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서 제출 요구, 그 자체가 징계인가요
경위서 마스터·8분·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고 관련자의 소명을 듣기 위한 요구라면 그 요구 자체를 징계라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요구를 받은 사실만으로 이미 처분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서울고등법원 2011. 6. 9. 선고 2011누411 판결이 이 물음을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징계로 만드는 것은 견책이라는 처분
서면을 받는 것은 그 처분을 집행하는 절차
따라서 요구 자체는 처분이 아니다
가르는 기준은 이름이 아니라 내용
물음을 뒤집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이 서면이 처분의 근거가 되느냐가 아니라, 적어 내라는 말이 곧 처분이냐입니다.
적어 오라는 말을 들으면 대개 두 가지가 동시에 떠오릅니다. 하나는 이것이 나중에 나에게 불리하게 쓰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고, 다른 하나는 이 말을 들은 것 자체가 이미 무슨 처분을 받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입니다.
앞엣것은 답하기 어렵습니다. 적힌 내용이 뒤에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특정해 판단한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증거가 된다거나 자백으로 본다는 식의 말은 이 글에서 하지 않겠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것을 확인된 것처럼 말하는 것이 이 주제에서 가장 큰 사고입니다.
뒤엣것에는 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이 뜻밖에 분명합니다. 법원이 이 물음을 정면으로 다룬 판단이 있고, 결론이 한쪽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이 글은 뒤엣것만 다룹니다. 물음을 좁히는 것이 손해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답이 있는 물음과 없는 물음을 섞어 놓으면 있는 답까지 흐려집니다.
취업규칙에 이 문서의 이름이 들어 있는 이유
견책 조항에 적힌 것은 처분의 이름이 아니라 그 처분을 집행하는 방법입니다.
회사의 취업규칙을 펼쳐 보면 징계의 종류를 늘어놓은 조항이 있고, 그 가운데 가장 가벼운 축에 견책이 있습니다. 그리고 견책의 내용을 적어 둔 자리에 이 문서의 이름이 들어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서면을 받고 훈계한다는 식으로 적혀 있습니다.
이 문장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규칙에 그렇게 적혀 있으니 적어 내는 것이 곧 견책이고, 적어 내라는 말을 들은 순간 이미 징계를 받은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읽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조항이 정하고 있는 것은 그 순서가 아닙니다. 징계라는 처분은 견책이라는 결정 자체이고, 서면을 받는 것은 그 결정을 집행하는 방법을 설명한 것입니다. 결정이 먼저 있고 집행이 뒤따르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규칙에 이름이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습니다. 견책이라는 결정이 절차를 밟아 내려졌는지가 따로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결정 없이 사실관계를 물어보려고 적어 오라고 한 것이라면 그것은 집행이 아닙니다.
법원이 그은 선
소명을 듣는 차원의 요구는 그 자체를 징계로 보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이 물음을 다룬 판결이 있습니다. 회사의 취업규칙이 견책의 내용을 서면을 받고 훈계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지만, 법원은 그것이 집행 방법을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회사로서는 일정한 경우에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고 관련자들의 소명을 들을 필요가 있고, 그런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작성 요구는 그 자체를 징계라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판단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보십시오. 서면의 이름이 아니라 그 요구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놓여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보려는 것이면 조사이고, 조사는 처분이 아닙니다.
이 판단이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도 함께 새겨 두십시오. 요구가 언제나 정당하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소명을 듣는 차원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고, 그 단서를 벗어난 요구까지 감싸는 문장이 아닙니다.
그러니 실제로 필요한 물음은 이렇게 바뀝니다. 지금 나에게 요구된 것이 그 단서 안에 있는가입니다. 다음 절이 그 갈림을 다룹니다.
갈리는 것은 이름이 아니라 내용입니다
겪은 일을 적어 내라는 것과 뉘우쳤다고 적어 내라는 것은 다른 요구입니다.
같은 이름으로 요구되더라도 안에 담기는 것이 다르면 성격이 달라집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적어 내라는 것은 사실을 모으는 일이고,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친다고 적어 내라는 것은 마음속의 판단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뒤쪽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단이 따로 있습니다. 취업규칙이 정한 서면이 사죄문이나 반성문을 뜻하는 것이라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해 그 규정이 효력을 갖지 못하고, 그에 근거한 제출 명령도 정당한 업무상 명령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 판단의 자세한 내용은 사유서를 다룬 편에서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반대로 겪은 일과 그 전말만 적어 내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정당한 업무상 명령으로 보는 것이 실무 해설의 정리입니다. 이 갈림이 이 주제의 실익입니다.
그러니 요구를 받았을 때 확인할 것은 이름이 아닙니다. 무엇을 적어 오라는 것인지입니다. 뉘우쳤다는 문장을 반드시 넣으라는 요구가 붙어 있다면 그것은 이미 다른 성격의 요구입니다.
| 요구받은 내용 | 성격 | 확인된 범위 |
|---|---|---|
| 겪은 일과 그 전말을 적어 내라 | 사실을 모으는 조사 | +정당한 업무상 명령으로 보는 것이 실무 해설의 정리입니다 |
|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친다고 적어 내라 | 마음속의 판단을 요구 | !정당한 명령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
| 규칙에 이름이 들어 있으니 곧 징계다 | 조항의 오독 | !조항이 정한 것은 집행 방법입니다 |
| 요구를 받은 것만으로 처분을 받았다 | 물음의 혼동 | !소명을 듣는 차원이면 징계로 보지 않습니다 |
첫 줄과 둘째 줄의 차이를 실감하기 어렵다면 문장 하나로 가늠해 보십시오. 몇 시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다가 어떻게 되었다는 문장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깊이 뉘우친다는 문장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적어 내라는 요구와 확인할 수 없는 것을 적어 내라는 요구가 같을 수 없습니다. 법원이 갈라 놓은 선도 거기에 놓여 있습니다.
그럼 거부할 수 있는가
어느 쪽으로도 단정하기 어렵고, 답이 요구의 성격에 따라 갈립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물음이지만 여기서는 한쪽으로 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거부하면 반드시 불이익이 온다는 것도, 거부해도 아무 일이 없다는 것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확인된 것은 갈림까지입니다. 겪은 일을 적어 내라는 요구가 정당한 업무상 명령이라면 그에 응하지 않는 것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실무 해석이 있습니다. 다만 이것을 대법원 판결로 확인하지는 못했으므로 그런 해석이 있다는 데까지만 적어 둡니다.
반대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뉘우쳤다고 적어 내라는 요구가 정당한 명령이 아니라면 그에 응하지 않은 것을 두고 문제 삼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개별 사안에서 어떻게 판단될지는 그 사정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 쓸모 있는 접근은 거부 여부를 먼저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적어 오라는 것인지 확인하고, 겪은 일에 관한 것이라면 확인한 것과 확인하지 못한 것을 갈라 적어 내는 쪽입니다.
회사가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달린 문제입니다. 법령이 정한 보관 기간을 찾지 못했으므로 여기서 기간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적어 냈다고 가벼워진다거나 안 냈다고 무거워진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어느 쪽으로도 기대하거나 걱정하실 일이 아닙니다.
합당한 사유가 있으면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실무 해설의 정리입니다. 다만 이는 해설의 범위이고 판결로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세 문답이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는 말로 끝나는 것이 답답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주제에서는 그것이 정직한 답입니다. 어느 쪽으로든 단정한 문장을 읽고 그대로 움직였다가 사정이 다르면 그 손해가 읽은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분명한 것은 처음의 한 줄뿐입니다. 소명을 듣는 차원의 요구라면 그 요구를 받은 사실만으로 처분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나머지는 무엇을 적어 오라는 요구였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적어 내라는 말을 들은 것만으로 징계를 받은 건가요?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고 관련자의 소명을 듣기 위한 요구라면 그 자체를 징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취업규칙 견책 조항에 이 문서 이름이 있습니다
그 조항이 정한 것은 견책이라는 처분을 집행하는 방법입니다. 이름이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요구가 곧 처분이 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요구가 문제되는 요구인가요?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친다는 내용을 반드시 넣으라는 요구라면 성격이 달라집니다. 사죄문이나 반성문 성격의 제출 명령은 정당한 업무상 명령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어느 쪽으로도 단정해 드릴 수 없습니다. 정당한 업무상 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실무 해석이 있으나 판결로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적어 낸 것이 나중에 증거로 쓰이나요?
그 점을 특정해 판단한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증거가 된다거나 자백으로 본다는 말은 근거 없이 도는 이야기입니다.
적어 내면 징계 수위가 낮아지나요?
낮아진다거나 높아진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양정을 기대하고 문장을 조절하실 일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