은 확인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자재를 옮기는 경로를 바꾸겠다는 것은 뒤에 확인할 수 있고, 더 주의하겠다는 것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계획을 적되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적으면 됩니다.

지운 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나

지우기만 하면 문장이 사라지므로 바꿔 적는 형태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금지 목록만 보고 나면 적을 것이 없어집니다. 실제로 문장을 다 지우고 나서 세 줄짜리 종이를 내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다시 요구를 받게 됩니다.

지운 자리에는 대개 사실이 들어갑니다. 반성한다는 문장을 지운 자리에는 그 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가 들어가고, 짐작을 지운 자리에는 내가 본 상태와 확인하지 못한 범위가 들어갑니다. 결과적으로 문장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납니다.

남을 향한 단정을 지운 자리는 조금 다릅니다. 그 사람이 잘못했다는 결론 대신 내가 관찰한 것을 적습니다. 지시가 구두로 내려왔다는 것, 지시서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판단은 읽는 쪽이 합니다.

감정어를 지운 자리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됩니다. 그 낱말들은 정보를 담고 있지 않아 빼도 문장이 성립합니다. 빼고 읽어 보면 오히려 문장이 단단해집니다.

숫자와 빈칸을 다루는 규칙

기억나지 않는 시각을 그럴듯하게 채우는 것도 지워야 할 표현입니다.

표현이라고 하면 낱말만 떠올리기 쉬운데, 근거 없이 적은 숫자도 같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오히려 더 곤란합니다. 낱말은 읽는 쪽이 걸러 낼 수 있지만 숫자는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빈칸을 남기기 싫어서 시각을 어림으로 채우는 일이 가장 흔합니다. 그 숫자가 출입 기록이나 통화 목록과 어긋나는 순간, 어긋난 그 줄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서술의 신뢰까지 함께 흔들립니다.

다루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구간으로 적거나,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히는 것입니다. 어느 쪽도 흠이 아닙니다. 확인한 것과 확인하지 못한 것을 갈라 놓은 종이가 전부 확인된 것처럼 보이는 종이보다 다루기 쉽습니다.

금액이나 수량도 같습니다. 파손된 부품이 몇 개인지 세어 보지 않았다면 세어 보지 않았다고 적고, 손해액을 모른다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손해액을 짐작으로 적어 두면 그 숫자가 뒤에서 다른 뜻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반성한다는 말을 아예 못 쓰나요?

요구받은 것이 겪은 일이라면 넣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사죄를 담은 서면이 필요한 자리라면 그것은 별도로 요구됩니다.

재발 방지 대책도 쓰면 안 되나요?

대책은 이 문서의 표준 항목이므로 적으십시오. 다만 마음가짐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형태로 적어야 합니다.

이렇게 쓰면 반려되나요?

반려 여부는 회사의 처리 기준에 달린 문제라 단정해 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읽는 쪽이 되묻게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세 번째 문답에 대해서는 한쪽으로 답하지 않는 편이 정직합니다. 이렇게 쓰면 반려된다거나 처분이 무거워진다는 식의 말은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확인된 범위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실무적인 결과까지입니다. 짐작과 평가가 섞인 종이는 사실 확인이 한 번 더 필요해지고, 그만큼 절차가 길어집니다.

다 쓰고 나서 한 번 더 보는 자리

마무리 문단에서 앞에서 지운 것이 되살아나는 일이 잦습니다.

본문을 사실로만 채워 놓고도 마지막 문단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서 담담하게 적다가 끝맺음을 하려니 어색해서 한 줄을 붙이게 되는데, 그 한 줄이 대개 반성이나 다짐입니다.

마무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사실로 맺으십시오. 사고 이후에 무엇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지금 상태가 어떤지, 첨부한 자료가 무엇인지로 끝내면 됩니다. 그것이 읽는 쪽에도 더 쓸모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서 전체를 소리 내어 읽어 보십시오. 감정어와 평가어는 눈으로 볼 때보다 소리로 들을 때 훨씬 잘 걸립니다. 어색하게 들리는 낱말이 대개 빼야 할 낱말입니다.

이 절차를 거치고 나면 남는 것은 시각과 장소와 동작, 그리고 확인한 범위입니다. 짧아 보여도 그것이 이 문서가 담아야 할 전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죄송하다는 말을 넣으면 안 되나요?

요구받은 것이 겪은 일이라면 넣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사죄를 담는 서면은 종류가 따로 있고, 그런 서면의 제출을 명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재발 방지 대책을 적으면 책임을 인정하는 건가요?

대책이 향하는 곳은 앞이고 책임의 인정이 향하는 곳은 뒤입니다. 방향이 서로 달라 한쪽을 적었다고 다른 쪽까지 적은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문장은 어떤가요?

확인할 것이 없는 다짐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형태로 적으면 확인할 수 있는 대책이 됩니다.

들은 이야기는 적으면 안 되나요?

적어도 됩니다. 다만 누구에게 언제 들었는지를 붙이십시오. 출처가 없으면 내가 직접 본 것으로 읽힙니다.

기억나지 않는 시각은 어떻게 하나요?

구간으로 적거나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히십시오. 어림으로 채운 숫자가 다른 기록과 어긋나면 나머지 서술까지 흔들립니다.

이렇게 쓰면 불이익이 있나요?

불이익의 유무를 단정해 드릴 수 없습니다. 확인된 범위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사실 확인이 한 번 더 필요해진다는 실무적인 결과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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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위서 마스터비즈폼 경위서 서식 담당 · 최종 수정 2028년 0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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