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서 책임 소재를 적는 수위
경위서 마스터·8분·
적정한 수위를 정해 둔 기준은 없습니다. 정해져 있는 것은 내가 적은 문장만으로 배상의 범위가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수위를 재기보다 사실과 평가를 갈라 놓는 편이 낫습니다.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다52611 판결이 손해 전부를 변제하겠다는 각서를 낸 경우를 다루고 있습니다
책임을 결론으로 적은 문장
- 전적으로 저의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입니다
- 발생한 손해는 제가 모두 변상하겠습니다
- 제가 확인을 소홀히 한 탓입니다
- 선임자가 지시를 잘못 내려 벌어진 일입니다
- 회사의 관리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사실만 남긴 문장
- 자재를 두 손으로 들고 이동하던 중 발이 미끄러졌습니다
- 파손된 부품과 수량은 아래 목록과 같습니다
- 출고 전 확인 절차를 거쳤는지는 기록으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작업 지시는 구두로 받았고 지시서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 바닥의 물기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적정한 수위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어디까지 인정하면 되는지를 알려 주는 기준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 물음은 대개 두 방향의 걱정에서 나옵니다. 너무 인정하면 나중에 불리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너무 발뺌하면 태도가 나쁘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그래서 그 사이 어딘가에 적정선이 있으리라고 짐작하게 됩니다.
그런 선을 정해 둔 규정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 문서 자체를 다룬 조문이 없으니 그 안의 문장 수위를 정한 조문이 있을 리도 없습니다. 회사의 규정에 적혀 있는 것도 보통은 언제 어떤 경우에 내라는 정도까지입니다.
그러니 물음을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얼마나 인정할 것인가가 아니라, 내가 적는 문장이 무엇을 정하고 무엇을 정하지 못하는가입니다. 이쪽에는 답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적은 문장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남기지만, 그 일의 값을 누가 얼마나 물어야 하는지까지 정하지는 못합니다. 이 구분을 알고 나면 수위를 재느라 문장을 비틀 이유가 사라집니다.
전부 물어내겠다고 적어도 그것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손해 전부를 변제하겠다는 각서를 낸 경우를 다룬 판단이 있습니다.
일하다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 회사가 그 사람에게 전액을 물릴 수 있는지는 오래된 물음이고, 법원의 답은 그렇지 않다는 쪽입니다. 사업의 성격과 규모, 시설이 어떠했는지, 그 사람의 업무 내용과 근로 조건과 근무 태도가 어땠는지, 사고가 왜 어떻게 났는지, 회사가 예방이나 손실 분산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를 두루 살핀다고 합니다.
그 판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손해 전부를 변제하겠다는 각서를 낸 사람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적용했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그렇게 적었다고 해서 그 한도를 넘는 부분까지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이 대목이 경위서와 곧바로 이어집니다. 경위서를 적다가 감정이 앞서 전부 책임지겠다고 써 버리는 일이 실무에서 가장 흔한데, 그 문장의 효력을 정면으로 다룬 판단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는 그 사업의 성격과 규모, 시설의 현황, 피용자의 업무내용과 근로조건 및 근무태도, 가해행위의 발생원인과 성격, 가해행위의 예방이나 손실의 분산에 관한 사용자의 배려의 정도, 기타 제반 사정에 비추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피용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그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다52611 판결
다만 이 판단을 반대쪽으로 밀고 가면 그것도 틀립니다. 회사가 청구할 수 없다고 읽어서는 안 됩니다. 청구할 수 있되 그 범위가 여러 사정을 살펴 정해진다는 것이고, 그 범위가 얼마인지는 사안마다 다릅니다.
비율을 궁금해하는 분이 많은데 여기서 숫자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판단에 들어가는 사정이 저렇게 여럿이라 어느 사건의 비율을 다른 사건에 옮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알아 두실 것은 내가 적은 한 줄이 그 범위를 미리 확정해 버리지는 않는다는 것까지입니다.
그 문장은 성격이 다른 문서를 하나 더 만듭니다
물어내겠다는 약속은 겪은 일을 적는 문서에 들어갈 문장이 아닙니다.
앞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어차피 그대로 정해지지 않으니 적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효력의 문제와 별개로 그 문장이 종이의 성격을 바꿔 놓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적는 문서는 지나간 사실을 남깁니다. 물어내겠다는 문장은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입니다. 뒤엣것은 다른 종류의 서면이 담는 내용이고, 그런 약속을 받아 두려는 자리라면 애초에 그 서면을 따로 요구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한 장 안에 둘을 섞으면 읽는 쪽에서도 다루기가 어려워집니다. 사실 확인의 재료로 보아야 할 부분과 약속으로 보아야 할 부분이 뒤엉키기 때문입니다. 뒤에 다툼이 생겼을 때 그 한 줄이 어느 쪽으로 읽히는지를 두고 다시 다투게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배상에 관한 이야기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그것은 그 자리에서 따로 정리할 일이고, 겪은 일을 적는 종이에는 겪은 일만 남기는 편이 양쪽 모두에게 낫습니다.
| 문장 | 무엇을 남기나 | 이 종이에 맞나 |
|---|---|---|
| 14시 20분경 설비 앞에서 발이 미끄러졌습니다 | 지나간 사실 | +맞습니다 |
| 파손된 부품은 아래 목록과 같습니다 | 확인한 범위 | +맞습니다 |
| 손해액은 전액 제가 변상하겠습니다 | 앞으로의 약속 | !다른 서면의 몫입니다 |
| 전적으로 저의 잘못입니다 | 사실이 아닌 평가 | !읽는 쪽이 할 판단입니다 |
세 번째 줄과 네 번째 줄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셋째는 약속이라 다른 서면으로 가야 하는 것이고, 넷째는 평가라 애초에 내가 내릴 자리가 아닌 것입니다.
넷째 같은 문장을 빼는 것이 발뺌처럼 보일까 걱정된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오. 평가를 미리 적어 두면 읽는 쪽은 그 평가가 맞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사실만 적혀 있으면 곧바로 판단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협조적인지는 분명합니다.
남을 지목하는 서술은 어디서 멈추나
다른 사람의 잘못을 결론으로 적으면 확인하지 못한 것을 확인한 것처럼 만듭니다.
책임 소재를 적는 문제는 나에게만 걸리는 것이 아닙니다. 사고에 여러 사람이 얽혀 있으면 누가 무엇을 했는지를 적게 되는데, 여기서 수위가 한 번 더 문제가 됩니다.
기준은 앞과 같습니다. 내가 보고 들은 것은 사실이고, 그 사람이 왜 그랬는지나 그것이 잘못인지는 내가 확인한 것이 아닙니다. 지시를 구두로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 지시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평가입니다.
특히 조심할 것은 전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를 내가 본 것처럼 적으면, 나중에 그 사람이 다르게 말했을 때 내 진술 전체의 신뢰가 함께 흔들립니다. 들은 것은 들었다고 적고 누구에게 들었는지까지 남기면 그 위험이 사라집니다.
- 내가 직접 본 것시각과 장소를 붙여 그대로 적습니다
- 남에게 들은 것누구에게 언제 들었는지를 함께 적습니다
-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무슨 기록인지 밝히고 목록에 넣습니다
- 확인하지 못한 것확인하지 못했다고 그대로 적습니다
네 번째 칸이 가장 자주 생략됩니다. 빈칸이 있으면 성의 없어 보일까 봐 짐작으로 메우는 것인데, 메운 부분이 뒤에 나오는 기록과 어긋나면 그때는 성의가 아니라 정확성의 문제가 됩니다.
이 네 칸으로 나눠 적고 나면 수위를 재는 일 자체가 없어집니다. 각 문장이 어느 칸에 속하는지만 정하면 되고, 어느 칸에도 들어가지 않는 문장은 애초에 넣지 않아도 되는 문장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적정한가요?
적정선을 정해 둔 기준을 찾지 못했습니다. 인정의 정도를 재기보다 사실과 평가를 갈라 놓는 편이 실질적입니다.
전부 변상하겠다고 적으면 그대로 물어내야 하나요?
법원은 손해 전부를 변제하겠다는 각서를 낸 경우에도 여러 사정을 살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안에서만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 한 줄로 범위가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그럼 회사는 아무것도 청구할 수 없나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청구할 수 있되 그 범위가 여러 사정을 고려해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배상 비율이 얼마쯤 되나요?
비율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판단에 들어가는 사정이 사안마다 달라 다른 사건의 숫자를 옮겨 올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적어도 되나요?
보고 들은 것은 적되 그것이 잘못인지에 대한 판단은 적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들은 이야기는 누구에게 들었는지까지 남기십시오.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비워 두나요?
비워 두기보다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으십시오. 짐작으로 채운 부분이 다른 기록과 어긋나면 진술 전체가 흔들립니다.




